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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가위책보>를 모은 것들.
 <한가위책보>를 모은 것들.
ⓒ 행복한책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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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 선물로 책은 어떨까? 왜 그동안 명절 선물로 책을 생각하지 못했지? 받는 사람을 생각하며 정성껏 골라 준다면 그 어떤 명절 선물보다 좋을텐데...'

불현듯 떠오른 생각. 지난 9월 중순 지방에 강의를 하러 가다가 갑자기 떠오른 아이디어였다. 추석은 이제 2주밖에 안 남았는데 어쩌지? 그렇다고 아주 늦은 것도 아니었다. 괜찮은 아이디어라고 생각하니 독자 반응은 어떨지도 궁금했다. 그렇다면 지금 필요한 건 뭐? 스피드. 직원들과 머리를 맞댔다. 그렇게 탄생한 한가위책보 꾸러미는 모두 6개.

20년 동안 전국의 구멍 가게를 따뜻한 시선으로 화폭에 담아 온 이미경 작가의 '<동전 하나로도 행복했던 구멍 가게의 날들> 한정 특별판'부터,

어른들을 위한 그림책으로 구성된 '초승달 꾸러미'(<이토록 어여쁜 그림책> <엄마는 해녀입니다> <일러스트  창가의 토토>),

반달처럼 설레는 청춘을 위한 '반달꾸러미'(<82년생 김지영> <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 <時누이>),

보름달처럼 환한 엄마를 위한 '보름달 꾸러미'(<한밤중에 잼을 졸이다> <자연에서 읽다> <동전 하나로도 행복했던 구멍가게의 날들>),

언제나 은은하게 빛나는 어머님과 아버님께 드릴 시, 에세이, 그림책을 담은 '깊은 밤 그믐달 꾸러미'(<시집살이 時집살이> <김용택의 어머니> <쑥갓 꽃을 그렸어>),

삼십부터 여든까지 삶의 모습을 오롯이 담은 '푸른 새벽 달빛 꾸러미'(<나는 참 늦복 터졌다> <꽁당보리밥> <할매 할배 참 곱소>)까지다.

포장 방법도 명절 선물답게 보자기로 정했다. 일주일의 준비 기간이 지나고 드디어 20일, 주문 접수 시작. 하루 만에 50개가 넘는 주문이 들어왔다. 가만히 오는 손님만 기다렸으면 만나지 못했을 독자들을 새로 만났다.

사단법인 행복한아침독서 대표이자, 행복한책방 대표 한상수씨의 이야기다. 한 대표와 22일 한가위책보 기획에 대한 뒷이야기를 나눴다.

행복한책방에 전시되어 있는 한가위 책보 꾸러미 책들
 행복한책방에 전시되어 있는 한가위 책보 꾸러미 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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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행복한책방에서 이번에 기획한 명절 선물, 한가위책보는 아이디어가 좋더라. 어떻게 구상하게 됐나.
"행복한책방은 '아침독서운동'을 추진하는 사단법인 행복한아침독서에서 운영하는 책방이다. 올해 2월 일산에 문을 열었다. 직접 책방을 운영해 보니, 오는 손님만 기다려서 책을 파는 걸로는 운영에 한계가 있겠더라. 출판계나 동네책방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야 하는데 그것도 어렵고... 그래서 생각했다. 책을 선물로 주면 어떨까. 우리가 명절 때 좋은 책을 선물하는 문화를 만들면 동네책방의 어려움도 타개하고 책 문화가 확산되는데도 좋지 않을까. 그렇게 되면 어르신들이라든가 부모님 등 평상시에 책을 읽지 않는 새로운 독자도 확보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 독자들 반응이 어떤지 반응이 궁금하다.
"실제 주문을 받은 건 20일부터였는데, 어제 하루 동안 50세트 정도 주문이 들어왔다. 나쁘지는 않은, 생각보다 꽤 괜찮은 반응이라고 본다. 충분히 규모가 더 커질 거라는 생각도 든다." 

- 책을 보자기로 싸자는 아이디어는 어떻게 나왔나?
"책을 배송하려면 케이스에 담아야 하는데 (책 사이즈가 다 다르니까) 종류별로 사기도 만만치 않고 비싸더라. 생각해 보니까 보자기는 책 사이즈에 상관없이 뭐든지 다 쌀 수 있으니까 좋겠다고 생각했다. 또 예전에는 '책보'라고, 책가방 없을 때 보자기 같은 거를 이용해서 책을 싸고 다니지 않았나. 두루두루 괜찮은 아이디어라고 생각했다. 명절 선물이니까 보자기에 싸는 것이 또 보기에도 좋고."

