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한경대와 한국복지대 통합이 가시화되고 있으나 두 대학 통합 반대 움직임도 만만치 않게 일고 있다. 두 대학은 2019년 4월 대학 통합 양해각서 체결, 5월에 통합추진협의회 구성, 대학 구성원 대상 통합 설명회를 개최했다. 올해 들어서 두 대학은 구성원을 대상으로 통합 찬반 투표를 진행해 그 결과 전체 교수, 직원, 학생 중 83.2%가 통합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왔다. 현재는 교육부에 제출할 통합 신청서 준비 단계이며 두 대학은 2022년 통합대학 출범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한다.

대학 통합에 찬성의 목소리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한경대와 복지대 통합 반대 목소리는 안성시민 측에서 나오고 있다. 안성시주민자치협의회는 지난 5월 한경대 정문에서 "비정상적이고 졸속으로 추진되고 있는 복지대와의 통합을 중지할 것"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한경대와 학생들을 위한 비전 마련과 임태희 한경대 총장 사퇴를 대학 측에 주장하고 있다.

21대 국회의원 선거 안성 지역에서 당선된 민주당 이규민 의원도 대학 통합 반대 의견에 힘을 실었다. 이 의원은 지난 6월 9일 "안성이 낙후될 거라는 전망에 기반한 통합, 단순히 외형적 몸집만 키우는 통합은 동의할 수 없다. 아울러 장애인을 위한 국내 유일의 전문대학인 복지대의 설립취지도 퇴색될 수 있다"고 우려하며 "한경대에 통합계획을 철회하고 지역과의 상생을 고려한, 특성화·전문화에 기반한 경쟁력 강화 방안을 함께 논의해나가길 희망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한경대와 복지대는 대학 통합 반대 목소리가 커지자 "두 대학 통합 관련 가짜 뉴스가 극심하고 있다"며 해명서를 발표하고, 주민 반대와 관련해서는 7월15일 안성, 평택 주민이 참여해 지역민들의 의견을 듣는 설명회를 열어 대학 통합을 설득할 예정이라고 한다.

한경대와 한국복지대(당시 한국재활복지대)는 2007년과 2009년에도 통합을 시도하다 실패했다. 2007년 두 대학은 일반대로의 체제전환 승인(당시 한경대는 산업대였음), 통합대학 명칭을 경기국립대학교로 변경, 통합하는 전문대학(당시 한국재활복지대, 2012년 한국복지대로 명칭변경) 입학정원 60% 이상 감축, 교육여건 개선사항 등을 주요 골자로 교육부에 통합을 신청을 했으나, 통합대학 명칭과 구성원들의 통합 미합의 등이 걸림돌이 되어 교육부 구조개혁관리위원회에서 양 대학의 통폐합은 부결되었다.
 
2020년 한경대와 한국복지대 통합에 이의를 제기한다!


두 대학의 통합은 우리나라 고등교육의 공공성을 약화시키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기 때문에 한경대와 한국복지대 통합에 이의를 제기한다.

한경대와 한국복지대는 올해 5월19일 두 대학 통합 설명회를 개최하고 관련 자료를 공개했다. 이 자료에 따르면 통합 추진 배경은 학령인구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고교졸업 인원이 대입정원에 미달함에 따라 대학 경쟁력 제고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학령인구 감소로 고교 졸업생 수가 전체 대학 입학정원 보다 작아 대학의 위기가 커진다는 것이다. 이를 극복하는 대학 생존 방안으로 두 대학은 통합이라는 변화와 혁신이 필요하고, 이를 통해 대학 규모를 확대해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는 주장이다.

국공립대 통폐합은 고등교육 공공성 약화시키는 것

우리나라는 OECD 국가들과 비교해 국공립대학이 현저히 적다. 2000년에 62개였던 국공립대학은 해마다 줄어 2020년 현재 50개(국립 42개, 공립 8개)로 쪼그라들었다. 국공립대와 사립대 비율도 2000년 국공립대 17.7%, 사립대 82.2%에서 2020년 현재 국공립대 12.5%, 사립대 87.4%로 격차가 더 벌어졌다. (기형적인 국공립대와 사립대 비율, http://omn.kr/1nzkj 기사 참고)

사립대학 숫자가 압도적으로 많다보니 우리나라 고등교육 정책은 사립대 중심일 수밖에 없다. 이렇듯 국공립대 지원이 뒷전으로 밀려나다보니 OECD 국가들의 고등교육 단계 공교육비의 80%가 정부 재원인 반면, 우리나라는 고등교육단계 공교육비의 84%가 민간재원이고 정부 재원은 16%에 불과 하다. (고등교육 공교육비 84% 민간 재원, 정부 재원은 16%에 불과, http://omn.kr/1o2ia 기사 참고)

사립대에 비해 현저히 작은 수의 국공립대학, 사립대 중심의 고등교육 정책과 정부가 부담하는 고등교육 재정의 절대 부족은 우리나라 고등교육 공공성을 약화시키는 결정적 조건들이다.

