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저녁 롯데시네마 월드타워에서 열린 <공동정범> VIP 시사회에서 감독과 출연자인 용산 참사 피해자들이 인사를 하고 있다.

17일 저녁 롯데시네마 월드타워에서 열린 <공동정범> VIP 시사회에서 감독과 출연자인 용산 참사 피해자들이 인사를 하고 있다. ⓒ 엣나인필름


지난 17일 저녁 서울 잠실 롯데시네마에서는 <공동정범> VIP 시사회가 있엇다. <공동정범>은 2009년 발생한 용산 참사를 다룬 작품으로, 지난 2012년 개봉해 크게 주목받은 <두 개의 문>의 후속편이다. 오는 25일 개봉을 준비하고 있다.

<두 개의 문>이 자료화면과 각종 기록을 토대로 당시 경찰의 진압에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 세세하게 짚었다면 <공동정범>은 당시 공권력의 강제 진압 과정에서 구속돼 실형을 산 사람들이 깊은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모습을 담았다. 영화는 서민들을 벼랑 끝으로 내몬 무분별한 개발 광풍을 조명하는 한편, 범죄자가 된 이들이 출소해서 겪고 있는 트라우마 등을 깊이 있는 시선으로 담아냈다. 

이날 상영회에는 연상호 감독, 방은진 감독, 영화 <1987>에서 박종철 아버지 역을 맡은 김종수 배우, <소수의견> 손아람 작가 등 영화인들과 이수호 전 민주노총 위원장, 이성호 국가인권위원장과 등이 함께했다.

 17일 저녁 롯데시네마 월드타워에서 열린 <공동정범> VIP 시사회에 참석한 이성호 국가인권위원장이 영화 관람후 인사하고 있다.

17일 저녁 롯데시네마 월드타워에서 열린 <공동정범> VIP 시사회에 참석한 이성호 국가인권위원장이 영화 관람후 인사하고 있다. ⓒ 엣나인필름


이성호 국가인권위원장은 영화를 본 후 "용산참사는 그야말로 개발시대가 낳은 비극이라 말할 수 있다"며 "그와 같은 비극을 겪은 분들의 과장되지 않고 진솔한 그 이야기를 통해 사람의 가치, 인권의 가치에 대해 생각하도록 하는 계기를 만들어주는 좋은 영화"라고 평가했다, 이어 "이 같은 비극이 반복되지 않도록 열심히 하겠고 인권위 직원들과 단체관람을 추진하겠다고 말해 관객들의 박수를 받았다.

<두 개의 문>이 개봉했던 2012년 당시 현병철 인권위원장이 상영관을 찾았다가 쫓겨난 것과 비교하면 대비되는 모습이었다. 현병철 위원장은 2009년 12월 인권위 전원위원회 위원 10명 중 7명이 '경찰의 강제진압에 문제가 있었다'는 인권위의 의견서를 내는 데 찬성했지만, 표결도 진행하지 않은 상태에서 폐회를 선언했다. 그는 직원들이 항의에도 "독재라도 어쩔 수 없다"라는 말을 남기고 회의장을 빠져나가 비판을 받았다.

낙후지역 가리자는 주장이 부끄럽다

 영화 <공동정범>의 한 장면

영화 <공동정범>의 한 장면 ⓒ 엣나인필름


이날 영화인들은 같은날 한 경제신문의 기사에 분노했다. '평창 가는 첫 길목, 부끄러운 민낯'이라는 제목의 기사였다.

기사는 "용산역을 지나자마자 열차 창문 밖으로 무너져가는 노후 주택과 녹슨 철제지붕, 폐타이어와 쪼개진 기왓장이 그대로 보인다"며 "단기 대책으로 임시 펜스라도 설치해 서울 도심의 민낯이 드러나는 걸 최소화해야 한다"는 주장을 담고 있었다. 초라한 모습들이 고층 빌딩들과 겹쳐지면서 서울은 엄청난 빈부 격차를 지닌 도시로 보일 수밖에 없고 자칫 국가 이미지만 갉아먹는다는 논리였다. 또 이런 안타까운 모습이 만들어진 것은 도심 역세권 개발 지체의 산물이라며 2007년 시작된 용산 개발이 막혀버린 것을 원인으로 들고 있었다.

