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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부른 잔치가 열리는 산막으로 들어서는 삼삼한 소나무길.
 배부른 잔치가 열리는 산막으로 들어서는 삼삼한 소나무길.
ⓒ 송성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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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 며칠 새소리만 가득하던 산막이 시끌벅적했습니다. 기타 치는 새한이와 채빈이. 인도 배낭여행에서 돌아온 중원이와 수가 하루 이틀 간격으로 솔숲 산막에 찾아와 무대 설치 작업을 도왔습니다. 산막에 뭔 무대냐고요? 올해로 세 번째, 매년 봄마다 열리는 가난하지만 영혼이 맑은 뮤지션들의 산막공연 '배부른 잔치'에 쓰일 무대입니다.

세 번째 음악회라곤 하지만 그동안 변변한 무대 하나 없었습니다. 산막 주변에 굴러다니는 뜰마루 몇 개를 이어붙여 무대로 사용했습니다. 이번에도 역시 산막 주변에 굴러다니는 비닐하우스용 철제를 이용했습니다. 버려진 것들을 재활용한 것이지요.

아, 시방 글을 쓰고 있는 저는 서산 해미 가야산 자락, 솔숲에 자리한 산막에서 올해로 4년째 사글셋방살이를 하고 있습니다. 사실 이곳은 사방천지가 지붕도 울타리도 없는 천연의 무대라 할 수 있습니다. 그 멋진 천연의 무대가 있는데 무엇 때문에 따로 무대를 설치하고 있냐구요?

이곳 산막은 두 평 반 남짓한 방 두 칸짜리 아궁이 불 지피는 옴팡집이기에 드럼 같은 음악 장비를 제대로 보관할 만한 창고조차 없습니다. 하여 창고 겸 무대를 설치하고 있는 것이지요. 창고뿐만 아니라 음악실로도 활용할 요량입니다. '배부른 잔치'에서 공연하는 젊은 뮤지션들이 언제 어느 때든지 찾아와 연습실로 사용할 수 있도록 다용도로 꾸미고 있는 것이지요.
 
배부른 잔치에서 공연할 뮤지션들이 산막에 번갈아 찾아와 무대 만들기를 도왔습니다.
 배부른 잔치에서 공연할 뮤지션들이 산막에 번갈아 찾아와 무대 만들기를 도왔습니다.
ⓒ 송성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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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사람의 손길을 거쳐 버려진 비닐하우스 철제로 만들고 있는 무대가 완성되어 가고 있습니다. 이 무대는 배부른잔치에 참여한 뮤지션들의 음악작업실로도 쓰일 것입니다.
 여러 사람의 손길을 거쳐 버려진 비닐하우스 철제로 만들고 있는 무대가 완성되어 가고 있습니다. 이 무대는 배부른잔치에 참여한 뮤지션들의 음악작업실로도 쓰일 것입니다.
ⓒ 송성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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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사한 무대까지 갖추게 될 올해는 이전보다 좀 더 풍성한 잔치가 될 듯합니다. 벌써부터 채빈이 아버지가 전처럼 비바람 막아줄 귀한 천막 두 개를 가져 왔고 멀리 상주에서 규현이네 아버지께서 이전 잔치 때도 그랬듯이 잔치에 오실 분들과 나눠 마실 귀한 유기농 포도주 한 박스를 보내오셨습니다.

전에는 저녁 한 끼만 준비했는데 이번에는 점심과 저녁을 먹을 수 있습니다. 인도에서 날아온 보파가 맛있는 카레 요리를 해준답니다. 거기다가 겨우내 먹고 남은 신김치를 이용한 돼지뼈다귀탕도 준비할 예정입니다. 이 뿐 아닙니다. 이전처럼 이분 저분 준비해온 술과 빵 등등의 먹거리들을 풀어놓으면 모두가 배불리 먹을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배부른 잔치'는 어떤 예술제나 문화제처럼 그럴싸한 이름 내걸고 받을 수 있다는 지원금 한 푼 받지 않습니다. 공연이며 먹는 것, 모두가 무료입니다.
 
