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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자는 <논어>에서 '지나친 것은 미치지 못한 것과 같다'라고 하셨다. 이른바 과유불급(過猶不及)이다. 그런데 지구라는 이 작은 별에 인구가 70억이다. UN 식량농업기구에 따르면 전 세계에 닭은 190억 마리, 소는 14억 마리, 양과 돼지는 약 10억 마리가 사육되고 있다. 요즘은 모든 것이 그냥 지나친 것도 아니고 넘치도록 지나치다는 말이 맞는 것 같다.

다니엘 S. 밀로의 <미래중독자>
 다니엘 S. 밀로의 <미래중독자>
ⓒ 추수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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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중독자>(추수밭 펴냄)의 저자 다니엘 S. 밀로의 생각 역시 그러하다. 그가 운영하는 인터넷 사이트의 이름이 '투머치'인 것만 보더라도 말이다. 밀로는 인간 세계 도처에 만연한 '지나침' 즉 '과잉'을 역사연구로 승화시켜 그 기원을 찾아내겠다는 목표로 책을 썼다고 한다.

그 책이 바로 <미래중독자>이다. 밀로는 '지나침'의 바탕에 인간이 만들어낸 '내일'이 있다고 말한다. 아주 오래 전 누군가 말한 "내일 보자" 이 한 마디로 세상이 달라졌다는 것이다. 로마의 시인 호라티우스는 그의 시에서 내일을 믿지 말고, 오늘을 즐기라고 말한다.

그러나 어디 그런가? 사람들은 허리띠를 졸라매고 용돈을 아껴가며 10년 후, 20년 후를 대비하여 적금을 든다. 어디 적금뿐이겠는가. 무슨 미래에 대한 불안이 그리도 많은지, 퇴직 대비용으로 연금보험도 들고, 재형저축도 들며, 집도 사고 땅도 산다. 체육시간, 음악시간, 미술시간을 잃어버린 아이들이 이 땅에 어디 하나 둘인가.

도대체 미래가 뭐길래, 알지도 못하는 미래를 위해 오늘을 저당 잡힌 채 이처럼 다들 힘겹게 살아가고 있는 것일까. 생각해 보면 미래라는 게 허상 아닌가. 저자 역시 과거-현재-미래로 흐른다는 시간 개념은 허구에 불과하고 실제로는 오직 과거와 현재만 존재하며, 미래라는 것은 그저 인간이 만든 발명품이라고 말한다.

역사학에서 시작하여 철학으로 다시 생물학으로 연구범위를 넓힌 파리사회과학고등연구원 교수인 밀로는 멸종 직전의 인류가 어느 날 문득 '내일'이라는 것을 떠올렸고, 그 결과 보금자리 아프리카를 떠나 지금에 이르는 위험하고 위대한 길을 걷게 되었다고 말한다. 즉 '내일'은 인류가 이끌었던 동시에 인류를 옭아맨 속박이 되기도 한다는 것이다.

그물을 넓게 치고 고기들을 한 곳으로 몰아서 들어 올리듯 <미래중독자> 역시 진화생물학에서부터 구석기학, 철학, 신학 등 다양한 방면의 지식들을 총동원하여 인간의 위대한 발명품이자 재갈인 '내일'의 역사를 탐구한다. 책을 읽노라면 마치 58,000년 전 아프리카의 동굴에서 걸어 나와 어딘가로 힘차게 걷고 있는 내 모습이 보이는 듯하다.

뇌의 3분의 2가 거품이라고?!

저자가 집착하는 지나침의 첫 번째 대상은 뇌다. 저자는 우리의 뇌가 아무도 벗어날 수 없는 지나친 풍요의 굴레를 낳은 원흉이라고까지 말한다. 우리의 두개골 내부에서 지나치게 비대해진 이 신체기관은 요구가 있든 없든 항상 보다 많은 옵션을 만들어냄으로써 그 기관의 소유자로 하여금 진정성이 결여된 삶, 후회로 가득한 삶을 살게 만든다는 것이다.