이러한 현실에도 역대 정부는 국립대 통폐합 정책을 펴왔다.
 
<표> 국립대학 통폐합 사례
 <표> 국립대학 통폐합 사례
ⓒ 김일곤

관련사진보기

통합을 추진한 대학들의 공통된 주장은 학령인구 감소를 대비한 대학 규모 확대와 경쟁력 강화였다. 일부 대학은 세계 100대 대학으로 진입을 대학 통합 추진 목표라며 당당히 밝히기도 했다.

과거 대학 통폐합을 추진한 실질적 이유를 좀 더 들여다보면 첫째가 단기간에 지원사업의 지원금을 따내기 위함이다. 역대 정부는 대학 구조개혁 정책을 통해 통폐합 대학에 일정한 금액의 재정을 지원했고 이를 따내기 위해 대학들이 대학 통합을 추진한 것이다.

두 번째는 지역에서 대학 규모 확대를 통한 대학발전을 시도하려는 경우였고, 세 번째는 소규모 대학들이 대학 존립에 대한 위기의식을 느껴 큰 규모의 대학에 자진 흡수 통․폐합을 추진하는 경우이다. 과거 산업대나 일반특수목적 전문대학의 경우가 대부분 이렇다.

그렇다면 대학 규모 확대를 통한 경쟁력 강화를 주장하며 대학 통합에 성공한 공주대, 부산대, 전남대, 강원대, 강릉대, 전북대, 경북대는 대학 경쟁력이 높아졌을까?

국공립대 통폐합에 성공한 어느 대학도 통합 이전보다 대학 경쟁력이 올라갔다는 결과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안타깝게도 대학 통합 이후 경쟁력이 오르기는커녕 그 반대의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2009년 국정감사에서 강원대는 국립대 통폐합 지원사업 평가 결과 2005년 삼척대와 통폐 결과는 총체적 실패라는 지적을 받았다.

당시 교과부도 국립대 통폐합 결과를 △ 의견수렴 부족으로 인한 갈등 발생 △근접 대학이 있음에도 원거리 대학과 통합하는 등 통합 타당성 부족 △유사·중복 학과 통폐합 부진 △원거리 복수캠퍼스 운영에 따른 비효율 등이 발생했다며 국립대 통폐합을 부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대학교육연구소는 2011년 4월8일자 '2316억 원의 국고만 낭비할 국립대 통폐합' 논평에서 국공립대 통폐합의 부정적 효과를 아래와 같이 지적했다.

"2005년부터 2011년까지 국립대학 통·폐합을 위해 지원했거나 지원 예정인 국고보조금은 총 2,136억 원에 달한다. 그 결과 20개 국·공립대학이 10개로 통합됐고, 2004년 54만6,326명이었던 국․공립대학 학생수는 2010년 53만6,617명으로 9,709명(1.8%) 줄었다. 반면 사립대학 학생수는 240만282명에서 241만4,665명으로 1만4,383명(0.6%) 늘었다. 그렇지 않아도 국․공립대학 비중이 지극히 낮은 현실에서 사립대학 비중만 더욱 높아진 셈이다.

특히, 그간 진행된 국립대학 통․폐합 유형이 주로 전문대학 및 산업대학이 일반대학에 흡수 통합되는 형태였기 때문에 국․공립 전문대학 및 산업대학 학생수는 30.9%(3만8,813명)나 감소했다. 사실상 국가가 직업․평생교육을 담당해왔던 전문대학 및 산업대학 정책을 포기한 것이나 다름없다.

당초 내건 '유사학과 통·폐합'에 따른 캠퍼스별 특성화 목표도 제대로 달성하지 못했다. 2010년 11월 공개된 '대학경쟁력 강화사업 추진실태'에 대한 감사원 감사결과에 따르면, 통․폐합 국립대학 9곳 가운데 5곳에서 39개의 유사·중복학과를 통․폐합하지 않고 명칭만 변경해 양 캠퍼스에 그대로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캠퍼스간 거리가 멀거나 지역 정서가 다르다는 등의 이유다.

