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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91년 홍준표 당시 광주지검 강력부 검사에 의해 조직폭력단 '국제PJ파 두목'으로 기소됐던 여운환씨가 입을 열었다. 그는 <오마이뉴스>와 이틀간 총 7시간에 걸쳐 자신과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 사이에 있었던 '사나웠던 운명'을 숨가쁘게 털어놨다. <오마이뉴스>는 18회에 걸쳐 그 '사나웠던 운명의 증언'을 풀 스토리로 연재한다. <오마이뉴스>는 여 대표의 인터뷰 내용과 관련해 홍 대표의 해명과 반론을 듣고자 수차례 접촉을 했지만 응하지 않았다. 다만 홍 대표의 한 측근인사는 "그것은 검찰(검사)이 불의한 깡패세력을 소탕한 사건"이라고 반박했다. <오마이뉴스>는 이후라도 언제든지 홍 대표의 반론을 환영한다는 뜻을 밝힌다. [편집자말]
여운환 아름다운컨벤션 대표가 지난 10월 25일 광주의 한 호텔에서 <오마이뉴스>와 만나 인터뷰를 하고 있다.
 여운환 아름다운컨벤션 대표가 지난 10월 25일 광주의 한 호텔에서 <오마이뉴스>와 만나 인터뷰를 하고 있다.
ⓒ 소중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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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제PJ파사건으로 구속돼 있을 때 사람들 많이 찾아왔나?
"평소 친분이 있는 분들이 대부분이지. 내가 국제PJ파 두목이라면 그쪽 사람들이 나를 면회하러 한 번은 왔을 거 아녀? 그런데 그쪽 사람들이 나를 면회온 일이 없어. 글고 국제PJ파 조직원들이 관련된 사건들도 있지 않았겠나? 그러면 많이 수감생활을 하고 있었을 텐데 그 사람들을 내가 면회해본 적도 없어. 그러니 내가 결백을 주장할 수 있는 거여. 그것만으로도 홍준표가 얼마나 허무맹랑한 일을 했는지 증명할 수 있는 거 아니겠어?"

- 친하게 지낸 검사들이나 정치인들, 공직자들은 면회 안왔나?
"그땐 조폭이라는 굴레가 씌워지면 옛날 어렸을 때 간첩으로 몰렸던 사람과 똑같은 처지여. 정말 면회 오고 싶은 사람들은 많았을 거여. 나를 격려하고 위로해주고 싶은 사람도 많았을 거여. 하지만 내가 빨간 줄이 그어지고 했으니 공무원들도 자기 미래에 지장이 있다고 생각할 거 아녀? 그래서 공직자라는 사람들은 나를 찾아올 수가 없어. 나도 가족을 만나야 제일 편하고. 다른 사람이 면회 오면 가족이 못하잖아. 근데 우리 가족들은 사업할 때 만났던 지인들한테 양보하지 않을 정도로 유별나게 면회를 많이 왔어. 정치인 두세 분, 우리 형 친구들 등이 면회를 왔어.

특히 지금은 돌아가신 조홍규 의원도 왔어. 그 형님은 우리 형하고 가까운 죽마고우였어. 어렸을 때부터 친형 같이 지낸 분이어서 와서 나를 격려해주고 내 억울한 마음을 달래주고. 국감장에서도 '내가 여운환을 잘 아는데 이런 짓하면 안된다'고 지적했어. 내가 얼마나 억울하다고 생각했으면 국감에서 지적했겄어. 그걸 보고 한 언론사 기자가 교도소로 찾아왔더라고. 어떤 사람인가 보고 싶어서. 국감장에서 국회의원이 그런 걸 말하기 어려운데 그렇게 말하니까."