지난해 배부른 잔치를 시작하기 하기도 전에 비가 억수 같이 쏟아졌습니다. 하지만 하늘은 나눔과 섬김의 배부른 잔치를 허락했습니다. 공연시간이 임박해 비가 그치기 사작했다가 공연 끝날 무렵 다시 비가 내렸습니다.
 지난해 배부른 잔치를 시작하기 하기도 전에 비가 억수 같이 쏟아졌습니다. 하지만 하늘은 나눔과 섬김의 배부른 잔치를 허락했습니다. 공연시간이 임박해 비가 그치기 사작했다가 공연 끝날 무렵 다시 비가 내렸습니다.
ⓒ 송성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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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째 배부른 잔치. 공연이 끝날 무렵 다시 비가 내렸지만 젊은 열기를 막을수 없었습니다.
 두번째 배부른 잔치. 공연이 끝날 무렵 다시 비가 내렸지만 젊은 열기를 막을수 없었습니다.
ⓒ 김민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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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그러더군요.

"지원금 한 푼 받지 않는다면서 공연비도 관람료도 없고 거기다가 먹을 거까지 죄다 무료라니 믿기지 않네요. 그게 가능합니까? 돈도 없는 양반이..."
 

믿기지 않을 것입니다. 보통 지원금을 받아 축제를 벌입니다. 하지만 저는 얼치기 기획자이기에 그럴 능력이 없습니다. 지원금 받을 만한 여건이 안 되면 수입이 될 만한 뭔가를 내세우거나 참가비를 받고 잔치를 벌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돈 많은 장사치를 선전하는 광고비 조로 후원금을 받아 잔치를 벌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나는 그럴 능력은 더더욱 없습니다.

하여 우리들의 '배부른 잔치'는 노래하는 친구들뿐만 아니라 스태프들 모두가 돈 한 푼 바라지 않고 스스로 마음을 내서 참여하고 있습니다. '배부른 잔치'를 통해 돈벌이를 바라거나 공연자라 하여 대우받기를 원하는 사람은 참여할 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노래하는 친구들의 노래 실력이 그냥 동네 노래방 수준 아닌가?'라고 의심할 수 있겠죠. '배부른 잔치'에서 공연하는 뮤지션들 대부분이 최소한 서울 홍대 클럽에서 노래하는 '나름 실력'을 갖춘 친구들입니다.

저와 함께 이 잔치를 기획한 두 아들은 노래하는 친구들과 더불어 싱어송라이터이기도 합니다. 듣기에 따라 다르겠지만 저는 이 젊은 뮤지션들의 노래를 아직은(?) 자본에 때 묻지 않은 '영혼이 맑은 노래'라고 표현합니다. 이들과 더불어 무대 경험이 거의 없는 친구들도 참여합니다. 이들에게 무대 경험의 기회를 주는 것은 '배부른 잔치'의 또다른 기획 의도 중에 하나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무대 경험이 많든 적든 간에 '배부른 잔치'에 참여하는 뮤지션들 모두가 애초에 공연비를 받지 않고 노래하는 것은 "자본에 얽매이지 않고 베풀고 나누는" 기획 의도와 뜻을 같이 한 것입니다. 세상의 아픔과 희망을 노래하는 젊은 뮤지션들, 이들 모두가 기획자인 저에게는 아주 고마운 동지들인 것이지요. 다시 말하자면 관객과 공연자가 따로 없고, 프로와 아마추어가 따로 없는 더불어 함께 하는 모두의 잔치라 할 수 있습니다.

3년 전, 아니 햇수로 벌써 4년 전이군요. 이곳 두 평 반짜리 방 두 칸의 사글세 방, 산막으로 이사 왔을 때 화장실도 수도 시설도 없었지만 주변 환경이 너무 좋아 어쩔 줄 몰랐습니다. 기분 좋으면 펄쩍펄쩍 뛰곤 했던 우리 개, 곰순이처럼 너무 좋아 산책을 나서면 정신 나간 놈처럼 혼자서 히죽히죽 웃곤 했으니까요. 
 
