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08 08:21최종 업데이트 20.07.08 08:21
  • 본문듣기
 

조선일보앞 '1차 페미시국광장' 개최 고 장자연 사건, 김학의 사건, 버닝썬 사건 관련 왜곡, 은폐, 축소 수사를 규탄하고 실체적 진실규명을 요구하는 '제1차 페미시국광장 - 시위는 당겨졌다. 시작은 조선일보다'가 1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로 조선일보사 부근 동화면세점앞 광장에서 '#미투운동과함께하는시민행동' 주최로 열렸다. 주최측이 조선일보 대형 간판아래쪽에 대형 빔프로젝트를 이용해서 '고 장자연 배우에게 사죄하라' '폐간하라' '검찰 경찰 모두 공범' '수사 외압 언론 적폐' 구호를 비추고 있다. 2019.7.12 ⓒ 권우성

 
한국 언론의 신뢰도가 바닥을 헤매고 있다는 사실은 나라 안팎의 여러 자료들에 의해 확인된다. 국제 자료로는 영국 옥스퍼드대학교 부설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가 해마다 시행하는 나라별 신뢰도 조사가 있다. 한국은 이 신뢰도 조사에 포함된 2016년부터 올해까지 '5년 연속 꼴찌'의 불명예를 기록했다. 국제 사회에 비친 한국 언론의 부끄러운 자화상이다(한국언론진흥재단 '미디어 이슈' 2020.6 6권 3호). 

'뉴스 전반에 대해 신뢰한다'는 조사에서 한국은 2016년 23%, 2017년 23%, 2018년 25%, 2019년 22% 그리고 올해 21%로 조사 대상국 가운데 모두 꼴찌를 차지했다.


이 조사에서는 올해 처음으로 한국의 뉴스 매체에 대한 신뢰조사 결과가 나왔다. JTBC가 1위를 차지하고 MBC, YTN, KBS 등이 그 뒤를 잇고 있다는 결과인데, 신뢰도가 바닥인 꼴찌들이 특히 눈길을 끈다.

정파성에 갇혀 신뢰도 바닥

지역신문을 제외하면 신뢰도 바닥은 조·중·동 순으로 나왔다. '1등 신문' 경쟁을 하고 있다는 조중동이 가장 품질이 불량하다는 판정을 받은 셈이다. 그렇게 된 원인이야 여러 가지 있지만, 같은 사안을 두고 정권에 따라 주장이 정반대로 바뀌는, 정파적 말바꾸기도 주요 원인 가운데 하나다. 정파성에 갇혀 사실을 왜곡하고, 과장하고, 일방적 주장을 하는 그동안의 반 저널리즘적 행태가 신뢰를 갉아 먹어온 것이다.
 

한국은 '뉴스 전반에 대한 신뢰' 항목에서 40개국 중 최하위였다. ⓒ 한국언론진흥재단

 
이런 결과는 이미 2년 전 국내 기자들을 대상으로 한 심층 조사에서 예측되었다. 당시 조사에서 기자들은 한국 언론의 신뢰도가 바닥에 이른 가장 큰 원인으로 '오보, 왜곡보도, 선정보도 등 낮은 수준의 기사' (81.8%)를 꼽았으며, 그 다음으로 '정치적·이념적 입장에 기초한 정파적 보도'(40.9%)라고 응답했다(복수응답). [관련기사 : 우린 왜 오보를 쓰게 됐나 기자 22명의 고백(http://omn.kr/1mcc4)]

지난 번 글에서 '대북 전단 살포'라는 같은 사안에 대해 조중동이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와 문재인 정부 때 어떻게 정반대의 입장을 보였는지 기록했다. 이번에는 경제위기, 재정확대 정책, 인사청문회 등에서 어떤 이중 잣대와 말바꾸기를 했는지 보도록 하자.

'단군 이래 최대 환란'에 대한 조중동의 시선

국가 부도로 나라 경제가 파산하기 직전, 한국은 굴욕적인 조건들을 감수하면서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긴급 구제금융을 받기로 했다. 1997년 12월 3일의 일이다. 당시 한국의 외환보유고는 바닥에 이르렀고, IMF 구제금융이 아니었으면 국가부도가 현실화할 정도로 외환위기가 심각했다.

'단군 이래 최대 환란'이라던 엄청난 경제위기의 파도가 몰려오고 있었는데, 당시 조중동은 이를 외면했다. IMF 구제금융 한 달 전인 11월 1일 중앙일보는 '경제위기감 과장말자'라는 사설을 실었다. 조선일보는 11월 3일 '경제, 비관할 것 없다'는 남덕우 전 국무총리의 시론을 실었다. 남덕우 전 국무총리는 이 글에서 환율상승은 긍정효과가 있으며, 증시불안도 일시적이라며 낙관론을 폈다. 동아일보는 11월 8일, 당시 외환위기 상황을 '한국 흔들기 특정세력 유포 가능성'이라는 기사에서 "최근 국제금융시장에 한국 경제를 의도적으로 흔들기 위한 것으로 보이는 악성 소문이 횡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3당 합당으로 정권을 잡은 김영삼 정부 말기 때 일이다.

