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6.12 11:58최종 업데이트 19.07.18 15:41
나는 큰 혼란을 겪고 있다. 내가 알고 있기로, 차·자전거·스쿠터를 대여하는 사업은 이전부터 쭉 있어왔다. 하지만 과거엔 그 누구도 이 사업을 일컬어 '혁신'이니, '친환경'이니 '셰어링'이니 하는 이름으로 불러주지 않았다. 하지만 휴대폰 앱 하나가 뜨자, 언론, 교수, 정부 관리들이 앞 다투어 그 이름을 불러주었고, 이 사업은 우리에게로 와서 별안간 '공유경제'가 되었다.

전동보드 한 대를 빌려도 업소에 고이 반납된 것을 가져오면 그냥 '대여'이고, 앞사람이 길거리에 던져두고 간 것을 찾아 타야 '공유'가 되는 것일까? 차를 빌릴 때도 렌터카 업체가 대여하면 그냥 '렌탈'이고, 똑같은 차를 플랫폼 사업자가 대여하면 '4차 산업혁명'이 되는 동시에 낡은 법이 범접할 수 없는 '혁신'이 되는 것인가? 나는 '공유경제'의 의미를 두고 머리를 싸맬 수밖에 없었다.


"다수가 이용할 수 있게 요금 부담이 적어야 하고, 없던 차량을 보태는 게 아니라 이미 운행 중인 차의 빈 좌석을 활용해 교통 혼란과 대기오염을 줄여야 하며, 장기적으로 '자동차 무소유시대'를 가져올 혁신적 교통수단…"

고뇌 속에서 (숱도 없는) 머리를 쥐어뜯고 있는데, 미네르바의 부엉이가 두피를 스치고 날아올랐다. 답은 '버스와 지하철'이었다.
 

대중교통은 가장 효율적이고 지속가능한 이동수단이다. 버스가 정류소에 서 있다. ⓒ Mtattrain

 
버스와 지하철이 진정한 공유경제

어떤 승차공유서비스도 수십에서 수 백 명의 승객을 한 번에 나를 수 없다. 에너지나 환경, 공간 활용 면에서 버스나 지하철만큼 효율적인 이동수단은 없고, 앞으로도 마찬가지다. 대중교통체계는 우리가 이미 성취한 미래다.

한 대의 버스 대신, 승차공유 업체의 승용차나 승합차 20-30대가 출근길을 장악한다고 생각해 보라. 승차공유는 근본적 비효율을 내포하고 있다. 이 문제는 자율주행자동차가 등장한다고 해서 사라지지 않는다.

한국사회는 자율주행에 대해 장밋빛 꿈으로 가득하지만, 이것이 초래할 교통 혼란은 새로운 골칫거리를 안기고 있다. 점검이나 수리를 위해 차량을 회수하는 경우가 아니면, 자율주행차는 별도의 주차 공간 없이 계속 도로를 배회하며 손님을 태우려 할 것이기 때문이다.
 

자율주행차가 도로의 정체와 혼란을 악화시킬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 강인규

 
정부는 법적 규제를 통해 택시 수를 조절한다. 하지만 공유업체는 법적 사각지대에서 무제한 차량을 늘려가고 있다. 이는 도로와 대기상황에 재앙적 결과를 낳을 것이다.

대중교통만큼 미래지향적이고 지속 가능한 대안적 교통수단은 없다. 사적 이윤추구를 위해 운영되는 승차공유와 달리, 버스와 지하철은 공익을 위해 운영되는 진정한 공유경제다. 공유경제와 공공교통이 모두 같은 '공'으로 시작하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하지만 '가짜공유'가 이 진짜 공유경제의 존립을 위태롭게 만들고 있다.

비용을 사회에 떠넘기는 '공유경제'
 

서비스 도입 초기의 약속과 달리, 승차공유 서비스는 도로정체를 악화시킬뿐 아니라, 대중교통을 파괴하는 주범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 MIT Technology Review

 
나는 앞선 두 편의 글에서 이른바 '공유경제'가 지속가능성 없는 사업이라고 지적했다. 한 마디로, 수익모델의 부재를 저임금과 주가 부풀리기로 메우는 '좀비사업'일 뿐이라는 것이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미국 대도시들은 현재 교통 혼잡으로 홍역을 앓고 있다. 최근 발표된 여러 연구보고서들은 승차공유를 교통량 증가의 주범으로 꼽고 있다. 공유업체가 시장에 진입할 때 했던 약속인 '자동차 줄이기'와 '도로 정체 해소'의 정반대 결과를 사회에 안기고 있는 셈이다.

