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그냥 '2'가 아니라 'VOL.2'다. 리믹스나 컴필레이션 등 프로젝트 시리즈 음반 명 뒤에 붙는 바로 그 '볼륨' 말이다. 그렇다고 뮤지컬 영화라고 하기엔 극 중 누구도 노래를 부르지 않는다. 다만 모든 시퀀스를 아우르며 1970~1980년대 스타일의 엄선된 팝 넘버들이 플레이될 따름이다.

단언컨대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 2>는 지금껏 가장 '쿨'한 '스페이스 오페라'(Space Opera, 광활한 우주에서의 활극을 다룬 작품) 영화다. 가늠하기도 어려울 정도로 방대한 우주는 전작의 스케일 그 이상이고, 주인공들이 맞서는 적 또한 더할 나위 없이 강력하다.

이 모든 요소의 중심에 음악이 있다. 스타로드(크리스 프랫 분) 일행이 사사건건 어이없는 농담을 주고받을 때도, 수백 대의 우주선에 쫓기는 긴박한 상황에도 어깨를 들썩일 수밖에 없는 음악들이 울려 퍼진다. OST가 단순히 BGM 수준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엔진'이 되어 영화를 이끈다. 폭죽처럼 터져 오르는 스펙타클한 장면 장면들은 차라리 음악을 시각화한 오디오 스펙트럼 영상처럼 여겨질 정도다. 전작이 어린 스타로드에게 어머니가 선물한 '리믹스 테이프'였다면, 이 영화를 두고 '홀로서기에 나선 스타로드의 대서사시 오페라'라고 할 수 있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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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중심이 되는 건 스타로드와 그의 '두'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다. 소버린 행성의 여사제 아이샤에게 쫓기던 일행 앞에 돌연 스타로드의 친아버지 에고(커트 러셀 분)가 나타난다. 이 와중에 스타로드가 배신한 우주 해적단 라버저스의 수장 욘두(마이클 루커 분)도 스타로드를 찾아 나선다. 스타로드는 에고를 따라 향한 행성에서 그의 초인적 능력을 확인하고, 자신에게도 남다른 능력이 있음을 알게 된다. 어린 시절부터 자신을 길러준 욘두, 그리고 지구를 떠난 지 이십여 년 만에 처음 나타난 아버지 에고까지. 영화는 각각 '정서적 아버지'와 '생물학적 아버지'인 두 사람 사이에서 스타로드가 점점 진실에 가까워지는 과정을 다룬다.

전작에 이어 서사를 견인하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멤버들의 합은 여전하다. 가볍다 못해 다분히 만화적인 캐릭터들은 내내 티격태격하며 유쾌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비극적인 상황 속에서도 비집고 나오는 농담과 슬랩스틱 코미디에 가까운 코믹 신들도 명불허전이다. 특히 "아임 그루트"란 대사 하나로 자신을 각인시켰던 그루트는 작고 귀여운 '베이비 그루트'가 되어 또 한 번 신스틸러 역할을 톡톡히 한다. 엉뚱하지만 사랑스러운 매력의 그는 멤버 사이를 잇는 촉매이자 작은 조력자로서 탁월하다. "너무 귀여워서 죽일 수가 없다"는 극 중 악당의 대사는 이런 그루트를 한마디로 정의하는 말이기도 하다.

캐릭터 각자의 내면 깊숙한 곳까지 조명하며 이들의 성장과 변화를 그려낸 점은 전작에 없었던 영화의 큰 수확이다. 어린 시절부터 욘두에게 시달려 온 스타로드, 누구에게나 퉁명스럽기만 한 로켓, 동생 네뷸라와 감정의 골이 깊은 가모라까지. 과거의 상처를 내보이며 서로 더욱 가까워지고 위안을 주고받는 전개는 퍽 감동적이다. 여기에 스타로드와 가모라 간에 은근히 엿보이는 호감, 드랙스(데이브 바티스타 분)와 에고의 조수 맨티스 사이의 로맨스에서는 그 풋풋한 광경에 절로 웃음이 지어진다. 특히 더듬이가 달린 천진난만한 얼굴의 맨티스는 타인의 마음을 읽는 특유의 능력과 더불어 인상적으로 남는다. 맨티스 역을 맡은 배우 폼 클레멘티에프는 한국계 프랑스인이란 점에서 더욱 친근하게 다가온다. 오는 5월 3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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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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