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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 구경 오지 말아주세요'라는 현수막이 걸렸다고 한다. 벚꽃 축제로 유명한 진해에서 이런 진풍경이 벌어지고 있다고 한다. 코로나19로 관광버스 규모의 인파만 줄어든 모양이다. 아니면 밀폐된 공간이 아닌 곳에서는 코로나19의 전염력이 덜할 것이라는 개인적인 판단으로 나선 것일 수도 있고.

부여군에도 그런 곳이 있다. 지난 일요일 지인들과 우연히 부여군 임천면 성흥산에 올랐다가 주차장이 가득 찬 것을 보고 놀랐다. 어떤 유명한 관광지이든 원주민들은 큰 감흥을 느끼지 못하기 마련이다. 원주민인 우리 일행도 당연히 방문객들이 없을 것 같아서 가볍게 코로나19의 피로감이나 해소하려고 찾은 곳이었다.
 
코로나19 시국에 성흥산에 찾아온 관광객들
▲ 성흥산 조망 코로나19 시국에 성흥산에 찾아온 관광객들
ⓒ 오창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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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젊은이들의 핫 플레이스 '성흥산 사랑나무'가 거기 있다. 한가한 일요일 오후였지만 사랑나무가 있는 부여군 임천면 행정복지센터 앞길로 들어서자 줄을 잇는 차량 행렬에 우리 일행들은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 두기 운동을 하고 행동을 제한하는 시기인지 의심스러웠다. 코로나19의 발생 이후에는 인근 도시의 극장이나 대형마트 방문도 자제해왔던 우리 일행들이었기에 성흥산 주차장에 가득한 차량들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
 
지난 일요일 주차장에 가득한 차량들
▲ 성흥산 주차장 지난 일요일 주차장에 가득한 차량들
ⓒ 오창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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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자리가 거의 없는 주차장과 사랑나무 아래에서 북적거리는 인파들에서는 두 가지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모든 사람들이 100퍼센트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다는 것과 두 손 꼭 잡은 젊은 연인들이라는 것이었다.

인구도 역사도 시설물도 노후화 되고 있는 부여군에서 젊은 연인들을 떼로 만나는 일은 극히 드물다. 평소 같으면 환영할 만한 일이다. 그렇지만, 지금은 온 세계가 코로나19와 맞서 싸우는 시국이다. 전문가들은 젊음만을 믿고 함부로 돌아다녀서는 안 된다고 경고하고 있다.

사랑나무를 찾아오는 연인들은 마스크를 착용하고 나름 '사회적 거리두기'를 유지하려고 노력하는 듯 했다. 다른 연인들과도 의도적으로 접촉을 피하는 모습이었다. 사진을 찍기 위해 줄을 서는 간격도 유지하는 모습이었다.
 
그냥 막 찍어도 화보가 되는 사랑나무. 코로나19 시국에도 찾아오는 발길이 줄어들지 않아서 걱정이다.
▲ 드라마의 배경이 된 사랑나무 그냥 막 찍어도 화보가 되는 사랑나무. 코로나19 시국에도 찾아오는 발길이 줄어들지 않아서 걱정이다.
ⓒ 오창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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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말하지만, 지금은 세계적으로 코로나19의 전염력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추세이다. 중앙대 약학대 설대우 교수는 연합뉴스에서, 노년층들의 사망률이 높다고는 하지만 젊은이들이 왕성한 활동력으로 무증상, 조용한 지역 사회 전파자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간과하고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23일, 축제를 취소한 구례 산수유 마을에도 코로나19 확진자가 다녀갔다는 뉴스가 나왔다. 동선이 공개된 후에는 장소를 폐쇄했다고 했다. 미국에서도 플로리다 해변으로 찾아와서 파티를 벌이는 통제가 안 되는 젊은 친구들 때문에 관광지 곳곳을 폐쇄하고 있다고 한다.

코로나19 감염보다 사회적 피로감, 우울감이 우리를 더 힘들게 할지라도 지역 사회 전파자가 되어 민폐 관광객으로 눈총을 받는 일은 없어야 한다. 젊음을 과신한 안전 불감증을 코로나19 시국에 적용하지 말 것을 당부한다.
 
사진으로 봐도 멋있지만 실물이 더 멋있으니 젊은 친구들이 몰려온다.
▲ 성흥산 사랑나무  사진으로 봐도 멋있지만 실물이 더 멋있으니 젊은 친구들이 몰려온다.
ⓒ 오창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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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 사랑나무를 찾아오려거든 코로나19가 종식되면 찾아오시라. 그렇지 않으면 부여군에서도 '제발 찾아오지 말아주세요'라는 현수막을 내걸 수도 있다. 사랑나무에 다녀간 관광객이 확진자가 되어 동선을 공개하는 일이 발생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관광 콘텐츠를 발굴하여 찾아와 달라고 온갖 매체를 동원해서 사정해도 모자를 판국에 반대로 오지 말아달라고 하는 요상한 시국을 우리는 모두 함께 견뎌내야 한다. 기사를 쓰고 난 지금, 막 안전안내 문자가 도착했다. 부여도 이제 코로나19 청정지역이 아니다.

"부여군 코로나19 확진자 2명 발생. 역학조사 후 이동 동선을 투명하게 공개하겠습니다."

태그:#성흥산 사랑나무, #사회적 거리유지, #지역사회 전파자, #코로나 19 시국, #무증상 감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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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부여의 시골 마을에 살고 있습니다. 조근조근하게 낮은 목소리로 재미있는 시골 이야기를 들려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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