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지난 7월 21일 허종식 의원이 대표 발의한(강민정, 김예지, 김철민, 박찬대, 송영길, 신동근, 심상정, 윤영덕, 윤상현, 이성만 의원 공동) 학교보건법 일부개정안에 대한 분분한 의견으로 국회 입법 예고 홈페이지가 뜨겁다. 해당 개정안에는 7월 30일 현재 1만 3360건 정도의 찬반 의견이 등록되어 있다. (http://pal.assembly.go.kr/law/readView.do?lgsltpaId=PRC_M2D0F0M7V2S1Q1B0R4A5S2U5Y6C9P1#a)

학교보건법 개정안 제안 이유는 '공기질, 수질 등 학교의 시설환경 위생의 유지·관리·점검에 공백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여 학생의 학습권 및 건강권을 보호하기 위한 것'으로 밝히고 있으며 그 개정 내용은 다음과 같다.

제4조제2항 후단 중 "학부모가 참관을 요청하는 경우에는 이를 허용하여야 한다"를 "학부모 2인 이상이 참관하도록 하여야 한다"로 한다.
제4조의4를 다음과 같이 신설한다.
제4조의4(시설환경위생관리인의 지정 및 교육 등) ① 학교의 장은 제4조에 따라 학교시설에서의 환경위생을 유지·관리하기 위하여 소속 직원 중에서 시설환경위생에 관한 업무를 관리하는 자(이하 이 조에서 "시설환경위생관리인"이라 한다)를 지정하여야 한다.
② 교육감은 시설환경위생관리인 및 시설환경위생의 유지·관리를 담당하는 소속 공무원의 전문성을 신장하기 위하여 필요한 교육을 실시하거나 해당 교육을 관계 전문기관에 위탁할 수 있다.
③ 시설환경위생관리인의 지정기준 및 제2항에 따른 교육 등에 필요한 사항은 교육부령으로 정한다.


이 개정안을 두고 보건교사들은 적극 지지와 동의 의견을 올리고 있는 반면, 학교 행정실 직원 등은 반대 의견을 올리고 있다. 보건교사들이 동의하는 까닭은 개정안 제안 이유와 일치하는 것이기에 굳이 따질 필요성을 느끼지 않으나, 반대 의견에 대하여는 그 내용을 살피고 타당성을 따져 볼 필요가 있다.

그런데 반대의견을 클릭하여 읽어보면, 거의 모든 반대의견이 환경위생관리는 보건교사의 역할이므로 시설환경위생관리인을 따로 지정하는 것이 불필요하다는 내용이다. 심지어는 시설환경위생 관리는 매우 전문적 영역이므로 보건교사 정도의 보건 위생에 대한 전문지식이 필요한데, 보건교사가 아닌 직원 중에서 시설환경위생 관리자를 지정하면 전문성이 떨어져 학교 환경위생 관리의 질이 저하될 것을 우려하는 의견도 있다. 그런가 하면, 시설환경위생관리를 보건교사가 하지 않는다면 보건교사가 학교에 필요 없다는 것을 뜻하므로, 보건교사를 없애고 간호직9급을 행정실에 채용하여 학교 환경위생관리와 간헐적 처치를 하게 해야 한다는 의견도 올라와 있다. 

보건교사의 배치 근거와 역할은 학교보건법 15조에서 찾아볼 수 있는데 '보건교육'과 '학생의 건강관리'를 담당하도록 되어 있다. 또한 초중등교육법 제21조에 정하는 보건교사의 자격은 대학의 간호학과를 졸업한 사람으로서 재학 중 일정한 교직학점을 취득하고, 간호사 면허증을 가진 사람으로 정하고 있다. 때문에 보건교사는 의료법 제2조 ①에서 정하는 의료인(간호사) 면허를 가진 자로서 보건교사의 역할은 의료인(간호사)의 역할과 교사의 역할 합집합 또는 교집합에 해당하는 곳에서 그 역할을 찾는 것이 타당하다.

