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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장하나 기자 = 한진그룹 경영권을 둘러싼 '남매의 난'이 막이 오른 가운데 '반(反) 조원태 연합군'을 형성한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측과 경영권 상실 위기에 놓인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모두 3월 한진칼 주주총회를 앞두고 전열을 가다듬고 있다.

양측이 이미 확보했거나 확보한 것으로 보이는 지분의 차가 근소한 만큼 남은 기간 나머지 주주들을 자기편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구애 작전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2일 재계에 따르면 조 전 부사장과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 반도건설은 지난달 31일 공동 전선 구축을 공식적으로 알린 데 이어 한진칼 주총에서 제안할 내용에 대해 최종 의견을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이들 3자는 수차례 만남을 통해 각자가 보유한 한진칼 지분을 공동 보유하기로 합의하고 법무법인 태평양의 공증과 금융감독원의 변경 신청 등을 거쳐 3월 주총에서 의결권을 공동 행사하기로 했다.

공동전선 구축한 조현아·KCGI·반도건설

3자간 협의는 조 전 부사장(법률대리 법무법인 원)과 김남규 KCGI 부대표, 권홍사 반도건설 회장의 사위 신동철 전무가 담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상법상 주주제안을 하기 위해서는 직전 연도 정기 주주총회일을 기준으로 6주 전에 이뤄져야 한다. 작년 한진칼 주총이 3월29일에 열렸던 점을 감안하면 주주제안까지 남은 기간은 2주 정도에 불과하다.

이들 3자의 주주제안은 기본적으로 작년 1월 KCGI가 한진칼과 한진, 대주주 측에 공개 제안한 '한진그룹의 신뢰회복을 위한 프로그램 5개년 계획' 내용을 바탕으로 할 전망이다.

당시 KCGI는 KCGI 추천 사외이사 2명과 외부전문가 3명 등 총 6명으로 구성된 지배구조위원회 설치 등을 포함한 ▲ 지배구조 개선 ▲ 기업가치 제고 ▲ 고객 만족도 개선 및 사회적 신뢰 제고 등 3가지 측면의 방안을 제안했다.

이들이 공동 입장문에서 "한진그룹의 전문경영인체제와 이사회 중심 경영을 강화해 어느 특정 주주 개인의 이익에 좌우되지 않고 그동안 소외됐던 일반주주들의 이익을 증진하며 주주 공동이익을 구현할 수 있는 모범적인 지배구조를 정립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힌 것도 결국 이 같은 맥락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는 분석이다.

다만 당시 총수 일가를 겨냥해 회사 평판을 실추시킨 자의 임원 취임을 금지하자고 제안한 내용은 '땅콩 회항'으로 물의를 빚은 조 전 부사장의 이력을 감안해 빠지거나 다소 바뀔 가능성도 크다는 전망도 나온다.

기업가치 제고의 일환으로 항공업과 시너지 효과가 낮은 사업 부문에 대한 투자 당위성을 원점에서 재검토하는 방안도 포함될지 관심이 쏠린다.

당시 KCGI가 구체적으로 지목한 사업에는 조 전 부사장이 애착을 가지고 있는 칼호텔네트워크 등 호텔 사업이 포함돼 있었기 때문이다. 이번 공동 전선 구축을 놓고 일각에서 "조 전 부사장이 가족을 버리고 '적과의 동침'을 택했다"고 말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재계 안팎에서는 조 전 부사장이 결국 대한항공의 호텔사업 부문과 칼호텔네트워크 등을 아예 분리해 들고 나갈 것이라는 추측도 나온다.

한편 지난달 31일 중국 후베이(湖北)성 우한(武漢)에서 철수하는 한국인을 이송하는 정부 전세기에 동승했다 귀국한지 불과 9시간 만에 누나에게 허를 찔린 조 회장과 한진그룹 측은 이들의 공동 전선 구축이 현실화한 것에 다소 충격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허 찔린 조원태 회장, 3일 공식 입장 낼 듯

조 회장과 한진그룹은 작년 12월23일 조 전 부사장이 선친의 유훈을 언급하며 조 회장을 공개 비판하고 나섰을 때는 수차례 내부 회의를 거쳐 6시간만에 공식 입장을 내놨지만 3자의 공동 입장문이 발표된 날은 아예 입을 다물었다.

대신 주말 동안 내부 논의 등을 통해 대응책을 모색한 뒤 이르면 3일 공식 입장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조 전 부사장 측이 지분 공동보유 계약을 통해 의결권 유효지분을 기준으로 31.98%의 지분을 확보한 데 비해 조 회장 본인의 지분은 6.52%에 불과하다.

어머니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과 동생 조현민 한진칼 전무가 조 회장의 손을 들어줘야 특수관계인을 포함한 지분이 22.45%가 된다. 여기에 그룹 '백기사'로 분류된 델타항공(10.00%)과 조 회장의 '우군'으로 분류된 카카오(1%)의 지분까지 더하면 33.45%가 되지만 '연합군'의 지분과 불과 1.47%포인트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여러모로 '사면초가'의 위기에 놓인 조 회장 입장에서는 우호지분 확보에 사활을 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최근 그룹 내부적으로 안정적인 경영 체계를 구축했다는 긍정적인 평가가 나오고 있기는 하지만 다른 외국인 주주와 일반 소액 주주 등을 만족시키기 위한 추가적인 '당근'도 제시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한진칼 등기이사는 오는 3월 임기가 만료되는 조 회장, 고(故) 조양호 회장의 오른팔로 불린 석태수 한진칼 대표이사(사장) 등 사내이사 2명과 사외이사 4명으로 구성돼 있다. 원래 한진칼 사내이사는 조양호 회장까지 3명이었지만 작년 4월 조양호 회장의 갑작스러운 별세로 현재 조원태·석태수의 각자 대표체제로 꾸려져 있다.

정관에 따르면 한진칼 등기이사는 3인 이상으로 구성해야 한다. 다만 사외이사를 3인 이상으로 하고, 이사 총수의 과반수로 구성해야 한다. 사외이사 중 1명인 이석우 법무법인 두레 변호사도 오는 3월 임기가 만료되는 만큼 등기이사 수를 둘러싼 계산도 치열하게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태그:#대한항공, #조현아, #조원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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