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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관악·서초·동작 청년들과 함께 알고 싶은 가게를 소개해드립니다. 관·서·동 청년세대 지원센터 '신림동쓰리룸'과 '프로딴짓러' 박초롱 작가가 안내하는 '관서동 사람들'은 당신 주변의 바로 그 사람들이 동네에서 먹고, 살고, 나누고, 웃는 이야기입니다.[편집자말]
제로웨이스트 가게 지구샵
 제로웨이스트 가게 지구샵
ⓒ 서울청년센터 관악오랑 청년문화공간 신림동쓰리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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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동작구 상도동에 있는 제로웨이스트(Zero Waste) 가게 '지구샵' 앞에는 이런 문구가 적혀 있다. 

"플래닛B는 없다."
     
Plan B가 없을 때 우리는 절박하게 단 하나의 계획에 매달려야 한다. 그러나 단 하나뿐인 지구를 우리는 정말 절박하게 아끼고 있을까? '단 하나의 지구'라는 말조차 진부한 수식어로 어떠한 울림도 주지 않는 건 아닐까? 

최근 과학저널 <사이언스>에서는 2040년 전 세계의 플라스틱이 7억 톤 이상이 될 것이라 전망했다. 20년 후에는 지구가 플라스틱을 비롯한 쓰레기로 뒤덮일지도 모른다.

지속가능한 삶을 위해 세계 곳곳에서 환경 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생활 속에서 버려지는 쓰레기를 최소화하자는 사회적 운동 제로웨이스트도 그중 하나다. 일상에서 사용하는 모든 제품을 재활용할 수 있도록 디자인, 소비해서 궁극적으로 쓰레기를 만들지 않으려 하는 흐름이다.
     
상도동의 '지구샵'도 그중 하나다. 소비가 곧 자신의 정치적, 사회적 철학이자 메시지가 되는 시대, 제로웨이스트샵을 방문하는 사람들은 점차 늘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일회용품 사용이 늘어나면서 환경 문제는 테이블에서 조금씩 밀려나고 있다. 이런 비상상황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더 있지는 않을까? 지구샵에서는 어떤 제품을 파는지, 어떤 고객들이 오는지, 제로웨이스트는 어떻게 일상에 녹아들 수 있는지 김아리 대표를 만나 들어보았다.

대나무칫솔부터 비건생리대까지
         
- '플래닛B는 존재하지 않는다'라는 문구가 가게 앞에 붙어 있던데요. 의미가 좋네요. 설명해주시겠어요?

"두 번째 지구는 없다는 뜻인데요.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를 위해 노력하자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습니다. 물론 세계적으로 화성탐사 등 우주를 연구하고 있긴 하지만 지구 같은 행성을 또 발견할 가능성은 적으니까요. 지구를 아껴주십사 만든 메시지에요."

- 지구샵은 어떤 곳인가요? 

"지구샵은 낭비 없는 소비를 모토로 플라스틱 프리 제품, 제로웨이스트 생활을 할 수 있는 제품을 선별해서 판매하는 공간입니다. 상도동에서 운영한 지 2년 정도 된 예비사회적기업입니다. 인근 주민을 대상으로 제로웨이스트를 맛보기로 실천해 보시거나 친환경 제품을 잘 쓰는 방법에 강의와 실습교육도 하고 있습니다. 제로웨이스트 아카데미라는 프로그램이에요." 
     
제로웨이스트란 우리말로 직역하자면 '쓰레기 없음(0)' 정도가 될 수 있을 듯 하다. 그러나 영어로 된 이 단어가 아직 일반 사람들에게는 낯설 수 있을 것 같았다. 구체적으로 쓰레기를 만들지 않는 제품이란 뭘 말하는 걸까?

- 제로웨이스트 생활, 플라스틱 프리 같은 말들이 어떤 사람들에게는 낯설 수 있는데요. 어떤 물건들을 선택해서 판매하시는 걸까요?

"저희가 팔 물건을 선택할 때는 이런 기준을 둡니다. 제로 웨이스트를 실천할 수 있는 물건일까? 기존에 플라스틱을 사용해 만든 제품을 대체할 수 있는 것일까? 유해성분이 있을까?  

생산과정에서 환경 파괴를 일으키지는 않는지, 몸에 안 좋은 화학성분이 들어가지는 않는지도 보고 있어요. 예를 들어 팜오일이 들어간 상품은 팔지 않고 있는데요. 팜오일을 주로 생산하는 인도네시아나 동남아시아에서는 팜오일을 만들기 위해 숲을 다 태워버리고 있거든요. 또 사회적 가치를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려고 노력하는 제품이나 기업인가도 염두에 두고 있어요. 여성권리를 위해 목소리를 내는 단체인지, 동물실험을 하지 않는 제품인지 하는 것들이요."
     