배부른 잔치가 열리는 산막 전경. 두 평 반짜리 방 두칸이 전부인 옴팡집이지만 주변 자연 환경이 빼어나다.
 배부른 잔치가 열리는 산막 전경. 두 평 반짜리 방 두칸이 전부인 옴팡집이지만 주변 자연 환경이 빼어나다.
ⓒ 송성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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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막 주변에는 후리후리한 조선 소나무들이 모여 살고 있습니다.
 산막 주변에는 후리후리한 조선 소나무들이 모여 살고 있습니다.
ⓒ 송성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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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막으로 들어서는 입구의 맑은 계곡물이며 그 자그마한 계곡을 건너면 조선 소나무가 가로수처럼 줄지어 반깁니다. 또 집 뒷편에는 사람 발길이 거의 없는 후리후리한 조선 소나무들이 모여살고 있는 아담한 솔숲이 있습니다.

혼자서 누리기에는 주변 사람들에게 너무나 미안했습니다. 나름 자연환경을 함부로 하지 않는 분들과 더불어 찻잔과 술잔을 기울여 때론 거대담론에 시시껄렁한 세상 이야기를 나누며 아궁이 불 지펴 밤을 새우는 호사를 누리기도 했습니다.

그들 중에는 노래하는 제 두 아들의 친구들도 있었습니다. 노래하는 친구들이 찾아오면 저절로 작은 음악회가 되곤 했지요. 그럴 때마다 저는 졸지에 유일한 관객으로 호사를 누렸던 것입니다. 이 또한 혼자 즐기는 것이 너무나 안타까웠습니다. 하여 노래하는 두 아들과 머리를 맞대고 기분 좋은 음모를 짜낸 것이 바로 이 '배부른 잔치'였던 것입니다.

동생 인상이와 함께 '배부른 잔치'를 총괄 준비하고 있는 큰아들 인효의 고민은 이만저만이 아니었습니다(인효는 세월호 참사 집회공연 등으로 블랙리스트 3관왕을 차지하기도 했다. 관련기사 : 3대 이어 블랙리스트, 큰아들이 대견스럽다 http://omn.kr/lck2)

지 애비야 자본에 얽매이지 않고 적게 벌어 적게 먹고 행복하게 사는 것을 인생 최대 목표로 삼고 있으니 노래하는 친구들도 출연료 없이 단 한 푼의 입장료도 받지 말자였지만, 노래하는 뮤지션으로서는 그 입장이 다를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래도 최소한 교통비라도 줘야 하잖아... 에이, 미안해서 어떻게 섭외혀..."
"그냥 평소처럼 여기 산막에 놀러와서 니들끼리 신명나게 노래한다고 생각하면 돼잖어. 그걸 기분 좋게 봐주시는 분들이 있다면 얼마나 좋겠냐. 그려, 이것도 순전히 아빠 생각이긴 한디... 암튼, 평소 그랬듯이 잠자리며 술과 밥은 내가 해줄테니께..."

"다들 이 좁은 방에서 어떻게 자?"
"잠자리가 부족하면 솔숲에 텐트 치면 되고... 우리 집에 텐트 큰 거 두 개 있잖어... 남녀가 각각 대여섯명씩 이용하면 열댓 명은 거뜬 하것다. 공연 보고 주무시고 가실 분들은 텐트 가져오시라면 돼고..."

 
문턱이 낮아 머리통 부딪히기 일쑤인 두 평 반짜리 작은 방에 녹음실을 차려 놓은 인효 인상 두 아들. 이 비좁은 방에서 대여섯 명이 엉켜 잠자기도 했습니다
 문턱이 낮아 머리통 부딪히기 일쑤인 두 평 반짜리 작은 방에 녹음실을 차려 놓은 인효 인상 두 아들. 이 비좁은 방에서 대여섯 명이 엉켜 잠자기도 했습니다
ⓒ 송성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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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살 무렵부터 가난한 산골 생활을 해왔기에 없이 사는데 이골이 난 두 녀석들은 지 애비의 마음과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친구들에게 미안해 최소한의 개런티, 교통비가 마음에 걸렸던 모양입니다.

"그럼 입장료 받지 않는 대신 돈 통이라도 마련하자. 절에 가면 어디서나 볼 수 있는 그 왜 있잖어, 그거..."
"아, 거시기, 그거 보시함 같은 거?"
"맞아 보시함. 그거 설치해 놓고 공연 보시는 분들이 자발적으로 낼 수 있게."