영화인들은 SNS를 통해 불편한 감정을 가감없이 전달했다. 이송희일 감독은 기사를 쓴 매체를 직접 명시하며 분노했다. 이 감독은 "난 당신들이 백배 천배 더 부끄럽다. 평창올림픽 가는 길목에 낙후 지역이 있어 부끄러우니 그걸 가림 막으로 가리자는 데, 88올림픽 때도 낙후 지역이 부끄럽다며 상계동을 철거하고 철거민들이 피눈물을 흘리게 하지 않았나"라고 반박했다. 이어 "어떻게 30년이 흘러도 저 후진 사고방식은 변하질 않냐"며 질타했다.

86년 아시안게임과 88년을 올림픽을 앞두고 당시 전두환 군사정권은 수많은 철거민들을 양산했다. 외국 손님들이 많이 오니, 미관상 안 좋다는 이유로 서민들의 집단 주거지였던 상계동 등을 강제로 철거해 수많은 주민들을 아픔으로 몰아넣었다. 용산참사도 저런 개발논리가 바탕이었던데다, 30년이 지나 그 논리가 다시 나오고 있는 데 대해 분노한 것이었다.

이준동 영진위 부위원장도 해당 기사를 공유하며 "기사가 절망이고, 댓글이 희망이다"라고 되받았다. 포털 사이트에 있는 독자들의 댓글 중 가장 주목받은 것은 "저게 왜 부끄럽냐? 니 생각이 더 부끄럽다 기자야"라는 일갈이었다. 누리꾼들은 '기사 쓴 당신이 부끄럽다', 이 기사의 수준은 다시 1987입니다' '아직도 구태적인 독재정권시절의 전시행정을 강조하다니' 등 대부분 비판적인 댓들을 달았다.

<부러진 화살> <천안함 프로젝트> 등 사회적으로 예민한 주제의 작품들을 많이 제작한 정상민 아우라픽쳐스 대표는 "이건 비웃을 일이 아니라 분노해야 할 일이다"라며 "내일 모레는 용산참사 9주기다"라고 강조했다.

1988년 올림픽 앞두고 벌어졌던 살인적 철거와 2009년 무분별한 개발 광풍은 수많은 이들의 목숨을 앗아갔다. 그로부터 9년이 지났건만 서민들의 생존권과 목숨을 위협하는 그 개발 논리는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기사는 절망이나 영화가 희망

 다큐멘터리 영화 <공동정범> 포스터

다큐멘터리 영화 <공동정범> 포스터 ⓒ 엣나인필름


'여기 사람이 있다!'

지난 2009년 용산참사 발생 이후 상징적 구호가 된 말이다. 당시 송경동 시인은 집회장소에서 같은 제목의 시를 낭송할 때면, 절규하듯 제목을 외치고는 슬프게 시를 읽어 내렸다. 9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이명박 정권 당시 발생한 대표적 참사였던 용산참사의 진상은 아직도 완전히 규명되지 않았다.

영화 <공동정범>에는 당시 살기 위해 망루에 올랐던 사람들은 여전히 그 고통 속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 담겨 있다. 모두 진상규명을 원하고 있지만 아직도 당시의 경찰 진압과 화재장면을 보는 것을 힘들어 하는 듯하다. 또한 함께 망루에 올랐으나 참사 이후 서먹해진 사람들이 서로에 대해 갖고 있는 원망도 영화는 가감 없이 담았다.

<공동정범>에선 이명박 정권 당시 개발논리를 앞세운 국가폭력이 얼마나 위험한지, 그 피해가 어느 정도인지 확인할 수 있는 한편, 진실을 찾으려는 다큐멘터리 카메라의 끈질김도 돋보인다. <두 개의 문>에서 보였던 스릴러 영화의 기운도 남아 있고, 피해자들의 심리적 변화가 긴장감 있게 전달돼 스크린에 몰두하게 만든다.

아직도 개발논리를 떠받치고, 빈곤을 가려야하는 것으로 생각하는 절망적인 기사와 비교할 때, 용산참사 9주기(1월 20일)을 앞두고 <공동정범>이 개봉한다는 것이 그나마 희망이고 다행스럽게 생각될 정도다.

공동정범 용산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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