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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회의'는 오늘날 일본사회에서 가장 뜨거운 이름 중 하나다. 아베 내각 각료 19명 중 아베 총리를 비롯해 무려 15명이 속한 단체(2014년 내각 기준)이자 "일본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여겨지는 정치조직"(오스트레일리아 ABC TV), "아베 내각을 좌지우지하면서 역사관을 공유한다"(미국 CNN TV)는 평가를 받는 조직이기 때문이다.

최근 일본사회의 가장 큰 이슈인 모리토모 학원 스캔들(아베 내각이 모리토모 학원에 국유지를 원 감정가의 15% 수준에 매각하고, 이를 은폐하기 위해 공문서를 조작한 사건-기자 주)에서도 일본회의가 등장한다.

스캔들 당사자인 아베 총리, '모리토모 학원 전 이사장인 가고이케 야스노리, 아소 다로 재무장관이 모두 일본회의 소속인 데다가 재무부가 국회에 결재문서를 제출하면서 내부문서에 있던 "모리토모 학원 이사장은 일본회의 회원"란 내용을 삭제한 사실까지 드러났다.

이렇듯 일본사회에 큰 파문을 던지고 있는 일본회의는 어떤 조직일까. 누가 만들었고, 무엇을 지향할까. <일본회의의 정체>(아오키 오사무 지음)과 <일본 우익 설계자들>(스가노 다모쓰 지음)는 이런 질문을 던지면서 일본회의의 실체를 파헤친 책이다.

일본회의의 뿌리는 '생장의 집'

<일본회의의 정체> 겉표지.
 <일본회의의 정체> 겉표지.
ⓒ 율리시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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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회의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 종교다. <일본 우익 설계자들>은 "일본회의의 활동과 동원을 지적할 때, 반드시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언급되는 것이 종교단체와의 관계"(31쪽)라며 일본회의에 대해 '종교 우익'이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일본회의의 정체>도 "일본회의는 '종교 우파단체'에 가까운 정치집단"(149쪽)이라고 지적한다.

일본회의에는 신도계, 불교계, 기독교계 등 다양한 종파에 걸친 여러 종교단체가 참여하고 있는 데다가 임원 62명 중 24명이 종교관계자로 채워져 있을 만큼 종교색이 강하다.

특히 신흥종교단체 '생장의 집'은 일본회의와 아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데 이들의 관계는 1960년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이른바 전공투(전국학생공동투쟁회의, 1960년대 후반 일본 각 대학의 학생자치회연합조직이나 학생이 공동투쟁한 조직-기자 주)의 기초가 정비되고, 좌익 학생들이 캠퍼스를 뒤덮고 있던 1966년, 나가사키 대학에서 우파학생 모임인 유지회가 자치회 선거에서 승리하는 이변을 일으켰다.

유지회는 이후 나가사키 대학 학생협의회를 거쳐 우파학생의 전국조직인 전국학협(전국학생자치체연락협의회), 전국학협의 OB 조직인 일본청년협의회로 이어지는데 일본청년협의회가 실질적인 일본회의 사무국 역할을 하고 있다. 유지회-전국학협-일본청년협의회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흐름을 중심에서 이끈 사람들이 바로 일본청년협의회 회장이자 일본회의 사무총장인 가바시마 유조를 위시한 생장의 집 계열 인물이다.

스즈키 구니오, 이토 구니노리 등 우익활동가들도 일본회의와 생장의 집에 대해 각각 "일본회의의 큰 뿌리는 생장의 집"(<일본회의의 정체> 77쪽), "뿌리랄까, 근원은 분명 같다고 생각한다"(<일본회의의 정체> 114쪽)고 증언하고 있다.

생장의 집은 1983년 정치와의 단절을 선언해 현재는 일본회의 활동과 무관하고, 2016년 아베 내각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정한 적도 있지만, 생장의 집 출신인 가바시마 유조 등은 오랫동안 일본회의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맡고 있다.

이들은 생장의 집 창시자인 다니구치 마사하루를 추종하고 있는데 다니구치 마사하루는 1930년 생장의 집을 만들고, 2차 세계 대전 당시 전투기와 본부 도장을 군에 헌납하는 등 전쟁 수행을 찬양하면서 교세를 확장해 나갔다.

종교학자 데라다 요시로는 그에 대해 "철저한 반공 애국주의자로서, 천황으로 집약되는 일본문화의 우위성, 그리고 대동아전쟁의 의의를 찬양하는 발언을 반복해왔다. 또한 가정의 가치관을 비롯해 일본의 전통질서, 야마토 정신으로 정형화한 일본적인 것을 찬양하며, 일본인으로서의 자부심을 고무하는 주장을 해왔다"고 평가하고 있다.