승차공유의 주요 고객은 젊고 학력 높은 중산층으로, 이들은 승용차를 소유한 상태에서 필요에 따라 승차공유를 이용하는 경향을 보인다. 반면 승차공유 기사는 생계를 위해 승용차를 구입해야 한다. 차가 늘어나지 않을 도리가 없다. 자동차 제조업계도 이 사실을 잘 알기에 공유사업에 열심히 투자하고 있다.

뉴욕시는 심각해진 정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21년부터 '혼잡세'를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아직 구체적 액수와 예외 대상이 확정되지 않았지만 (구급차와 장애인 수송차 등 일부차량 제외), 사람들은 이 부담금이 모든 차량에게 무차별적으로 적용될 것을 우려한다. 승용차와 택시는 물론, 버스까지도 징수대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공유경제가 사회에 어떤 숨은 비용을 초래하는지 보여주는 사례 중 하나다. 승차공유가 불러온 문제에 대한 책임을 온 사회가 나눠져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보다 더 심각한 문제가 있다. 승차공유는 대중교통 시스템을 파괴하고 있다.

지난해 < MIT 테크놀로지리뷰 >는 승차공유가 도로혼잡을 야기할 뿐 아니라, 대중교통 승객들을 가로채고 있다고 보도했다. 보스턴시 도시계획위원회가 발표한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승차공유를 이용한 시민의 42%가 '승차공유가 아니었다면 대중교통을 이용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12%는 '승차공유가 아니었다면 걷거나 자전거로 이동했을 것'이라고 답했다.

공유업체가 대중교통뿐 아니라 국민 건강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대중교통과 공존' 말하던 우버, 태도 바꿔
 

승차공유서비스는 버스와 지하철 등에 치명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비지니스인사이드>와 <시엔엔>이 는 우버와 리프트가 대중교통에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를 보도하고 있다. ⓒ 강인규

 
우버나 리프트는 자신들의 서비스가 대중교통과 조화롭게 공존할 것이라고 말해 왔다. 승차공유를 이용해 정류장이나 역까지 이동한 뒤 대중교통을 이용하도록 유도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상황은 전혀 다르게 전개되고 있다. 공유서비스 등장 이후 대중교통 이용자가 계속 감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중교통 승객의 감소의 원인은 여러 가지다. 자동차 소유 증가, 유가 하락, 서비스 수준의 차이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미 켄터키대 연구팀은 이 요인들을 모두 감안해도 설명되지 않는 부분이 있음에 주목했다. 그리고 모델분석을 통해 승차공유가 매년 평균 지하철 승객 1.3%, 버스 승객 1.7%씩 빼앗아간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겨우 한 자리 수'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샌프란시스코의 경우, 지난 7년 반 동안 승차공유로 잃어버린 버스승객이 12.7%에 달한다. 만일 승차공유가 확대되지 않고 현 상태로 유지된다 해도, 지금부터 20년 뒤에는 지하철 승객 40%, 버스 고객의 절반이 사라진다는 계산이 나온다.
 

최근 켄터키대 팀은 승차공유가 대중교통에 미치는 영향을 수치로 분석한 논문을 발표했다. ⓒ Erhardt

 
사실 대중교통체계를 무너뜨리기 위해 승객 절반을 증발시킬 필요도 없다. 승객이 3분의 1만 줄어도 공익을 위해 적자를 보전해 온 정부 부담이 크게 늘어날 것이고, 그로 인해 대중교통 요금은 크게 오를 것이다. 여기에 승용차를 소유하고 있고, 대중교통을 거의 이용하지 않으며, 승차공유 요금에 부담을 느끼지 않는 부유층은 '왜 막대한 대중교통 적자를 혈세로 메워주냐'고 항의할 것이고, 지하철과 버스는 서서히 감차와 노선 폐지를 시작할 것이다.