행복한책방 직원이 한가위책보를 싸고 있는 모습.
 행복한책방 직원이 한가위책보를 싸고 있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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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꾸러미 이름도 예쁘다.
"직원들이 생각한 거다. 어르신을 위한 세트, 젊은이들을 위한 세트... 이런 건 너무 재미 없지 않나. 그것보다 반달, 보름달, 초승달 등 다양한 달의 이름을 활용하자고 해서 그렇게 붙였다."

- 3권 이상이면 본인이 직접 큐레이션한 책으로 세트 주문도 가능하다고 했는데...
"우리가 세트 구성을 하는 것도 한계가 있을 거다. 본인이 선물하고 싶은 책이 따로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해서 그렇게 열어둔 거다. 사람들 취향이나 이런 건 다양하니까 본인들이 주고 싶은 사람에 맞게 큐레이션 하면 우리가 책은 다 주문할 수 있으니까 그렇게도 가능하다고 한 거다."

- 한가위책보는 행복한책방 자체 기획전이라고 할 수 있는데, 다른 서점에서도 이 목록을 자유롭게 활용해도 괜찮다고 했다. 이유가 궁금하다.
"행복한아침독서는 동네서점을 대상으로 하는 매체(동네책방동네도서관)를 발간하고 있다. 책방운동의 일환으로 하는 건데, 그거를 하다 보니 실제 (책방을) 운영하지 않고서 관전자로서 매체를 내는 게 한계가 있더라. 그래서 책방을 운영하면서 어려움도 직접 겪어보고, 또 그 어려움을 어떻게 타개할 것인지 생각해 봐야겠다고 해서 행복한책방을 연 거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기획전도 행복한책방의 경영난을 타개하자는 이유만 있는 건 아니다. 이런 이벤트가 잘 되면 다른 서점들도 많이 참여했으면 좋겠다. 저는 뭐, 저희가 아는 정보나 큐레이션 내용 등은 오픈해서 공유할 생각이다." 

- 6가지 꾸러미 가운데, 한 대표가 가장 추천하는 게 있다면?
"<동전 하나로도 행복했던 구멍 가게의 날들> 한정 특별판 꾸러미다. 이게 메인 상품이라고 생각한다. 명절 때 주로 어르신들에게 많이 선물하지 않나. 그런데 어르신들은 평소 책을 잘 읽지 않는다. 그래서 글보다 그림이 중심인 화보집이 좋겠다고 생각했다. 특히 이 책은 어르신들에게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책이다. 예전에 살던 동네의 구멍가게 모습들을 아주 정교하게 정성껏 그린 것이라서... 본 사람들이 거의 백이면 백 다 좋아한다.

사실 이 책이 있어서 이번 일을 기획할 수 있었다. 글이 많은 책을 중심으로 책보를 꾸리면 선물을 받는 사람도 반가워하지 않을 수 있지 않나(웃음). 이 책은 드리면 무조건 좋아할 책이다. 고마워 하실 거고. 이런 선물이 (책을 읽지 않는 독자에게) 한 권의 책을 만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앞으로 출판사들이나 책방에서도 이런 선물용 도서, 명절용 도서를 기획하고 하면 (책을 선물하는) 문화가 좀 더 활성화 되지 않을까."

- 마지막으로 이번 한가위책보를 이용하고 싶은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우리가 선입견 고정관념이 있었던 거다. 나이 많은 부모님이나 어른들은 책을 안 읽는다, 책은 선물하지 않는다 이런 생각이 있었던 거다. 저는 개인적으로 팔순 넘으신 어머님이나 장인어른에게 가끔 책을 선물해 드린다. 그러면 열심히 보시고 되게 고맙다면서 도움이 많이 됐다고 하신다. 이게 무슨 말이냐면 책이 일부 읽는 사람만 읽는 게 아니라는 거다. 평상시에 책을 읽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던 분들도 좋은 책을 정성껏 준비해서 보여 드리면 읽는다는 거다.

외국은 크리스마스 같은 때에 책 선물을 굉장히 많이들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이상하게 책은 선물하는 게 아니라는 이상한 고정관념이나 문화가 있는 것 같다. 아이들도 책 선물 별로 안 좋아하고.(웃음) 우리 책 문화가 좀 활성화 되려면 책도 자주 선물하고 책 이야기를 서로 나눌 수 있었으면 좋겠다. 특히 평상시에 책을 읽을 기회가 없는 분들에게 마음을 담아 책을 골라 드리면 충분히 그분도 좋은 독자가 될 수 있을 거라는, 그런 믿음을 좀 가져주셨으면 좋겠다."

아쉽지만 한가위책보 주문은 오는 28일 오후 1시까지다. 그 이후가 되면 추석연휴 기간 내 배송은 어렵다. 조금 서둘러야 할 이유다.

한가위 책보 웹자보.
 한가위 책보 웹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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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한가위책보, #행복한 책방, #행복한아침독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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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편집기자. 시민기자 필독서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저자,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 공저, 그림책 에세이 <짬짬이 육아>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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