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치룬 러시아와의 평가전 4-2, 아쉬운 패배

▲ 지난 7일 치룬 러시아와의 평가전 4-2, 아쉬운 패배 ⓒ 대한축구협회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극적인 4강신화를 쓴 지 15년이 지난 지금, 그때의 환호는 듣기 힘들어진지 오래이다. 알제리에게 참패를 당했었던 2014 브라질 월드컵에서도 최약체 팀으로 평가받진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우리가 누굴 함부로 '최약체 팀'이라고 부를 수만은 없는 상황이 되었다. 2018 러시아 월드컵 본선 진출을 확정지었지만, 기뻐하는 분위기는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었다. 대표팀의 미래를 걱정하는 분위기만 무성했을 뿐이다. 또 경우의 수를 따져야 할 대표팀의 상황이 눈앞에 아른거리는 팬들은 비판하는 것조차 지쳐가는 모습이었다.

2017년 10월 7일 11시(한국시각)에 펼쳐진 러시아와의 평가전, 신태용호가 이 분위기를 뒤집으려 노력했으나 결과는 4-2 대패였다. 공격진에서 신태용 감독이 바라는 모습이 일부 나오긴 했으나, 팬들의 눈에는 수비진들의 실수만이 비칠 뿐이었다. 손흥민은 원하는 만큼의 기량을 보여주지 못했고, 전문포지션에 서지 않았던 김영권과 이청용은 나름 선전했으나 아무래도 조금 부족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K리그가 시즌진행중임에 따라 K리거들이 한명도 발탁되지않은 가운데, 해외파들로 구성된 대표팀은 많은 아쉬움을 남겼다.

역시나 국민들의 반응은 참담했다. 3분만에 2개의 자책골을 넣은 김주영은 각종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놀림거리가 되었고, 불안한 수비진을 향한 비난의 화살은 끊이지 않고 날아왔다. 슈틸리케가 감독직에서 물러난 이후 신태용호는 한국축구 사상 최대의 위기를 맞고있다. 언론들의 비판 수위는 날로 세지고 있고, 국민들도 더 이상 참을 수 없다는 분위기이다. 이렇게 위기를 맞게 된 이유는 많고 많지만, 그 중에서도 특히 수비문제가 대표팀의 발목을 잡고있다. 수비진이 엉망이 된 지금, 정밀한 피드백이 필요한 시점이다.

'붙박이 센터백'이 없다

확실하게 주전자리를 꿰찰 선수들이 보이지 않는다. 몇 년 전부터 이런 현상은 계속 이어져왔다. 꾸준히 호평을 받은 센터백은 근 몇 년간 아마 없다고 해도 무방할 것이다. 그만큼 대표팀의 수비를 꽉 잡을 역량을 가진 센터백을 찾지 못했다는 것이다. 계속 새로운 자원을 발굴하려 노력했지만 흔들리는 수비를 잡아줄 '주전급' 센터백은 나오지 못했다. 기량도 기량이지만 조직력 또한 문제였다.

유럽국가들의 경우 대부분 주전급 센터백들이 존재해왔고, 그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전술을 펼쳐왔다. 푸욜, 훔멜스, 보아텡 등 유럽 대표팀의 센터백들은 대표팀의 든든한 대들보 역할을 해왔다. 물론 유럽선수들의 기량이 뛰어난 면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조직력이 뛰어났다. 하지만 대한민국의 경우 중심축이 되줄 센터백의 부재로 인해 계속된 전술 변화가 나타났고, 수비진들도 자주 바뀌게 되었다. 다양한 시도가 나쁜건 아니지만, 그것이 지속될 경우엔 위험할 수 있다.

대표팀의 굳어지지 않은 스쿼드와 전술은 결국 조직력 불안으로 이어지게 되었고, 러시아와의 평가전에서 그 모습이 그대로 드러났다.

그야말로 방금 만들어진 듯한 3백은 전,후반 모두 국민에게 불안감만 안겨주었다. 지금까지 보인 모습 중 가장 최악의 수비였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였다. 상대적으로 우월한 체격을 가진 러시아 선수들에게 고전했고, 결국 3골을 세트피스에서 내주고 말았다. 조금의 압박에도 쉽게 당황하는 모습을 보였고, 선수들끼리 위치가 겹쳐 위험한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

2018 러시아 월드컵까지 1년도 채 남지 않았다. 마냥 실험만 하기에는 시간이 너무 촉박하다. 공격진에서 그나마 성공을 맞보았지만, 이젠 월드컵이다. 수비의 핵이 되어줄 센터백 없이는 유럽과 북남미의 공격력을 감당해 내지 못할 것이다. 한시라도 빨리 안정된 스쿼드와 전술을 갖춰야 한다.