공유업체들이 사악해서 이런 일을 꾸민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승차공유의 목적은 대중교통수단을 망가뜨리는 게 아니라 그저 돈을 버는 데 있지만, 대중교통을 대체하지 않고서는 실적부실을 만회할 방법이 없다. '대중교통수단의 벗'이라던 우버가 기업공개를 앞두고 증권거래위원회에 완전히 다른 내용의 서류를 제출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그 서류에는 세계 63개국 국민들이 대중교통수단으로 이동하는 거리가 꼼꼼히 계산되어 있다. 우버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를 인용해, 그 나라 시민들이 1년에 5.2조 마일(약 8.3조 킬로미터)을 이동하고 있다고 추산했다. 그런 뒤, 그중 4.4조 마일(약 7조 킬로미터)을 자신들의 '영업시장'으로 보고 있다는 야심을 드러냈다. 대중교통이 감당하는 운송거리의 85%를 자신들의 몫으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자율주행이 해결책'? 인공지능이 웃을 소리

한국사회에서 '경쟁력'과 '기술 선점'이라는 주문은 어떤 법과 규제도 사라지게 만드는 요술방망이였다. 여기에는 보수도, 진보도 없었다. 그리고 이 '탈규제 러시' 뒤에는 언제나 기술에 대한 막연한 낙관적 전망이 있었다.

정부가 공유사업에 무료통행권을 내주는 데 기여한 것도 자율주행 기술에 대한 유토피아적 전망이었다. 언론은 업체가 배포한 '몽유도원도'를 베껴 쓰기 바빴고, 정책입안자들은 이 몽상을 토대로 사업자들에게 영업허가를 내주었다.

사람들은 흔히 자율주행차의 기술적 측면에 초점을 맞춘다. '자동차가 혼자 주행할 수 있게 될까?'라는 궁금증이다. 그리고 자율주행이 실현되는 날, 천문학적 적자를 기록하는 공유업체들이 순식간에 흑자로 전환될 것이라고 믿는다.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자율주행차의 제어장비가 폐지를 접어서 만드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레이더나 라이더 등 자율주행에 필요한 장치는 자동차 1대당 1억 원을 넘어선다. 설사 앞으로 장비 가격이 '폐지값' 수준으로 떨어진다 해도, 통제 시스템을 운영하는 데에는 여전히 막대한 비용이 필요하다.
 

자율주행차기술에 대한 그릇된 환상이 공공서비스와 경제 모두를 망가뜨리는 결과를 낳고 있다. 기술의 개발과 그 기술의 상용화는 별개의 사안이다. ⓒ Grendelkhan

 
사람들은 '기술의 구현'과 '사회적 도입'이 다른 문제라는 사실을 잘 깨닫지 못한다. 예컨대 수은으로 금을 만드는 기술은 이미 1940년대에 개발되었지만, 그 누구도 이 연금술로 돈 벌 생각을 하지 않는다. 그냥 금을 사는 것보다 훨씬 비쌀 뿐 아니라, 방사능 오염 위험까지 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첨단 기술이라 해도, 경제성이 떨어지고 해악이 크면 사회에 도입되기 어렵다. 도입의 주체가 이윤 극대화를 목적으로 하는 기업이면 두말 할 필요도 없다. 이들은 후자, 즉 '사회적 해악'에는 대체로 무감각하지만, 전자를 포착하는 데에는 매우 섬세한 코를 지닌 집단이기 때문이다.

나는 과거의 글에서 현재 자율주행차가 지닌 기술적 한계를 다뤘다. (기사 : 자율주행차·블록체인 열풍, 헛소동 될 수 있다 http://omn.kr/pij6)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자율주행 기술이 충분히 실현 가능하다고 믿는다. 문제는 경제성이 전무하다는 점이다.

마침 최근 하버드-매사추세츠공대(MIT) 팀이 자율주행차량의 운영비용을 체계적으로 계산한 논문을 발표했다. 그동안 우리가 어떻게 속아왔는지, 다음 글에서 확인해보기로 하자.

[기획 / 공유경제의 민낯]
'좀비기업' 된 우버... '공유경제'는 사기다 (http://omn.kr/1jf0h)
이재웅 쏘카 대표가 말하는, 그런 '미래'는 오지 않는다 (http://omn.kr/1ji7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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