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그 많던 새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새들이 빠른 속도로 자취를 감춰가고 있지만, 조류학자나 새 관찰에 취미를 가진 사람들이 아니라면, 우리 주변에서 새들이 하루가 다르게 사라지고 있다는 사실을 절감하지 못한다. 

어린 시절을 시골에서 보낸 기성세대라면 봄철 제비를 보기 어려워졌다는 사실 정도는 감지하고 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사라져가고 있는 조류 목록에 제비만 있는 건 아니다. 요즘 같은 가을 추수철 유해 조수 역할을 톡톡히 하는 참새들도 그 숫자가 예전만 못하다. 농민들이 게을러서 논에 허수아비를 세워두지 않는 게 아니라, 참새떼가 과거보다 줄어든 탓도 크다는 뜻이다.
 
되새. 북미지역에서 지난 50년간 가장 많이 사라진 새 가운데 하나로 지목됐다.
 되새. 북미지역에서 지난 50년간 가장 많이 사라진 새 가운데 하나로 지목됐다.
ⓒ 위키미디어 커먼스

관련사진보기

 
조류 숫자 급감은 전 세계 차원에서 이뤄지고 있는 현상이라는 게 조류학자들의 일반적인 관측이다. 그러나 구체적으로 그 숫자가 제시된 적은 거의 없었다. 미국과 캐나다의 조류학자들이 최근 유명 과학저널 <사이언스>에 논문 형태로 제시한 조류 감소 보고서가 눈길을 끄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미국과 캐나다 공동연구팀은 이 보고서에서 북미 대륙의 경우 지난 50년 사이에 새의 숫자가 약 30% 가까이 줄어들었다는 충격적인 조사 결과를 제시했다. 숫자로 환산하면 29억 마리 정도 줄었다. 풀어 얘기하면 북미대륙에서 서식하는 새의 숫자가 1970년과 비교할 때 2019년 현재 29억 마리가량 적다는 뜻이다.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드는 새의 숫자를 보여주는 인포그래픽.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드는 새의 숫자를 보여주는 인포그래픽.
ⓒ 미국 코넬대 조류학실험실

관련사진보기

   
새의 숫자가 급감한 이유로 연구팀은 급격한 도시화와 경제산업활동, 지구온난화 등을 꼽았다. 통계만 제시되지 않았을 뿐 아시아나 유럽 등의 지역도 지난 50년 동안 비슷한 경제적 사회적 변화를 겪었고, 지구온난화에서 예외가 아니라는 점을 고려할 때 이들 지역 또한 큰 폭의 조류 숫자 감소가 있었을 것이라고 연구팀은 내다봤다.

이번 연구에 따르면 새들의 숫자 감소는 특히 12개 과에서 심했다. 참새, 되새, 딱새, 제비 등의 계통에서 크게 줄어 이들의 숫자는 줄어든 29억 마리 가운데 90% 정도를 차지했다. 
 
딱새. 북미지역에서 숫자가 크게 감소한 새 가운데는 이처럼 소형 조류가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
 딱새. 북미지역에서 숫자가 크게 감소한 새 가운데는 이처럼 소형 조류가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
ⓒ 위키미디어 커먼스

관련사진보기

 
서식지별로는 초원 지역에 사는 새들의 숫자가 50% 이상 줄어 으뜸을 차지했다. 기후변화 등에 취약한 물새 등 바닷가를 터전으로 삼는 새의 숫자도 3분의 1 이상이 사라졌다. 북미지역에서 장거리 이동하는 철새는 14%가량 줄어든 것으로 드러났다.

사라진 새들의 숫자 추계는 북미지역 143개 기지의 기상레이더 자료와 여러 곳의 지상 모니터 자료, 그리고 각종 연구자료를 바탕으로 했다. 연구팀은 대규모로 이뤄진 이번과 같은 연구는 사상 처음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새들의 숫자 격감은 생태계의 붕괴의 한 징조일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를 나타낸다. 단순히 조류 숫자만 줄어드는 게 아니라 먹이 사슬이 해체되고 새들에 의한 식물의 수정, 해충 구제 등에 이르기까지 큰 부정적 변화가 뒤따를 수 있다는 것이다. 

타계한 작가 박완서는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라는 소설에서 한국전쟁의 참상과 세태 변화 등을 풀어냈다. 그 많던 새들이 사라지고 있는 지금, 인류는 또 다른 전쟁을 치르고 있는 건 아닐까. 

태그:#새, #조류, #감소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신축년 6학년에 진입. 그러나 정신 연령은 여전히 딱 열살 수준. 역마살을 주체할 수 없어 2006~2007년 북미에서 승차 유랑인 생활하기도. 농부이며 시골 복덕방 주인이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