김민재의 발견, 이젠 K리그로 눈길을 돌릴 때가 됐다

이번 대표팀 명단에 오른 김민재 대표팀의 미래, 전북현대 소속 김민재의 모습이다

▲ 이번 대표팀 명단에 오른 김민재 대표팀의 미래, 전북현대 소속 김민재의 모습이다 ⓒ 전북현대 공식홈페이지


우리 대표팀은 근 몇 년간 해외파 의존 현상에 빠져있었다. 절정의 기량을 뽐냈던 K리거들을 제때 기용하지 못했고, 해외파들의 실력은 기대만큼 나오진 않았다. 대표적인 예가 손흥민이다. 국가대표 A매치가 있을 때마다 손흥민은 부진의 부진을 거듭했다. 밝은 표정의 손흥민을 거의 찾아보기 힘들 정도였다. 소속팀 토트넘 핫스퍼에서의 활약이 무색할 만큼 기대에 못 미치는 모습만 보여줄 뿐이었다. 러시아와의 평가전에서 권창훈과의 호흡이 잘 맞는 듯 했으나, 손흥민의 온더볼 상황에서 턴오버 되는 경우가 많았다. 공격진 뿐만 아니라 센터백도 해외파에 의존해왔다.

더군다나 수비진은  그 의존도가 더더욱 심하다. 최근 1년간 대표팀에 기용된 K리거 센터백은 단 2명, 김민재(전북현대)와 곽태휘(FC 서울)다. 하지만 그마저도 곽태휘는 30대 후반이라는 나이 때문에 앞으로 대표팀을 꾸준히 이끌어 나가기엔 무리가 있다고 봐야한다. 그 동안 계속 센터백 자리를 봐왔던 홍정호, 김영권, 김주영 등의 해외파들은 중국으로 발길을 돌렸고, 중국슈퍼리그의 외국인 선수 선발규정이 바뀜에 따라 우리나라 선수들의 입지는 좁아진 상황이다. 김영권을 제외하고는 많은 경기를 소화하지 못하는 중국리거들에게 사실상 좋은 경기감각을 보이리라 기대하는 것은 힘든 일이다. 그렇게 불안한 수비진을 구축해오다가, 결국 해외파들로만 구성되었던 수비진은 러시아의 단순한 공격패턴에도 처참히 무너져내렸다.

더 좋은 기량을 뽐낼 해외파 센터백이 없다면 남은 선택지는 하나뿐이다. 바로 자국리그인 K리그이다. 좋은 경기감각과 기량을 가진 센터백은 K리그에도 얼마든지 있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김민재이다. 이미 김민재는 최강희 감독의 극찬을 받을 만큼 유망한 실력을 가지고 있었고, 데뷔 후 소속팀 전북현대에 완전히 녹아든 모습을 보였다. 190cm 88kg이라는 탄탄한 체격을 가졌음에도, 플레이가 과감하고 발도 상당히 빠른 편이다. 이번 대표팀에 처음 발탁됐음에도, 수비수로선 거의 유일하게 호평을 받았다. 김민재는 러시아 월드컵에서 우리가 상대해야 할 유럽, 남미선수들을 막아내기에 적합한 센터백이 될 것이다. 김민재가 미래의 한국 대표팀을 이끌어갈 '붙박이 센터백'이 되어줄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 많은 팬들이 기대를 하고 있는 상황이다. 개인 기량이 해외파들에게 밀린다고 하더라도, 실전감각이 날카로운 선수를 찾는 것이 급선무이기에 이제 더이상 해외로만 눈길을 돌릴 필요는 없다. 이미 많은 실패를 봤기에, '국내산' 센터백들을 기용해도 더이상 손해 볼것은 없다.

축구라는 것은 팀플레이다. 아무리 개인의 능력이 뛰어나더라도 어딘가 한 부분이 어긋난다면 전체가 무너져 내리는게 축구이다. 공격진이 화려해도 수비가 받쳐주지 못한다면, 그건 완벽한 스쿼드가 아니다. 물론 정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현재 우리나라 대표팀의 급선무는 '붙박이 센터백'을 찾는 것이다. 이는 비단 코치와 감독의 임무일 뿐만 아니라 한국축구계가 해내야 할 임무이다. 과연 불안과 불만이 아닌 기대와 설렘을 가지고 국민들이 경기를 보는 날이 다시 올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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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러시아 월드컵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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