이 뿐만이 아니다. 특성화 영역과 관련 없는 학과․학부가 신설되기도 했다. 본래 통·폐합 대학의 학과·학부 신설은 원칙적으로 불허해야 함에도, 통·폐합 국립대학 4곳에서 법학전문대학원 전환에 따라 감축되는 학부 정원을 돌려 특성화 영역과 관련도 없는 5개 학과·학부를 신설한 것이다. 국·공립대학 숫자는 줄였을지 몰라도 실질적인 통합 효과를 보이는 대학은 눈에 띄지 않는다."


한경대와 한국복지대는 '통합 대학'이 경기 유일 거점국립대가 될 것이라는 장밋빛 희망을 내놓기도 한다.

거점대는 서울대, 강원대, 충남대, 충북대, 전북대, 전남대, 경북대, 경상대, 부산대, 제주대 등 10개 대학을 말한다. 하지만 거점대는 법률 용어는 아니고 거점국립대총장협의회에 가입한 학교를 '거점대학교'라고 통칭 부르는 것이다.

우리나라 대학은 서울대를 정점으로 서열화 되어 있다. 국립대학도 당연히 서열화 되어 있는 데 거점대는 국립대 서열화의 정점에서 정부 재정지원을 독식하며 성장해왔다.

각각의 거점대는 국가의 집중 지원 결과 의과대, 약대, 수의과대(부산대 제외), 법학전문대학원(경상대 제외) 등이 설치되어 있다.

통합 대학의 편제 정원이 5,101여명에 불과하고 의과대는커녕 법학전문대도 설치되지 않은 '한경대·한국복지대, 통합대학'이 경기도 거점 대학으로 거듭나겠다는 목표는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허상이다.

거점대학협의회에서 회원대학으로 받아줄 리가 없기 때문이다.

과거 국립대 통폐합 정책은 실패로 끝났지만 한경대와 한국복지대는 실패 사례를 뒤따라가고 있다.

두 대학이 통합으로 가는 길에는 곳곳에 걸림돌이 있고 학교명도 그중 하나다. 두 대학은 통합 계획서 제출 때 학교명은 한경대학교로 하고 통합대학 출범 전까지 새로운 교명을 확정할 계획이라고 하지만, 과거 통합대학 교명을 무엇으로 할지, 대학본부는 어디로 할지가 합의가 되지 않아 대학 통합이 무산된 경우가 허다하다.

안성시민들이 두 대학 통합을 반대하는 것도 넘어야할 산이다. 국립대는 지역균형 발전 차원에서 국가가 설립해 유지되고 있다. 지역과 지역시민과 상생하지 않는 국공립대학은 더 이상 존재 의미 없다.

무엇보다도 학령인구 감소라는 위기의 시대에 대학 경쟁력 강화를 위해 '대학 통합'을 선택했다는 것이 가장 큰 실책이다.

대학 위기의 시대, 국공립대도 위기임이 분명하다. 대학 위기의 시대 국공립대학의 경쟁력 강화가 필요하다면 그 원인부터 분석을 해서 처방을 내야 한다.
한경대와 한국복지대를 비롯한 국공립대학 위기의 가장 큰 책임은 정부에 있다. <국립대 운영, 국가 아닌 '학부모 주머니'에서 시작된다>(http://omn.kr/1o7pn) 기사에서도 알 수 있듯이 우리나라 국공립대 재정의 절반은 학생과 학부모가 부담하고 있다.

국가(지방정부)가 설립한 국공립대에 정부가 재정지원을 하지 않는 데 무슨 수로 대학 경쟁력을 높이고, '세계 수준의 대학을 육성' 할 수 있다는 말인가?

한경대와 한국복지대가 진정으로 대학 발전, 경쟁력 강화를 위한다면 정부에 요구해야 한다. 두 대학이 과거 실패한 정책인 국립대 통합에 매달릴 것이 아니라, 다른 48개 국공립대학 총장, 교수, 직원, 학생들과 연대해 "국공립대 재정 지원을 획기적으로 늘리라"고 요구하고, 연대해 싸울 때 국공립대 개혁과 발전, 한경대와 한국복지대 경쟁력 강화의 첫걸음이 가능하다.

태그:#고등교육공공성 강화, #국립대통폐합 반대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고등교육 공공성 강화, 대학 개혁을 위한 방안 등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