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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는 노동 환경 개선을 위한 시리즈 기획 '사무실을 살려줘, 쫌'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2015년 8월 진행한 시즌1에서는 사무실 근무 환경에 대해 다뤘고, 2016년 9월 시즌2에서는 '꼰대' 문제를 보도했습니다. 시즌3에서는 직장 내에서 빈번하게 일어나는 문제인 플러팅(집적거림)에 대해 다룹니다. 상대의 의사에 반하는 집적거림의 문제점을 여러 회에 걸쳐 보도합니다. [편집자말]
12월 말, 데쿠네 다츠로라는 일본 소설가의 이름을 여러 인터넷 서점에서 검색해 보았다. 안타깝게도 국내에 번역된 서적이 아직은 없는 모양이었다. 아마 나만 검색하지는 않았으리라고, 속으로는 짐작하고 있다. 일본의 요미우리신문 '인생상담' 코너에서 그 소설가가 한 대답이 화제가 되었기 때문이다.

40대 회사원 남성이라는 내담자는 "아내가 있는데도, 아들과 같은 나이인 20대 여성 부하직원을 좋아하게 되었다"고 고민을 털어놓는다. "그녀가 자신을 볼 때면 손을 흔들어주고, 나이 차를 신경 쓰지 않는 것처럼 대화를 나눈다"고, "20대의 자아가 되살아난 것 같다는 기분이 든다"고 했다.

지겨운 이야기다. 자신에게는 새로운 삶이 찾아온 것처럼 세상이 반짝거리는 일이겠으나, 수많은 여성들에게는 자신과 주변에서 흔히 일어나는 '소름 끼치는 일'이다. 44년생의 남성 소설가는 이 내담자에게 "꿈 깨라, 그 여자는 당신을 좋아하는 게 아니다, 부끄러운 줄 알고 정신 차려라"라고 대답해주며, 소위 '사이다'로 주목받았다.

인생이 다시 시작된 것 같다고 말한 그 내담자에게는 무척 안타깝지만 이건 명백하게 흔한 일이다. 같이 일하는 사이니 애인이 되면 어떻겠냐고 제안한 상사, 너는 내 인생의 빛이라면서 손을 꼭 잡는 교수, 우리는 취향이 너무 잘 맞아서 위험할 것 같다며 손등에 입을 맞추는 클라이언트.

20대를 지나온 많은 여성들은 이런 이야기들을 한두 개씩 마음속에 담고 산다. 때로는 놀라기도 하고, 좀 더 익숙해져서 그냥 웃으며 손을 빼기도 하고, 어떤 경우엔 화를 내고 자리를 뛰쳐나오기도 하지만, 정말 운이 좋아서 그런 일을 겪지 않았다고 할지언정 그런 일이 주변에 부지기수로 일어난다는 사실을 모를 수는 없다.

젊은 여성에 대한 선호는 본능?

영화 <옥희의영화>에서 대학교수역으로 나오는 문성근과 옥희역의 정유미
 영화 <옥희의영화>에서 대학교수역으로 나오는 문성근과 옥희역의 정유미
ⓒ 전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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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어느 나이대의 남성에게도 20대의 젊은 여성이 매력적이라고 주장하는 남성들이 있다. 물론 그럴 수도 있을 것이다. 어떤 사람들은 종족 보존을 위한 남성의 본능이라고 이야기하기도 한다. 나는 여기에 있어서도 환경의 영향이 부재한다고 생각지는 않고, 후술할 이야기와 어느 정도는 연관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젊은 여성에게 매력을 느낀다는 그 상황을 인정하고 시작해 보자.

예전에 다니던 직장 동료(라고는 해도, 그는 나를 부하직원으로 생각하기 쉬운 위치였다)에게 데이트 신청을 받은 적이 있다. 나는 그 데이트 신청을 수락하지 않았고, 그 이유를 다른 것으로 생각했는지 그는 나와 단둘이 있게 될 때마다 이상한 잡담을 해댔다. 이를테면 자신이 통장에 얼마나 돈을 모아놓았는지, 이번에 집이 재개발에 들어가게 되어서 금전적 이득을 얼마나 보았는지, 자신이 얼마나 여성에게 다정하고 착실하게 대할 각오가 되어 있는지와 같은 이야기였다.

그는 50대였고, 나는 20대였다. 그가 나를 '연애대상'으로 보고 있다는 걸 알고 조금 어이가 없었다. 처음에는 '당신에게 별 감정이 없음'을 강력하게 어필해 보았지만, 별로 먹히지 않았다. 그 다음에는 '남자친구가 있음'을 어필해 보았고, 그건 반쯤 먹히는 것 같다가도 '네 남자친구보다 자신이 더 모아놓은 돈이 많을 것이며, 나는 은퇴해서 음식점을 할 거다' 뭐 이런 이야기로 회귀하게 마련이었다.

