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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는 전례없는 혁명기를 맞이했다. 우리가 아는 옛 이야기들은 다 무너지고 있는 반면에 그것을 대신할 새로운 이야기는 아직 등장하지 않았다."

인류학자 유발 하라리가 한 말이다. 코로나19는 무분별한 개발로 인한 문명의 붕괴가 임박했다는 신호인지도 모른다. 지금 즉시 전환을 시작하지 않는다면 미래는 없다는 강력한 경고 말이다.  

낡은 것을 전복하는 사고, 변방으로의 탈주, 구패러다임의 과감한 해체 없이 지속가능한 미래를 꿈꿀 수 있을까. 틀을 바꾸고 판을 엎어야 하는 것은 교육도 예외가 아니다. 산업화 대량생산체제 유지를 목적으로 하는 근대 학교 교육의 유효 기간은 끝났다. 획일화, 표준화 된 학교 교육의 문법은 새로운 시대와 더 이상 호응할 수 없는 낡은 교리일 뿐이다. 

'로컬에듀'의 진화
 
 <로컬이 미래다> 표지
 <로컬이 미래다> 표지
ⓒ 에듀니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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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창훈 교사가 쓴 책 <로컬이 미래다>는 전라북도 완주군(소양면, 고산면)이라는 한 농촌 마을에서 교육을 바꾼 이야기다. '로컬푸드' 운동으로 경제협력공동체를 이뤄가는 완주에서, 저자는 학교와 지역이 협력하는 새로운 완주 교육 시스템 '로컬에듀'를 창안했다. 완주형 지역교육모델이라고 할 수 있는 '로컬에듀'는 아이들이 지역의 학교에서 공부하고 성장할 수 있도록 지역사회 전체가 학교와 교육을 지원하고 협력하는 체계이다.

아이들이 지역을 떠나지 않고도(수도권 진입 경쟁을 벌이지 않고도) 좋은 교육을 받을 수 있고, 학교를 졸업하고도 지역 안에서 원하는 일을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는 혁신교육의 차원을 넘어서는 지역에서의 '삶'과 관련된 문제이므로 학교뿐만 아니라 지역 전체가 힘을 합쳐야 한다. 한마디로 '지역 교육 문제는 지역 스스로 해결하자'는 것이 로컬에듀의 정신이라고 할 수 있다. 

저자는 책 <로컬에듀>(2017년) 이후 3년 만에 내놓은 <로컬이 미래다>에서 교육의 패러다임을 '국가 중심'에서 '지역 중심'으로 전환할 것을 제안한다. '국민을 키우는 교육'에서 '지역 시민을 키우는 교육'으로 목표를 수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를 위해 국가 차원과 지역 차원에서는 무엇을 어떻게 바꿔야 하는지, 학교(교육청)와 지자체의 역할은 어떻게 설정해야 하는지, 교사-학부모-지역주민은 각자의 위치에서 무엇을 할 것인지 상세히 제안하고 있다. 

책은 '지역재생'의 융복합적 관점에서 지역교육 문제를 접근하고 있다. 지역사회란 경제-주거-교육-문화-의료-복지가 결합된 삶의 공간이다. 지역의 정주여건이 악화되면 사람들이 떠나가고 지방 교육의 공동화를 부른다. 지방 교육의 공동화는 다시 정주여건의 악화로 이어진다. 뫼비우스의 띠와 같은 악순환을 끊어내지 않는다면 축소와 소멸의 길에 접어든 지역의 미래는 없다. 지역이 죽는다면 비정상적으로 비대화된 수도권 대도시 삶의 질도 함께 추락할 것이다.

이 책은 교육과 지역이 선순환함으로써 교육도 살리고 지역도 살리는 해법을 제시한다. 교육만 떼어놓고 사고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사회 재생과 발전의 관점에서 교육의 진로를 논한다. 

교육의 지역화 전략을 수행할 역량은 지역에서 자생적이고 자립적으로 생겨나야 한다. 학교와 지역의 관계를 재설정하고 교사-학부모-지역주민은 마을교육공동체의 협력자가 되어야 한다. 교육청과 지자체는 지역교육 발전의 로드맵을 공동으로 수립하고 지역의 교육 현장에서 요구하는 문제를 실질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자원과 역량을 배분해야 한다.

'로컬에듀'는 완주라는 지역에서 이를 실현하는 과정을 담은 보고서이다. 나는 '로컬에듀'가 사례를 넘어서는 모델로, 지역적 차원이 아닌 전국적 차원의 실천으로 확산되었으면 좋겠다.  

