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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를 어디에 두었는지 기억이 안 날 정도로 기뻤던 날. 여수MBC 노조위원장은 눈물 맺힌 목소리로 72일을 함께 한 조합원 한 명, 한 명의 이름을 불렀다.

지난 9월 4일부터 시작된 MBC 총파업이 13일 목표로 한 김장겸 사장의 해임을 이끌면서 드디어 중단되었다. 이에 광주, 목포, 여수지부는 각각 14일에 파업을 정리하는 집회를 가졌다. 특히 여수MBC는 심원택 사장이 회식에서 방송작가들에게 5.18 망언과 전두환 찬양을 한 전력도 있는, 대표적인 적폐 언론인이라 감회가 남달랐다.

11월 14일 여수MBC 사옥 1층 로비에서 열린 집회에서 참석자들이 그간 파업 과정을 기록한 동영상을 시청하고 있다.
▲ 파업 동영상을 시청하는 참석자들 11월 14일 여수MBC 사옥 1층 로비에서 열린 집회에서 참석자들이 그간 파업 과정을 기록한 동영상을 시청하고 있다.
ⓒ 배주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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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전교조, 시민단체 등 파업 기간 노조를 지지해 준 이들이 참석해 축하했다. 그간의 파업 기간 중 활동을 영상으로 시청한 후, 박광수 노조위원장이 승리 기념사를 위해 마이크를 잡았다. 그 순간 두 눈에 눈물만 고인 채 한동안 말을 꺼내질 못했다.

박 노조위원장은 집회에 가려고 나섰는데, "차가 어디 있는지 기억이 안 나" 다른 이에게 전화로 물어볼 정도로 정신이 없었노라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서 "여러분들 도움이 없었으면 여기까지 못 왔다"며 감사를 표했다. 그리고 "반을 이뤘다. 앞으로 남은 반 정리할 것이 남아있다"며 심 사장의 퇴진을 아직 이루지 못한 것에 아쉬움을 드러냈다.

박광수 여수MBC 노조위원장이 72일간의 파업을 정리하는 기념식에서 지지해준 지역민과 단체에 감사를 표했다. 그리고 뜻을 같이 해준 조합원들에게 고마움을 표하며 이름을 부르면 박수로 호응해 달라 부탁했다. 노조위원장은 울먹이는 목소리로 이름을 불렀다.
▲ 조합원 이름을 호명하는 박광수 노조위원장 박광수 여수MBC 노조위원장이 72일간의 파업을 정리하는 기념식에서 지지해준 지역민과 단체에 감사를 표했다. 그리고 뜻을 같이 해준 조합원들에게 고마움을 표하며 이름을 부르면 박수로 호응해 달라 부탁했다. 노조위원장은 울먹이는 목소리로 이름을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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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위원장은 지역의 지지와 더불어 동고동락한 조합원들에게 공을 돌리며, "조합원 한 명 한 명을 부를 때마다 박수로 호응해달라" 청했다. "강OO, 고OO..." 떨리는 목소리로 이름을 부를 때마다 우렁찬 박수 소리가 뒤따랐다.

노조위원장의 눈물에 사회를 맡은 동료 직원은 "술 먹을 때 빼고는 박 지부장이 우는 것을 처음 봤다"고 폭로하며, "마저 반까지 다 이룬 후에 자신들은 울겠다"라고 다짐했다.

한편, 민주노총 전남본부 민점기 본부장은 "박광수 지부장 동지가 항상 강건하고 어떤 사안을 진행할 때 예리하게 분석하고, 통찰하고 투쟁 잘하는 줄만 알았는데, 저렇게 눈물이 많은지 미처 몰랐다"라고 평했다. 그리고 "동지들은 바다"라고 비유했다. "쉼 없이 출렁이고 뒤척이며, 얼지도 썩지도 않은 짠맛 소금을 지닌 바다. 바로 동지들이 역동하는 원초적 생명을 지닌 공영방송, 공정방송의 큰 바다이다. 맞죠?"라 말하여 박수 갈채를 받았다.

이어서 민 본부장은 심원택 사장 이름으로 삼행시를 지었다고 알렸다.

"심.하구나 심원택/ 원.없이 갈구고 가겠다는 거냐/ 택.도 없다. 우리가 가만히 있을 줄 아냐"

심원택 여수MBC 사장은 사퇴 요구에 "절차에 따라 물러난다"라는 입장을 고수했고, 5.18과 관련한 망언에 대해서 여전히 부인하며, 법정에서 만나겠다고 응수했다.
▲ 항변하는 심원택 사장 심원택 여수MBC 사장은 사퇴 요구에 "절차에 따라 물러난다"라는 입장을 고수했고, 5.18과 관련한 망언에 대해서 여전히 부인하며, 법정에서 만나겠다고 응수했다.
ⓒ 배주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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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려사 후 노조의 각오로 집회를 정리한 후, 일행들은 사장실을 방문했다. 사퇴 요구에 심 사장은 "절차대로 물러나겠다"라는 답변만 거듭했다. 그리고 5.18 망언에 대해서 "5.18 관련해서는 지부장이 말실수 더 많이 했다"라 말하며, "실수한 것이 없다", "사과할 것 없다", "책을 재밌게 읽었다고 말한 것밖에 없다"라고만 대답했다. 이에 "사법처리 하겠다"라는 말에, "법적으로 하겠다. 법정에서 만나"라 대응하여 참석자들의 분노를 유발했다. 



태그:#MBC 총파업, #여수MBC 노조, #심원택 , #언론 부역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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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어로 '좋아할, 호', '낭만, 랑', 사람을 뜻하는 접미사 '이'를 써서 호랑이. 호랑이띠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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