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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책이 나왔습니다'는 저자가 된 시민기자들의 이야기입니다. 저자가 된 시민기자라면 누구나 출간 후기를 쓸 수 있습니다.[편집자말]
깨달음에 이르는 길은 두 가지가 있습니다. 명상하기와 사랑하기에요. 늘 깨어있으면서 끊임없이 저를 바꾸어 깊어지는 것이 명상이요, 따뜻한 눈길과 끝없는 관심에서 어리어 오르는 것이 사랑입니다.

위 내용은 제가 늘 곱씹는 말씀으로, 법정 스님이 '맑고 향기롭게'를 열면서 하신 말씀과 사랑을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고 여쭸을 때 주신 말씀을 다듬어 묶은 것입니다. 이 바탕에서 법정 스님 열반 10주기를 맞아 어수선한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명상을 하며 옹근 삶을 살아가려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나?'를 살피며 펴낸 책이 <법정 스님 눈길 : 법정 스님 결 따라 사랑을 명상하다>입니다.
  
법정 스님이 펴낸 책과 법정 스님 관련 책들
▲ 법정 스님이 펴낸 책 법정 스님이 펴낸 책과 법정 스님 관련 책들
ⓒ 변택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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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소유는 사랑이다!
 

사람들은 흔히 법정 스님 하면 '무소유'를 떠올립니다. 그러면서도 깊이 생각하지 않고 받아들입니다. 어쩌면 무소유란 스님들이나 하는 것이라고 흘려보내는지도 모릅니다. 법정 스님 길상사 법회에서 12년 동안 사회를 보아온 저는 법정 스님이 어째서 무소유를 그토록 내세웠는지 깊이 생각해봐야 한다고 여깁니다.

어떤 스님이 글을 즐겨 쓰는 법정 스님께 끝이 날카로운 만년필을 드렸습니다. 법정 스님은 원고지에 닿을 때 나는 사각거림을 좋아하셨습니다. 그러다가 유럽 여행길 만년필 가게에서 똑같은 만년필을 보고는 반가운 마음에 하나를 더 사셨어요. 두 개를 가지고 나니 그만, 하나였을 때 가졌던 살뜰함이 사라지고 말았답니다. '아차!' 싶은 스님은 새로 산 만년필을 얼른 다른 스님에게 건넵니다. 그랬더니 사라졌던 소중함이 되살아났다고 하셨습니다.

가볍게 스칠 수도 있는 이 말씀에는 쓰레기를 만드는 소비자가 되지 않아야 하겠다는 뜻이 고스란합니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물건을 쓰지 않을 도리는 없습니다. 물건을 쓰면서도 소비자가 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그것이 무엇이든 쓰고 버리는 것이라고 받아들이지 말고 나와 함께 삶을 가꾸어가는 식구라고 여겨야 합니다. 몸이 아플 때 치료하며 살아가듯이 세간살이를 비롯한 연장 따위가 망가지면 고쳐가며 거듭 살려 써야 한다는 말입니다.

하나가 필요할 때 둘을 가지려고 하지 말라는 데엔
둘 다 제구실을 하도록 해야 한다는 뜻이 소복해


이밖에 깊은 뜻이 하나 더 있는데 한 자루가 글을 쓰면서 제구실을 하고 있을 때 나머지 한 자루는 쓸모를 잃을 수밖에 없다는 뜻입니다. "하나가 필요할 때 둘을 가지려고 하지 말라"는 말씀에는 둘 다 제구실을 하도록 해야 한다는 뜻이 소복합니다. 남는 만년필을 다른 분에게 드렸다는 말씀은 그 만년필에 숨을 불어 넣어 살렸다는 깊은 뜻이 담겼습니다. 곁에서 나와 더불어 내 살림에 힘을 보태 주고 있는 이라면 그것이 연장이든 사람이든 오래도록 가까이해야 참답다는 말씀이지요. 삶이 죽음에 맞서는 말이듯이 살림은 죽임에 맞선 말입니다. 그래서 저는 '무소유는 살림'이며 사랑이라는 품에서 나온다고 말씀드리고는 합니다.
  
사이를 명상하다?

