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일본의 경제 보복으로 한일 갈등이 최고조에 이르렀다. 일본이 7월 초 반도체 핵심 소재 3개 품목에 대한 수출 규제를 한 데 이어 8월 초엔 화이트리스트에서 한국을 제외했다. 이 같은 조치의 원인은 지난해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 때문으로 알려졌다. 강제징용 사안의 핵심에는 일본의 전범 기업이 있다. 그러나 일부 전범 기업은 현재도 한국에서 영업하고 있다.

8월 26일 방송된 MBC <탐사기획 스트레이트>에서는 '특혜받고 온 일 전범 기업의 민낯' 편이 방송되었다. 이날 방송에는 일본 전범 기업이 받는 특혜에 대해 세밀하게 취재한 내용이 담겨 있다. 취재 뒷이야기가 궁금해 지난 8월 28일 서울 상암 MBC 사옥에서 <스트레이트> '특혜받고 온 일 전범 기업의 민낯' 편을 취재한 서유정 기자를 만났다. 다음은 서 기자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MBC <스트레이트>가 일본 전범 기업에 주목한 이유
 
 서유정 MBC <탐사기획 스트레이트> 기자

서유정 MBC <탐사기획 스트레이트> 기자 ⓒ 이영광

 
- 지난 26일 방송된 <탐사기획 스트레이트> '특혜 받고 온 일 전범 기업의 민낯' 편 취재하셨잖아요. <스트레이트>는 탐사 보도 프로그램이라 뉴스 리포트와 문법이 다른데 해보니 어떠세요?
"제가 <스트레이트> 팀에 오기 전에 보도국 탐사보도팀이라는 부서에 있었어요. (탐사보도팀은) 보도국의 다른 스트레이트 기사보다 호흡이 긴 아이템들을 거기선 많이 했거든요. 차이점이 있다면 거기는 한 아이템을 네 명의 기자가 취재해서 시리즈로 하는 거였다면 여기 같은 경우 한 아이템을 저 혼자 맡아서 호흡이 길게 아이템 진행하잖아요.

약간 부담도 되고 아이템 하나를 취재해서 확인할 때 누군가 도와줄 사람이 없고 저 혼자 해야 하다 보니 힘든 면도 없지 않아 있었어요. 그러나 하다 보니 재미도 있고, 1분 20초 안에 끝날 수 없는 내용이 많잖아요. 그러나 이건 상대적으로 20분 정도를 할 수 있다 보니 더 많은 내용을 다룰 수 있어서 그런 부분에서 좋았던 것 같아요."

- 보도국에서 <스트레이트>를 볼 때와 합류해 취재하며 생각이 달라진 게 있나요?
"프로그램을 보다 보면 선배 후배들이 대단하다고 느꼈어요. 퀄리티 높은 걸 만들기 위해 고생했겠다고 상상하기만 했는데 실제 와서 보니 이 프로그램은 기자 혼자 만드는 게 아니라 영상 기자도 그렇고 뒤에서 도와주는 작가들 역할도 크고요. 이신임 PD 선배가 스튜디오 녹화한 걸 보며 하나하나 만들어 주세요. 월요일 방송이지만 목요일부터 밤을 새우다시피 해서 하거든요. 제가 안방에 앉아 볼 때와 실제 여기 와서 이걸 만들다 보니 고생하시는 분들이 너무 많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 특별히 일본 전범 기업에 주목한 이유가 있나요?
"전범 기업을 다룬 거잖아요. 지금 한일 관계가 그 어느 때보다 안 좋은 상황이고 그 정점에 있는 게 미쓰비시란 회사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 문제잖아요. 미쓰비시 회사가 전범 기업이다 보니 또 다른 전범 기업은 어디가 있을지 호기심에서 출발한 것 같아요."