뇌 용량으로 보자면 호모 사피엔스는 적어도 20만 년 전 이래 줄곧 1,350㎤정도를 유지해온 반면 비슷한 체격을 가진 영장류의 뇌는 400㎤정도에 불과하고, 도구를 창조하고 불을 길들이는 데 성공한 네안데르탈인의 뇌 용적은 무려 1,600㎤인 반면, 호모 에렉투스는 불과 1,000㎤짜리 뇌로도 같은 업적을 이루었다고 한다.

더 놀라운 것은 인도네시아 플로레스섬에서 발견된 일명 '호빗'으로도 불리는 호모 플로레시엔시스는 380㎤의 두개골 용적으로 불을 사용하고, 각종 도구들을 다루는 데 능했다는 것이다. 3분의 1 정도의 용량만으로 하나의 문명을 이룰 수 있다면 과연 1,350㎤에 이르는 뇌 용량으로 얻을 수 있는 이점이 무엇인가? 저자는 뇌의 과도한 성장이 결국 거품이라고 말한다.

'내일 보자'로 달라진 세상

"아가야, 이 할애비한테는 있는데, 너는 아직 습득하지 못한 재능 가운데 말이다. 석기시대 아프리카를 완전히 다른 것으로 만들어버릴 만한 게 뭐가 있을까?" 나는 나 자신과 이 완전 무방비 상태의 어린 존재를 비교했다. 한쪽에서 다른 쪽으로 부지런히 옮겨 다니던 나의 시선은 능력이라는 관점에서 볼 때, 현재로서는 아이에게 결핍되어 있지만 그 아이가 그걸 습득하게 되는 순간 인생이라는 전투에서 당당하게 승자가 되게 만들어주는 것을 발견하면서 한자리에 고정되었다. 유레카! 그 능력은 바로 '미래'였다. (본문 184쪽)

우리 운명에 결정적이면서 충격을 주는 것은 어제의 발명이 아니라 내일과 내일에서 파생되는 것들의 출현이며, 내일의 발명과 더불어 지나침의 소용돌이가 시작되었다는 것이다.

"내일 보자"는 말 속에 들어있는 미래성은 다른 피조물에는 없는 인간만의 전유물로 이를 통해 호모 사피엔스는 아프리카를 떠나 전진하게 되었으며, "다음날"의 도래는 곧 "가능한 것", 가상의 것, 상상세계, 현실이 아닌 픽션의 세계 그리고 아직 오지 않았으며 십중팔구는 앞으로도 오지 않을 것의 도래로 이어지게 되었다고 저자는 말한다.

그리고 이러한 여러 개의 선택지가 존재하게 된 이후 우리의 정신은 지금 여기에 만족하거나 과거가 변하지 않은 채 이어질 것이라는 생각을 더는 받아들일 수 없게 되었다고 주장한다. 내일을 발명한 이후 호모 사피엔스는 거품을 만들어내는 제조자가 되었다고 저자는 추론한다.

2007년 한 해에만 인류는 2,810억 기가바이트에 해당하는 정보를 쏟아냈으며, 이것을 나누면 1인당 45기가에 해당한다. 투머치가 아닐 수 없다. <사피엔스>를 쓴 유발 하라리 만큼이나 인류 역사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토대로 경험과 상상력이 결합된 독특한 추론방식으로 글을 전개하는 저자는 지나침에 대항하는 전 세계적인 십자군 전쟁에 소박하게나마 기여하려 한다고 말한다.

그런데 나는 지나침에 대항하는 것이 아니라 이 짧은 글로 45기가에 일말을 더 보태고 있는 것은 아닌지 자못 염려스럽다. 예술에서뿐만 아니라 생활방식에서도 미니멀리즘이 부상하고 있다. 삶에서 과하다고 느껴지는 것들을 제거하며 정말 중요한 것에 집중하며 오늘에 충실한 삶을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커지는 날이다. 카르페디엠!!

덧붙이는 글 | <미래중독자>, 다니엘 S. 밀로 지음, 양영란 옮김, 추수밭 펴냄, 324쪽, 2017년 9월



미래중독자 - 멸종 직전의 인류가 떠올린 가장 위험하고 위대한 발명, 내일

다니엘 S. 밀로 지음, 양영란 옮김, 추수밭(청림출판)(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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