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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전구매하기] '백발의 거리 투사' 백기완 선생님과 '길 위의 신부' 문정현 신부님이 공동 저자로 나서서 <두 어른>이란 책을 만들고 있습니다. 이 책 수익금은 비정규노동자들이 '꿀잠'을 잘 수 있는 쉼터를 만드는 데 보탭니다. 사전 구매하실 분은 기사 하단의 링크를 클릭하시면 됩니다. [편집자말]
아코디언을 연주하고 있는 문정현 신부
 아코디언을 연주하고 있는 문정현 신부
ⓒ 노순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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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를 부른다. 지그시 감은 두 눈에는 눈물이 흐른다. 하얀 머리카락이 바람에 흩날린다. 하얀 수염이 눈발에 얼어버렸다. 뜨거웠던 여름은 어느덧 몸을 움츠리게 만드는 찬바람으로 바뀌었다. 움츠러든 몸뚱어리는 펴지지 않는다. 오그라드는 살가죽은 세월의 흔적을 남긴다. 깊게 팬 주름이 시리도록 아름답다. 다시, 노래를 흥얼거린다.

연분홍 치마가 봄바람에 휘날리더라/ 오늘도 옷고름 씹어가며/ 산새들 넘나드는 성황당 길에/ 꽃이 피면 같이 웃고, 꽃이 지면 같이 울던/ 알뜰한 그 맹세에 봄날은 간다

새파란 풀잎이 물에 떠서 흘러가더라/ 오늘도 꽃 편지 내던지며/ 청노새 짤랑대는 역마차 길에/ 별이 뜨면 서로 웃고, 별이 지면 서로 울던/ 실없는 그 기약에 봄날은 간다

열아홉 시절은 황혼 속에 슬퍼지더라/ 오늘도 앙가슴 두드리며/ 뜬구름 흘러가는 신작로 길에/ 새가 날면 따라 웃고, 새가 울면 따라 울던/ 얄궂은 그 노래에 봄날은 간다

노래 <봄날은 간다>다.

한국전쟁 시절, 따뜻한 날의 아름다움이 역설적으로 슬프게 보였던 봄날의 풍경이다. 백기완 선생님은 이 노래를 즐겨 부른다. 역사의 시간마다 이 땅의 버림받은 사람들의 현장에서 치열하게 싸우는 모습이 역설적으로 아름다워 보였나 보다. 지그시 눈물을 보이며 한 구절 한 구절 읊어 내려가는 가락에는 속 깊은 슬픔이 서려 있다. 혁명을 꿈꾸는 모든 이들의 모습은 처절하게도 아름답다.

부용산 오리 길에 잔디만 푸르러 푸르러/ 솔밭사이 사이로 회오리 바람타고/ 간다는 말 한마디 없이 너는 가고 말았구나/ 피어나지 못한 채 병든 장미는 시들어지고/ 부용산 산 봉오리에 하늘만 푸르러 푸르러

그리움 강이 되어 내 가슴 맴돌아 흐르고/ 재를 넘는 석양은 저만치 홀로 섰네/ 백합일시 그 향기롭던 너의 꿈은 간데없고/ 돌아서지 못한 채 나 홀로 예서 있으니/ 부용산 저 멀리엔 하늘만 푸르러 푸르러

죽은 동생을 기억하며 만들었다는 슬픈 노래 <부용산>이다.

아주 오래전에 만들어진 이 노래는 6.25 전쟁 그리고 광주 5.18민주화운동 당시 죽은 이들의 넋을 위로하며 많은 사람들이 부르기 시작했다. 문정현 신부님은 이 노래를 즐겨 부른다. 군사기지를 만들겠다고 마을을 파괴하고 주민들을 쫓아내던 평택 대추리, 제주 강정 그리고 개발이익에 눈먼 자들이 부른 '용산참사' 등의 현장에서 구슬프게 불러주던 노래다. 울부짖음은 마을 곳곳에 흐드러지게 울려 퍼졌다.

묏비니라와 평화가 무엇이냐

백발의 투사 백기완 선생님은 '연분홍 치마'로 시작하는 <봄날은 간다>를 즐겨 부른다.
 백발의 투사 백기완 선생님은 '연분홍 치마'로 시작하는 <봄날은 간다>를 즐겨 부른다.
ⓒ 정택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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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기완, 문정현 두 어른이 즐겨 부르던 노래는 한이 서려 있고, 민중의 아픔이 녹아있다. 노래 부르기를 거절하지 않으신다. 그것은 민중의 삶을 고스란히 몸으로 담아 살고 계시기 때문이다. 두 어른의 대표곡은 또 있다. 두 분이 명연설가이기에 나온 노래들이다.

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없이/ 한평생 나가자던 뜨거운 맹세/ 동지는 간데없고 깃발만 나부껴/ 새날이 올 때까지 흔들리지 말자/ 세월은 흘러가도 산천은 안다/ 깨어나서 외치는 뜨거운 함성/ 앞서서 나가니 산 자여 따르라/ 앞서서 나가니 산 자여 따르라

<임을 위한 행진곡>이다.

백기완 선생님이 1980년 서대문 구치소에 수감 중이던 때 지은 시 〈묏비나리 - 젊은 남녘의 춤꾼에게 띄우는>의 일부이기도 하다. 지난 1980년 5월 27일, 광주 5.18민주화운동 중 전라남도 도청을 점거하다가 계엄군에게 사살된 시민군 대변인 윤상원. 1979년 노동현장에서 '들불야학'을 운영하다가 사망한 노동운동가 박기순. 두 사람의 영혼결혼식을 위해 만들어진 노래뮤지컬 <넋풀이 -빛의 결혼식>의 마지막에 등장하는 곡이다. 그 후 이 노래는 지금까지 노동운동의 대표곡으로 불린다.

