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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들이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일본이 우리의 영토에 대한 야심이 있는 나라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일본은 자위대의 한반도 상륙을 오랫동안 꿈꿔왔다. 이런 일본에게 군사 2급기밀과 군사3급기밀 교류를 보장하는 협정을 체결하는 것은 국가안보상 중대한 위협요인이 될 수 있다.

당연히 우리의 안전보장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 헌법은 안전보장에 영향을 미치는 조약은 국회의 체결동의를 거치도록 하고 있다. 행정부가 일방적으로 체결하지 못하게 국회의 감시기능을 부여한 것이다. 하지만 정부는 이를 무시했다.

독도를 폭파하자고 했던 박정희

광복 70주년인 2015년 1월 1일 우리 영토인 독도 해상에서 이지스 구축함인 세종대왕함이 기동경비작전을 펼치고 있다. 세종대왕함 뒤로 보이는 독도가 새해 첫 눈으로 덮혀있다.
 광복 70주년인 2015년 1월 1일 우리 영토인 독도 해상에서 이지스 구축함인 세종대왕함이 기동경비작전을 펼치고 있다. 세종대왕함 뒤로 보이는 독도가 새해 첫 눈으로 덮혀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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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을 체결하기 위해서 11월 24일 예정했던 독도방어훈련도 취소했다. 독도에 대한 침략 야심이 있는 일본에 2급, 3급 군사기밀을 제공하는 협약을 체결하면서, 정작 독도방어훈련은 취소한 것이다. 이것은 박근혜 정부의 독도수호의지가 취약한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

박근혜 대통령의 아버지였던 박정희 전 대통령은 이미 1965년 5월 27일에 독도 폭파 발언을 했던 적이 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당시 딘 러스크 미국 국무장관 집무실에서 "그 문제(일본과의 수교 협상)를 해결하기 위해 독도를 폭파시켜 없애버리고 싶다"고 말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독도 폭파 발언은 이후 일본 우익들의 독도 도발에 빌미를 주었다. 한국의 대통령이 독도수호 의지가 약하다고 봤기 때문에 그동안 줄기차게 독도 도발을 해온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일본과 군사정보보호협정 체결을 위해서 독도방어훈련을 취소한 것은 앞으로 일본 우익들이 독도 도발을 더욱 준동하게 만드는 일이 될 수 있다.

박근혜 정부가 국민들의 알 권리를 무시해가면서까지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 초안을 감춘 것은 일본의 요구 때문이다. 11월 23일 서명할 때까지 철저하게 협약 전문을 비공개했다. 일본이 이 협정의 체결을 비밀리에 한 것은 한국 정부를 불신했기 때문일 것이다. 식물대통령 상태에서 체결 내용이 공개되어 국민적인 저항에 부딪히는 것을 꺼렸을 수 있다.

하지만 보다 중요한 것은 2013년도에 일본에서 만들어진 '특정기밀보호법' 때문이다. '특정기밀보호법'에 따르면 특정기밀을 교류하는 협약을 외국과 체결하기 위해서도 기밀준수가 철저히 요구된다.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은 일본의 특정기밀보호법에 따르면 '특정기밀'에 해당한다.

일본의 재무장을 위한 법적 준비를 도와주는 박근혜

박근혜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지난해 11월 2일 청와대에서 정상회담 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지난해 11월 2일 청와대에서 정상회담 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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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에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 체결을 위해 준비한 협약과 이번에 두 나라가 서명한 협약을 비교해보면 몇 군데 단어만 빼고 똑같다. 2012년 문안 다섯 군데에서 '보안분류'로 표기한 단어가 이번 협약에서는 모두 '비밀분류'로 바뀌었다. 또한 한일이 교환하는 정보등급을 표시하는 대목에서 우리의 군사 2급기밀에 해당하는 일본의 정보를 2012년에는 '방위비밀'로 표기했다. 이번에는 '특정비밀'로 바뀌었다. 이에 따라 보안분류도 비밀분류로 바뀐 것이다.

일본의 특정비밀보호법은 "일본의 안전보장에 관한 것 가운데 은닉이 필요한 것"을 '특정비밀'로 지정했다. 무엇이 특정비밀인지 기준이 너무 광범위하다. 그리고 특정비밀로 지정된 것은 그것이 비밀로 지정되었다는 사실도 비밀이다. 일본국민들은 무엇이 특정비밀인 줄 모른 상태에서 특정기밀을 누설하거나 접근을 시도하면 처벌을 받게 되어있다. 국가에 대한 비판기능을 원천적으로 막아버린 악법이다. 이 법 제정으로 일본의 언론자유는 크게 하락했다. 시민의 알 권리가 철저하게 제약된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일본 아베정부는 특정비밀보호법 제정을 통해서 평화헌법을 위반하는 자위대의 해외무력행사를 비밀리에 실행할 수도 있다. 특정비밀보호법은 전쟁가능한 일본을 준비하기 위해서 내부 비판여론에 재갈을 물리고 검열을 합법화시키는 악법이다. 이 법을 반대하는 일본여론은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방사능의 양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국민들의 관심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이것까지 '특정비밀'로 지정할 수 있다며 비판해왔다.