"에이 뭔 소리여! 안돼 그것두! 그렇게 되면 돈을 내지 못하는 분들이 얼마나 미안해 하겠냐. 단 한분이라도 이 산골짜기에 모셔놓고 미안하게 하면 안 되지... 이 공연은 자본에 얽매이지 말고 자비심 하나로 시작해야 돼."
"그게 무슨 자본에 얽매이는겨. 자발적으로 단지 마음을 보시하는 수단인데... 공연 보고 밥 먹고 모든 것이 무료면 관객들도 미안해 할 텐디."

"그러긴 하지만... 그러다보면 이 정도는 괜찮지 식으로 조금씩 가랑비에 속옷 젖듯 자본에 좀 먹어들어가게 돼. 우리만큼은 그 돈 냄새나는 잔치는 절대 하지 말자. 그 먼 곳에서 여기까지 찾아오시는 것만 해도 얼마나 고마운 일이냐. 그 고마운 분들이 니 노래 들어주니 또 얼마나 고맙냐. 그 분들도 마찬가지로 니들 노래를 고맙게 느낄거여. 그리하면 모두가 행복할 수 있잖어. 최소한 '배부른 잔치' 만큼은. 그 좋은 기운이 세상에 퍼져나가면 더 좋고..."

"그건 아빠 생각이고... 노래하는 뮤지션들 생각은 다를 수 있잖아..."
"부처님이 그러셨나? 뜻이 다르면 정글 숲을 헤치고 나가는 꼬끼리처럼 혼자서 가라 했다. 암튼, 그런 친구들은 우리와 함께 할 수 없지. 여기까지 와서 개런티 생각하는 친구들은 애초에 섭외하지 말자..."
"에이, 아빠는 너무 이상적이여."
"이상적인 몽상가일지 모르겠지만 아빠와 같이 생각하는 사람들은 얼마든지 있을 거다. 그 분들과 함께 가면 돼..."

  
본래 화장실이 따로 없는 산막에 배부른 잔치 손님 맞이를 위해 두 아들이 친구들과 함께 생태 화장실을 만들기도 했습니다. 남성용 화장실.
 본래 화장실이 따로 없는 산막에 배부른 잔치 손님 맞이를 위해 두 아들이 친구들과 함께 생태 화장실을 만들기도 했습니다. 남성용 화장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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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 재주가 좋은 작은 아들 송인상이 버려진 목재와 대나무를 이용해 여성전용 화장실을 만들어 벽면에 멋진 그림도 그렸습니다.
 손 재주가 좋은 작은 아들 송인상이 버려진 목재와 대나무를 이용해 여성전용 화장실을 만들어 벽면에 멋진 그림도 그렸습니다.
ⓒ 송성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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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 마음에는 자비심이 넘쳐난다, 다만 그 자비심을 풀어놓을 만한 잔칫집을 찾지 못했을 뿐이다'라는 의도로 그런 분들과 함께 꾸려나가면 자본에 얽매임 없이도 얼마든지 잔치를 벌일 수 있다. 똥뱃장 하나로 시작한 기획자인 제가 원고료 몇 푼으로 탁발승처럼 빌어먹는 처지이기에 식사 준비야 어떻게든 해결할 수 있었지만, 근사한 잠자리나 공연비까지는 지불할 능력이 전혀 없었지요.

"오시는 분들 술이며 밥을 대접해야 하는데 자선사업가도 아니고, 돈도 없는 아빠가 그걸 다 어떻게 감당 하려고..."
"니들도 알지만 난 어떤 일이든 미리 걱정 안 한다. 걱정하지 마라. 서로 나누고 섬길 수 있는 좋은 마음만 먹으면 그건 그때 가면 다 해결될 거다. 내가 가진 게 벨루 없지만 100명 오신다 해도 식사를 대접 할 수 있다. 니들 친구들이 평소에 놀러 오면 내가 돼지뼈다귀탕 끓여 주잖아. 그거 이삼만원이면 충분하거든. 그러니까 그 열 배면 이삼십만 원. 그 돈만 있으면 기분 좋게 잔치 할 수 있는 거지..."


