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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세계여성폭력추방주간을 맞이하여 한국여성의전화가 주최하고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지원하는 토론회가 지난 10일 창비서교빌딩 50주년 홀에서 열렸다.

이날 한국여성의전화는 가정폭력피해여성 자립지원의 프로젝트인 '당신 곁에 뷰티풀 라이프' 3년간의 기록을 발표하며 피해 당사자의 관점에서 '자립'의 의미를 정의하고, 당사자에게 실질적이고 필요한 '자립지원정책'의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열린 토론의 장이였다.
 
세계여성폭력추방기간 
'당신 곁에 뷰티플 라이프'3년간의 기록
▲ 가정폭력피해여성 자립지원모델 개발 프로젝트 토론회 포스터 세계여성폭력추방기간 "당신 곁에 뷰티플 라이프"3년간의 기록
ⓒ 심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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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를 맡은 고미경 한국여성의전화 상임대표는 "정책을 바꾸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며 토론회의 포문을 열었다.

이어 고 상임대표는 "처음, 10여 년 전에 여성인권의 관점에서 '보호'에서 '자립'으로의 전환을 말해왔다. 중앙정부, 지자체, 우리 모두에게 오늘의 토론 자리가 다른 의미로 다가왔으면 좋겠다"며 피해자지원정책의 관점 변화를 짚어주었다.

발표는 손문숙 활동가, 홍승희('당신 곁에 뷰티풀 라이프' 참가자), 유화정(서울여성가족재단 성평등정책팀 연구위원이 맡았다.

손문숙 활동가는 "2013년도 여성가족부 실태조사에 따르면 2가구 중 1가구에서 가정폭력을 경험하고 있다. 2016년에 실태조사에서는 가정폭력을 신고하는 비율이 1%로 추산되고, 신고 및 상담 과정 후 쉼터에 연계되는 피해자는 그 중 약 2%"라며 "여성의전화 쉼터 오래뜰에는 32년 동안 하루평균 8명 이상, 연간 3천 명 이상, 9만7천 명 이상의 가정폭력 생존자들이 거쳐 갔지만, 생존자들을 완전히 자립할 수 없게 하는 사회적 구조가 이들을 다시 폭력 상황으로 돌아가게 하는 한계 상황에 내몰았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의 불안정한 주거지원과 안정된 고용 형태로 연결되기 어려운 오늘날의 비공개 쉼터 모형은 피해자지원정책이 가진 시대적인 한계점을 인식하여 향후 통합적인 자립지원의 모델로의 전환이 요청되고 있음을 발표하였다.

홍승희씨는 최근 2년 동안 남편의 극심한 폭력으로부터 신고하고, 쉼터에 입소하고, 피해자지원정책을 알아보는 과정에서 겪었던 전반적인 당사자 경험에 대한 목소리를 들려주었다. 대다수 피해생존자가 신변안전의 두려움과 가해자 보복의 위험성 때문에 공개적인 발언 등을 삼가는 분위기 속에서 당사자가 내준 용기와 제도 개선을 향한 목소리는 현장의 여성가족부 권익위원장의 귀와 손에도 중요한 메모들을 남겼다. 당사자는 말한다.

"피해자가 왜 숨어야 하나요? 경차 한 대 있는데 그것 때문에 다른 지원을 못 받습니다. 어디든 속 시원히 가정폭력피해자가 어떤 지원을 받을 수 있는지 말해주는 곳이 없습니다. 하나를 묻기 위해 여러 곳에 전화를 돌려야 하고, 돌아오는 답은 해당 사항이 없다는 것 뿐이었습니다."

당사자는 형식적인 직업훈련이 아니라, 4대 보험이 되는 정규직 일자리에 취업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꼼꼼하고 차분하게  발표를 이어나갔다.

유화정 연구위원은 가정폭력 피해여성의 '자립'을 논하는 이유로, 공간과 관계가 결합된 가정폭력의 특수성을 꼽았다. 기존의 자립모델에서는 피해여성이 '요보호여성이라는 시각에 머물러 있지만, 향후 자립모델 개발에 있어서는 해외 사례를 참조하여 공개형(네덜란드), 지역커뮤니티 강화형(독일) 등을 참조하여 당사자들이 일상적인 자율성과 공동체성을 획득할 수 있도록 돕는 모델들이 추구되고 있음을 새로운 연구모델의 방향성을 소개하였다.

발표자들의 발제를 들은 김현원 여성가족부 권익보호과 과장은 "지난해 11월 27일 정부에서 발표한 대책에 따라 올해 가정폭력피해자 자립역량강화 방안에 대한 연구용역(5월~12월)과 보호시설, 새일센터 등과 연계하여 3개 지자체(서울, 대전, 전남영광)에서 가정폭력 피해자 자립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며, 자립지원의 연속성을 강화할 수 있도록 개선과 보완을 해 나가겠다"고 했다.

소숙희 가정폭력 피해자보호시설 시설장은 공개형 쉼터 모델에 대한 사전 논의의 충분성을 언급하며, 관련 통계자료의 유의미성 도출을 위한 통계 사용의 T-TEST
를 제언하였다.

류수민 한국성폭력상담소 부설 성폭력피해자보호시설 열림터 활동가는 보호시설 내 입소자와 시설운영자의 불평등한 권력관계를 지적하며, 자원을 가진 자와 자원을 이용해야 하는 관계에서의 위계를 양산하는 것을 지양하고, 상호 호혜적인 관계 재정립의 필요성을 짚어내었다. 
 
여성폭력근절을 만들어가는 한국여성의전화 현장 사진
▲ 행사장 모습 여성폭력근절을 만들어가는 한국여성의전화 현장 사진
ⓒ 심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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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로어에서는 이에 대한 예산 증액과 법 개정의 필요성, 쉼터 내 직업훈련과 균등한 자원 배분에 대한 질의들이 이어졌고, 특히나 여성가족부에도 없는 지침이 해당 지역에서 나이와 조건에 의해 피해자 지원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문제적인 상황 등이 발언 되면서 이에 대한 문제해결이 시급해 보인다. 

피해자의 자립모델은 남편과 경찰의 불공정 수사에 의한 비공개 보호 모델에서
가해자 처벌과 공정한 수사와 재판이라는 변화와 함께 시혜적인 요보호여성의 보호가 아닌 당당한 우리 사회의 여성시민으로서의 성원권, 안전권, 범죄피해자의 권리보장이라는 측면에서 이뤄져야 함을 명백히 확인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피해여성들을 500만 원 주거지원비라는 턱없이 부족한 무방비 자립으로 밀어 넣는 제도가 아니라, 실제 살아갈 수 있는 현실적이고 차등 없는 주거, 생계, 의료, 정규직으로의 노동시장 진출을 위한 혁신적인 모델들을 빠른 시간 안에 제도 구축하여야 할 필요성이 제기되었다.

토론회장에 방문한 또 한 명의 가정폭력 피해당사자로서, 범죄피해의 예방을 기대하는 생존자로서 전폭적인 국가 책임을 촉구한다.

덧붙이는 글 | 한겨레 온,


태그:#가정폭력, #가정폭력피해지원, #쉼터, #한국여성의전화, #세계여성추방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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