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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전구매하기] '백발의 거리 투사' 백기완 선생님과 '길 위의 신부' 문정현 신부님이 공동 저자로 나서서 <두 어른>이란 책을 만들고 있습니다. 이 책 수익금은 비정규노동자들이 '꿀잠'을 잘 수 있는 쉼터를 만드는 데 보탭니다. 사전 구매하실 분은 기사 하단의 링크를 클릭하시면 됩니다. [편집자말]
아스팔트 위에서 낮을 견디다 거리에서 밤을 지새던 노동자들. 이들을 위한 쉼터가 생겼다. 비정규노동자의 쉼터 '꿀잠'이다.
 아스팔트 위에서 낮을 견디다 거리에서 밤을 지새던 노동자들. 이들을 위한 쉼터가 생겼다. 비정규노동자의 쉼터 '꿀잠'이다.
ⓒ 신유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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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지하철 영등포역 1번 출구에서 길을 건너면 '다정한 골목'이라는 마을공동체가 나온다. 벽화가 그려진 골목을 나오면 영등포 공원이다. 어린이 놀이터와 인조 잔디구장을 빠져나오면 왕복 4차선 도로다. 큰 길을 건너자마자 골목으로 들어서면 '행복한 빈대떡집' 간판이 보인다. 배가 출출하다면 천원으로 찹쌀 도너츠 10개를 살 수 있는 가게도 있다.

간판은 '마당 생고기 정육점'이지만, 보일러 수리 가게인 곳도 있다. "치킨 두 마리 17,000원"이라고 적힌 곳을 지나 언덕을 오르면 팩스, 국제전화를 할 수 있는 '한중 식품'이 나온다. 여기서도 허기진 배를 채울 저녁 찬거리를 살 수 있다. 그 바로 옆쪽, 외벽 창틀이 이색적인 4층 벽돌 건물이 목적지다. 오는 길을 길게 설명했지만, 역에서 걸어 10여 분 거리다.

비정규노동자들의 쉼터 '꿀잠'이 지난 19일 문을 열었다. 거리에서 풍찬노숙 하는 비정규노동자들의 지붕이 생겼다. 찜질방 주인의 눈치를 봐 가면서 손빨래를 하던 노동자들에게 세탁기가 생겼다. 이젠 더 이상 화장실에서 씻다가 수모를 당하지 않아도 된다. '꿀잠'을 가면 된다. 서울 지하철 1호선 영등포역을 이용하지 않는다면, 서울 영등포구 도신로 51길 7-13으로 가면 된다.

땀과 꿀로 지은 집

꿀잠꾸러기 1000여 명이 비정규노동자의 쉼터 ‘꿀잠’을 짓느라 100여 일간 구슬땀을 흘렸다.
 꿀잠꾸러기 1000여 명이 비정규노동자의 쉼터 ‘꿀잠’을 짓느라 100여 일간 구슬땀을 흘렸다.
ⓒ 신유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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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벌을 자처한 이들이 있다. ‘꿀잠’을 지으려 십시일반 마음을 보탠 이들이다. 지금까지 약 2000여 ‘꿀벌’의 힘으로 비정규노동자의 쉼터가 지어졌다.
 꿀벌을 자처한 이들이 있다. ‘꿀잠’을 지으려 십시일반 마음을 보탠 이들이다. 지금까지 약 2000여 ‘꿀벌’의 힘으로 비정규노동자의 쉼터가 지어졌다.
ⓒ 신유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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땀으로 지은 집이다. 조현철 신부(꿀잠 이사장)와 변호사, 인권-문화연대 활동가들은 낡은 벽지를 뜯어내고 재활용 문짝에 페인트 칠을 했다. 미장 노동자는 미술학과 교수가 만든 예술용 타일을 화장실에 붙였다. 용접 노동자는 든든한 철제 난간을 만들었다. 송경동 시인은 매일 전화통을 붙잡고 후원을 요청하는 '텔레마케터'였다.

서울 지하철 해고노동자로 12년 지내다가 5년 전에 복직한 황철우(꿀잠 집행위원장)씨는 꿀잠 종잣돈 3000만 원을 낸 데 이어 연차를 다 써가면서 한달 보름 동안 이곳에 '자봉(자원봉사)'으로 출근했다.

박점규 비정규직없는세상만들기 집행위원, 406일간 고공농성을 했던 차광호 파인텍(옛 스타케미칼) 조합원, 콜트콜텍 노동자, 기륭전자-동양시멘트 비정규노동자, 윤충렬 쌍용차 해고노동자... 수많은 노동자와 활동가들이 땀을 흘렸다. 

100여 일간의 리모델링 공사에 1000여 명의 꿀잠꾸러기가 참여해 집을 꾸몄다. 꿀잠꾸러기는 집을 손보는 데 재능기부한 자원봉사자를 가리키는 현장 용어다. 건축가와 예술가, 시민단체 활동가, 대학생, 일반 시민이 '꿀잠'을 닦고 고치고 기름칠했다.

꿀로 세운 집이기도 하다. 약 2년여간 2000여 명이 7억 6000만 원 가량을 기부했다. 집을 지으려 스스로 꿀벌이 된 이들이다. 달달한 꿈에 십시일반 마음을 보탠 거다.

4층 강화마루는 한 추모사업회가 기증했다. 지하 강당의 비싼 음향장비는 '음향 자유'에서 주었다. 빨래방의 대형 세탁기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한인 식당을 하는 '잠수함'(닉네임)이 쾌척했다. 60여 평 대지에 세운 꿀잠 건축가는 광화문 세월호 농성장을 설계한 정기황씨다. 