지구샵에서 판매하는 물건들은 재활용이 가능한 친환경 제품이다. 그러다 보니 제품을 만드는 회사들이 환경뿐 아니라 인권과 동물권 등의 이슈에도 관심이 많다. 친환경제품을 선별하다 보면 여성권리를 위해 노력하는 회사나 동물권을 보호하는 회사 제품이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이유다. 
 
제로웨이스트 가게 지구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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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럼 구체적으로 어떤 물건들이 있나요?

"주력 상품으로는 저희가 자체적으로 만든 '지구샵 대나무 칫솔, 고체 치약, 칫솔 파우치'가 있습니다. 여행이나 출장 갔을 때 숙박업소에서 편의용품을 주잖아요. 그런데 이 어매니티가 다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져있거든요. 여러 번 써도 될 만큼 괜찮은 건데 일회용이라고 생각을 하다 보니 길어야 2~3회 쓰고 버리죠. 이렇게 버려지는 쓰레기가 많거든요. 국내에서 여행으로 발생하는 일회용 어매니티 쓰레기만 하루 6톤 이상입니다. 그래서 여행 갈 때 챙겨서 다닐 수 있는 친환경 제품을 개발한 거죠." 
           
- 파시는 물품 중에 또 추천하고 싶으신 게 있을까요?

"이지앤모어의 누르생리대도 추천하고 싶어요(누르생리대는 유기농 비건 생리대다). 여러 번 사용할 수 있는 생리컵이 환경과 자신의 몸에 좋다는 인식은 하고 있는 분이라도 막상 생리컵을 쓰는 게 부담스러울 수 있거든요. 그런 분들이 많이 구입을 하시는데요.

제가 생리대파동 이후에 생리대를 바꾸게 됐는데 그전까지는 언론에서 문제가 되었던 바로 그 생리대를 썼었어요. 그 제품을 꾸준히 쓰고 나서 생리통이 생기고 생리혈도 줄었었죠. 생리대를 바꾸고 나니 그런 게 다 사라지더라고요. 신체에 독 흡수율이 높은 부분이 두피랑 생식기거든요. 몸을 위해서 특히 그런 부분에는 좋은 제품을 쓰라고 추천해 드리고 싶어요."
     
지구샵에서 판매하는 물건들은 다 근사해 보였다. 사회적으로 좋은 의미를 담은 상품이라고 해서 디자인이 고루하거나 제품 기능이 떨어지지 않았다. 그러나 이런 제품을 판매할 때도 포장을 해야 하지 않을까? 택배로 보낼 때도 박스를 활용해야 하지 않을까? 그렇다면 그것 또한 쓰레기를 만드는 과정이 아닐까? 이 딜레마를 지구샵에서는 어떻게 해결하고 있을지 궁금했다.

소비만큼 명확한 보이콧은 없다

- 온라인 판매도 하시는 것 같은데 그러면 필연적으로 포장을 해야 하잖아요. 쓰레기를 만들지 않으려는 제품을 포장하기 위해 쓰레기를 만들게 되진 않나요?

저희 제품은 이중 포장을 하지 않아요. 생리대나 고체 치약같이 일차 포장이 필요한 것들은 최대한 종이로 포장을 하며, 분리배출과 재활용이 쉽게 만들어요. 최대한 같이 포장할 수 있는 것들은 함께 넣고 저희가 제품을 받을 때 발생하는 완충재를 재활용하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유기농 수건은 50개나 100개씩 비닐에 싸여서 저희에게 배송이 온단 말이죠. 수건을 많이 사시는 고객이 있으면 저희는 그 비닐을 그대로 써서 발송해드리고 그 사실도 고객에게 알려드려요. 어차피 동일한 제품을 싸는 데 쓰인 거니까요."

- 다들 좋아하시나요?

"제로웨이스트를 실천한다고 해도 고객마다 농도의 차이가 있어요. 누군가는 빨대 같이 입에 닿는 제품은 최소 포장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시고, 누군가는 그냥 가져가시니까요."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정치적 성향을 드러내거나 사회적 운동을 하는 방법으로 '소비'를 택한다. 지구샵에 와서 돈을 쓰는 사람들도 어찌 보면 소비로 자신을 드러내는 셈이다. 이전 세대의 소비와는 다른 방식이다. 착한 소비란 뭘까? 효과가 있을까?
 