다니구치 마사하루가 1940년 기관지 <생장의 집> 9월호에서 펼친 천황찬양론은 그의 사상을 보여준다.

"천황으로 향하는 길이야말로 충이라. 충은 천황에게서 흘러나와 천황으로 돌아간다. 천황을 우러르고, 천황에게 귀일하여 나를 버리는 것이 '충'이라. 모든 종교는 천황에게서 시작된다. 대일여래도, 예수 그리스도도 천황에게서 시작되었다. 이는 하나의 태양에게서 일곱 색 무지개가 생기는 것과 같다. 각 종교의 본존만을 예배하고, 천황을 예배하지 않는 것은 무지개만을 예배하고, 태양을 알지 못하는 것과 같다. 모든 종교의 시조는 나팔에 불과하니, 우주의 대교조는 천황뿐이라."

몇 문장만으로도 다니구치 마사하루, 그리고 다니구치 마사하루를 추종하는 '생장의 집 원리주의자들'이 상당히 반동적이고, 위험한 사상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신도', 동원력과 자금력으로 국회의원 당선 좌지우지

일본회의를 이론적, 실무적으로 이끌어온 종교집단이 생장의 집이라면 일본의 고유종교인 신도는 동원력과 자금력을 맡고 있다.

신사본청은 일본 전국에 있는 신사 8만여 개를 대부분 총괄하고 있고, 신관의 15~20% 정도가 일본회의 활동에 열심히 참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모로오카쿠마노 신사의 신관인 이시카와 마사토는 "신사본청이 마음먹으면 1만이나 2만 명 정도는 쉽게 동원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진술한다.

신사는 엄청난 자금도 보유하고 있다. 신사마다 저마다 사정이 다르지만, '일본 최고의 종교법인' 메이지 신궁의 경우 경내만 해도 수조 엔 단위로 추정되고, 메이지 신궁의 자회사가 프로야구 야쿠르트 스왈로스 본거지, 신궁 구장, 메이지 기념관을 소유, 운영하고 있다.

경제지 <주간 다이아몬드> 보도에 따르면 메이지 기념관 그룹 자회사의 연간매출액만 약 110억 엔에 달한다. 메이신신궁은 이 밖에도 테니스클럽, 아이스 스케이트장, 골프 연습장 등을 보유하고 있다. 메이지 신궁 정도는 아니라도 도심에 대규모 경내를 보유한 유명신사는 상당한 자금력을 가지고 있다고 추측할 수 있다.

신사본청이 결성한 신도정치연맹(신정련)에 가입한 국회의원 수를 보면 신도의 영향력이 얼마나 강력한지 짐작할 수 있다. 신정련 국회의원간담회 회원 총수가 304명(중의원 223명, 참의원 81명)으로 일본회의 국회의원간담회 회원총수 281여 명(2015년 9월 기준)보다 많다. <일본회의의 정체>는 "(아베) 정권 자체가 신정련과 일체화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상황"(125쪽)이라고까지 지적하고 있다.

신도는 그 막강한 영향력을 선거에서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다. 이시카와 마사토 신관은 "이번(2016년) 참의원 선거와 지난 참의원 선거에서 신정련이 정한 후보가 모두 장관이 되는 등 큰 성과가 있었다. 대부분은 역시 일본회의와 신사계 힘이었다고 생각한다"며 "이번 선거에서도 신정련이 정한 후보가 상당한 득표수로 당선될 것이 틀림없다"고 말한다.

신도는 그 외에도 여러모로 일본회의 활동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개헌 운동이다. 여러 신사가 2016년 1월 일본회의가 주도하는 '아름다운 일본이 헌법을 만드는 국민 모임' 포스터를 붙이고, 신사 경내에서 헌법개정 찬성 서명 운동을 전개했다. 당시 신사본청의 기관지 역할을 하는 <신사신보>는 다음과 같은 글을 실었다.

"신사계 중에는 왜 신관이 헌법개정을 위한 서명 활동까지 해야 하는지 아직도 의문시하는 사람이 있다고 들었다. 만약 신관이 신사를 지키는 데에만 힘쓰고 나라의 근본을 바로잡는 활동에 종사하지 않는다면 이 나라는 대체 어떻게 되겠는가? 깊이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우리 자신의 열의와 활동 노력으로 헌법개정을 반드시 실현해야 한다."

