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KBO리그 트레이드 시장은 마감했지만 후폭풍은 지금부터다. 지난 15일자로 막을 내린 트레이드 시장은 무성했던 소문에 비하면 결과는 조촐한 편이었다. NC와 기아의 2대 2 트레이드, KT-SK간 1대1 트레이드 등이 나오기는 했지만 전반적으로 순위 판도에 영향을 미칠 정도의 대형 이적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름이 거론되었던 몇몇 거물급 선수들의 거취는 결국 잔류로 결론이 났다.

올해 트레이드 시장에서 가장 적극적인 행보를 보인 팀은 단연 기아였다. 시즌 개막전인 1월 장영식(↔키움 박준태) 6월 류지혁(↔두산 홍건희), 최근의 2대 2 트레이드(장현식,김태진↔NC 문경찬,박정수)까지 합치면 올해들어 10개구단중 가장 많은 3건의 트레이드를 성사시켰다.

현재까지 기아의 트레이드 손익계산을 바라보는 팬들의 반응은 좋지않은 편이다. 키움으로 이적한 박준태가 맹활약하는 것과 대조적으로, 주전 3루수감으로 영입했던 장영식은 올시즌 1군에서 단 11경기 출장에 그치며 공수에서 모두 극도의 부진을 보이며 실망감을 안겼다.

류지혁은 트레이드 이후 얼마되지않안 연이은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했다. 지난 시즌까지 팀의 주전 마무리로 활약하던 문경찬을 내주고 하락세로 평가받 장현식과 발목부상 중인 김태진을 영입한 것도 만족스럽지 못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조계현 단장은 이로 인하여 많은 팬들로부터 X맨이냐는 조롱을 당하기도 했다.

하지만 위험부담을 무릅쓰고 팀의 취약점을 보강하기 위하여 변화를 시도했다는 것은 평가받아야한다. 프로야구 전체 이적시장의 활성화나 선수들의 기회창출을 위해서도 기아같이 적극적으로 나서는 팀들이 존재해야한다.

무엇보다 아직 기아의 트레이드 효과는 단기간에 평가하기 어렵다. 적어도 기아가 올해 트레이드 시장에서 보여준 행보는 일관되게 '내야진 안정'이라는 연속성을 갖고 추진됐다. 시즌 전 FA시장에서 안치홍을 놓친 것이 발단이 되어 김선빈-박찬호 등 기존 선수들의 내야 포지션을 개편해야 했고, 설상가상 부상 선수들까지 속출하며 어쩔수 없이 트레이드를 통한 전력보강에 나서는 것이 불가피했다.

현재 기아의 취약 포지션은 3루다. 아쉽게도 장영석의 영입은 성공적이지 못했지만, 류지혁과 김태진은 부상만 아니라면 3루외의 멀티 포지션까지 가능하고 아직 20대로 앞으로의 성장 잠재력도 매우 높은 선수들이다.

문경찬과 장현식에 대한 평가도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문경찬은 트레이드 이후 NC 데뷔전이었던 14일 창원 LG전에서 내리 투런포 2방을 연거푸 얻어맞고 패전 투수가 되며 아직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한 모습이었다. 장현식도 기아 유니폼을 입고 첫날이었던 13일 LG전에서 홈런을 맞으며 험난한 신고식을 치렀으나. 두 번째 등판이었던 15일 광주 SK전 두 번째 등판 2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아내면서 첫 승을 신고했다. 이미 전상현-홍상삼-정해영-박준표 등으로 이어지는 새로운 필승조 라인을 구축한 기아로서는 대체 선발과 불펜 롱릴리프까지 두루 활용이 가능한 장현식이 지금으로서는 더 적합한 자원일 수 있다.

