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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대몰카 편파수사' 규탄 여성시위 홍익대 누드 크로키 수업 몰카 사건 피해자가 남성이어서 경찰이 이례적으로 강경한 수사를 한다고 주장하는 이들이 19일 오후 서울 종로구 혜화역 2번 출구 인근에서 공정한 수사와 몰카 촬영과 유출, 유통에 대한 해결책 마련 등을 촉구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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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만 명이 넘는 여성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이전에 볼 수 없던, 사상 최대 규모의 여성 시위대였다. 그러나 이들이 목놓아 외친 것은 '사상 초유'라는 말이 무색할 만큼 당연한 요구였다.

"동일범죄 동일처벌."
"여자도 국민이다."

더 슬픈 것은, 이 당연한 목소리를 내기조차 쉽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시위 현장에는 방해꾼이 기괴한 복장을 하고 나타나 참가자를 촬영하고, 인터넷에는 '시위하면서 얼굴은 왜 가려?' 따위의 비아냥이 넘쳐났다(정말 몰라서 묻는가?).

얼굴을 왜 가리냐는 질문은, 피해 우려 때문이 아니라 수치 때문에 얼굴을 가려야 했던 훼방꾼들에게 던졌어야 했다. 시위가 있던 날, 방문자 많기로 손꼽히는 한 웹사이트에는 협박문이 올라왔다. "지금 염산 챙기고 출발한다."

시위대와 뜻을 같이한 이들은 대학로에 모여든 참여자들만이 아니었다. 이미 40만 명 이상의 시민이 '성별 관계없는 국가의 보호를 요청한다'는 국민청원에 서명을 한 터였다. 청와대 국민청원 가운데 40만을 넘긴 경우는 손꼽을 정도라는 점에서, 차별 없는 보호가 우리 사회에 얼마나 절실한 문제인지를 알 수 있다.

게다가 시위 이틀 전인 5월 17일은 강남역 살인 2주년이 되는 날이었다. 희생자는 무참한 죽음을 통해, 여성들이 나서서 사회를 변화시키지 않는 한 자신의 삶을 지킬 수 없음을 일깨웠다. 국민청원과 추모제에 이어, 대규모 시위까지 일어나자 마침내 이철성 경찰청장이 답변을 내놓았다.

그는 "경찰 수장으로서 큰 책임감을 느낀다"고 운을 뗀 후, "여성들은 문 밖에 나서는 순간부터 안전에 대한 위험을 느끼는데, 경찰이 충분히 보호하지 못한 셈"이라고 말해, 대한민국 경찰이 여성들의 안전을 흡족히 지켜주지 못했음을 인정했다.

하지만 방점은 수사에 남녀 차별이 없다는 사실을 강조하는 데 찍혔다. "성별에 따라 수사 속도가 달라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나는 그의 말이 사실이기를 바란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 말은 입에서 나오는 즉시 빛이 바래고 말았다. 그 시간, 시위대에게 염산 공격을 예고했던 협박범들이 자유롭게 거리를 활보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여성 시위대 안전이 동상보다 덜 중요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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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분노한 여성들, 모이다 19일 오후 3시 서울 혜화 마로니에 공원 앞 도로에 1만 명의 여성들이 모였다. "불법촬영 편파수사 규탄시위"에 참여한 이들은 여성이 피해자일 때도 남성이 피해자일 때처럼 똑같이 수사하고 처벌해달라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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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박을 인지한 경찰은 상황을 주시했고, 다행히 피해도 발생하지 않았다. 인터넷의 협박 메시지는 삭제되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미 저지른 범죄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범인은 시위대에게 염산을 뿌리겠다고 위협했을 뿐 아니라, '뉴스에서 보자'는 말로 실행의지를 드러냈다. 더불어 비닐장갑을 낀 손으로 붉은 염산병을 쥔 사진도 게시했다. 

이는 명백한 테러 위협으로, 긴급체포 대상인 심각한 범죄 행위다. 물론, 한국 경찰이 대중을 상대로 한 협박을 늘 가벼이 여기지는 않는다. 예컨대 지난 3월, 신촌 세브란스 병원에 폭발물을 설치했다고 허위신고를 한 남성이 긴급체포된 것을 봐도 알 수 있다.