- 한화갑 전 의원도 면회를 왔나?
"그거 때문에 한화갑 의원이 홍준표를 고소해서 내가 참고인으로 조사받은 적이 있어. 그것도 수감돼 있는 사람을 서울중앙지검까지 나를 압송해서 조사했다고. 지금까지 살면서 한화갑을 1m 앞에서도 본 적이 없어. 차를 한 잔 마셔본 적도 없고. 우린 한화갑 의원을 알지만 한화갑 의원은 우릴 몰라."

- 홍준표는 한화갑 전 의원이 옥중면회를 가서 '여 동지, 조금만 참고 지내소'라고 말했다고 주장했는데.
"새빨간 거짓말이여. 그때에는 그 사람들 정권이었으니까 밝힐라고 했으면 밝혀졌을 거여. 홍준표가 얼마나 인간적으로 나쁜 사람이냐? 자기가 나를 조폭 두목이라고 기소했는데 무죄 받아서 내가 조폭이 아니라는 거를 다 알잖아. 그런데 끝까지 자기가 나를 조폭 두목으로 만들어놔야 이야깃거리가 되고 다른 사람들을 나와 연관시켜서 흠을 낼 수 있는 거 아녀?

그런 도구로 날 쓴 거여. 지금 같으면 고소, 고발을 수없이 당했을 것인데 30년 전에는 암울했제. 우리가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무소불위 권력을 가진 사람들 때문에 일어났슨께. 내가 생각할 땐 분명히 만행인데 양심에도 거리낌이 없어."

"내가 구명활동을 했다면 무슨 결과가 나왔어야지"

- 그때 이름있는 정치인이나 고위공직자가 면회를 가면 바로 '비호세력'으로 몰리는 분위기 아니었나?
"(홍준표가) 언론에 바로 내불어. 다 큰일 하는 사람들인데 구설수에 휘말이면 얼마나 거시기 하겄나? 내가 수감생활을 하는 동안 내 운명이라고 생각하고 정말 열심히 생활했어. 내가 어떻게든 건강 잃지 않고 가족에게 돌아가야겠다, 우리 어머니를 생각하며 더 이상 불효는 없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정말 열심히 수형생활해서 빨리 모범수가 됐다고. 모범수가 됐지만 단 하루도 빨리 가석방되진 않았어. 법무부 교정국의 규정이 있어서 조폭 등과 연루된 사람은 가석방 심사조차 신청할 수 없게 되었어."

- 국제PJ파사건이 터진 후에 구명활동은 벌이지 않았나?
"내가 구명활동을 했다면 무슨 결과라도 나왔어야지. 오히려 더 험한 꼴만 당했잖아. 홍준표는 자서전에서 내가 구명활동을 한 것처럼 썼던데 그것도 완전히 날조야. 구명활동을 한다면 영향을 미칠 만한 사람에게 하는 거 아니오? 그렇게 구명활동을 했다면 조금이라도 영향이 있을 거 아녀? 누가, 어떻게, 무얼 부탁이라도 했다든지. 암튼 소설처럼 날조한 거여."

- 홍준표는 국제PJ파사건 수사 과정에서 정치인과 고위관료 등의 압력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것도 일방적으로 날조된 이야기여. 자기가 압력을 받았다면 누구한테 어떤 압력을 받았는지 말 안할 사람이여? 당연히 말할 사람이라고. 그때도 뉴스메이커여서 언론플레이를 충분히 할 수 있다고. 그럼 누가 압력을 넣었다고 말 한 마디라도 해야 할 거 아녀? 그런 것이 칼 사건 등처럼 실체도 없는 거를 만들어서 활용하고."

- 홍준표는 국회의원 서너 명과 유명인사들이 사활을 건 로비를 벌였다고 주장했다.
"그런 일이 진짜 있다면 그 사람이 그것을 입에 담고 있을 사람이여? 기자에게 이름을 까고 자료도 줄 사람인디. 자기가 한 말은 자기가 책임져야 하는데 지금 하는 행태를 봐봐."

- 당신에게 비호세력이 있었나?
"비호를 받은 세력도 없고, 비호를 꿈에도 생각해본 일이 없어."