시간이 흘러 노무현 대통령 시절이 되었다. 조중동은 참여정부 기간 줄곧 '경제 위기' '경제 파탄'을 이야기했다.

- 한국 경제는 시한부 생명인가 (조선일보 2003.8.26. 사설)
- 상승하는 세계 경제, 추락하는 한국 경제 (조선일보 2003.10.17. 사설)
- 한국이 선진국 되기도 전에 주저앉는다는데(조선일보 2005.10.7. 사설)
- 한국 경제 이대로 가다간 회복 불능 (중앙일보 2004.5.10. 사설)
- 경제는 참여정부처럼 하지 말라 (동아일보 2007.8.8. 사설).

 

이명박정부의 재정확대 정책에 적극적이던 조중동이 코로나19 사태로 전세계적으로 경제가 곤두박질 친 위기에서 문재인 정부가 재정확대 정책을 펴자 이번에는 다른 목소리를 냈다. ⓒ 조선일보

 
"지금은 재정 쏟아부을  때" → "나랏돈 못써 안달 난 분들"

2008년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뒤 미국발 금융위기가 휘몰아쳤다. 조중동은 IMF 위기 직전 '위기감 과장 말자', '경제 비관할 것 없다'며 애써 위기론을 잠재우려 했던 그 역할을 이번에도 반복했다.

- 한국 경제, 불신을 풀자 – 소문과 공포가 스스로 위기 부른다 (조선일보 2008.10.30.)
- 공포심 과민반응이 사태 악화시킨다 (중앙일보 2008.10.8.)
- 국가적 위기설은 '괴담' 수준. 정부도 대증요법 벗어나야 (동아일보 2008.9.4.)


미국발 금융위기가 폭풍처럼 무서운 기운으로 번지자 각 나라 정부는 재정확대 정책을 서둘러 도입했다. MB 정부도 예외는 아니었다. 조중동도 적극 지원에 나섰다.

- 지금 국가부채 걱정할 때인가 (조선일보 2009.1.10.)
- 한발 앞선 대응 긍정적... 위기 심각성에 비해 규모는 미흡 (조선일보 2008.11.4.)
- 재정 확대가 유일한 대안 (중앙일보 2009.1.30.)
- 지금은 재정 쏟아 부을 때 (중앙일보 2008.12.11.)
- 작은 정부 일단 접고, 한국판 뉴딜정책 예고 (동아일보 2008.10.28.)


이렇게 재정확대 정책에 적극적이던 조중동이 코로나19 사태로 전세계적으로 경제가 곤두박질친 위기에서 문재인 정부가 재정확대 정책을 펴자, 이번에는 다른 목소리를 냈다.

- 빚으로 GDP 끌어 올리기... 이번엔 '좋은 채무론' 들고나왔다 (조선일보 2020.5.26.)
- 문 대통령 돈 쓰겠다면서 증세 등 재원 얘기는 안해 (조선일보 2020.5.26.)
- 나랏돈 못 써 안달 난 분들 (중앙일보 2020.5.28.)
- 정부 전시재정 선언... 눈덩이 나랏빚 비상 (중앙일보 2020.5.26.)
- 참을 수 없는 현금살포의 유혹 (동아일보 2020.5.18.)
- 국가채무 급증, 재정지출 늘려도 물 뿌리기식 현금 살포 안 되게 (동아일보 2020.5.26.)


"약간의 흠도 안 된다" → "후보자 능력이 중요"

정권에 따라 정반대의 목소리를 내는 이중 잣대와 놀라운 변신을 아주 뚜렷하게 보여주는 사례는 또 있다. 인사청문회 때 등장하는 정반대의 논리와 주장이다.

노무현 정부 때 조선일보는 '사소한 불법이나 도덕적 상처'도 안된다며 이렇게 비판했다.
 
... 200년의 인사청문회 전통을 갖고 있는 미국에선 내정자들이 사소한 불법이나 도덕성에 상처받는 사안이 불거지면 자진해서 사퇴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공직을 맡겠다는 사람이라면 그 정도의 인격 수양은 돼 있어야 할 것이다.
(조선일보 2006.2.9. 사설 '대통령은 또 인사청문회 결과를 무시할 것인가')
 
3년 뒤 이명박 정부 때 조선일보는 완전히 다른 논리를 동원하면서 '후보자 능력'을 강조했다.
 
공직 후보자 검증에서 도덕성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후보자의 업무 능력과 각종 현안에 대한 견해다. 미국 인사청문회에서 후보자가 과거에 재직했던 자리에서 어떤 성과나 오점을 남겼느냐가 그를 평가하는 가장 중요한 척도로 다뤄지고 있다. (조선일보 2009.9.15. '후보자 검증, 과거 자리서 무엇을 어떻게 했냐 따져 보라')
  
<계속>
이 기사의 좋은기사 원고료 21,000
응원글보기 원고료로 응원하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취재후원

독자의견


다시 보지 않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