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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코로나19가 세계적으로 퍼져나가면서, 일부 국가에서 식품 사재기 같은 현상이 벌어지기도 했다. 난리가 날 조짐이 보이면, 먹을거리 비축에 나서는 건 사람들의 본능이라 할 수 있다.

최근 수년 사이 이른바 로컬 푸드에 대한 관심이 커지는 양상이다. 유럽과 미국은 물론이고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로컬 푸드를 선호하는 이유는 여럿 꼽을 수 있지만 식량 안보 차원에서는 집 근처에 식량 창고를 두고 있는 것과 비슷한 안정감을 줄 수 있는 장점도 있다.

그러나 최근 국제 공동연구팀의 분석에 따르면 로컬 푸드가 먹을거리의 대부분을 충당할 날은 요원한 것으로 보인다. 농·수·축산물의 상당 부분을 멀게는 7000~8000km 떨어진 외국에 의존해야 하는 나라와 가정이 세계적으로 보면 여전히 절대다수인 까닭이다.
  
남미지역의 주요 탄수화물 식량 가운데 하나인 카사바. 가루로 만들어 이용되는 경우가 많다.
 남미지역의 주요 탄수화물 식량 가운데 하나인 카사바. 가루로 만들어 이용되는 경우가 많다.
ⓒ 위키미디어 커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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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란드 알토 대학을 필두로 미국, 캐나다, 독일, 오스트레일리아 등의 대학 연구팀이 가세한 국제 공동연구팀은 최근 주요 식량의 생산지역과 소비지역 사이의 평균 거리를 산출해냈다. 이들의 연구 결과는 학술지 '네이처 푸드' 최근호에 논문으로 게재됐는데, 조사 대상에 오른 6가지 주요 식량은 밀(호밀과 보리 포함), 쌀, 옥수수, 기장류, 카사바, 콩류 등이었다.

주요 식량원이 식탁에 오르기까지의 물리적 거리는 지역마다 상당한 편차를 보였는데 예컨대 밀류의 경우 유럽과 북미 지역은 반경 500km 안에서 생산된 것을 가정 등에서 소비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반면 밀류가 소비되는 세계적 평균 거리는 반경 3800km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밀 자급도 1% 안팎의 한국도 다른 대륙에서 생산된 밀에 주로 의존하는 나라로 분류됐다.
  
주요 식량원과 식량원이 소비되는 장소와 거리를 나타낸 지도. 색깔이 진할수록 먼 곳에서 생산된 곡물 등에 의존하는 비중이 높다. 한국과 일본 등도 대표적으로 이런 나라에 속한다.
 주요 식량원과 식량원이 소비되는 장소와 거리를 나타낸 지도. 색깔이 진할수록 먼 곳에서 생산된 곡물 등에 의존하는 비중이 높다. 한국과 일본 등도 대표적으로 이런 나라에 속한다.
ⓒ 알토 대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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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거지 반경 100km 이내에서 생산된 곡물을 소비하는 인구는 지구 차원에서 따져 보면 10명에 2~3명꼴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실제로 밀류의 경우 세계 인구의 27%, 쌀은 28%, 콩류는 27%만이 반경 100km 이내에서 생산된 것들을 식탁에 올리는 것으로 밝혀졌다. 또 옥수수와 카사바는 소비지역 반경 100km 이내에서 생산된 것을 먹는 세계 인구 비율이 11~16% 선에 그쳤다.

이번 연구를 주도한 학자 가운데 한 사람인 알토 대학의 페카 키누넨은 "가뭄이나 홍수 같은 자연재해로 인한 곡물 생산량 급감의 여파가 멀리 떨어진 다른 나라에도 큰 영향을 주는 게 현실"이라며 자급자족이 가능한 로컬 푸드의 비중이 높아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코로나19와 같은 팬데믹 상황을 감안해도 식량을 자급하는 인구 비율이 높아지는 게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태그:#식량, #로컬푸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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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축년 6학년에 진입. 그러나 정신 연령은 여전히 딱 열살 수준. 역마살을 주체할 수 없어 2006~2007년 북미에서 승차 유랑인 생활하기도. 농부이며 시골 복덕방 주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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