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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의 성' 기획은 10대들이 열린 공간에서 성에 대한 정보를 접할 수 있도록 하고, 그들이 스스로의 욕구에 대해서 '있는 그대로' 받아들였으면 하는 시민사회의 바람을 담아 진행됩니다. 나아가 10대를 대상으로 한 성평등적인 성인지 교육도 활성화돼, 성소수자를 포함한 '나와 다른 젠더'에 대한 이해도가 사회 전반적으로 높아지면 좋겠습니다. [편집자말]
청소년의 성적 권리가 억압되고 있다는 이야길 하면, 종종 '요즘 청소년들은 하고 싶은 대로 다 하고 다니지 않나요?' 하는 식의 반응을 어른들로부터 접하곤 한다. 2013년 전국의 고등학교 중 절반 이상이 학생의 '이성교제'를 규제하는 학칙을 두고 있다는 보도가 있었다. 3년여의 시간이 지난 지금, 학교는 달라졌을까? 청소년들은 정말 '하고 싶은 대로' 다 하고 다닐 수 있는 걸까?

전북 ㅅ 고등학교의 학칙 내용 일부이다.
 전북 ㅅ 고등학교의 학칙 내용 일부이다.
ⓒ 청소년신문 요즘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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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미스러운 이성교제' 등으로 풍기를 문란하게 한 학생

위는 전북 ㅅ고등학교의 학칙이다. '퇴폐 행위' 항목으로 '불건전한 이성교제로 풍기를 문란'케 하는 것을 처벌한다고 명시하고 있는데, 이는 최대 퇴학 처분까지 가능하다. 중고등학교 학칙에서 학생의 연애나 이성 간 교제를 금지조항으로 서술할 때 가장 많이 등장하는 단어는 '불건전한 이성교제'와 '풍기 문란'이다.

이러한 학칙의 첫 번째 문제는 어떤 행위를 지칭하는 것인지 매우 모호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남녀 학생이 대화하기만 해도, 혹은 여학생이 남학생 반 앞을 지나가기만 해도 '이성교제'라며 벌점을 받았다는 사례들이 있기도 하다. 만약 이 '이성교제'가 곧 '연애'로 해석된다면 이는 이성애중심적인 편견에 기초한 것인데, 이성 간에만 연애가 가능하고 이성 간의 관계에서는 연애만이 가능하다는 전제가 되어 있기 때문이다.

'풍기 문란' 역시 모호한 말임은 당연하다. 학생의 언행을 규제하는 학칙 및 벌점규정이 교사의 자의적 판단에 의해 적용되는 현실에서 모호한 규칙은 권리침해 소지를 키우고 불공정하게 적용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울산 ㄱ고등학교의 학칙 내용 일부이다.
 울산 ㄱ고등학교의 학칙 내용 일부이다.
ⓒ 청소년신문 요즘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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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옹, 입맞춤이 '불건전한 이성교제'?

한편 그 '불건전한 이성교제'의 내용을 특정 행위로 구체화하여 서술한 학칙도 있다. 위는 울산 ㄱ고등학교의 학칙 내용이다. "포옹, 입맞춤, 무릎위에 앉기" 등을 하면 벌점을 받고 반성문을 쓰도록 하고 있다. 포옹과 입맞춤 등 스킨십을 하면 '불건전'하다는 것이다. 사전적 의미대로 '건전하다'를 탈이 없고 건강한 상태,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위태롭지 않은 상태를 의미한다고 생각해보면 상호 자발에 의한 포옹이나 입맞춤이 왜 건강하지 못하고 한쪽으로 치우쳐 위태로운 것인지 이해하기 어렵다.

우리 사회는 정상적인 성과 비정상적인 성을 나누고 비정상적인 성에 대한 억압과 처벌을 가한다. 특히 청소년의 성은 비정상적인 성으로 취급되어 건강하지 못한 것, 위태로운 것, 잘못된 것으로 여겨져 자연스럽고 자발적인, 누구에게도 해가 되지 않는 행동이 처벌되기도 한다. 한 사회에서 어떤 집단이 어떻게 대우받는지를 분석할 때 그 집단의 성이 어떻게 취급되는가는 중요한 판단 근거가 된다. 청소년의 성에 대한 낙인과 처벌은 이 사회에서 청소년이 소수자의 위치임을 드러낸다.