- 처음에 어디부터 취재하기 시작했나요?
"이번 아이템 같은 경우 제보자분이 있었어요. 다이셀 코리아라는 게 일본 전범 기업인데 그게 한국에 들어온 건 2011년이거든요. 당시 다이셀 코리아란 기업을 한국에 유치시키기 위해서 전적으로 활동한 한국분이 계세요. 그 당시에 다이셀 코리아에 계신 임원분인데 그 분이 제보를 해주시면서 거기서부터 출발한 거죠."

- 제보는 어떤 내용이었어요?
"외국인 투자유치 촉진법에 따라 들어왔지만 그 중에 전범 기업이 가진 특혜가 있어요. 저희가 공개한 투자합의서 같은 경우 비밀문서라서 내부자가 아니면 볼 수 없어요. 투자합의서는 쌍방이 합의한 내용인데 그 내용을 이분이 아셨던 거고 투자합의서 내용에 한국 측이 너무 많은 걸 양보해야 하는 조항이 있는 걸 지적해주셨어요."

- 그게 전범 기업만 그런 건가요, 아니면 다른 외국인 투자 기업도 마찬가지인가요?
"외국인 투자유치 촉진법에 따르면 공장이 들어서는 토지에 대한 무상임대나 세금 감면은 우리나라에 들어오는 기업에 혜택을 주도록 되어 있어요. 그런데 더 나아가서 여기(다이셀 코리아)는 외국인 투자유치 촉진법에 따른 혜택도 주지만 투자합의서를 작성할 때 노사 간 분쟁이나 주민 간 문제가 발생했을 때 우리 지자체가 최대한 협력한다는 내용이 있었거든요. 그런 건 외국인 투자유치 촉진법에 있는 게 아니라 서로 간 협의에 의해 정해진 것이다 보니 그런 부분에서 지나친 양보가 있고 혜택 준 것 아니냐고 생각할 수 있는 부분이죠."

외국 기업을 국내에 유치하면서 전범 기업을...

- 이번 방송에서 다이셀코리아와 아사히글라스 코리아를 다룬 이유가 있나요?
"저희가 제보를 통해 시작은 했지만 다이셀 코리아는 화약을 다루는 공장이기 때문에 위험한 공장이에요. 위험 시설이기 때문에 국내에서 유치하는 데 제약이 많았을 거라고 생각했었거든요. 취재 과정에서 여기 허가 내줘야 하는 기관이 다이셀 코리아와 내면 거래했다는 정황이 있어서 다이셀 코리아를 집중적으로 취재했고요.

아사히 글라스 코리아 같은 경우에는 미쓰비시 계열사예요. 계열사 문제를 다루려고 하다 보니 아사히 글라스 코리아를 다루게 됐고 아사히 글라스 코리아는 많은 소송이 걸려 있어요. 해고된 노동자들과 사측의 소송이 있기 때문에 그런 부분에 대한 진행 상황을 알아보고, 거기에서 절차상 문제나 해고당하신 비정규직 말을 듣고 아사히 글라스 측이 했던 불법 파견 문제에 관심을 가지며 두 기업으로 좁혀나간 거죠."

- 말씀하셨지만 다이셀 코리아는 기업이 노동자나 지역민과 갈등을 겪으면 지자체가 다이셀 코리아에 협력한다고 했는데요. 그게 어떻게 가능할까요?
"같은 부분엔 제3자가 개입할 수 없는 부분이 분명히 있습니다. 근데 지자체가 그런 문제 생겼을 때 우리 측도 아닌 일본 측에 서서 최대한 협력한다는 부분에 대해 명시가 돼 있었어요. 제가 취재 과정에 투자합의서에 나와 있는 여러 가지 사항들을 확인하기 위해 담당자분도 만났는데 이렇다 할 특혜는 아니란 말씀을 하셨었어요.

그러나 최종적으로 기사가 나가는 날 실질적으로 MOU를 체결한 지자체 홍보국장이 저에게 전화 주셨어요. 그래서 이런 노사문제나 이런 조항에 대해 위법소지가 있다는 걸 본인들도 인지하고 있어서 앞으로 투자유치 할 때 신중하게 하겠다는 뒤늦은 변명을 해주셨죠."

