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30일 경남 창원시 마산회원구 마산야구장에서 열린 2017년 프로야구 KBO 리그 기아 타이거즈와 NC 다이노스의 경기. 8회 초 2사 만루 상황 기아 9번 서동욱이 3타점 2루타를 치고 있다.

지난 5월 30일 경남 창원시 마산회원구 마산야구장에서 열린 2017년 프로야구 KBO 리그 기아 타이거즈와 NC 다이노스의 경기. 8회 초 2사 만루 상황 기아 9번 서동욱이 3타점 2루타를 치고 있다. ⓒ 연합뉴스


선두 KIA가 삼성의 5연승을 저지하며 3연전의 마지막 경기를 승리로 장식했다.

김기태 감독이 이끄는 KIA 타이거즈는 지난 4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 삼성 라이온즈와의 원정경기에서 13-3으로 대승을 거뒀다. KIA의 선발 정용운은 5이닝 2피안타5볼넷2실점으로 2009년 프로 데뷔 후 9년 만에 첫 승을 거뒀다. 외국인 선수 로저 버나디나는 1회 시즌 8번째 홈런을 터트렸고 이명기는 5안타 경기를 펼쳤다.

사실 이날 KIA는 가용할 수 있는 투수 자원이 정용운을 포함해 단 4명에 불과했다. 하지만 KIA 타자들은 장단 18안타를 몰아치며 넉넉한 득점 지원을 해줬고 김기태 감독은 계획대로 4명의 투수만 투입하며 9이닝을 막을 수 있었다. 특히 KIA가 자랑하는 프로 15년 차의 유틸리티 플레이어 서동욱은 1회부터 5회까지 3연타석 장타를 터트리며 시즌 첫 선발 등판을 한 정용운의 어깨를 가볍게 만들어 줬다.

가방에 포수 미트까지 챙기는 리그 최고의 유틸리티 플레이어

서울 출신의 서동욱은 경기고 시절부터 장타력을 갖춘 거포 유격수로 이름을 날렸다. 서동욱은 2003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2차 1라운드(전체 4순위)로 KIA에 지명됐는데 윤규진(한화 이글스), 이대형(kt 위즈), 우규민(삼성)보다 높은 순번으로 지명 받았다. 그만큼 당시 서동욱은KBO리그 전체에서도 큰 주목을 받는 대형 유망주였다.

서동욱은 프로 입단 후 3년 동안 1군에서 112경기에 출전하며 착실히 성장해 나갔지만 2005 시즌이 끝난 후 마해영과 장문석 등이 포함된 3:2트레이드를 통해 LG트윈스로 이적했다. 이적 후 곧바로 상무에 입대해 군복무를 마친 서동욱은 2008년9월25일 SK와이번스전에서 좌우 연타석 홈런이라는 진기록을 세웠다. 하지만 전역 후 3년 동안 43경기 출전에 그치며 큰 인상을 남기진 못했다.

2011 시즌 내, 외야를 오가며 무려 5개 포지션을 돌아다닌 서동욱은 그 해 타율 .267 7홈런37타점42득점으로 유틸리티 플레이어로서 준수한 성적을 올렸다. 하지만 2012년 다시 타율 .216 17타점으로 성적이 하락했고 2013년 최경철과의 트레이드를 통해 넥센 히어로즈로 이적했다. 서동욱은 이적 첫 해 서건창의 부상을 틈타 104경기에서 타율 .261 6홈런을 기록하며 3번째 팀에서도 무난히 적응하는 듯했다.

하지만 넥센은 서건창이 부상에서 돌아오면서 1루에 박병호(미네소타 트윈스), 2루에 서건창, 3루에 김민성, 외야에 유한준(kt 위즈), 고종욱 등이 붙박이로 자리 잡았다. 서동욱은 백업 경쟁에서도 빠른 발을 가진 김지수나 파워가 있는 윤석민과 비교해 우위를 점하지 못했다. 결국 KBO리그에서 가장 다재다능한 멀티 플레이어였던 서동욱은 가을야구 단골손님으로 성장한 넥센에서 '잉여전력'이 되고 말았다.

이를 안타깝게 여긴 넥센의 이장석 대표는 기회 부여 차원에서 작년 4월 서동욱을 조건없이 KIA로 트레이드시켰다. 돌고 돌아 11년 만에 친정팀으로 복귀한 서동욱은 KIA의 주전 2루수로 활약하며 타율 .292 120안타 16홈런67타점으로 프로 데뷔 14년 만에 최고의 성적을 올렸다. 작년 시즌 허약하던 KIA의 내야에 서동욱이 없었다면 와일드카드 결정전 진출은 꿈도 꾸기 힘들었을 것이다.

후배의 프로 데뷔 첫 승을 도운 알토란 같은 3개의 장타

작년 시즌 5800만원의 연봉을 받고 가격대비(?) 최고의 효율을 발휘했던 서동욱은 올 시즌 158%가 인상된 1억5000만원에 연봉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올 시즌 서동욱의 팀 내 입지는 더욱 좁아지고 말았다. '꼬꼬마 키스톤 콤비' 김선빈과 안치홍이 군복무를 마쳤고  FA시장에서 리그 최고의 타자 최형우를 영입했기 때문이다. 그나마 김주형과 함께 1루 경쟁에 뛰어 들었지만 기존 좌익수였던 김주찬이 1루수로 변신한다면 서동욱은 졸지에 자리를 잃게 된다.

하지만 역시 준비된 자에게 기회는 찾아오는 법이다. 백업으로 시즌을 출발했던 서동욱은 김주찬과 김주형의 잇따른 부진으로 KIA의 주전 1루수 자리를 차지하는 데 성공했다. 4월 한 달 동안 타율 .250 7타점으로 기대에 미치지 못했던 서동욱은 5월 7일 롯데 자이언츠전에서 장시환을 상대로 결승 홈런을 터트리며 감을 찾았다.

결국 서동욱은 5월 한 달 동안 타율 .311 19안타1홈런11타점을 기록하며 타율을 .280까지 끌어 올렸다. 사실 최형우, 안치홍, 나지완 등 강타자들이 즐비한 KIA 타선에서 서동욱의 활약은 썩 돋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김주찬이 1군 엔트리에서 빠진 지금 서동욱의 존재는 KIA에게 큰 힘이 되고 있다. 그리고 올 시즌 화려하진 않지만 꾸준한 활약을 이어가던 서동욱은 4일 삼성전에서 올 시즌 최고의 타격감을 과시했다.

1회 첫 타석부터 이명기를 홈으로 불러 들이는 좌익선상 2루타를 터트린 서동욱은 4회 삼성 라이온즈파크의 우중간 가장 먼 펜스를 때리는 3루타를 때렸고 신종길의 적시타 때 득점을 추가했다. 서동욱은 5회 3번째 타석에서도 좌익선상 2루타로 세 타석 연속 장타를 터트렸다. 서동욱이 안타로 출루한 이닝에서 KIA는 모두 득점을 올렸고 3안타를 추가한 서동욱의 시즌 타율은 .287까지 올라갔다.

올 시즌엔 주전 1루수로 출전하고 있지만 6억 원의 연봉을 받는 김주찬이 슬럼프에서 벗어난다면 서동욱은 다시 주전 자리를 잃게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부상 같은 변수가 발생하지 않는 한 서동욱이 1군에서 제외되는 일은 좀처럼 생기지 않을 것이다. 탄탄한 주전에 비해 백업이 다소 약한 KIA에서 투수를 제외한 모든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슈퍼 유틸리티' 서동욱의 존재는 매우 귀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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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KIA 타이거즈 서동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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