사실 녀석의 의견도 일리가 있었습니다. 가난한 뮤지션들에게 최소한 차비라도 줘야 했습니다. 하지만 내 생각은 그 공연비 몇 푼에 노래 부르고 야반도주하듯 쓸쓸하게 산막을 빠져나가면 관객과 더불어 서로 마음을 나누고자 하는 '배부른 잔치'의 의도와 전혀 맞지 않았습니다. 공연비 줄 능력도 없지만 그럴 바에 애초에 기획을 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렇다고 어디든 공연비 없이 노래하라는 게 아닙니다. 지원금이나 입장료를 받아 운영하는 축제 현장에서 당당하게 공연비 받고 노래하면 될 것입니다. 최소한 내 자식들은 서로 나누는 '배부른 잔치'와 같은 곳에서만큼은 돈과 상관없이 보시하는 마음으로 노래를 불렀으면 좋겠다는 것이지요.

결국 두 아들은 이러한 제 뜻을 전적으로 동감했지만, 사실 저도 이런 마음을 뮤지션들에게 제대로 전달 할 수 있을지, 잔치가 성공할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그건 기우에 불과했습니다. 생각보다 많은 뮤지션들이 우리의 기획 의도에 참여했고, 알림은 SNS가 전부였는데 많은 분들이 산막을 찾아오셨습니다.
 
배부른 잔치에 오신 분들이 커다란 물통에 술로 가득 채워놓았다.
 배부른 잔치에 오신 분들이 커다란 물통에 술로 가득 채워놓았다.
ⓒ 송성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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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난 식사에 떡과 빵 치킨 등등 이 분 저 분들의 가져오신 먹을거리들로 푸짐한 잔치를 벌일수 있었습니다.
 맛난 식사에 떡과 빵 치킨 등등 이 분 저 분들의 가져오신 먹을거리들로 푸짐한 잔치를 벌일수 있었습니다.
ⓒ 송성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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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첫해는 6개 팀의 뮤지션들이 공연을 했는데 대략 70명 정도의 관람객이 오셨고, 작년에는 비가 억수같이 내렸음에도 10개 팀의 뮤지션에 저 멀리 강원도에서 제주에 이르기까지 90명(뮤지션들 포함) 넘는 분들이 '배부른 잔치'에 오셨습니다.

아, 뮤지션들을 비롯한 그 많은 분들이 어떻게 배불리 먹을 수 있었냐구요? 전혀 예상치 못한, 한마디로 기적 같은 일이 벌어졌습니다. 많은 분들이 술이며 떡, 과일, 과자, 빵 등등의 먹을거리를 가져 오셔서 나눠 먹고 남을 정도였습니다.

거기다 스태프들과 뮤지션들에게 최소한의 교통비까지 줄 수 있었습니다. 저와 가까이 지내는 몇몇 분들이 제게 슬그머니 전혀 예상치 못한 돈 봉투를 쥐어주고 가시기도 했습니다.

하여 그 돈으로 저를 포함한 모든 스태프들과 뮤지션들에게 똑같이 얼마간의 교통비를 나눌 수 있었던 것입니다. 아, 그리고 지난해부터는 관람객들의 요청도 있고 하여 '어떤 돈벌이든 하지 말자'에 한 발짝 물러서 노래하는 뮤지션들의 음반 판매만큼은 허용했습니다.
 
배부른 잔치는 모든 것이 무료입니다. 노래하는 뮤지션들은 공연비를 받지 않고 먹거리를 챙겨 오신분들은 공연료를 내지 않습니다. 관객과 공연자 따로 없이 서로 가진 것을 나누는 잔치 입니다. 첫번째 배부른잔치.
 배부른 잔치는 모든 것이 무료입니다. 노래하는 뮤지션들은 공연비를 받지 않고 먹거리를 챙겨 오신분들은 공연료를 내지 않습니다. 관객과 공연자 따로 없이 서로 가진 것을 나누는 잔치 입니다. 첫번째 배부른잔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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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해에는 비가 억수같이 내렸음에도 강원도에서부터 제주도에 이르기까지 많은 분들이 찾아 오셨습니다. 하늘이 도와 공연 시작할 무렵 비가 그쳤고 공연을 마칠 때 비가 다시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두번째 잔치.
 지난 해에는 비가 억수같이 내렸음에도 강원도에서부터 제주도에 이르기까지 많은 분들이 찾아 오셨습니다. 하늘이 도와 공연 시작할 무렵 비가 그쳤고 공연을 마칠 때 비가 다시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두번째 잔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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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부른 잔치'의 주체는 따로 없습니다. 허름한 산막, 아름다운 자연환경과 더불어 기획자, 공연자, 관람객 모든 분의 자비로운 마음이 그 주체입니다.