법정 스님은 조계산 자락에 있는 불일암을 비롯해 강원도 오두막에서 오래도록 사셨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흔히 스님은 우리와 동떨어져서 살아간 분이라고 받아들이기도 합니다. 그럴까요? 아닙니다. 스님은 '선택한 고독'은 고립과 다르다고 말씀합니다. 고립에는 '사이'가 따르지 않으나 고독에는 '사이'가 따른다고요. 그러면서 "산 것은 사이를 이루며 거듭되어간다"라고 말씀합니다. 고독해야 그리움이 쌓입니다. 그래서 스님은 아무리 가까운 사이라고 해도 지나치게 붙어있으면 그리움이 고일 틈이 없다고 말씀합니다. 고독해야 하는 까닭이 '사이'를 거듭 돈독하게 만들려는 데 있다는 말씀입니다.
  
법정 스님 눈길; 법정 스님 결 따라 사랑을 명상하다 / 변택주 / 큰나무 / 15,000원
▲ 법정 스님 눈길 법정 스님 눈길; 법정 스님 결 따라 사랑을 명상하다 / 변택주 / 큰나무 / 15,000원
ⓒ 변택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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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하루하루가 너를 이룬다. 그리고 멀지 않아 한 가정을, 지붕 밑의 온도를 이루고, 그 온도는 이웃으로 번져 한 사회를 이루게 될 것이다. 이렇게 볼 때 네가 있음은 절대이다. 없어도 그만이 아니란 말이다. 누이야, 이 살벌하고 어두운 세상이 그 청청한 네 아름다움에 힘입어 살아갈 만한 세상이 되도록 부디 슬기로워지거라.

"네가 있음은 절대이다"라며 이 살벌하고 어두운 세상에 그 청정한 네 아름다움에 힘입어 살아갈 만한 세상이 되도록 슬기로워지라고 말씀하신 법정 스님 결을 따라 우리가 어떻게 사랑하며 살아야 할지 명상하는 방법을 책에서 살짝 다루기도 했습니다. 법정 스님이 나눠주신 말씀 바탕에서 사이를 명상하고, 사랑을 명상하고, 청빈, 선택한 맑은 가난을 명상하고, 이웃하는 종교와 삶과 죽음을 들여다봤습니다.

이 책에서는 급변하는 이 시대에 법정 스님 결 따라, 아이를 어떻게 길러야 할지와 같은 교육에 비중을 높이 두고, 부부 사이를 어떻게 가져가야 하는지, 참다운 효도가 어떤 것인지를 비롯해 일과 일터 삶과 죽음처럼 '사이'를 깊이 바라봤습니다.
  
법정 스님 뜻이 이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제가 법정 스님과 인연을 다루며 펴낸 책이 모두 다섯 권입니다. <법정 스님 숨결>, <법정, 나를 물들이다>, <가슴이 부르는 만남>, <달 같은 해> 그리고 이번에 펴낸 <법정 스님 눈길>입니다.

어떤 이들이 갸웃거리면서 묻습니다. 법정 스님은 당신이 지은 말빚을 내려놓겠다고 하면서 '절판'해 달라고 말씀하면서 세상을 떠나셨는데 스님을 모시던 그대가 어째서 거듭 법정 스님 이야기를 풀어내느냐고요.

"절판하라!"는 유언을 발표한 이들이 법정 스님이 만든 시민모임 '맑고 향기롭게' 임원들이었습니다. 저작권이 50년 갑니다. 그 뒤에 늘어 70년이 되었습니다만. 그동안 법정 스님 말씀이 이어지지 않으면 스승 사상이 끊어질 수도 있다는 절박감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유언을 발표하고 나오면서 맑고 향기롭게 이사 사임을 했습니다. 혹시 저승이라는 데가 있어 뒷날 스승을 뵈었을 때 치도곤을 겪거나 혼쭐이 나더라도 스승이 펴신 좋은 뜻을 거듭 이어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새롭게 나타난 바이러스 코로나19로 나라 안팎이 쑥대밭입니다. 이럴 때 책을 냈다고 알리는 것이 어쩐지 민망한 일이어서 한참을 망설였습니다. 그러다가 떠올린 법정 스님 말씀이 있습니다. 책에도 나와 있습니다만 오래전 외환위기를 맞아 사람들이 갈피를 잡지 못하고 어쩔 줄 몰라 하는 우리에게 스승은 이런 이야기를 들려주셨습니다.
  
꿰맨 고무신을 그렸다
▲ 법정 스님 고무신 꿰맨 고무신을 그렸다
ⓒ 김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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찢어지게 가난해 너무 살기 힘들어하던 선비 한 사람이 저녁마다 향을 사르고 천지신명에게 빌었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바람이 부나 한결같이. 그러기를 여러 달, 하늘에서 소리가 들렸다.