국민의 알 권리는 무시하고 일본 악법은 존중해

서울 종로구 주한 일본대사관에 게양된 일장기 위로 까마귀 한 마리가 앉아 있다.
 서울 종로구 주한 일본대사관에 게양된 일장기 위로 까마귀 한 마리가 앉아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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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에 따라서 한국의 군사2급기밀에 해당하는 정보가 바로 이 '특정비밀'이라고 명시되어 있다. 이 협정을 추진하는 과정에서조차도 일본은 특정비밀 보호차원에서 한국에 협정문을 공개하지 말도록 요청했던 것이다. 특정기밀보호법이라는 것이 전쟁 가능한 일본을 만들기 위한 내부통제용법인데, 박근혜 정부는 이러한 일본의 악법을 존중하기 위해서 우리 국민들의 알 권리를 침해한 것이다.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은 국방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자위대를 한반도로 불러들이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자위대 상륙의 물꼬가 터진 것이다. 이미 2012년에 일본은 이러한 야심을 드러낸 적이 있다. 일본은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 체결 이후 한일상호군수지원협정을 체결하려 했다. 상호군수지원협정은 물품과 용역의 상호제공에 대한 협정(ACSA)이다.

ACSA는 무기를 제외한 군수물자와 수송, 서비스 분야에서 상호 협력하는 것이 골자이다. 이러한 협력을 위해서 자위대가 부산항에 들어올 수 있는 것이다. 자위대의 한반도 상륙의 전 단계라고 할 수 있다. 일본은 이미 2002년에 한반도 유사시에 일본인을 피난시키기 위해 자위대를 파견하는 '작전계획 5055'를 수립했다.

대일관계 전략없는 정부, 자위대 불러온다

2012년 5월 30일자 <아사히 신문>은 일본 정부가 북한의 미사일 발사 예고가 있을 발사주변해역에 자위대의 이지스함을 파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당시 이명박 정부는 "일본이 추진 중인 이지스함의 서해 배치에 반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들이 서해에서 얻는 대북 정보는 우리에게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것이 이명박 정부의 생각이었다. (월간조선 2012년 7월호)

한민구 장관이 북한의 잠수함발사미사일(SLBM)에 대한 정보를 일본으로부터 얻을 수 있다고 말하는 것도 자위대를 부르는 발언이다. 일본 자위대의 해상초계기가 북한의 SLBM에 대한 정보를 얻기 위해서는 우리의 방공식별구역(KADIZ)에 들어와야 가능하기 때문이다. 한민구 장관의 발언을 뒤집어보면 우리의 방공식별구역에 일본 해상초계기가 들어와서 얻은 북한SLBM 에 대한 정보를 우리와 공유할 수 있다는 말이다.

24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대회의실에서 열린 전군 주요지휘관 회의에서 한민구 국방부장관이 발언하고 있다.
 24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대회의실에서 열린 전군 주요지휘관 회의에서 한민구 국방부장관이 발언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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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부나 박근혜 정부 아래서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을 체결하는 것은 정보교류 그 자체로 그치지 않고 이렇게 일본 자위대를 불러오게 되어 있는 것이다. 대일관계에 대한 전략이 없기 때문이다. 

박근혜 정부는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 처리 또한 졸속으로 했다. 국민의 알 권리를 철저히 무시했다. 일본과 협정 초안에 가서명한 날이 10월 14일이었다. 그로부터 9일 만에 서명했다. 9일 동안에 차관회의와 국무회의 의결을 하고, 국무총리 재가와 대통령 재가까지 마쳤다.

외교부에서 발간한 '알기쉬운 조약업무'에 따르면 가서명에서 대통령 재가까지 8주~9주가 걸린다고 했다. 여기서 조약이라는 것은 국가 간에 체결하는 것으로써 각종 협약, 협정, 양해각서 등을 모두 포함한다. 조약에 대한 국제적인 기준인 '비엔나협약'에서 이렇게 규정했다. 물론 예외는 있다고 했기 때문에 상황에 따라서 단축할 수는 있을 것이다.

APEC에서 찬밥 신세 황교안

아무리 예외적인 상황이라도 8~9주가 걸리는 절차가 9일 만에 일사천리로 진행된 것은 납득하기 힘들다. 졸속을 넘어서 절차적으로 중대한 결격사유가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정부는 2012년에 마련한 협정과 이번 협정의 문안이 차이가 없기 때문에 일사천리로 진행했다고 변명할 수 있다. 하지만 두 문안이 어느 정도 유사한지에 대해서 국민들은 전혀 모르고 있었다.

가서명에서 대통령 재가까지 7~9주의 소요기간이 필요한 것은 정부에서 충분히 검토하고 필요한 경우 국민들의 동의를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조약의 결함을 최소화하고 국민적 공감대를 확보하기 위해서 이 정도 숙성기간이 필요하다고 보았던 것이다. 조약이란 국가와 국가 사이에 체결하는 것이기 때문에 체결 후에 이를 돌이킬 수가 없다. 그래서 숙성기간을 가지는 것이다. 조약을 체결한 후 이를 일방적으로 무시한다면 국제사회에서 신의와 성실의 원칙을 어기는 것이 되기 때문이다.