공교롭게도 트레이드 이후 NC와 기아의 대조적인 행보도 눈길을 끌고 있다. 약점이었던 불펜보강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았던 NC는 주말 LG와의 3연전을 내리 내주며 선두 자리까지 위태로워졌다. 2위 키움과는 이제 불과 0.5게임차이, 바로 18일부터 시작되는 키움과의 주중 2연전에서 패하면 선두가 뒤바뀔 수도 있다. 반면 기아는 쾌조의 3연승을 내달리며 5강경쟁에 청신호를 밝혔다. 비록 트레이드 자체가 당장 양팀의 전력에 큰 영향을 미친 것은 아니지만 분위기는 오히려 기아 쪽에 유리하게 흘러가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한편 이번 트레이드 시장에서 또다른 태풍의 눈으로 불렸던 최하위 한화는 끝까지 조용했다. 각팀마다 뒷문 안정이 시급한 화두로 떠오르면서 한화의 특급 마무리 정우람의 거취가 이적시장의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특히 불펜 보강이 절실하던 NC나 LG에서 가장 절실히 필요로 할만한 카드가 정우람이었지만 끝내 한화에 잔류했다. NC가 기아로부터 문경찬과 박정수를 영입하는 2대 2 트레이드를 단행한 것도 정우람의 영입이 무산된 것과 연관되어있다.

한화는 지난 6월 SK와의 1대1 트레이드를 통하여 이태양을 내주고 노수광을 영입한 것 외에는 더 이상 트레이드가 없었다. 올시즌 리그 최다연패 타이기록을 수립하는 등 극심한 부진에 허덕이고 있는 한화는 당장 주전급 선수보강이 절실했다. 특히 김태균-이용규같은 노장과 정은원-하주석같은 젊은 선수들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줄 '중간 세대'가 필요했다.

한화는 정우람을 과연 '안 판' 것일까. 아니면 '못 판' 것일까. 전자라면 명백한 패착이다. 한화는 불혹을 바라보는 김태균을 제외하면 아직도 국내 선수중 확실한 중심타자가 없는 실정이다. 여기에 그나마 있는 선수들이 부상자가 속출하며 라인업을 꾸리는데도 애를 먹고 있다. 여기서 30대 중반으로 전성기가 얼마남지않은 정우람은 선수층이 부족한 한화가 트레이드 시장에서 다른 팀들을 유혹할 수 있는 마지막 '밑천'이었다. 정우람을 내주고 쓸만한 즉시전력감 자원을 받아오는 것을 노렸다면 올해가 최적의 타이밍이었다.

하지만 상대팀들이 정우람에도 불구하고 한화가 만족할만한 카드를 제시하지 못해서 협상이 무산된 것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한화가 정우람급의 선수를 내주기위해서는 최소한의 조건이 '젊은 선수+즉시전력감 야수자원'인데, 당장 정우람 영입설이 가장 무성했던 NC만 봐도 선수구성상 카드를 맞추기가 결코 쉽지않다는 것을 알수 있다. 리그 선두팀인 NC도 이런데 다른 팀들은 말할 나위도 없다. 어차피 올시즌 성적을 사실상 포기한 한화가 섣부른 트레이드보다 올해 FA시장에서의 전력보강을 염두에 둔 것이라면 정우람을 쉽게 내주지 않은 것도 납득이 갈만하다.

대신 올시즌 꼴찌 탈출에 대한 기대는 사실상 요원해졌다. 한화는 22승 1무 60패(.268)로 리그 최하위에 머물고 있다. 이제 별다른 전력보강요소가 없는 한화는 이대로라면 프로야구 사상 첫 세자릿수 패배도 가능한 페이스다. 그나마 한화는 지난 16일 삼성전에서 3-2로 신승하며 4연패를 탈출했고 이날 경기에서 정우람은 트레이드 시장이 마감한후 첫 세이브를 올렸다. 남은 시즌 정우람이 한화의 승리에 몇번이나 더 기여할수 있을지도 관심사다.

우여곡절 끝에 트레이드 시장은 마감했고, 각 팀들은 자신들에게 주어진 상황에 따라 현실적인 선택을 내렸다. 각 구단 내부의 은밀한 속사정과 계획들까지 팬들이 일일이 알수 없는만큼 지금 현재의 모습만 보고 섣부른 판단은 이르다. 어느 구단이 더 옳은 선택을 내렸는지는 결국 시간이 증명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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