기부자는 마당 한 귀퉁이 벽면에서 자신의 이름을 찾을 수 있다.

"이렇게 주인이 많은 집은 처음이다."

'꿀잠'을 설계한 정기황씨의 말했다. 정부지원으로 지어진 집이 아니다. 노동자, 시민들의 자발적 모금으로 세워진 집이다. 판에 박힌 데칼코마니 구조도 아니다. 수많은 집주인의 뜻에 따라 특별하게 만들어졌다. 지하 1층, 지상 4층, 옥상까지 곳곳에서 집주인의 요구사항을 확인할 수 있다.

비정규노동자의 집 꿀잠 안내도
 비정규노동자의 집 꿀잠 안내도
ⓒ 꿀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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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층은 카페 꿀잠과 쉼터 잠콜이다. 카페는 공용식당으로 운영되며, 아침과 점심, 저녁식사가 자율배식으로 이뤄진다. 쉼터 이용자, 비정규, 민중 활동가는 누구든 식당에서 식사할 수 있다.

잠콜은 장애인 쉼터다. 이 공간은 장애인의 이용을 최우선으로 하며, 이동이 제한적인 이들도 사용할 수 있다. 다만, 사용 수칙은 논의해 마련할 예정이다. 이처럼 카페와 쉼터가 있는 1층에는 빨래방도 구비돼 있다.

4층은 쉼터다. 이곳에는 '단잠(4인), 온잠(4인), 굳잠(5)'이란 방이 있다. 방별로 냉난방이 가능하며, 샤워실 '멱'에선 5명이 동시에 씻을 수 있다. 4층은 금연공간이며, 취식도 불가능하다.

입실은 오후 7시를 기본으로 하되, 농성이나 기타 투쟁일정 등에 달라질 경우 사무국에 연락하면, 조율이 가능하다. 비정규 및 해고노동자, 투쟁하는 노동자, 비정규활동가는 무료로 사용할 수 있으나 이외 이용자들은 소정의 연대기금을 지불해야 한다. 현재 2~3층은 임대중이다.

옥상은 '쉼터 푹잠'과 '옥상정원 꽃밭'이 있다. '푹잠'은 4~5인이 숙박할 수 있으며, 여성들을 위한 공간이다. 4층과 마찬가지로 샤워시설과 세탁기, 냉장고가 구비되어 있다. 다만, 여성 숙박인원이 많을 경우 4층과 바꿀 수도 있다.

옥상정원 '꽃밭'은 사계절 꽃을 감상할 수 있는 공간이다. 기부자가 멀리서 직접 자동차에 꽃과 상자를 싣고 와 구슬땀을 흘리며 만들었다. 근방에서 가장 높은 건물이기에 의자에 앉아 노을 등 전망을 구경하기 좋다.

지하는 전시공간 '땀'과 문화교육공간 '판'이 있는 복합공간이다. '땀'은 비정규 및 노동운동 과 관련된 전시가 이어지며, '판'은 음향장비, 빔로프젝트 등이 구비돼 있어 각종 문화교육이 가능하다. 수용인원은 50명이며, 공간 사용료도 무료다.

작은 '티끌'이 더 필요하다



"일을 하는 시간보다 공구 찾으러 다니는 시간이 더 많았다. 기부물품으로 공사를 하다 보니 벽면마다 타일 색깔이 다르다. 하하"(김경봉 콜트콜택 해고노동자)

"꿀잠꾸러기들이 공구만 없어지면 나를 찾아 막상 내 일을 못했다. 열심히 문짝을 3~4일 사포질했는데, 전문가가 오더니 왜 했냐고 하더라. 멘붕이었다."(유흥희 기륭전자 분회장)

꿀잠꾸러기들이 내놓은 에피소드다. 웃음 뒤에 슬픔이 있다. 요샛말로 '웃픈' 사연이다.

사실, 꿀잠은 '빚'을 졌다. 집을 사고 리모델링 하느라 3억 원가량을 대출했다. 2년간 모인 7억 6000만 원으론 집다운 집을 마련하기 어려웠다.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전문가가 공사를 하면 2개월이면 '뚝딱'할 일을 꿀잠꾸러기가 100여 일간 더디게 한 것도 '재정' 때문이다. 돈을 아끼려 직접 팔을 걷어 부친 거다.

그래서다. '꿀잠'엔 아직 사람들의 사랑과 연대가 필요하다. 여름방학 외갓집 같은 비정규노동자의 집을 운영하기 위해선 '티끌'이 필요하다. 애당초 비정규노동자의 집을 짓는다고 할 때도 꿈과 현실은 다르다는 이들이 많았다. 하지만 꿈은 이뤄졌다. 이젠, 기적을 만드는 일만 남았다.  

방법은 간단하다. 다음 스토리펀딩 <두 어른>을 통해 가능하다. '백발의 거리 투사' 백기완 선생님과 '길 위의 신부' 문정현 신부님이 거리의 삶을 살아오면서 벼리고 벼린 삶의 정수가 담긴 책을 선물한다.

대담집 <두 어른>의 사전판매(1쇄) 전액은 꿀잠 기금에 보태 빚을 갚는 데 사용된다.

<두 어른> 표지 이미지
 <두 어른> 표지 이미지
ⓒ 오마이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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