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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고 말하고 꿈꾸는 여성들이 늘어나는 시대, 우리에게는 더 많은 롤모델이 필요합니다. '야망 있는 여자들을 위한 비밀사교클럽'은 사회 곳곳에서 자기만의 영역을 구축하며 마음껏 야망을 품고 살아가는 30대 이상 여성들을 인터뷰합니다.[편집자말]
(* 이다혜 작가 인터뷰 ①편에서 이어집니다.)

이다혜 작가 말대로 전반적인 급여와 복지 수준이 높은 기업일수록 남성 비율이 높았다.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의 2015년 사업보고서를 기준으로 분석한 결과, 자산순위 상위 30대 기업 중 남성의 비율이 90%를 넘는 곳은 총 13개사였다. 전체의 43%에 달하는 수치다.

여성이 많은 업계라고 하더라도 평균 급여는 남성이 더 높았다. 아모레퍼시픽은 지난해 말 기준 여성 직원이 전체 6202명 중 68%(4209명)를 차지하는 '여초 기업'인데도 평균 급여는 남녀 각각 6510만 원, 4620만 원으로 남성이 1890만 원 더 받았다. LG생활건강도 전체 4378명 중 남성(1955명)보다 여성(2423명)이 많은 기업인데, 평균 연봉은 여성(4570만 원)보다 남성(8000만 원)이 3430만 원 더 높았다.

<출근길의 주문>에 인용된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세계를 설명하다>의 '왜 여성은 더 적게 받는가' 편을 살펴보자.

"폴란드에서는 남성이 1달러를 벌 때 여성은 91센트를 법니다. 이스라엘에서는 81센트를 벌죠. 한국 여성들은 겨우 65센트를 받습니다."

사실 여성이 남성보다 임금이 낮다는 통계는 이제 새로울 것도 없다. 이다혜 작가는 한 조직 안에서 여성이 임금차별을 받을 뿐 아니라, 기업의 여성 비율이 업계의 임금 격차와도 연관이 있다는 해석인 것이다.

- 여성이 일하는 분야는 전반적으로 소위 '돈이 안 되는 판'인 것 같다. 왜 그럴까?
"이에 대해서는 이미 많은 분석이 있다. 여초인 직업군에 장래성이 있으면 남성이 진입하고, 남초가 되면 임금이 급격히 오른다든가 하는 분석들이 있다. 여초인 업계도 고용이 가장 안정적이고 고소득인 임원급이 되면 남초가 된다. 여성의 임금 문제에 대해서는 뉴스기사나 관련 책을 찾아보시는 편이 더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머물러주세요, 계속해주세요
 
사실 여성이 남성보다 임금이 낮다는 통계는 이제 새로울 것도 없다.
 사실 여성이 남성보다 임금이 낮다는 통계는 이제 새로울 것도 없다.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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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 세대 여성들에게 보다 덜 기울어진 운동장을 주기 위해서, 지금 밥벌이를 하는 현역의 여성들은 어떤 일을 할 수 있을까? 
"여성 개개인이 원하는 바가 늘 같지는 않다. 여성 일반을 대표하는 상상력을 발휘하기보다는 다들 나 자신이 모범이 되는 방법을 떠올렸으면 한다. 내가 생각하기에 다음 세대 여성에게 도움이 될 조치라고 생각하지만, 상대는 그렇게 느끼지 않는 일이 있을 수 있다. 지금 10, 20대는 그들을 일반화할 수 있는, 단일한 의제를 가지고 있지도 않다.

다음 세대 여성들에게 보다 덜 기울어진 운동장을 주기 위해 현재 일하는 여성들이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일은 가능한 많은 분야에, 가능한 오래 일하는 것이다. 그냥 누군가가 어떤 일을 하는 걸 보기만 해도 문 하나가 열린다. 지금은 여러 분야에 여러 여성이 진출해서 높은 자리까지 올라가는 것이 중요하다."
  