공장에서 쫓겨난 노동자가/ 원직 복직하는 것이 평화/ 두꺼비, 맹꽁이, 도롱뇽이/ 서식처 잃지 않는 것이 평화/ 가고 싶은 곳을 장애인도/ 갈 수 있게 하는 것이 평화/ 이 땅을 일궈온 농민들이/ 빼앗기지 않는 것이 평화/ 성매매 성폭력 성차별도/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세상/ 군대와 전쟁이 없는 세상/ 신나게 노래 부르는 것이 평화/ 배고픔이 없는 세상/ 서러움이 없는 세상/ 쫓겨나지 않는 세상/ 군림하지 않는 세상

노래 <평화>의 가사다.

2004년 5월 29일 평택에서 열린 집회에서 문정현 신부님은 '평화가 무엇이냐'라는 주제로 발언을 했다. 이 발언을 토대로 노래를 만들었다. 평택 미군부대 이전 반대 투쟁을 하면서 널리 사람들에게 알려졌고 지금은 평화를 이야기하는 모든 곳에서 부른다.

두 어른은 닮은 점이 많다. 내가 아는 두 어른은 노래를 잘한다. 내가 아는 두 어른은 눈물이 많다. 내가 아는 두 어른은 지팡이를 짚고 다닌다. 가끔은 지팡이가 무기로 쓰이기도 한다. 내가 아는 두 어른은 늘 투쟁의 현장에 계신다. 두 어른은 비정규노동자의 집 '꿀잠'을 위해 자신이 가진 것들을 내어 주셨다.

세상에 한 번도 무릎을 꿇지 않으신 백기완 선생님은 매일 아침 두 무릎을 꿇고 앉아 비정규 노동자들을 위해 붓글씨를 쓰셨다. 세상에 상처받은 곳에 약을 발라주시던 문정현 신부님은 자신의 손가락 살이 떨어져 나간 것도 모르고 매일 아침 서각을 파셨다. 그렇게 만들어 주신 것들을 우리는 덥석 받아 들었다. 그리고 이제 또 손을 내민다. 두 어른은 다 가져가라고 하신다.

두 할아버지의 이야기, 책으로 나온다

두 할아버지는 이야기를 도둑질하려고 한다는 말에도 그저 허허 웃으며, 다 받아주신다.
 두 할아버지는 이야기를 도둑질하려고 한다는 말에도 그저 허허 웃으며, 다 받아주신다.
ⓒ 노순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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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날의 두 어른은 무서웠다. 매일 호통을 치셨다. 똑바로 하라고. 제대로 싸워보라고. 두 분의 호통은 많은 사람들에게 경각심을 심어주었고 투쟁의 힘겨움을 극복하는 토대가 되었다. 두 어른은 호통만 치지는 않으셨다. 몸으로 싸우셨다. 모든 투쟁의 선두에 서서 사람들을 이끌었고 사람들의 방패막이 되어주었다.

지금도 두 어른은 여전히 무섭다. 하지만 과거의 무서움과는 다르다. 두 어른의 머리카락과 수염이 점점 하얗게 변하고, 꼿꼿했던 허리가 지팡이 없이는 견디기 힘들어졌고, 장정 소리를 듣던 두 분의 몸은 점점 작아지고 있다. 세월이 지나가는 모습이다. 이제는 할아버지라 부르는 것이 어색하지 않다. 두 할아버지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투쟁의 현장에 계시다. 지팡이를 짚고 돋보기를 썼지만 여전히 투쟁의 선두에서 사람들의 방패막이가 되는 것에 두려움이 없다.

가끔은 할아버지의 머리카락과 수염이 그리워진다. 어느 날 문득 어리광부리듯 할아버지의 하얀 머리카락과 수염을 만져본 적이 있다. 백기완 할아버지 머리에는 노란 세월호 머리핀을 꽂아 주었고, 문정현 할아버지의 수염은 곱게 땋아 드렸었다. 버르장머리 없는 아이처럼 보였겠지만 나에겐 큰 용기가 필요했었다. 할아버지들은 허허 웃으며 다 받아주셨다.

할아버지들의 삶이 궁금하다. 내가 태어나기 전부터 할아버지들은 사람들의 어리광에 호통도 허허 웃음도 주셨으리라. 우리는 두 할아버지의 이야기를 팔아보겠다고 했다. 오마이북과 꿀잠이 기획 출판하는 대담집 <두 어른>이다. 그리고 책 판매수익은 비정규노동자의 집 꿀잠에 후원해달라고 했다. 할아버지들은 그저 허허 웃으신다.

지난여름 '꿀잠'을 위해 글을 써 달라고 찾아갔을 때 백기완 할아버지는 '천년을 실패한 도둑' 이야기를 해주셨다.

"천년을 실패한 도둑은 앗딱수(속임수)로 한탕 치려다가 치사해 관두고, 눈 딱 감고 꿀꺽하려다가 오금이 저려 관두고, 남의 피눈물을 슬쩍 하려다가 목이 메 관두었으니 일생을 실패한 도둑이야. 생각만 하고 있다가 아무것도 못 해. 그게 누구냐 바로 여러분이야. 모두가 실패한 도둑이야."

그리고 "이 도둑놈들아" 하시며 허허 웃으셨던 기억이 난다. 도둑이 되라고 하셨던 백기완 할아버지의 말처럼 우린 두 어른의 이야기를 도둑질하려고 한다.

*대담집 <두 어른>의 사전판매(1쇄) 전액은 꿀잠 기금에 보태 빚을 갚는 데 사용됩니다.

<두 어른> 표지 이미지
 <두 어른> 표지 이미지
ⓒ 오마이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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