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머큐리 13> 포스터

영화 <머큐리 13> 포스터 ⓒ Fine Point Films



*주의! 이 기사에는 영화의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넷플릭스가 공개한 다큐멘터리 영화 <머큐리 13>은 도입부에서 아폴로 11호가 달 착륙을 시도하던 과거 영상을 재생한다. 미국항공우주국(NASA)과 아폴로 11호가 통신을 주고받는 상황인데 뭔가 이상하다. 아폴로 11호에서 들려오는 우주인의 음성은 남성이 아니라 여성이 아닌가. 이윽고 달을 밟은 여성 우주인은 유명한 닐 암스트롱의 한 마디를 이렇게 바꾼다.

"한 여성에게는 작은 한 걸음이지만, 인류에게는 위대한 도약입니다."

<머큐리 13>이 묘사한 대체 역사의 한 장면은 '위대한 도약'의 다른 의미를 탐구한다는 선언이다. 2007년 달 착륙 우주선인 아폴로호에 탑승했던 우주인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 <달의 그늘에서>를 연출한 바 있는 데이비드 싱톤 감독은 헤더 월시 감독과 손잡고 미국 우주 계획의 위대한 도약에 감춰진 역사의 한 페이지 '머큐리 13'을 펼친다.

"여성은 우주에 자리를 원한다" 외쳤던 여성 조종사들

 영화 <머큐리 13>의 한 장면

영화 <머큐리 13>의 한 장면 ⓒ Fine Point Films


1957년 소련이 인공위성 스푸트니크호 발사에 성공하자 우주는 미국과 소련이 경쟁을 벌이는 각축장으로 변했다. 미국은 1958년 10월 미국항공우주국의 탄생과 함께 미국 최초의 유인위성 발사계획인 '머큐리 계획'에 착수한다.

1962년 2월 우주선 프렌드십 7에 탄 글렌 소령에 의해 미국 최초의 우주 비행은 성공을 거둔다. 이후 미국은 우주 2인승 우주선 발사 계획인 '제미니 계획'과 우주비행사를 달에 착륙시켰다가 지구로 귀환시키는 '아폴로 계획'을 잇따라 성공시키며 승리의 서사를 썼다.

머큐리 계획 당시 미국 항공우주국의 우주 의학 팀 책임자였던 윌리엄 랜돌프 러브레이스 2세 박사는 우주에서 여성들이 할 일이 있다고 판단하고 여성 우주 비행사 집단을 꾸린다. 1960년 2월 '우주로 간 여성' 연구 검사 대상을 모집하고 25명의 여성 조종사를 받는다. 여러 신체적, 정신적 테스트를 진행한 끝에 13명을 최종 대상으로 선정한다. 이들은 '머큐리 13'으로 불렸다.

<머큐리 13>은 미국의 여성 조종사의 태동부터 머큐리 13의 좌절까지 과정을 차분히 살펴본다. 먼저 남성만이 존재하던 항공계의 벽을 처음으로 부순 재클린 코크린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러브레이스 박사가 주도한 비밀 프로젝트 '머큐리 13'의 여성 조종사들은 남성 조종사들보다 더 높은 테스트 점수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워싱턴 정가와 미국항공우주국에 의해 프로그램 자체가 취소되고 만다.

부당함을 느낀 '머큐리 13'은 "여성은 우주에 자리를 원한다"를 외치며 미국 의회에 프로그램 재개를 요구한다. 의회에서 열린 '우주비행사 선정에 관한 특별 소위원회'의 청문회 덕분에 미국 사회는 여성 조종사를 우주비행사로 뽑아야 하는지 갑론을박을 벌인다. 찬반은 엇갈렸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상황이 발생하며 우주로 날아오르려던 '머큐리 13'의 날개는 꺾인다. 1995년에 드디어 미국의 첫 번째 여성 우주비행사 아일린 콜리스가 나오며 '머큐리 13'의 꿈은 비로소 비상할 수 있었다. 소련이 1963년 6월에 첫 여성 우주비행사인 발렌티나 테레시코바를 우주에 보내고 32년이 흐른 뒤의 일이다.

거대하고 견고했던 현실의 벽... 용기 낸 여성들

 영화 <머큐리 13>의 한 장면

영화 <머큐리 13>의 한 장면 ⓒ Fine Point Films


<머큐리 13>은 당시 관련 자료와 영상, 영화 제작 당시에 생존한 '머큐리 13' 여성 조종사의 인터뷰 등을 영화음악과 함께 흥미롭게 나열한다. 중간마다 여성 조종사가 모는 비행기가 하늘을 나는 장면을 넣어 여성들이 꿈꾼 자유와 모험을 그린다.

몇 차례 나오는 '감각 상실 수조' 장면은 인상적이다. 우주 상황을 가정하고 진행한 감각 상실 수조 실험에서 여성 조종사들은 남성 조종사들보다 월등한 성적을 거두었다. 영화가 재현한 감각 상실 수조 장면은 여성들이 남성보다 절대로 뒤처지지 않는다는 걸 의미한다. 우주를 상상한 여성 조종사들의 마음이기도 하다. 또한, 벗어날 수 없었던 현실의 장벽으로 다가온다.

'머큐리 13'과 다른 여성 조종사들은 프로젝트가 취소된 뒤에도 좌절하지 않았다. 꾸준히 남성들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항공 분야에 도전하며 편견을 깼다. 어떤 이는 현재 미국에서 활동하는 최대 규모의 여성 단체인 전미여성기구의 창립 회원이 되기도 했다.

아일린 콜린스는 "전 혼자만의 힘으로는 여기 올 수 없었을 거예요"라고 강조한다. 그녀의 우주 비행은 앞선 여성들이 밟은 '위대한 도약'이 모인 결실이기 때문이다. 아일린 콜린스가 조종하는 컬럼비아호가 우주로 발진하는 광경을 보며 '머큐리 13'의 멤버들은 속내를 털어놓는다. "우리 임무가 헛되지 않았다고 보상 받는 기분이에요."

2016년 개봉한 영화 <히든 피겨스>는 1950년대 미국 우주 궤도 프로젝트에서 흑인 여성들이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했는지를 다루었다. <머큐리 13>은 우주비행사에 도전한 13명의 여성 조종사들이 평등을 위해 내었던 용기를 기억하고 경의를 바친다. 그리고 그녀들이 얼마나 많은 사람에게 영감을 주었는지 이야기한다. <머큐리 13>의 멤버는 말한다.

"어떻게 저 위로 가냐고요? 상상해야 해요. 난 제트기가 아니다. 난 인간이 아니다. 난 상상하는 영혼이다."

 영화 <머큐리 13>의 한 장면

영화 <머큐리 13>의 한 장면 ⓒ Fine Point Film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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