국민주권, 제정분리 부정..."일본회의는 악성 바이러스"

<일본 우익 설계자들> 표지.
 <일본 우익 설계자들> 표지.
ⓒ 살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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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회의의 정체>와 <일본 우익 설계자들>은 바라본 일본회의는 조금 다르다. <일본회의의 정체>는 일본회의가 아베 내각과 공명하고 있긴 해도 아베 내각을 좌지우지하지는 않고, 일본회의의 문제가 단지 그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결국 일본사회 전체의 문제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반면 <일본 극우 설계자들>은 일본회의가 일본정책연구센터, '다니구치 마사하루 선생을 배우는 모임'과 함께 아베 내각을 좌지우지하고 있고, 이는 일본사회 전체의 우경화가 아니라 '한 무리의 사람들'의 문제라고 보고 있다.

하지만 둘 다 일본회의라는 집단이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위험한 조직이라는 점에는 동의하고 있다.

<일본회의의 정체>는 종교에 기반을 둔 일본회의의 활동에 대해 '컬트성'이란 표현을 사용한다. 일반인의 감각으로는 좀처럼 이해할 수 없는 '종교심'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남들이 어떻게 생각하건 믿는 바를 향해 직진해왔고, 덕분에 끈기 있는 활동으로 일본회의라는 조직을 만드는 데 성공했지만, 운동의 저변에는 뿌리 뽑기 힘든 컬트성이 내포되어 있다는 것이다.

<일본 우익 설계자들>에서도 '컬트'라는 표현이 등장한다. 한때 일본청년협의회 산하 학생조직 '전일본학생문화회의'에 가담했던 하야세 요시히코는 "나는 지금도 보수고, 좌익이 정말 싫지만, 그 이상으로 일본회의 무리가 싫다"고 비판한다.

그는 합숙에서 참가했더니 '항상 천황이 어떻게 생각하실지 생각하면서 생활하라'라는 이야기만 들은 기억, 그곳 사람들에게 뭔가를 물을 때마다 '비밀이지만', '이것은 안으로 들어온 사람에게만 가르쳐주는 건데' 같은 이야기를 들어왔던 경험을 털어놓으며 그들을 '컬트'로 규정한다.

"정말 컬트다, 그자들은. 다니구치 마사하루의 이름은 무슨 일이 있을 때마다 등장한다. 그러나 '비밀이야'라든지 '다른 사람에게 말하면 안 돼'라고 입막음한다. 숨기고 있는 것이다."-<일본 우익 설계자들> 141쪽
행태뿐만 아니라 그들이 표방하는 이념도 위험하기 짝이 없다. 앞서 언급한 일본청년협의회 회장이자 일본회의 사무총장인 가바시마 유조는 일본청년협의회 기관지 <조국과 청년>에서 정교분리, 국민주권 등 근대 민주주의 국가의 기본원칙을 부정하는 발언을 서슴지 않다.

"오늘날의 일본은 제정일치라는 국가철학을 정교분리 사상에 따라 부정하는 풍조가 있다. 유럽의 권력정치와 종교전쟁에서 비롯된 타협의 산물인 정교분리 사상을 토대로, 제정일치 국가철학을 부정하는 것은 (중략) 실로 역사를 모독하는 어리석은 행위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천황이 국민에게 정치를 위임하는 시스템에서 주권은 어느 쪽에 있는가, 이에 관해 서양적인 양자택일론을 그대로 도입하면 일본의 정치 시스템은 해체된다. 현행 헌법의 국민주권 사상은 이 점에서 부정되어야 한다."

그래서 일본회의는 단순한 보수 세력이 아니라 "전후 일본 민주주의 체제를 사멸의 길로 몰아넣을 수도 있는 악성 바이러스"(<일본회의의 정체> 235쪽)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일본회의에 맞선 싸움은 일본의 전후 민주주의, 나아가 근대 민주주의 체제 자체를 지키기 위한 피할 수 없는 투쟁일 것이다.


일본회의의 정체 - 아베 신조의 군국주의의 꿈, 그 중심에 일본회의가 있다!

아오키 오사무 지음, 이민연 옮김, 율리시즈(2017)


일본 우익 설계자들 - 아베安倍를 등위에서 조종하는 극우조직 ’일본회의’의 실체

스가노 다모쓰 지음, 우상규 옮김, 살림(2017)


태그:#일본회의, #생장의 집, #아베 신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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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15기 인턴기자. 2015.4~2018.9 금속노조 활동가. 2019.12~한겨레출판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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