그런데 학교보건법 4조가 정하는 학교의 환경위생 및 식품위생에 관한 사항은 법 4조 1항에서 밝히는 바와 같이 명백히 시설의 관리에 해당하는 하는 것이다. 환기와 채광, 조명, 온도와 습도를 조절하고 유해 중금속 등 유해물질을 예방하거나 관리하는 일, 상하수도와 화장실을 설치하고 관리하는 일, 오염공기와 석면, 페기물, 소음, 휘발성유기화합물, 세균, 먼지 등을 예방하고 처리하는 일이 시설환경위생관리자가 담당해야 할 일이다. 학생 건강에 매우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사항이지만, 보건교사가 이 역할에 적절한 전문성이 있다고 말하는 것은 대학의 간호학 과정을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이거나, 아니면 알면서도 억지를 부리고 있는 것이다.

대학의 간호학과에서는 공기질 관리나 수질관리를 비롯하여 유해 물질을 관리하는 방법을 교육하지 않는다. 의료법 제2조에서 정하는 간호사의 역할을 살펴보아도 마찬가지이다. 간호 요구자에 대한 교육·상담 및 건강증진을 위한 활동의 기획과 수행, 그 밖의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보건활동이 의료법 2조에 포함된 보건교사의 역할로 파악될 뿐이다. 학교보건법이나 의료법, 초중등교육법을 모두 따져보아도 교원이자 의료인인 보건교사가 학교의 시설환경위생관리를 담당해야 할 근거를 찾을 수 없다.

입법예고 홈페이지의 반대의견 내용을 읽어보면 오히려, 학교 현장에서 보건교사의 역할이 얼마나 왜곡되어 있었는가를 알 수 있다. 개정안 반대 의견을 올린 사람 중 여럿은 의견 근거로서 학교보건법 시행령 23조3항 1호의 보건교사 직무 중 '학교 환경위생의 유지·관리 및 개선에 관한 사항'이 있음을 들고 있다. 얼핏, 근거가 있는 것처럼 보일 뿐만 아니라, 시행령 23조의 해당 부분은 보건교사에게 시설관리 업무를 부과하는 중요한 압박수단으로 이용되어지고 있다.

보건교사는 학생의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환경위생의 유지나 관리에 문제가 있거나 공백이 있다면, 그 개선을 요구할 수 있다. 의료인의 관점에서 위생의 문제에 대하여 개입하는 것은 당연하다. 지역에 이질 등의 수인성 감염병이 발생한다면, 의료인은 당연히 수질이나 환경의 위생 개선을 지역에 권고할 것이다. 다만, 권고하거나 자문할 뿐이지 의사나 의료인이 그 지역의 수질이나 환경을 직접 관리하는 일을 하지는 못한다.

시행령 23조를 보건교사에게 시설환경위생 관리를 담당케 하는 근거로 제시하는 것은 매우 억지스럽다. 때문에 보건교사들은 학교보건법 15조에서 정하는 학생의 건강관리와 보건교육이라는 역할 범주 내에서 환경위생에 대한 역할이 가능함을 주장하고 있으며, 시행령 23조가 자칫 왜곡되게 해석되는 것을 방지하도록 해당 부분의 삭제 또는 개정을 요구하고 있다. 교육부나 교육청은 학교 현장에서 시설의 환경위생관리의 공백이나 부당한 업무 강요의 실태를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방조하여 학교보건법 시행령23조의 개정을 2007년 이후 지속적으로 미루어 왔다. 이는 학교시설의 환경위생관리 공백을 유도할 뿐만 아니라 보건교사 역할에 대한 왜곡으로 학생건강관리와 보건교육 부실의 중요한 원인이 되고 있다.

학교보건법 일부개정안 반대의견을 읽어보면, 역설적이게도 학교보건법 4조의 개정 필요성은 명백해진다. 그간 학교시설의 환경위생관리가 역할 담당자 없이 역할 갈등의 주요 축이 되어 왔음도 명백하다. 허종식 의원 등 11인은 '시설환경위생관리인에 관한 근거를 신설함으로써 쾌적하고 안전한 학교 시설환경 체계를 구축하려는 것'으로 개정안 제안 이유를 마무리 하고 있는데, 해당 법4조의 개정은 보건교사가 학생의 건강관리와 보건교육의 역할에 충실하도록 하여 학교보건 부실을 예방하는 효과도 있을 것으로 예측한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를 쓴 박주영 시민기자는 보건교사이며, 경남보건교사노동조합 위원장입니다.


태그:#학교보건법, #시설환경위생관리, #학교보건법 일부 개정, #허종식 의원, #보건교사
댓글108
이 기사의 좋은기사 원고료 315,000
응원글보기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