가서명 후 9일 만에 한일군사정보보협정을 대통령이 재가하고 10일째 되는 날 서명한 과정을 상세히 살펴보면 절차상의 문제는 더욱 분명해진다. '알기쉬운 조약업무'에 따르면 국무회의 심의 후 대통령 재가까지 10일가량이 적절하다고 말하고 있다. 물론 예외는 있기 때문에 상황에 따라서 단축되거나 연장될 수도 있는 것이다. 하지만 한일군사정보보협정은 국무회의에서 심의 의결한 11월 22일에 서둘러서 그날 오후에 국무총리가 재가했다. 이어서 대통령이 재가했다. 번갯불에 콩 구워 먹는 속도다. 10일이 필요한 절차를 하루에 해치운 것이다.

식물 대통령과 식물총리가 졸속으로 재가

23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 로비에서 사진기자들이 국방부의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 조인식 비공개방침에 항의, 카메라를 내려놓고 취재를 거부하고 있다.
 23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 로비에서 사진기자들이 국방부의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 조인식 비공개방침에 항의, 카메라를 내려놓고 취재를 거부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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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군다나 총리나 대통령 모두 식물상태였다. 대통령이 11월 2일에 김병준 총리내정자를 지명했다. 이에 따라 황교안 총리는 이임식까지 준비했었다.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이 안보상의 이유 때문에 중요하다면 물러나기 일보 직전인 상태의 총리가 재가하는 것은 안보를 소홀히 하는 것이다. 황교안 총리는 11월 19일부터 열린 APEC 정상회담에 대통령을 대신해서 참석했다. 하지만 황 총리는 양자 정상회담을 단 한 건도 하지 못하고 돌아왔다.

국제사회에서 찬밥 신세였던 황 총리는 APEC에서 돌아와 서울에 도착하자마자 바로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을 재가했다. 이렇게 국제적으로 권위도 인정받지 못한 총리가 협정을 재가한 것이다.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 하더라도 대한민국의 국격을 훼손하는 것이다. 게다가 설상가상으로 대통령조차 국민들로부터 권한을 인정받지 못하고 퇴진요구에 시달리고 있다. 식물총리와 식물대통령이 그것도 졸속으로 재가했다. 협정체결의 국내적 절차가 매끄럽다고 볼 수도 없다.

정부는 가서명 후 9일 동안 졸속적으로 처리하면서 국민들의 알 권리는 철저히 무시했다. 국회의 소관 상임위인 외교통일위원회나 국방위에도 협정문 초안을 회람하지 않았다.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은 2012년에 체결을 앞두고 국민들의 거센 항의 때문에 취소했던 전례가 있다. 따라서 이 협정을 체결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국민들의 동의를 구하는 것이 절실했다. 하지만 어느 국회의원도, 어떤 국민들도 이 협정의 초안에 대해 알지 못했다.

수구세력들은 이렇게 안보를 망치면서도 안보의 그늘 속에 숨에서 자신들의 정권과 이익을 유지해왔다. 트럼프 정부의 출범과 동북아 정세, 혼란스런 국정의 안정, 한일관계에 대한 전략 등을 고려하면서 처리해야 마땅했다. 그런데도 박근혜 대통령이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을 강행한 것은 최순실 게이트 물타기용이 아니면 설명하기 어렵다. 북한의 위협과 안보상의 이유를 핑계로 졸속처리한 것이다. 전형적인 안보장사꾼의 행태이다.

명백하고 근본적으로 중요한 사안

비엔나협약에 따르면 "명백하고 또한 근본적으로 중요한 국내법 규정에 관한 것이 아닌 한" 체결한 조약이나 협정을 무효로 할 수 없다. 일방적으로 무효로 하는 것은 국제사회에서 신의 성실의 원칙 위반으로 국제문제가 된다.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 체결과정에서 절차상 많은 결함이 발견되었다.

독도 침략 야욕이 있는 나라와 군사기밀을 보장하는 것이므로 중대한 안보에 대한 것인데도 불구하고 국회의 체결동의를 거치지 않았다. 국민들의 알 권리를 무시했으며, 충분한 숙성과정이 없었고, 식물 대통령과 식물 총리가 재가한 것이다. 이런 이유가 조약을 무효화 할 수 있는 "명백하고 근본적으로 중요한" 사안에 해당하는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계속 제기될 것이다.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은 1년마다 연장하게 되어 있다. 지속적인 문제 제기로 국민적인 공감대를 넓혀서 집행을 유예하여 식물 협정으로 만들어야 한다. 나아가 1년 후 갱신이 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정부의 잘못에 대한 국민들의 대응이 될 수 있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코리아연구원 원장이며 한반도평화포럼 기획위원과 통일맞이 이사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이 글은 코리아연구원 홈페이지(KNSI.ORG)에도 함께 실립니다.



태그:#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 #GSOMIA, #독도방어훈련, #특정비밀보호법, #자위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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