- 위법일 수 있다는 걸 인지하면서도 계약했다는 것 아니에요?
"그렇죠, 잘못됐다는 걸 알고 있다고 봐야겠죠. 저희가 취재를 하며 왜 이런 부분이 들어갔을지에 대해 취재하다 보니 다시 대구 경북 경제자유기업청이 생긴 이후 외국인 기업 투자가 이렇다 할 성과가 없어서 실적이 필요한 면도 있었죠. 또 하나 외국인 투자유치 촉진법에 보면 외국 기업 유치해서 실적 있는 공무원은 포상한다는 조항이 담겨 있다 보니 성과주의나 실적 내야 하는 압박이라 해야 할까요? 그런 부분에 있어서 우리나라에 들어오려는 기업에 혜택을 준 게 아닐까란 생각이 듭니다."
 
 MBC <탐사기획 스트레이트>의 한 장면

MBC <탐사기획 스트레이트>의 한 장면 ⓒ MBC

 
- 그럼 비슷한 시기에 들어온 다른 외국계 기업은 어떤 상황인가요?
"비슷한 시기 들어온 다른 기업을 봤을 때 토지 무상임대나 세금 감면 같은 경우 법에 적시된 거라 당연히 받을 수 있는 혜택이에요. 그러나 투자합의서상 노사분쟁이나 지역주민 간 분쟁 해결 이런 부분까지 세세하게 포함된 건 제가 보지 못한 것 같아요."

- 이게 더 문제인 건, 해당 기업이 전범 기업이기 때문은 아닐까요?
"그렇죠. 물론 외국기업 유치 촉진법에 따라서 외국기업 유치하는 것 다 좋다고 생각합니다. 외국인 기업 유치 촉진법 자체가 외국기업이 우리나라에 들어와서 고용 창출이나 지역경제에 도움 되고 우리나라에 같이 일하는 다른 기업과 상생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서 서로 경쟁하며 윈윈하는 전략이거든요. 그렇게 들어올 수 있는 기업은 상당히 많아요. 그리고 우리나라는 제조시설이라 RND시설이 어느 정도 성장 발전했고 같이 성장할 여건이 마련된 상황에서 굳이 전범 기업을 들여왔다는 게 그 문제가 있는 거죠. 역사의식이나 민족의식 같은 게 결여된 부분 아닌가란 생각이 들 수 있는 부분이죠."

보도로 끝이 아니라, 국내에 외국계 기업 유치시 기준 더 생겨야

- 아사히글라스 코리아 경우에는 아침마다 직원 차량 트렁크를 열어 조사한다는 이야기는 황당하기까지 하던데요.
"저는 실제 취재하는 날 아침 7시부터 공장 앞에 갔었거든요. 출근하는 차량을 보는 데 전혀 예상치 못한 그림이 펼쳐지는 거예요. 차들이 들어가며 한 대씩 서는데 일일이 경비원들이 틀어 보이고 가는데 아무도 그걸 왜 트렁크 여냐고 반발 안 하는 거예요. 제가 보안요원들에게 물어봤지만 (이유를) 알려줄 수 없대요. 내막을 보니 2015년 비정규직 중 한 분이 노조 설립하려고 트렁크 타고 들어간 걸 회사 측이 안 이후에 트렁크 여는 걸 5년째 매일 아침마다 하고 있다고 합니다. 차는 개인 차고 트렁크에 있는 물건도 개인 물품이잖아요. 트렁크를 열면서 매일 아침마다 거길 검사 맞는다는 자체가 약간 상식적으로 불가능한 일 아닐까란 생각이 들었어요."