한편 청소년을 자발적 행위가 가능하고 그럴 권리가 있는 주체로 보지 않는 우리 사회에서, 청소년의 성은 '비행' 아니면 '피해'라는 이분법적 프레임으로 해석되는 경우가 잦다. 청소년은 때론 성적자기결정'권'을, 때론 성적자기결정'능력'을 부정당하는데, 성적자기결정권을 부정당한 결과 그 성은 비행이 되고 성적자기결정능력을 부정당한 결과 그 성은 피해가 된다.

성과 관련하여 청소년이 비행청소년으로 취급당하지 않으려면 스스로가 피해자임을 입증해야 하는 것이다. 물론 타인의 성적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성폭력은 잘못된 행동이라는 점에서 누구에게나 비행이고, 성폭력 피해는 누구에게나 피해이다. 하지만 누군가의 성 자체가 비행 혹은 피해 두 가지로만 해석되고 그에 따른 처벌이나 낙인이 주어진다면 이것 자체로 또한 당사자의 성적자기결정권에 대한 침해일 것이다.

성폭력을 정조나 순결에 대한 침해가 아닌 성적자기결정권과 성적 자유에 대한 침해로 이해하는 사회적 인식과 더불어, 사회적 처벌과 낙인을 통해 청소년을 비롯한 사회적 소수자의 성적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것에 대한 경각심도 필요하다. (필자가 쓴 다른 기사, 청소년신문 <요즘것들> "여전히, 학교는 연애탄압중"에서 인용)

청소년은 성적인 행위를 할 수 있는 '권리'가 있는 주체다.
 청소년은 성적인 행위를 할 수 있는 '권리'가 있는 주체다.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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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많은 학교에서 학생의 연애 및 인간관계를 규제, 처벌하고 있고, 위에서 살펴본 사례와 같은 학칙 및 학교의 관행으로 인해 여전히 처벌과 낙인, 자유의 침해와 학습권 박탈을 경험하는 청소년들이 여전히 존재한다는 점에서 이 문제는 현재진행형이다.

하지만 청소년들이 성적자기결정권을 침해받는 것은 학교에서만이 아니다. 제대로 된 실태조사가 없어 얼마나 많은 가정폭력과 아동학대가 청소년의 성적 실천에 대한 처벌로 일어나는지 현황을 파악하기 어렵지만, 가정에서의 (특히 여성) 청소년에 대한 성 통제는 심각한 수준이다.

이 글을 쓰기 위해 수집한 사례 중에는 만 16세 고등학생이 성인인 애인과 성관계를 했다는 이유로 부모에게 폭행당하고, 강제로 병원에 끌려가고, 부모의 의사에 의해 자퇴를 '당한' 뒤 집안에만 갇혀 살다가 해외로 조기유학을 '보내졌'다는 사례가 있었다.

수집한 다른 사례에서는 고등학교에서 연애하는 학생 두 명의 부모를 학교로 불러 당사자 학생들로 하여금 연애를 끝내게끔 종용했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실제로 학교와 부모가 한 편이 되어 청소년의 성을 비롯한 생활을 통제하는 일은 종종 있는 일이다. 성정체성이 알려지고 난 후로 부모에게 학대를 당하거나 강제로 정신과 병원에 보내졌다는 청소년의 이야기는 성소수자 커뮤니티에서 흔히 공유되는 경험담이다.

2016년 국가인권위에서 진행한 "학교생활에서 학생의 인권보장 실태조사"에 따르면, 학생의 이성교제를 학교가 규제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는 학부모가 전체 대비 33.8%밖에 되지 않았으며, 이는 학생과 교사 집단보다 더 낮은 비율이었다. 자녀에 대해, 자신의 생각과 다른 선택을 할 수 있는 독립된 인격체로 존중하는 태도가 학부모 집단에게 필요한 부분이다. 

덧붙이는 글 | 강민진(쥬리)씨는 '십대섹슈얼리티인권모임' 활동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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