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29 12:55최종 업데이트 20.07.07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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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켈 총리 대국민 연설 듣는 독일 사람들 독일 오버하우젠의 한 주택 거실에서 18일(현지시간) 사람들이 TV를 통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사태와 관련한 앙겔라 메르켈 총리의 대국민 연설을 듣고 있다. ⓒ 베를린 AP=연합뉴스

 
[기사수정: 4월 2일 오후 6시 5분]

독일이 코로나19 확산으로 경제적 어려움에 빠진 시민들을 보호하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독일은 현재 행정 명령을 통해서 대부분의 상점 영업을 강제로 중지했고, 사람들의 외출과 이동도 제한하고 있다.


한국과는 다른 '강제 규정'으로 인해 시민의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생활 경제의 피해가 더욱 심각할 것으로 예상된다.

임대료 납부 2022년까지 유예 가능... 계약해지 금지

당장 수익 활동을 할 수 없는 이들에게 가장 빨리 닥치는 문제가 바로 다음달 방값, 혹은 상가 임대료다. 독일에서는 원칙적으로 2개월간 임대료가 연체되면 '계약 해지'를 할 수 있다. 

독일에서는 아직까지 집을 구매하는 것보다는 임대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베를린의 경우 베를린 전체 주택의 약 85%가 월세를 지불하는 임대주택이다. 

베를린의 경우 방값이 저렴하기로 유명했지만 최근 '젠트리피케이션'으로 방값이 많이 오른 상태다. 베를린 시 전체 평균 임대료는 2018년 기준 제곱미터당 6.72유로다. 단 2003년 이후 지어진 건물만 따지면 제곱미터당 평균 10유로가 넘는다. 100제곱미터(약 30평) 집을 예로 들면 순수 방값만 1000유로(한화 134만원) 정도다. 전기, 난방, 수도, 관리비 등이 전혀 포함되지 않은 비용이다. 세금 등을 더하면 최소 200유로(한화 27만원)는 더 추가된다. 

지난 25일 독일 연방의회는 '민법, 파산법, 형사소송법에 있어서 코로나 전염병 피해 완화를 위한 법률'을 통과시켰다. 이 법률에 따르면 코로나19 확산으로 발생한 빚을 이유로 계약을 해지하거나 중지하는 등의 계약상 의무 조항을 이행할 수 없다.

이 조항은 추후 코로나19와 관련한 새로운 조항이 나올 때까지 유지된다. 특히 부동산 임대 계약에서는 4월 1일부터 6월 30일까지 3개월 동안의 임대료 연체를 이유로 계약을 해지할 수 없다. 물론 원칙적으로 임대료 납부 의무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이 때 밀린 임대료는 2년 후인 2022년 6월 30일까지 납부해야 한다.  

독일세입자협회는 해당 조치를 '환영한다'면서도 개정안이 불충분하며 더 강한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베를린세입자협회의 라이너 빌트 회장은 "저소득 가정이 2022년 6월 30일까지 연체된 임대료를 감당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특히 6%에 가까운 연체료가 허용되는 것도 이해할 수 없다. 계약 해지 보호 이외에도 더 많은 조치가 취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베를린 공공주택회사 게보박(Gewobag) 지역 사무실 ⓒ Gewobag/Tina Merkau

 
베를린시-시 소유 건물 세입자 무조건 보호 

베를린 시는 지난 24일 코로나19 위기에서 세입자 보호를 위한 대책을 발표했다. 시가 소유한 6개 주택공사에 한해서 이유를 불문하고 당분간 계약 해지를 하지 않도록 결정했다. 추후 조치가 있을 때까지 임대료 인상, 강제 퇴거 등의 조치도 중지된다. 이미 임대료 인상이 결정된 일부 공공 주택의 경우 인상 결정을 철회하기도 했다.

카트린 롬프셔 베를린 시의원은 이와 관련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서 사람들은 그 어느때보다도 집에 머물러야 한다. 세입자들에게는 지금 거주지를 유지할 수 있는 안전성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지금 시기에 '연대'라는 것이 텅 빈 단어가 되어서는 안 된다. 주거지를 잃는 일은 없어야 하며, 코로나 위기에서 월세를 지불할 수 없는 사람들을 도와야 한다"고 말했다.

디르크 베렌트 베를린 시의원도 "코로나19 위기에서 세입자들이 혼자 남겨져서는 안 된다. 전염병으로 수백만 명의 사람들이 경제적 위기에 처했다. 이런 사람들이 머물 집까지 잃게 된다면, 정말 혹독한 상황이 될 것이다. 이 때문에 세입자들은 더욱더 긴급한 보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대형 브랜드 매장-월세 납부 거부 선언
 

텅빈 브란덴부르크 앞 광장 독일 정부가 국민들에게 집에 머물 것을 호소한 지난 3월 19일 독일 베를린의 브란덴부르크 앞 광장이 텅 비어 있다. ⓒ 연합뉴스/AP

 
한편 아디다스, H&M 등 일부 거대 패션 브랜드는 코로나19 기간 동안 임대료를 지불하지 않겠다고 먼저 선언하고 나섰다. <슈피겔> 보도에 따르면 H&M은 27일 상황이 해결될 때까지 독일 전역에 있는 460개 매장의 월세를 내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 외에도 아디다스와 신발 브랜드 '다이히만' 등 코로나 위기로 강제로 휴업을 하게 된 많은 회사들이 4월부터 월세 납부를 중지하겠다고 밝혔다. 아디다스 측은  공영방송 타게스샤우(tagesschau)에 "우리 매장이 문을 닫게 된 곳에서는 임대료 지불을 일시적으로 중지한다"면서 "이와 관련 건물주와 긴밀하게 협의하고 있다"고 확인해줬다.

독일에 1200개 매장을 두고 있는 신발 브랜드 다이히만도 당국의 강제 휴업 규정이 적용되는 기간에는 월세를 내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다이히만 측은 또한 강제 휴업으로 인한 피해는 정부가 보상을 해야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재 독일 상공회의소 등에서는 이처럼 '임대료 중지'가 가능한지 요청하는 문의가 끊이지 않는다고 한다.

일부 정치인들은 이같은 대기업들의 발표에 불편한 기색을 내비치기도 했다. 얀스 마르코 룩작 연방하원의원은 "(코로나19로) 계약해지를 보호하는 법은 재정이 탄탄한 대기업이 월세를 내지 말라고 만든 게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아디다스 측은 "일방적으로 선언한 것이 아니며 건물주와 합의 과정을 거치고 있다"면서 "희망의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이러한 대기업들의 상황을 영세업자들과 비교하기는 쉽지 않다. 그들은 이미 '막강한 세입자'로 건물주와 협상 여력이 충분히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브랜드가 입점해 있는 쇼핑몰 등도 건물주가 투자회사이거나 재정이 탄탄한 곳이 많다. 이름 있는 브랜드의 이러한 결정은 영세한 자영업자들에게는 힘이 되지만, 오히려 돈 많은 세입자가 '가난한 건물주'에게 피해를 준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크다.

지금 독일은 모범적인 방역 모델로 한국을 주목한다. 영업중지나 외출금지, 이동 제한 없이도 코로나19 확산을 성공적으로 저지했기 때문이다.

한 발 늦은 대처로 결국 강제 명령을 내릴 수 밖에 없었던 독일은 경제활동 인구가 입은 직접적인 피해를 그대로 떠안아야 한다. 독일이 하루빨리 강제 규정을 끝내고, 한국식 방역을 도입하고자 하는 이유다.

3월 28일 오전 9시 기준(현지시간) 독일 확진자는 5만 871명, 전날보다 6933명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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