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에고> 포스터

<디에고> 포스터 ⓒ 워터홀컴퍼니(주)


"축구를 한 사람의 힘으로 승리할 수 있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게 가능했던 것은 마라도나 뿐이다."

디에고 마라도나는 '축구의 신'으로 불리는 전설적인 선수다. 브라질의 펠레, 아르헨티나의 리오넬 메시와 함께 역대 최고의 선수 순위를 다투는 마라도나는 아르헨티나를 세계적인 축구 강국으로 만들었다. 1986년 멕시코 월드컵 우승을 포함해 총 5번의 월드컵에 대표팀 선수로 참가했다.

하지만 축구 외적으로 그는 많은 문제를 겪었다. 멕시코 월드컵 당시 8강전 잉글랜드와의 경기에서 '신의 손' 사건으로 유명한 핸드볼 골은 물론 도핑, 마약, 탈세로 커리어 말기를 망쳤다. 여기에 폭력과 망언 등 온갖 추태를 부리며 선수 은퇴 후 지도자 생활 중에도 구설수에 오르내리고 있다. 그만큼 디에고 마라도나는 명암이 대치를 이루고 있는 인물이다.
 
 <디에고> 스틸컷

<디에고> 스틸컷 ⓒ 워터홀컴퍼니(주)


<세나: F1의 신화> <에이미>를 통해 완성도 높은 다큐멘터리를 선보인 바 있는 아시프 카파디아 감독은 마라도나의 생을 마치 롤러코스터를 타듯 속도와 리듬감이 느껴지게 담아낸다. 첫 시작은 그의 영광과 함께한다. 아르헨티나 국가대표로 폭발적인 활약을 선보이며 소속팀 보카 주니어스의 전성기를 이끈 마라도나는 열풍에 힘입어 스페인 라 리가 최고의 명문구단 FC바르셀로나로 이적한다.

하지만 부상과 기행, 여기에 축구 역사에 길이 남을 패싸움을 벌이면서 이적하게 된다. 다큐멘터리가 중점을 두는 지점은 당대 최고의 스타 마라도나가 이탈리아 남부클럽 나폴리로 이적한 후이다. 당시 이탈리아 세리에A에서 나폴리는 우승권과 전혀 거리가 먼 클럽이었고 이탈리아 남부는 재정적으로 가난한 지역이었다.

마라도나는 나폴리 이적을 택한 이유에 대해 평화를 이야기한다. 스페인에서 심신이 지칠 대로 지친 그는 마음에 여유를 느낄 팀을 원했고 그 선택은 나폴리였다. 나폴리는 마라도나 영입 후 전성기를 달린다. 혼자 승부를 뒤집을 수 있는 마라도나의 능력은 한 명의 힘으로 팀 하나를 송두리째 바꾼다.

하지만 평화를 찾아온 도시 나폴리에서의 생활은 그를 퇴폐적으로 만든다. 화려한 스포트라이트의 삶에 빠져 가정을 돌보는 일수가 줄어들고 파티와 유흥을 즐긴다. 여기에 나폴리에 상주하는 마피아들과 연관된 마약에 빠지게 된다. 어린 시절 가난 때문에 어떻게든 성공을 꿈꾸었으나 성공 이후 다가온 공허함을 가족의 사랑이 아닌 중독으로 채워나간다.
 
 <디에고> 스틸컷

<디에고> 스틸컷 ⓒ 워터홀컴퍼니(주)


이런 공허함의 정서는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에서 절정으로 치닫는다. 마치 스릴러 영화를 보는 듯한 긴장과 몰입을 선사하는 이 순간은 제2의 고향인 이탈리아에서 조국 아르헨티나의 우승을 꿈꾸는 마라도나의 이상이 현실과 갈등을 겪는다. 나폴리 시민들에게 응원을 바라는 마라도나의 목소리는 이탈리아 남부와 북부를 분단시키려는 이간질로 들리게 되고 이탈리아 국민들은 스포츠와 개인적인 감정을 분리시키지 못한다.

<디에고>는 자유자재로 그라운드를 누비는 축구의 신이었지만 정작 마음은 어느 구석 하나 안정을 이룰 수 없었던 디에고 마라도나의 이야기를 보여준다. 그의 속마음을 담은 인터뷰 내용을 선택과 선택 사이에 집어넣어 한 편의 전기 영화처럼 감정의 선이 끊어지지 않게 심혈을 기울인다. 여기에 경기 장면을 통해 속도감을 선사한다.

아시프 카파디아 감독은 <에이미>에서 그랬던 것처럼 인물이 살아온 길을 통해 내면의 깊은 이야기를 카메라에 투영시킨다. 레드카펫처럼 화려하고 올곧게 뻗어있을 것만 같은 스타의 길 뒤에 굴곡진 어둠을 담아낸다. '축구의 신'이 아닌 한 명의 '인간'을 보여주며 기쁨과 슬픔, 고난과 역경, 용기와 희망을 다채롭게 표현한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김준모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 브런치, 씨네리와인드에도 게재됩니다.
디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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