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토록 불타오른 이적 시장은 없었다. 브라질의 상징 네이마르가 바르셀로나를 떠나 파리 생제르맹(이하 PSG)으로 향했다. 이적료 2억 2200만 유로(한화 약 2956억 원)를 기록하며, 세계 축구 역사를 새롭게 썼다. 로멜루 루카쿠가 8470만 유로(약 1140억 원)에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로 향했고, 알바로 모라타가 6000만 파운드(약 877억 원)에 첼시로 합류했다.

26일(이하 한국 시각), 바르셀로나가 네이마르의 대체자를 영입하는 데 성공했다. 20세 어린 나이에 독일 분데스리가 최고의 윙어로 성장한 오스만 뎀벨레가 주인공이다. 바르셀로나는 구단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기본금 1억 500만 유로(약 1395억 원)에 옵션이 더해졌고, 바이아웃 4억 유로(약 5322억 원)에 이적이 확정됐다고 밝혔다.   

아직 끝나지 않았다. '제2의 앙리'로 불리는 킬리안 음바페가 만족을 모르는 PSG 이적을 앞두고 있다. 18세 소년에게 투입되는 이적료가 무려 1억 4000만 유로(약 1863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이적 시장 마감이 6일여 앞으로 다가왔지만, 눈을 뗄 수 없는 이유다.

시장 마감 임박, 이청용·이승우 등 태극전사 소식은 없습니까

그 어느 때보다 활발한 이적 시장이지만, 갈 길을 잃은 태극전사들의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세계 축구 역사에 길이 남을 거액의 이적료를 기대하는 것이 아님에도 유럽파의 행보는 지지부진하다. 시장 마감 시한이 다가오면서, 불안감이 점차 커지고 있다.

유럽파 태극전사 중 이적이 절실한 이는 한 둘이 아니다. 울리 슈틸리케 전 감독 시절, 한국 축구의 최전방을 책임질 것으로 기대를 모은 석현준, J리그와 스위스 리그를 거쳐 독일 분데스리가 성공 신화를 써낸 박주호, 매 시즌 희망 고문에 시달리는 이청용, 프로 데뷔가 절실한 이승우 등 소중한 자원들이 시간을 허비할 위기에 놓였다.

석현준은 네덜란드와 포르투갈, 사우디아라비아, 터키, 헝가리 등 수많은 리그를 거친 대표적인 저니맨이다. 지난 2016년 1월, 비토리아 FC(포르투갈)에서 인상적인 활약상(13골)을 발판으로 '명문' FC 포르투로 이적했지만, 자리를 잡지 못했다. 터키와 헝가리로 임대를 떠나며 반전을 노렸지만, 결과가 신통치 않았다.

원소속팀 포르투로 돌아와 이적을 모색했지만, 여의치가 않다. 포르투갈과 프랑스 언론을 통해 프랑스 리그앙 소속 트루아 이적설(임대)이 불거졌지만, 진전은 없다. 오히려 포르투에서 경쟁을 택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불안감과 아쉬움이 커졌다. 빈센트 아부바카(3경기 4골)와 무사 마레가(3경기 2골) 등이 맹활약하는 공격진에 석현준의 자리는 없기 때문이다.

박주호는 어느덧 3시즌째 뛰지 못할 위기에 놓였다. 좌측 풀백과 수비형 미드필더를 오가며 핵심 전력으로 인정받던 마인츠 05를 탈출한 것이 최악의 수가 되고 말았다. '강호' 보루시아 도르트문트에는 박주호의 자리가 없다. 2015·2016시즌에는 9경기(리그+유로파리그)에 모습을 드러냈고, 지난 시즌에는 2경기에서 65분을 뛰는 데 그쳤다. 한 달이 아닌, 한 시즌에 65분을 뛰었다.