당시 범인은 전화를 걸어 '폭발물이 10분 안에 터질 것'이라고 주장했고, 경찰은 즉시 출동해 수색작업을 벌였다. 폭발물 처리반, 경찰 특공대, 탐지견, 소방대 등이 이 작업에 투입됐다. 경찰에 따르면, 범인이 술 취한 목소리였고, 예고한 10분이 지난 뒤에도 피해가 없다는 점에서 상황을 '저위험군'으로 판단한 상태였다. 하지만 최악의 상황에 대비해 철저히 대처했고, 범행이 실행되지 않았어도 협박범을 즉시 검거했다.

한 달 뒤에는 고려대가 수난을 겪었다. 어떤 이가 '폭발물을 들고 고려대로 가고 있다'는 거짓 위협을 한 것이다. 경찰은 학교로 출동해 건물을 수색한 뒤 위험물이 발견되지 않자 3시간 만에 철수했다. 하지만 경찰은 13시간 만에 범인을 긴급체포했다. 이 역시 마땅한 조처였다.

2014년에는 '광화문광장 세종대왕상을 폭파하겠다'는 전화를 건 취객이 긴급체포되기도 했다. 현장에서 폭발물은 발견되지 않았으나, 경찰은 전화발신지 추적을 통해 범인을 하루만에 검거했다. 그로부터 4년 뒤, 여성들에게 염산테러를 하겠다는 협박범은 일주일이 되도록 검거되지 않고 있다.

존경받는 왕의 동상도 소중하겠으나, 만 명 넘는 여성들의 안전도 중요하지 않을까?

'차별없는 보호' 외치는 여성조차 보호하지 못하는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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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反) 페미니즘 시위 "불법촬영 편파수사 규탄시위"가 진행되던 시각, 인근에서는 '일베저장소' 회원 소수가 모였다. 이들은 마블 히어로 영화 주인공들의 옷으로 신분을 가리고 피켓을 들었다. '데드풀'로 변장한 그가 팔에 끼고 있는 인형은 일베 회원들 사이에서 유통되는 '베충이' 인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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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위 참여자들이 '차별 없는 보호'를 외치며 행진했다는 점에서, 상황은 아이러니를 넘어 부조리하게 느껴지기까지 한다. 게다가 염산 테러 위협이 처음이 아니었다. 시위 이틀 전 강남역 살인 희생자 추모제에서도 거의 똑같은 협박이 나왔기 때문이다. 

누군가 같은 웹사이트인 디시인사이드에  '염산 테러 하겠다'며 "이번 페미 시위 때 그날 온 페미들 다 학살할 거다"라는 글을 올린 것이다. 그로 인해 추모객들은 행진 경로를 바꿔야만 했다. 그런데도 경찰은 '시위현장의 경계를 강화하고 있다'며 안심시키는 선에서 대응했을 뿐, 범인 검거 의지는 보이지 않았다.

만일 경찰이 첫 협박에 강력 대응했다면, 두 번째 협박은 나오지 않았을 터이다. 두 번째 협박에 눈감으면 앞으로 협박은 계속 이어질 것이다. 테러 협박은 그 자체로 심각한 결과를 낳지만, 그것이 앞으로 얼마나 더 불행한 결과로 이어질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여성들이 물리적 안전도 보장받지 못하는 나라에서, 말할 권리를 요구하는 것은 사치일까?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제 3조는 "누구든지 폭행, 협박, 그 밖의 방법으로 평화적인 집회 또는 시위를 방해하거나 질서를 문란하게 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규정을 위반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게다가 이번 염산 공격 위협은 단순한 협박이 아니다. 이는 민주적 기본권을 방해하는 범죄일 뿐 아니라, 여성을 특정한 혐오 범죄라는 점에서 가중처벌해야 마땅하다. 경찰이 첫 협박에 손을 놓은 상태에서 두 번째 협박이 나왔고, 두 번째 협박이 어물쩍 넘어가는 상태에서 경찰청장의 "여성들은 문 밖에 나서는 순간부터 안전에 대한 위험을 느끼는데..." 반성이 나왔다.

이철성 경찰청장은 "모든 국민들이 어떠한 폭력에도 불안하지 않도록 보호하는 것이 경찰의 책무"라고 답변을 맺으며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시위대의 질문은 여기서도 유효하다. '여성도 국민인가?' 그렇다면 경찰은 테러 협박범에게 죄를 묻는 것으로 의지를 보일 일이다. 행동이 따르지 않는 장담은 믿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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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스트잇에 적힌 메시지 "불법촬영 편파수사 규탄시위"에 참여한 이들이 직접 적은 포스트잇들. "동일수사 동일처벌", "여자도 국민이다" 등의 문구가 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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