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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핑카를 마련한 지 6개월! 그동안 길고 짧게 여러 곳을 다녀왔다. 코로나로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은 피하고 거리 유지가 가능한 곳을 찾다보니 자연스레 계곡을 찾게 되었다.

7월 1일에 떠나 3일에 돌아오는 2박 3일 여정으로 청정 지역인 덕유산 무주구천동 야영지로 향했다. 진초록으로 단장한 산야는 눈이 부셨다. 살랑바람에 하늘거리는 신록에 끈적한 습도로 답답했던 마음이 사라지고 가슴까지 시원해졌다.

시속 80km를 준수해야 할 캠핑카로 4시간 만에 도착한 무주 구천동 야영장은 비성수기라 그런지 한산하였다. 관리자 얘기론 주말엔 예약 손님이 많다고 한다. 구천동 계곡은 여름엔 물놀이를, 겨울엔 스키를 타러 오는 사람이 많아 잘 알려져 있다.

그리고 이곳은 청정지역으로 반딧불과 별을 구경하기 좋은 곳이다. 더구나 계곡 옆에는 식당이 즐비해 캠핑 외 사람들도 와 숲바람을 쐬고 계곡물에 발을 담그기도 하며 놀다가는 명소다. 
 
▲ 무주 구천동 야영지 계곡
ⓒ 염정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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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천동 야영지에 도착해 예약 확인을 하는데 아뿔싸. 카라반 캠핑장을 해야하는데 남편이 일반오토캠핑장으로 예약해 입장불가라 하였다. 다행히 첫날은 한 자리가 비어 있어 하룻밤만 지낼 수 있었다. 

무주 구천동 야영지는 이른 여름인데도 사람들이 많았다. 이런 사람들의 마음을 알기라도 하는 듯 계곡물은 힘차게 바위틈을 비집고서 콸콸 흘렀다. 시원한 숲바람은 반기듯 피부를 스치고 지나갔다.
  
말간 물이  찰랑거리며  흐르고
▲ 말간 계곡물 말간 물이 찰랑거리며 흐르고
ⓒ 염정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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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과 난 계곡으로 내려가 발을 담갔다. 차가운 물이 발가락을 움켜잡듯 해 얼얼했다. 할 수 없이 물에서 나와 바위에 앉아 있노라니 관리원이 계곡은 아직 위험해 7월 15일부터 이용할 수 있다고 알린다. 할 수 없이 데크로 올라와 상쾌한 숲바람을 마신다.

식당에서 송어회를 사와 먹었다. 맘씨 좋은 아주머니가 부쳐준 감자전도 함께 먹은 뒤 모닥불을 피우고 예전에 왔던 이야기 꽃을 피웠다. 머리 위 하현달도 우리 이야기를 엿듣는 듯했다.

청량한 밤기운에 코로나와 장마로 묶여 갑갑했던 마음까지 시원해졌다. 오후 10시 무렵, 다음 일정을 위해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다음 날 오전 7시 무렵 일어나 콩나물과 황태채를 넣은 라면으로 아침을 먹고 장수군에 있는 방화동 자연휴양림으로 향했다.

장수 방화동 가족휴양림은 물이 얕아 남녀노소가 함께 즐길 수 있어 이미 입소문이 났다. 야영지가 한 곳에 오밀조밀 모여 있지 않고 계곡을 따라 폔션, 카라반, 캠핑카,오토캠핑장 등 다양하게 꾸며져 있다. 넓은 부지 장점을 이용해 사이를 넓게 띄어 두고 물놀이장도 계단식으로 꾸며져 있어 거리두기에 걸맞는 야영지다.

무주에서 가는 길은 평탄한 남원 쪽 길과 달리 굽이굽이 내려가는 길 때문에 운전이 긴장되었다. 무사히 방화동 야영지에 도착해 카라반과 캠핑카 야영지인 7번 야영지에 캠핑카를 주차했다.

구천동에서 못 푼 물놀이 한을 풀기라도 할 것처럼 곧장 계곡으로 내려갔다. 역시나 물은 얼음장이라 발을 담갔다 빼고 바위에 앉아 물장구도 치고 손바닥으로 물을 떠 흩뿌리는 물싸움으로 시간을 보냈다.
 
▲ 장수방화동가족휴양림 산책로 계곡
ⓒ 염정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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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을 놀다보니 추위가 몰려왔다. 샤워장에서 뜨끈한 물로 씻고 난 뒤 그동안 한번도 가보지  않았던 방학폭포로 향했다. 깊은 산골까지 이어진 물줄기는 1야영장까지를 넘어 산책코스로 연결되어 있었다. 평지라 힘들지도 않고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걷기에 좋았다. 물 수량도 좋고 깊이도 좋아서인지 걷는 내내 즐거운 물노래가 끊임없이 들려왔다.    

저녁은 집에서 장만한 춘천닭갈비를 먹고 난 뒤 밥까지 넣어 볶아먹으니 배가 터질 것 같았다. 밥을 먹은 뒤 모닥불을 피워놓고 물소리에 귀기울이며 하늘을 올려다 보있다. 날이 흐려서인지 달마저도 기척이 없어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다음 날 아침 10시 무렵 햇반을 데우고 감자된장국을 끓여 아침 겸 점심을 먹은 뒤 집으로 향했다. 도로에서 보는 논의 벼가 제법 자라 머잖을 가을 풍년을 예고하듯 짙푸르렀다. 

그것을 보니 연일 줄어들지 않고 있는 코로나로 힘든 세상도 저 벼처럼 꼿꼿하게 버텨주었으면 하는 마음이 든다. 다시 손에 손잡고 노래를 부를 수 있으면 하는 생각에  나즈막히 퐁당퐁당 노래를 불렀다.

물길 휘도는 청정 계곡에서 찾은 새 활력 같은 말간 물이 누나 손등을 건들 듯 사람들에게 전해져 코로나 바이러스를 확 밀쳐내고, 저 푸른 신록처럼 활기를 되찾았으면 좋겠다.

태그:#구천동, #방화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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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두 자녀를 둔 주부로 지방 신문 객원기자로 활동하다 남편 퇴임 후 땅끝 해남으로 귀촌해 살고 있습니다. 그동안 주로 교육, 의료, 맛집 탐방' 여행기사를 쓰고 있었는데월간 '시' 로 등단이후 첫 시집 '밥은 묵었냐 몸은 괜찮냐'를 내고 대밭 바람 소리와 그 속에 둥지를 둔 새 소리를 들으며 텃밭을 일구며 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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