- 남충현 부장은 결국 사표를 냈다.
"나와 관계없이 인천지검 특수부장인가 강력부장인가 하다가 집안문제가 있어서 그만둔 걸로 알아. 그때 비호세력으로 거론됐던 유재인 부장이나 송주환 부장은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고."

- 일부 검사들은 대검 감찰부의 감찰을 받았다.
"홍준표가 코너에 몰리니까 느닷없이 (비호세력을) 언론플레이했지. 이름이 거론되니 대검에서 확인해보지 않았겠나? 이런 홍준표의 행태를 굉장히 못마땅하게 생각한 최인주 과장은 홍준표를 비난하는 유서를 써놓고 자살해버리지 않았나?"

- 사업하면서 검사도 만나고, 판사도 만나고, 지역 기관장들도 두루두루 만나 친분을 쌓았는데, 그렇게 친분을 맺은 인사들이 결국은 비호세력이 되는 것 아닌가?
"검사는 앞에서 언급했던 총 세 사람 정도였다. 내가 알고 지낸 검사들은 사실대로 써서 문정수 지검장에게 편지로 보내지 않았나. '그분들 중에는 광주에서 근무도 안 한 분들이 있는데 내가 그들의 비호를 어떻게 받았겠냐?'는 억울한 심경에서 '공정한 수사를 받을 수 있도록 선처해 달라'고 문정수 지검장에게 편지를 보냈는데, 지검장이 그 편지를 홍준표에게 줘서 언론플레이를 해분 거여. 그래서 내 사건기록에는 이 편지가 들어 있어.

그 편지를 보면 어떤 취지에서, 어떤 심정에서, 왜 썼는지 알 수 있어. 내가 크게 손해볼 일을 왜 자처해서 하겠나? 내가 그 사람들 거명해서 그 사람들에게 해를 끼치고, 내가 얻을 것도 전혀 없는데 내가 왜 그런 것을 하겠나? 그러니 비호세력도 완전히 홍준표가 만들어낸 일이여."

"5.18 때문에 내 사건은 제대로 보도가 안됐어"

- 1심 판결이 언제 났는지 기억하나?
"1992년 5월 18일."

- 묘하게 5월 18일이었다.
"그 전에 선고 날짜가 잡혔는데 미뤄졌다가 잡힌 거여. 검사장과 홍준표의 엄청난 로비에 법원이 선고를 연기했다고 소문이 났어. 형사사건 선고일이 연기되는 것이 쉽지 않거든. 그렇게 연기됐다가 잡힌 날짜가 5월 18일이여. 5.18 때문에 내 사건은 제대로 보도가 안됐어. 형 받았다고만 났지."

- 1심 재판부는 국제PJ파 구성 혐의는 유죄이고, 범죄조직 수괴 혐의는 무죄를 선고했다. 범죄 조직과 관련이 있다는 이유로 무려 5년을 선고했는데, 1심 결과를 어떻게 생각하나?
"홍준표는 저를 엄청남 범죄단체의 두목으로 기소했지. 하지만 1심 재판부는 검찰에서 제시한 증거를 다 배척하고 무죄를 줬어. 근데 검찰이 공소장을 변경하지도 않았는데 법원이 직권으로 동일성이 인정된다며 유죄를 선고한 거야.

판결문을 보면 국제PJ파가 1984년엔가 만들어졌대. 그때 국제PJ파가 축구시합을 할 때 50만 원을 지원한 적이 있고, 국제PJ파와 관련된 사건이 나면 두목 김길용에게 피하라는 말을 한 적이 있다는 거여. 이와 관련해서는 김길용의 부하인 박○○가 '그런 말을 들은 적이 있다'는 진술 하나밖에 없었어.

법원은 최고 두목을 갑자기 호구로 전락시켰어. 이것이 얼마나 어처구니 없는 일이여. 그러면서 내가 당시 운영하는 호텔 오락실을 보호받는 대가로 그렇게 지원한 것이 인정된다는 거여. 결국 자기 가게 보호받으려고 깡패들한테 월정금 내는 사람으로 전락시켰어.