"옥황상제께서 그 정성에 마음이 흔들려 그대가 무엇을 바라는지 듣고 오라고 말씀하셨다. 소원을 일러보라!"

느닷없는 소리에 어리둥절하던 선비는 "소원이랄 것도 없고, 그저 몸이나 가리고 제때 밥걱정하지 않고 산천을 누비며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하고 말했다. 그 말에 옥황상제 사신은 "아니, 그것은 하늘나라 신선이나 누릴 수 있는 즐거움이거늘 어찌 그대가 탐하는가. 부자가 되거나 귀해지기를 바란다면 얼마든지 해줄 수 있지만, 그것은 참으로 들어주기 어렵네"라고 말했다.


무슨 말씀일까요.

소욕지족, 적은 것에 기꺼워하기란 입에 올리기는 그럴싸해도 막상 하려고 들면 부자 되기보다 더 어렵다는 말씀입니다. 그토록 맞아들이기 어려운 '적은 것에 기꺼워하며 누리는 삶'을, 외환위기가 찾아와 적은 것에도 기꺼워할 수 있도록 만들어줬으니 욕심을 내려놓고 맑고 담백하게 살라는 말씀이었습니다.

코로나19가 두려운 것은 우리에게 우리 몸에 항체가 없기 때문입니다. 다른 말로 하면 면역력이 없다는 것이죠. 그뿐만 아니라 그것을 막을 백신도 치료제도 없어서 두려운 겁니다. 그런데 번지는 가운데 다 나은 사람도 퍽 여러 사람입니다. 치료제도 없는데 어쩐 일일까요?

국립의료원 신영식 센터장은 "자연 치료된 것"이라고 하면서 "약이 없는 일반 감기처럼 건강한 어른이라면 바이러스에 감염되더라도 몸에 있는 면역체계가 작동해 짧게는 열흘에서 길게는 3주 안에 항체가 생겨 저절로 좋아지고, 균이 다 없어져 열도 떨어져서 낫는다"라고 말합니다.

자연치료란 저절로 나았다는 말씀입니다. 면역체계를 망가뜨리는 요인이 여럿 있습니다만 그 가운데 현대인들이 가장 크게 겪는 것이 스트레스입니다. 스트레스가 면역을 떨어뜨린다는 말씀입니다. 밝은 생각이 면역력을 높여줍니다. 밝고 좋은 생각이 들도록 하는데 명상보다 좋은 것을 찾기 어렵습니다. 그 가운데서 숲이나 들을 걷는 걷기 명상은 더할 나위가 없습니다. 둘레에 숲이나 들이 없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실내에서라도 걸으면 됩니다. 걸을 수도 없다면 앉은 자리에서 또는 선 채로 명상에 들어도 좋습니다. 스마트폰으로 숲에서 나는 바람과 새 소리가 섞인 명상음악을 틀어놓으면 더 좋고요. 이 책 129쪽에 걷기 명상 이야기도 잠깐 나옵니다.
  
걷는 모습을 그리다
▲ 법정 스님 걷는 모습을 그리다
ⓒ 김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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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기 명상은 서서 명상할 때와 같은 자세로 천천히 발을 내디디는데 걸음너비는 발길이 또는 발길이 한 폭 반만큼 떼어놓는다. 풀밭이나 흙길에서 걷기 명상을 할 때는 맨발로 해보라. 신발을 신었을 때와 사뭇 다른 느낌을 받을 것이다.
 

어떤 명상을 하든 명상하기에 앞서 숨을 고르면서 손발을 비롯해 몸 곳곳을 샅샅이 훑어가며 하나하나에 고맙다고 인사를 하면 면역력을 더 키울 수 있습니다. 부디 코로나19로 겪는 이 어려움이 어서 끝나서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가기를 빕니다.

법정 스님 눈길 - 법정 스님 결 따라 사랑을 명상하다

변택주 (지은이), 큰나무(2020)


태그:#법정스님열반10주기, #사랑, #명상, #법정스님 눈길, #법정스님 숨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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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평화도서관사람들 바라지이 “2030년 우리 아이 어떤 세상에서 살게 하고 싶은가”를 물으며 나라곳곳에 책이 서른 권 남짓 들어가는 꼬마평화도서관을 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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