- 직원들은 그 부분에 대해 뭐라고 하나요?
"현지 기업 직원들 직접 만나진 못했지만, 아사히 글라스의 사측 대표라 할 수 있는 분을 만났어요. 직원들이 거기에 대해 뭐라 하는지 물었더니 '다 동의하고 이해한다'고 했대요. 동의서를 구했냐고 했더니 '서류로 받은 건 아니지만 양해 구했고 이해한다'는 말만 하세요. 제가 그래서 비정규직 노동자분들에게 '사측은 직원들이 이해한다는 데 반발하는 사람 없냐'라고 물었더니 딱 한 마디 돌아온 게 뭐냐면 '반발하면 잘릴 수 있으니까요'라는 말을 하셨어요. 그만큼 통제가 심한 것 아닐까란 생각이 들었죠."

- 아사히 글라스 코리아의 경우 방송에서 노동 탄압도 다루셨죠.
"아사히 글라스 같은 경우 2015년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노동조합 만들고 나서 한 달 이후 178명이 해고됐어요. 사측이 얘기하는 건 노조 때문에 해고한 건 아니라고 하지만 누가 봐도 노조 결성해서 이렇게 된 거 아닌가란 생각할 수 있고 여기 같은 경우에는 노조 만드신 분들이 자기들 정규직으로 바꿔 달라고 한 것도 아니고 작업복에 땀이 차니 좋은 거로 바꿔 달라거나 도시락 질 좋게 해 달라는 사소한 거였어요. 이런 요구 때문에 해고당했다는 게 너무 마음 아프고... 이들 상대로 계속 소송 걸면서 법정 다툼 끌고 가는 자체가 모진 것 아닌가란 생각하죠."

- 취재하며 느낀 점이 있을 것 같아요.
" 취재하며 느낀 건 뭐든 좋지만, 앞으로는 이런 기업 유치 활동할 때 역사의식이나 어느 정도 잣대를 두고 이런 걸 유치하는 게 맞지 않냐는 생각도 들고 상대가 뭔가를 요구한다고 해서 거기 대가를 바라거나 대가를 지불함으로써 그 사람 요구받아주는 부조리한 면이 없어져야 우리도 떳떳하지 않을까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서유정 MBC <탐사기획 스트레이트> 기자

서유정 MBC <탐사기획 스트레이트> 기자 ⓒ 이영광

 
- 방송에서 못 다룬 내용이 있나요?
"지금 취재한 게 80 정도라면 방송 나간 건 50 정도 되는 것 같아요. 30은 세세한 부분이고 다뤄지지 못해 아까운 부분이 있죠. 예를 들어 아사히 글라스 노조 경우에는 아직 수사 중인 상황이 많아서 그런 부분에 대해 저희가 가진 부분을 다 풀지 못한 게 있고요. 그 다음 다이셀 같은 경우 오간 내부문서 확인하는 과정에서 지출한 경비비용이나 이런 부분에 대한 것도 지금 취재하고 있어요. 그런 부분에 대한 추가 취재가 이뤄지면 그리고 경찰 수사 결과가 어떻게 나오는지에 따라 또 다른 얘기 다룰 수 있으면 다룰 예정입니다."

- 시청자에게 전하려는 메시지는 무엇인가요?
"시청자분들이 이걸 봤을 때 뭘 느끼셨을지 생각했더니 첫 번째 '왜 저런 전범 기업이 국내에 들어왔을까'고 두 번째 '저렇게까지 하지 않았다면 안됐을까'였거든요. 시청자분들이 이걸 보시고 그런 걸 느껴주시면 좋겠어요. 이게 보도의 끝이 아니라 이걸 계기로 해서 앞으로 국내 들어오는 기업이나 혹은 기업 유치하려고 하는 공무원 지자체의 열심히 일하시는 분들이 뭔가 기준을 가지고 하는 시발점이 되면 좋겠다는 걸 보도 보고 느껴주시길 바라는 부분이 있죠."
 
서유정 스트레이트 일본전범기업 다이셀코리아 아사히글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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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들의 궁금증을 속시원하게 풀어주는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와 이영광의 '온에어'를 연재히고 있는 이영광 시민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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