제로웨이스트 가게 지구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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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착한 소비가 이슈가 되고 있는 것 같아요. 착한소비는 뭘까요? 사람들은 왜 착한 소비에 관심을 기울이는 걸까요? 

"소비만큼 명확한 보이콧은 없거든요. 소비자가 가진 권리나 의견을 피력하기 위해서는 소비로 보여주는 방법밖에 없어요. 아무리 환경부에서 이러저러한 점을 개선하고 시정하라고 기업에게 가이드를 줘도, 기업에서는 할 이유가 없어요.

기업에게 언제 이유가 생길까요? 소비자가 원할 때요. 소비자가 이런 기업은 이런 이유로 이런 제품을 만들어서 좋아 그래서 이 제품을 소비할 거야라고 할 때 변하는 것 같아요. 그런 거 보고 돈으로 혼내준다고 하더라고요. 착한소비가 뭐다라고 딱 잘라 이야기하긴 어렵지만 본인이 지향하는 가치에 부합하는 기업의 제품을 소비하시면 좋을 것 같아요."
     
- 이곳에는 주로 어떤 분들이 오세요?

"성비를 따지면 생물학적 여성분들이 많이 오시죠. 95% 정도? 특히 3040대 여성분들이 많이 오시는데요. 저희가 생각하기로는 생활용품을 구매하고 가정 내에서 세팅하는 분들이 여성분들이 많아서 그런 것 같아요. 국내에 제로웨이스트를 주제로 하는 매장이 많지 않아서 멀리서도 찾아오세요. 광주, 전북, 해외에서도 오셨어요.

단골 중에는 케냐나 캐나다에 사는 한국분도 계세요. 제로웨이스트가 해외에서 들어온 개념이라 호주나 캐나다에는 매장이 더 많을 텐데 왜 한국에 와서 사냐고 여쭤봤더니, 많긴 한데 집 주변에는 없다고 하더라고요. 거기는 환경에 대한 교육이나 프로그램은 잘 되어있지만 분리배출 시스템은 잘 안 된다고 하더라고요. 분리수거는 우리나라가 정말 잘하죠."

- 그런데 분리수거가 실제 재활용으로 이어지는 비율은 낮다고 들었는데요.

"기업에서 애초에 재사용이 가능한 소재나 단일재질을 많이 사용해야 해요. 정부와 기업 차원에서 바뀌어야 하는 문제죠."
     
- 지구샵에 오는 손님들에게 한마디 해주신다면요?

잘하고 있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환경을 위해서라면 이걸 해야 해, 저것도 해야 해. 우리나라 분들이 기준이 높은데요. 작은 것부터 시작하셔도 충분합니다. 텀블러를 들고 다니면서 일회용 쓰레기를 만들지 않는 것도 좋긴 하지만 테이크아웃할 것을 매장에 앉아 드시고 가시거나, 일회용 빨대 없이 드시는 것도 충분히 의미 있는 행동이에요. 본인이 할 수 있는 실천을 자신의 일상 안에서 할 수 있을 만큼 하시면 좋을 것 같아요. 환경에 관심 있는 것 자체가 대단한 것 같아요. 하나를 하셔도 꾸준히 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제로웨이스트 운동이 일반인 사이에서 널리 퍼지는 건 바람직한 일인 듯하다. 그러나 쓰레기를 줄이고 환경을 보호하려는 일반인들의 노력에 비해 거대기업의 움직임은 아직 둔하다. 아무리 쓰레기를 줄이고 싶어도 물건을 살 때마다 포장이 한 가득이라면, 제품을 재활용할 수 없다면 한 사람 한 사람의 노력은 쉽게 빛을 보지 못할 수도 있다.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일회용품 사용을 피할 수 없는 것도 쓰레기 양이 많아지는 이유다. 그럼에도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을 찾아보는 것은 의미가 있는 일이다. 지구를 구하고 싶다면, 히어로가 되고 싶다면 슈퍼맨 영화를 보기보다 제로웨이스트 제품을 이용해보려 노력해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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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지구샵, #신림동쓰리룸, #제로웨이스트, #관악오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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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청년센터 관악오랑 청년문화공간 신림동쓰리룸. 서울시와 관악구의 청년정책을 수행하는 중간지원조직입니다 :-) 현재 시설(관악구 신림동 241-22, 302)은 휴관 중이며 대부분의 지원업무는 온라인으로 진행 중입니다. 잘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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