이다혜 작가는 누구 한 사람만 앞에 있어도, 그 길을 선택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누구 한 사람만 앞에 있어도, 한 명만 눈에 보여도, 그 길을 선택하는 일에 도움이 된다. 내가 일을 시작하던 때는 결혼하지 않고 40대가 될 때까지 조직 생활을 하는 여자가 거의 없었지만, 이제는 점점 늘고 있다. (중략) 이런 나를 위해, 그리고 많은 여성들을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응원은 하나다. 계속해주세요. 거기에 길을 만들어주세요. 시야 안에 머물러주세요. 계속해주세요." - <출근길의 주문> 중

일하는 여성들을 인터뷰하면서 느낀 건, 서로가 서로를 응원하고 있다는 거였다. (들리나? 이 함성이?) 그러나 나도 가끔 그런 말을 듣는다. 왜 그렇게 여성의 목소리에만 집착하느냐고. 

- 페미니즘 콘텐츠에 지친다는 사람들이 있다. 그럼에도 이런 콘텐츠들이 꾸준히 생산돼야 하는 이유는 뭘까?
"페미니즘은 유행이 아니다. 페미니즘은 여성인권의 문제다. 여자들은 이제야 말하기 시작했다. 같은 이야기가 되풀이되는 것처럼 느껴진다면, 세상의 얼마나 많은 문제들이 지치지도 않고 계속 제기되는지 그것을 먼저 말해야 한다.

지금까지 부의 분배가 충분히 이루어진 적이 있나? 폭력은 해소됐나? 여성이 겪는 문제들이 해결되기도 전에 말하기를 줄이라는 요구 혹은 기대(이런 얘기는 이미 누군가 했다는)는 나는 받아들이기 어렵다. 지겹다고? 무엇이? 인권이?

페미니즘 콘텐츠가 지친다는 말을 종종 듣는다. 비슷한 이야기가 반복된다는 말을 여성들도 한다. 그만큼 해결되지 않는 문제들이 있고, 그만큼 충분히 말해지지 못한 문제들이 있다. 출판계에서 여성 이슈가 지금처럼 많은 책으로 이야기된 것이 몇 년이나 됐을까? 여성들은 흔히 자신들이 주요 타깃 소비자인 경우에조차 여성혐오적인 콘텐츠 안에서만 차악을 선택하곤 했다. 여성들을 위한 콘텐츠가 만들어질 때가 됐다."

- 마지막으로 묻고 싶다. '야망 있는 여성들을 위한 비밀 사교 클럽' 인터뷰는 일터에 있는 여성들의 야망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이다혜 작가의 야망이 있다면?
"살아 있는 동안은 계속 글을 써서 발표하고 싶다. 조직생활을 더 길게 하고 싶다. 최근에는 큰 조직의 인사 담당도 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했다. <출근길의 주문>을 쓰면서 여러 자료들을 찾아 읽었다.

그 과정에서 '여성의 능력을 어떻게 조직에서 적절히 발전시킬 것인가'라는 의제가 이제 논의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걸 봤다. 조직 내 성폭력 등의 이슈에 대해서는, 조직에서 이전에 만든 많은 관련 사규를 손봐야 한다. 다들 더 힘내달라. 오래오래 계속하면서 더 나은 환경을 만들었으면 한다."
 
'출근길의 주문' 책표지
 "출근길의 주문" 책표지
ⓒ 한겨레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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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다혜 작가는 <출근길의 주문>을 쓰면서 '정답이 아니라 더 많은 질문을 얻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꽤 많은 독자는 이 글에서 정답에 다가가는 힌트를 얻을 수 있을 것 같다. 일터에서 어떻게 말해야 하는지, 어떻게 글을 써야 하는지, 어떻게 네트워킹해야 하는지에 대한 실질적인 조언이 가득하다(두루뭉술하지 않다).

현실적이고 명확한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건 역시 일 잘하는 여자다. 그가 책에서 남긴 '혼자 일하는 이를 위한 십계명'을 스포일러하며, 이 글을 마무리한다.
 
1. 나대라
2. '재능 기부'식의 일에 주의하라
3. 불안감은 돈이 다스린다
4. 꾸준하게 기록한다
5. 나를 위해 일해라
6. 생활인으로서의 감각을 유지하라
7. 느슨한 네트워킹은 언제나 도움이 된다
8. 문서로 업무진행상황을 남겨라
9. 숫자와 친해져라
10. 건강이 자산이다.

출근길의 주문 - 일터의 여성들에게 필요한 말, 글, 네트워킹

이다혜 (지은이), 한겨레출판(2019)


태그:#이다혜 작가, #출근길의 주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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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 밥 벌어 먹고 사는 프리랜서 작가 딴짓매거진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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