지난해 '배부른 잔치'가 열리기 전, 남인도에 우뚝 서 있는 아루나찰라라는 산에 다녀온 적이 있습니다. 인도 사람들이 시바 산이라고도 부르는 그 산 아래, 바루와 지팡이 옷 한 벌로 평생 소박한 삶을 살다간 인도의 성자 라마나 마하리쉬가 수행했던 라마나 아쉬람에서 40일을 보낸 적이 있습니다.

그 어디고 보시함을 찾아볼 수 없는 라마나 아쉬람에서는 새벽에 나오는 죽과 점심 식사를 무료로 내주었습니다. 나 또한 거기서 거지와 수행자 일반인, 여행자들과 뒤섞여 꼬박꼬박 공짜 밥을 얻어먹었습니다.

그 공짜 밥은 나보다 가난한 사람들을 살갑게 만나게 해주었습니다. 나는 어느 순간 매일 같이 거리에서 마주친 거지들이며 가난한 수행자들, 가난한 아이들에게 작으나마 적선을 베풀고 있었습니다. 나도 모르게 그 공짜로 먹는 밥값 이상으로 자비심이 생겨나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러다가 생각했습니다. 우리나라의 절간 문들도 보시함 없이 활짝 열어놓아야 한다. 자비심을 최고의 수행으로 여기는 사원이라면 적어도 공양간만큼은 활짝 열어놓아야 한다.

그런 부질 없는 생각을 하다가 나부터 열자, 비록 제대로 된 화장실 하나 없는 산막에서 사글세를 살고 있지만 나 자신부터, 내가 가지고 있는 것부터, 활짝 열어놓고자 하는 마음을 굳혔습니다. '배부른 잔치'에 대한 가능성에 좀 더 확신을 가지게 된 것이지요.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 한 푼 내지 않고 밥을 먹고 처음 만나는 영혼이 맑은 젊은 싱어송라이터들의 노래를 접한 분들은 분명 아루나찰라에서 내가 그랬듯이 산막을 나서는 순간 누군가에게 자비를 베풀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입니다. 그게 마음이든 물질이든 상관없이 말입니다.
 
올해는 예년보다 한 달 일찍 시작하여 만발한 산벚꽃과 함께 할수 있을 것입니다. 디자인 김민준.
 올해는 예년보다 한 달 일찍 시작하여 만발한 산벚꽃과 함께 할수 있을 것입니다. 디자인 김민준.
ⓒ 송성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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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배부른 잔치에 오실 분들에게....
- 4월 26일 전야제. 4월 27일 점심 식사/ 누구나 이야기 마당/ 공연 1부 / 저녁 식사/ 공연 2부/ 누구나 공연 3부~
- 점심 저녁 식사를 준비할 것입니다. 간식거리가 부족할 수 있습니다. 어떤 것이든 함께 나눌 수 있는 먹을거리를 준비해 오시면 좋고요.(그냥 오셔도 상관없는데 가능한 일회용은 사용하지 않으려 합니다. 수저는 챙겨 오세요.)
- 잠자고 가실 분은 텐트나 침낭을 준비하세요.


태그:#배부른 잔치, #가난한 뮤지션, #무료공연 무료식사, #자비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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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살리고 사람을 살릴수 있을 것이라 믿고 있는 적게 벌어 적게 먹고 행복할 수 있는 길을 평생 화두로 삼고 있음. 수필집 '거봐,비우니까 채워지잖아' '촌놈, 쉼표를 찍다' '모두가 기적 같은 일' 인도여행기 '끈 풀린 개처럼 혼자서 가라' '여행자는 눈물을 흘리지 않는다'

오마이뉴스 편집기자. 시민기자 필독서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저자,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 공저, 그림책 에세이 <짬짬이 육아>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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