어느 날, 사무실에서 상사가 그에게 소개팅을 제안하는 걸 보게 되었다. 그 전전날도 사무실에 앉아서 어김없이 나에게 이런저런 플러팅을 던졌던 그는 반색을 하며 소개팅을 하겠다고 했다. 그가 처음 물은 것은 상대의 나이였다. 그보다 3살 어린 여성이었고, 그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안 돼, 그 나이면 애 못 낳잖아. 난 애 낳아야 된단 말야."

그 말을 들은 사무실에 있는 모든 사람이(그 직장의 평균 연령은 40~60대였고, 90%가 남성이었다) 질겁하는 얼굴이 되었다. 무슨 그 나이에 애를 낳을 생각을 하냐, 애 낳을 생각을 하면서 사람을 만나냐, 이런 얘기를 줄줄이 늘어놓는 걸 보니 그 나이대 아저씨들에게도 그 사람의 생각이 끔찍하긴 했던 모양이었다. 물론 내 표정은 더욱 끔찍했을 것이다. 지금껏 대체 무슨 생각으로 나한테 그런 소리를 해댄 건지 생각하니 소름이 끼쳤다.

이 사건을 다시 떠올리게 된 것은 얼마 전에 있었던 '가임기 여성지도' 사건 때문이었다. 여성의 신체를 출산 기계 수준으로 생각하는 인지는 어떤 사람들에게는 매우 유사하게 작동하는 모양이었다. 내가 이 이야기를 SNS에 올리자, 누군가 '정자의 건강함을 측정해서 가임기 남성지도도 만들어야 한다'고 댓글을 달았다. 물론, 남성이고 여성이고 유전자를 전달할 기계로 취급되어선 안 되므로 '가임기 남성지도'도 만들면 안 된다. 하지만 나는 그 댓글이 좋았다.

젊은 여성이 아이를 생산하기에 적절해서 매력적이라면, 젊은 남성도 당연히 같은 의미에서 매력적일 것이다. 그 점에 대해 어느 40대 남성 변호사에게 이런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젊은 여자가 날 좋아할 리가 없지 않느냐. 그건 진화원칙에 위배된다. 그런 사람이 있다면 미친 사람이거나 돈을 노리는 거다. 피해야 한다."

하지만 적어도 어떤 남성들은 자신의 연애 가치가 나이로 측정되지 않는 것처럼 생각하는 모양이다. 내게 자신의 매력을 뽐내보려던 그 50대 남성도 자신의 재력과 성취를 강조했다. 그는 성취가 있으므로 나이를 극복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했다.

그도 그럴 것이, 미디어에서는 나이 많은 남성에게 성취와 연관한 매력을 끊임없이 부여하고, 사회적으로도 남성의 매력은 곧잘 사회적 성취로 연결된다. 그에 비해 여성의 연애 가치는 그녀의 성취와 쉽게 연결되지 않는다.

'연장자' 남성과 '연하자' 여성

<미생>의 하대리(전석호 분)와 안영이(강소라 분).
 <미생>의 하대리(전석호 분)와 안영이(강소라 분).
ⓒ CJ 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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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로 이런 일이 나이가 많은 남성으로부터 나이가 어린 여성에게 이루어진다는 것을 다시 생각할 필요가 있다.

여성의 젊은 나이는 낮은 지위와 연결되어 있을 때가 많다. 사회에 나온 지 얼마 되지 않은 20대 여성은 높은 확률로 '부하직원'의 자리에 위치한다. 그녀는 상사인 남성에게 무언가 배워야 하고, 그의 지시를 따라야 하고, 그의 권위를 인정해야 한다. 동일한 이유로 남성의 늙은 나이는 높은 지위와 연결되어 있을 때가 많다.

그는 업무를 가르치는 것 이상으로 세상을 가르치려 들기 쉽고, 자신의 권위를 정당하지 않게 강요할 수 있으며, 부당한 지시를 내릴 권력도 있다. 그녀의 인사고과도 채점할 수 있다. 여기에 연장자를 존중해야 한다는 한국 사회의 뿌리 깊은 압력이 더해지면 한술 더 뜬다.

때문에 그녀는 나이 많은 상사에게 조심스러울 것이다. 별것도 아닌 유머에도 과장해서 웃어줄 수도 있다. 싹싹하게 출근하자마자 먼저 커피를 가져다줄 수도 있다. 다정하게 말을 받아줄 수도, 회식 때 술잔을 채워줄 수도, 술에 취한 당신을 부축해서 택시에 태워줄 수도 있다. 그것이 연정의 표현이 아님을 당신이 이해하지 못하는 이유는 한 가지뿐이다. 당신이 '눈치를 봐야 하는 사람'이 아니기 때문이다.

