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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 태어난 아이에게 가장 소중한 존재는 바로 부모와 가정이다. 아이는 부모 없이는 어떤 일도 스스로 할 수가 없고, 부모의 돌봄과 교육을 통해서 자라난다. 누군가 도와주지 않는다면 아이는 간단한 것도 배우기 어렵다. 부모는 아이에게 생활의 방법을 알려주는 동시에 인간으로서 필요한 가치관과 태도를 교육하는 존재다.

그런데 부모가 만약 적절한 교육이나 보호를 포기한다면 아이는 어떻게 되는 것일까. 아이로서는 폭력이나 위험한 사고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할 수 없을 것이다. 사회를 바라보는 가치관을 제대로 정립하기 어려울 수 있다. 그 사실을 깨달은 아이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가?

 
배움의발견
 배움의발견
ⓒ 타라웨스트오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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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라 웨스트오버의 <배움의 발견>(Educated)은 새장 밖의 세상을 찾아 나간 아이의 이야기다. 부모의 양육방침으로 인하여 16살까지 변변한 교육도 받지 못한 저자가 케임브리지 대학의 박사가 되기까지의 과정을 다루고 있다.

이 책은 가정으로 인해서 고통을 받은 적이 있거나 학대당한 경험을 가진 사람들에게 공감과 스트레스를 동시에 줄 수 있다. 저자는 7남매의 막내딸이며, 미국의 아이다호에서 살아왔다. 저자의 가족들은 큰 문제를 가지고 있었는데, 가부장적인 아버지가 극심한 피해망상을 겪는 종교적 원리주의자였다.

저자의 아버지는 비밀 결사단체 일루미나티나 사회주의자들이 언제 쳐들어올지 모른다는 생각에 전전긍긍하며 항상 두려워하며 살았다. 이런 아버지의 방침으로 인해 저자의 가족들은 학교와 병원을 이용하지 못했다.
 
아버지와 할머니는 날마다 다퉜다. 폐철 처리장이 지저분하다는 문제도 있었지만 할머니는 우리가 '야만인들처럼 산이나 헤매고 다니는' 대신 학교에 가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아버지는 공교육은 아이들을 신에게서 멀어지게 하려는 정부의 음모라고 말했다. '아랫동네에 있는 그 학교에 애들을 보내는 건 악마에게 아이들을 통째로 넘기는 거나 마찬가지예요'하고 아버지는 말했다. 
 
세상 곳곳에 위험한 음모가 도사리고 있으며, 이를 대비해서 항상 준비해야 한다는 것이 저자 아버지의 의견이었다. 그는 돈을 모아서 언젠가 발생할 전쟁을 대비해 물자를 모을 저장고를 짓고 상품을 사는 데 돈을 썼다. 그리고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지 않고 폐철 처리장에서 일하도록 시켰다. 이로 인해 저자의 남매들은 화상과 타박상을 당해 크게 몸이 상하고 만다. 물론 이 경우에도 병원은 가지 않았다.

저자의 어머니도 현대 의학을 극단적으로 부정하는 사람이다. 어머니는 그때그때 이런저런 구실을 붙여서 아버지의 말을 따를 뿐 저자와 다른 남매들에게 제대로 된 부모의 역할을 하지 못한다. 저자의 오빠 중 하나는 극단적으로 폭력적인 성향을 띠고 다른 사람을 폭행하기를 즐긴다. 여동생인 저자를 마구 때리는 일도 빈번하게 발생했다. 그러나 부모는 이에 대해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았다.

제목과도 관련되지만, 이 가족의 가장 큰 문제는 자식을 가르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형식적으로는 자녀에게 홈스쿨링을 제공하는 것으로 보였지만, 실제로는 별다른 교육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폐철 처리장에서 일하느라 저자의 남매들은 공부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 저자와 학업에 관심이 있는 남매들은 몰래몰래 공부를 하면서 불안에 떨어야 했다.

저자는 처음에는 아버지의 방침을 믿고 따랐다. 저자가 아는 세상에서는 저자의 부모가 전부였다. 저자의 가족이 다른 가정과 원활한 교류를 하지 못하고, 사회적으로 고립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저자는 가정을 떠나 스스로 독립한 오빠를 보고 공부할 마음을 갖게 된다. 저자에겐 학습에 재능이 있었고 저자는 장학금을 받으며 학교에 다닐 수 있었다. 더 넓은 세상에서 공부를 하면서 저자는 아버지가 피해망상이나 조울증 증세를 가진 사람이 아니었는지 강하게 의심하게 된다.

그런데 저자는 브리검 영 대학에 입학하고, 케임브리지 대학원을 다니는 등 나름의 성공을 이루면서도 끊임없이 아이다호에 있는 자신의 집으로 되돌아가려고 한다. 부모에게 인정받고 과거의 자신이 잘못한 것이 없었다는 사실에 대한 동의를 받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물론 저자의 생각은 절대로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저자의 아버지는 저자의 성취를 인정하지 않는다. 공산주의자들과 관련된 이상한 학문을 배우는 걸 관두길 바랄 뿐이다. 저자와 저자의 남매는 둘로 나뉘었다. 남아서 아버지의 일을 도운 사람들과 독립해서 점점 인연을 끊어간 사람들. 전자는 고등학교 졸업장도 없는 상태가 되었고 후자는 독립하여 박사가 되었다.

학위보다 중요한 사실은 아이다호에 남은 남매들은 아버지의 영향력에서 자유롭지 못하게 되었다는 점이다. 반면 교육을 통해서 사회가 어떤 곳인지 알게 되고 자신의 가치관을 세운 저자는 스스로 서게 된다. 이것이 이 책의 제목이 'educated'인 이유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나와 아버지를 가르고 있는 것은 시간과 거리만이 아니다. 그것은 변화된 자아다. 나는 아버지가 기른 그 아이가 아니지만, 아버지는 그 아이를 기른 아버지다. 
 
저자는 수백 페이지에 걸쳐서 부모의 애정을 갈구하고 자신이 당한 억울함을 부모에게 인정받고 싶음을 말한다. 그러나 이는 충족되지 않고 영원히 벽에 부딪힐 뿐이다. 저자가 겪은 고통과 부모의 방치는 가정이 자녀에게 얼마나 폭력적이고 폐쇄적일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저자는 자신이 얼마나 폭력을 당하고 사회와 격리되어 있었는지 담담하게 써내려간다. 한 여성이 사회와 고립된 장소에서 스스로 일어서서 자신의 자아를 찾는 과정은 아름다운 일이다. 책을 다 읽으니 오바마 대통령이 이 책을 호평했다는 사실이 이해가 되었다.

다만 묘사는 꽤 답답하다. 부모와의 관계 설정 때문에 극단적인 심리에 치닫는 저자의 모습은 독자에게 무겁게 다가올 것이다. 가정 문제로 고통을 겪은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책을 읽는 것을 검토해야 할 수도 있다.

배움의 발견 - 나의 특별한 가족, 교육, 그리고 자유의 이야기

타라 웨스트오버 (지은이), 김희정 (옮긴이), 열린책들(2020)


태그:#배움, #교육, #사회, #자아, #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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