1991년 초엔가 광주 국제관광호텔 오락실에 50% 대 50% 투자하기로 계약했어. 호텔 오락실은 내 경리 한 사람을 빼고는 다 호텔에서 운영했어. 그러니 내가 보호받을 필요도 없었다고. 특히 1984년부터 1986년도에 그랬다는 그 호텔은 6, 7년 뒤인 1991년도에 생겼다고. 국제관광호텔이 생길지 꿈에도 몰랐을 때 내가 국제PJ파의 도움을 받는 대가로 그런 짓을 했다고 엉터리 판결을 내려놨어."

- 1심 재판부는 행동대장 박○○의 진술을 증거로 채택한 것인가?
"그렇다. 나중에 증거로는 채택할 수 없다고 대법원이 판결했어."

- 판결문만으로 보면 결국 오락실을 보호받는 대가로 50만 원만 지원해준 거네.
"그런 셈이여."

- 오락실 보호 대가라고 하기엔 너무 적은 돈이다.
"그 50만 원이란 돈은 누구 용돈이나 다름없는 거여. 내가 '증거도 하나 없이 어떻게 그런 판결을 하냐'고 그랬어."

- 1심 재판부가 당신에게 징역 5년을 선고한 것은 홍준표한테는 참 다행이었겠다. 하지만 법원이 '국제PJ파 두목'을 인정하지 않은 것은 꽤 당혹스러웠을 것 같다.
"아주 당혹스러워 했지. 지금 사회 분위기 같으면 홍준표는 책임을 면할 길이 없었어. 당혹스러우니까 몇 가지 만들어서 나한테 이런 걸 제안했어. 뭐냐면, 국제PJ파 두목을 인정하면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를 받게 해주겠다는 거였지. 하지만 내가 일언지하에 거절했어."

- 홍준표의 제안을 왜 거절했나?
"너무나 부당한 일이서. 왜 아닌 일을 내가 인정해야 하나? 내가 누명을 썼는데. 재판만 받으면 내 누명이 벗겨질 거란 희망도 있었고. 법원과 검찰은 기관이 다르니까 법원이 공정하게 판단할 거라고 알았고. 나는 고등법원에서 다 밝혀질 줄 알았는데. 우리 변호사들 참 침울했지."

- 홍준표는 그때도 교도소장실에서 거만하게 행동했다고 하던데.
"거만한 정도가 아니었어. 교도소에 작업과장이 있었어. 검사가 그렇게 권력을 부릴 수 있는지 꿈에도 본 적도 없는데. 우리가 유흥업소나 한정식집, 요정에 가면 손뼉을 쳐서 종업원을 부르잖아. '짝짝짝.' 홍준표가 그 과장을 부를 때 그러더라니까. 과장이 들어오니까 물 두 컵 가져오라고 해. 그러더니 담배를 딱 내려놓더라고. 홍준표가 담배를 피우라는 시늉을 해서 나도 피웠제.

그리고 나서 그런 제안을 하니까 내가 '그렇게 할 수 없습니다'고 했어. '나를 위해 변론한 사람도 있는데 내가 갑자기 폭력배가 맞다고 하면 어떻게 합니까? 내가 모래바닥에 혀박고 죽으면 죽었지 못하겠습니다. 나에게 엄청난 누명 씌웠는데 당신 잘 될 거 같습니까? 나는 진실을 밝히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그랬더니 바로 내 담배를 꺼불더라고. 원래 교도소에서 담배 피우면 안 되잖아. 자기가 담배를 피우라고 해서 피웠는데 갑자기 꺼불더라고. 아주 생생해."

덧붙이는 글 | 인터뷰 17편으로 이어집니다.



태그:#여운환, #홍준표, #국제PJ파, #모래시계 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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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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