물론 세상에는 나이 어린 상사 여성도 존재한다. 그러나 많은 경우 나이 어린 상사 여성은 분노의 대상이 된다. 그는 그녀가 군대 안 가고 취업 먼저 한 것에 대해 분노하거나, 직급을 부르지 않기 위해 애를 쓰거나, 무시당하는 것 같다고 개탄을 한다. 그녀들은 나이 어린 부하 여성이 쉽게 연정의 대상이 되는 상황의 완전히 반대편에 서 있다.

같은 '나이 어린 여성'에 대한 이 불균형은 연애관계에 있어서 여성에게 사회적으로 기대되는 것들과 명백하게 연관되어 있다. 출산의 도구로서, 적극적으로 성취를 추구하지 않는, 심지어는 재생산 노동을 전담해야 하는 집단으로서의 '여성'.

여성의 '자기증명'

이런 일을 겪었다고 주변에 토로했을 때, 돌아오는 '조언'들이 있다. 놀랍게도 정말이다. 이 조언을 하는 사람은 같은 여성일 때도 많다.

문제제기하지 말고, '프로페셔널'하게 넘어가라. 설마 그분이 정말로 너한테 그런 마음이시겠냐, 외로우셔서 그런 것 같으니 안타깝게 여기고 말자, 인기가 많다는 거니 좋게 생각하자, 심지어는 잘 이용해 보면 일에 잘 활용할 수 있지 않겠느냐, 냉정하게 굴었다가 일에 부정적 영향이 있으면 어떻게 하느냐.

압력은 다층적으로 이루어진다. 성취를 인정하지 않는 사회적 압력과 성취로 인정받고 싶은 개인의 욕망이 겹쳐진다. 그 위에 사회적 압력을 용인해야만 간신히 성취를 인정해 주는 이상한 시스템이 만들어진다. 커뮤니티를 무너뜨리지 말라는 압력부터, 회사의 이윤에 방해를 끼치지 말라는 압력까지, 심지어는 '그런 불합리를 참아 넘겨야만 진정한 커리어를 쌓을 수 있다'는 말도 안 되는 태도도 있다.

사회는 그녀에게 자신이 느끼는 불쾌감을 제기하는 것이야말로 '직장인으로서 성장하지 못한', '어린애 같은' 일이라고 말한다.

이런 압력 속에서 20대 여성에게 '썸'을 느끼는 부장님은, "그녀도 나에게 관심이 있다"는 망상을 더욱 확고히 다져나간다. 그의 나이와 무관하게, 그의 회사 내에서의 지위와 성취에 대한 인정이 그 망상을 충분히 뒷받침해준다.

문유석 판사는 <중앙일보> 오피니언란에 "상사에 대한 의례적 미소를 곡해하지 마라. 그게 정 어려우면 도깨비 공유 이동욱을 유심히 본 후 욕실로 들어가 거울을 보는 요법을 추천한다"고 썼다. 그런데 이와중에 김고은도 신하균과 연애하지 않느냐고 항변을 하는 사람을 보았다.

문유석 판사가 쓴 1월 10일자 중앙일보 칼럼
 문유석 판사가 쓴 1월 10일자 중앙일보 칼럼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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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세상에는 나이 차이가 많은 남성과 여성 사이에서 벌어지는 멋진 연애가 존재한다. 나는 그 모든 가능성을 배제하고 말하고 싶지는 않다. 진심으로 사랑하는 두 사람 사이에 나이가 뭐가 중요하냐고 묻는다면, 그 말에 전적으로 공감한다. 그러나 한참 연상의 남성이 한참 연하의 여성에게 연정을 느낄 때 그 연정은 평평한 지면 위에서 굴러가지 않는다. 비탈길 아래에 선 여성은 그 공을 되받아치기에 상당한 어려움을 느낄 수 있다.

누군가는 나이 많은 남성이라 비탈길 위에 섰다는 이유로 사랑도 못 하느냐고 물을 수도 있다. 물론 가장 좋은 것은 평평한 지면 위에서 마음껏 대시를 하는 상황일 것이고, 자유롭게 그 고백을 무시하고, 거절하고, 미쳤냐고 쏘아붙이는 상황일 것이다. 그래도 아무것도 걱정하지 않아도 될 세상일 것이다.

하지만 만약 그런 세상이라면, 50대 유부남 부장님은 감히 20대 여성 부하직원에게 "내 애인이 되어달라"고 하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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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소설을 씁니다. 기술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 혹은 그 역에 관심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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