지난 시즌 아약스의 UEFA(유럽축구연맹) 유로파리그 준우승을 이끈 피터 보츠 감독이 새롭게 부임했지만, 달라진 것은 없다. 박주호는 프리시즌 아시아 투어 명단서도 제외됐고, 4부 리그에 속한 2군 팀에서 외롭게 몸을 만들었다. AEK 아테네(그리스)와 이탈리아 클럽들이 박주호에게 관심을 드러냈다는 독일 언론의 보도가 있었지만, '설'에 그친 모양새다.   

한국 팬들이 가장 아쉬워하는 선수는 이청용이다. 2015년 겨울 이적 시장 마감 직전, 챔피언십(잉글랜드 2부 리그)을 떠나 EPL로 복귀했지만, 부활은 없었다. 비중이 적은 컵대회 전력이고, 리그에서는 얼굴을 보기 어렵다. 2014·2015시즌(후반기) 3경기(91분), 2015·2016시즌 13경기(선발 4), 2016·2017시즌 15경기(선발 4)가 이청용의 현실을 대변한다.

크리스탈 팰리스에서 2시즌 반을 자리했지만, 1골 1도움이 기록의 전부다. 올 시즌을 앞두고 프리시즌 참여 기회가 있었지만, 그마저도 부상이 빼앗아갔다. 지난 23일, 입스위치 타운(2부 리그)과 EFL컵 맞대결에 모습을 드러냈지만, 선발이 아닌 교체 출전이었다. 윌프레드 자하와 코너 위컴 등 경쟁자들이 부상으로 빠진 가운데서도 리그 출전이 불가능에 가깝고, 컵대회에서도 선발 출전이 어려워졌다.

바르셀로나 유망주로 주목받았던 3인방 중 2명이 팀을 떠났다. 장결희가 아스테라스 트리폴리스 FC(그리스)와 프로 계약에 성공했고, '절친' 백승호도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소속 지로나 FC로 이적했다. 바늘구멍 뚫기보다 어려운 바르셀로나 경쟁보다는 안정적인 출전을 보장하는 팀에서 성장하는 것을 택했다.

이승우의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이승우는 'FIFA(국제축구연맹) U-20 월드컵 코리아 2017'에서 자신의 재능을 충분히 드러냈다. 최다 우승국 아르헨티나전에서 터뜨린 득점은 한국 축구 역사에서 손꼽힐 만한 멋진 골이었다. 도르트문트와 샬케 04 등 유럽 다수 클럽이 그에게 관심을 드러냈고, 본인도 '뛸 수 있는 팀'으로 이적을 공헌했던 터라 기대가 컸다.

깜깜무소식이다. 이승우는 이적을 원하고 있지만, 바르셀로나는 재계약 후 임대를 요구하는 모양새다. 양 측 간의 견해차가 크고, 시간은 촉박하다. 이탈리아 세리에 A 소속 엘라스 베로나가 이승우를 원한다는 보도가 끊이지 않지만, 우리가 원하는 소식은 아직이다.

알렉시스 산체스와 같은 세계적인 선수도 이적에 어려움을 겪는다. '날 좀 데려가시오'라며 내세울 수 있는 것이 적은 경우, 이적은 훨씬 더 힘들다. 계약 기간이 만료되거나 해지를 하지 않는 이상 적정 수준의 이적료가 필요하고, 선수와 구단 간의 세부적인 계약 내용에도 합의가 이루어져야 한다.  

그럼에도 중요한 것은 뛰어야 한다는 사실이다. 국가대표팀 핵심 전력으로 평가받았던 석현준과 박주호, 이청용은 물론이고, 프로 데뷔를 앞둔 이승우도 마찬가지다. 축구 선수는 그라운드 위에 나설 수 있어야 지금보다 발전된 내일을 기대할 수 있다. 경기에 나서지 못하는 선수는 퇴보를 피할 수 없다.

수천억이 오가고, 새로운 축구사가 쓰이는 상황에 눈을 뗄 수 없었다. 그러나 올여름 이적 시장 마감이 일주일도 채 남지 시점까지 우리가 원하는 소식은 들려오지 않았다. 자리를 잡지 못한 태극전사들이 뛸 수 있는 팀으로 이적하는 것. 꿈을 향해 나아가는 태극전사들의 모습이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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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극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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