학교의 전환
 
학교는 아이들이 서울 등 수도권으로 떠나가게 할 목적으로 교육활동을 한다. 지역 역시 인구감소로 인한 지방소멸을 걱정하면서도 그런 현상을 막기는커녕 오히려 힘을 보태고 있다. 그 결과 아이들은 지역에 남아 행복하게 살아가는 미래를 긍정적으로 생각하기가 어렵게 되고 말았다. 학교에서 국민을 키우는 교육만이 일관되게 유지되는 한 이 악순환을 멈출 수 없다. 만약 이를 개선하고자 한다면 '국민을 키우는 교육'에서 '지역의 시민을 키우는 교육'으로 학교교육의 목표와 방향을 전환하는 것에서 출발해야 한다. (83쪽)

학교 교육의 현 주소에 대한 저자의 진단은 날카롭다. 오늘날 지역교육에 '지역'은 없다. 많은 지역에서는 인재육성을 명목으로 수도권 대학에 아이들을 보내기 위해 자원을 쏟아붓는다. 아이들이 지역의 시민으로 성장해 지역을 떠나지 않고 살 수 있는 환경이 되지 않으니 지역사회 안에서의 선순환은 기대하기 어렵다. 선순환하지 않는 지역은 지속가능하지 않다. 원인을 찾자면 한두 가지가 아니겠으나, 학교 교육 문제가 크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다.  

저자는 "이제 학교 교육을 큰 틀에서 새롭게 재구조화해야 할 때"라며 "학교에서 잘 가르치는 것 너머를 바라봐야 한다. 학교가 지역에 관심을 가지고 지역에 기여하고 지역을 살리는 일에 발 벗고 나서야 한다"(86쪽)고 강조한다.

이를 위해 지역의 모든 학교에서 '지역교육과정' 도입을 위한 본격적인 논의가 필요하다. 이미 '마을교육공동체'라는 이름으로 학교와 마을의 협력을 통한 교육과정 연계를 시도하는 지역들이 늘어나고 있으므로 가능성은 충분히 입증되었다. 학교와 지역이 지역교육의 목표와 방향, 내용과 방법에 대해 논의하고 합의해 지역교육의 로드맵을 만들어야 한다. 학교는 이를 교육과정에 적극적으로 반영하고 지역은 지원과 협력이 가능한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이런 시스템을 구현할 수 있다면 학교와 지역사회의 관계는 전환된다. 학교와 마을의 분리와 단절을 넘어 지역사회 주체들과 학교의 지속적인 협력체계가 구축될 것이다. 지역의 교육적 요구를 학교 운영에 반영하고 배움의 영역을 확장하며 학교와 지역이 함께 교육을 만들어 나간다. 이는 독점적이고 관료적인 근대 학교 교육 모델에서 탈피해 지역사회 기반의 협력적 교육네트워크로 학교의 상을 재구조화하는 것이다.

학교 교육을 전환하려면 자율성이 담보되어야 한다. 획일화되고 표준화된 국가교육과정을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수준을 넘어서, 지역교육과정을 적극적으로 연구하고 계획하고 교실 안으로 도입할 수 있는 권한이 학교와 교사들에게 주어져야 한다. 학교의 자율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시스템을 바꿔나가는 노력이 선행되지 않는다면 학교 교육에서 지역성을 강화하는 것은 요원하다. 로컬 중심의 교육 혁신, 그 시작은 자치의 확대이며 그 종착지는 교육 자치 시스템의 완성이 될 것이다. 

저자는 "지역의 소속 학교 대부분이 자치역량을 갖춘다면 그 지역의 교육력은 당연히 돋보일 것"이라며 "지역사회와 학교가 유기적으로 협력하면서 형식과 내용면에서 실질적인 교육자치를 이뤄내는 과정을 지역교육자치라 부를 수 있다. 이제 학교자치를 넘어 지역교육자치로 새롭게 방향을 전환하는 것이 필요하다"(91쪽)고 강조한다. 

풀뿌리 지역교육
 
이제 교육의 주도권이 국가에서 지역으로 이관될 때가 왔다. 지금과 같이 모든 학교에 적용되는 획일적인 국가 중심 교육에서, 지역의 다양성과 특수성이 인정되고 존중되는 지역 중심 교육으로 전환해야 한다....(중략)...이제 지역은 국가나 중앙정부에 기대지 않고 우리 지역의 아이는 우리 지역의 힘으로 키운다는 마음으로 임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특히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하는 것은 지자체이다. 교육은 주민의 삶의 질을 결정하고, 지역의 정주여건과 가장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81~82쪽)

'풀뿌리 지역교육'이란 국가에서 마을과 지역으로 교육 주체의 전환을 뜻한다. 읍면동 단위의 '마을학교공동체'가 모여 시군구 단위의 '지역교육공동체'를 형성하는 그림을 그려보자는 것이다. 이 과정을 통해 학생들을 지역의 건강한 시민으로 키움으로써 선순환의 교육생태계를 만들어야 지속가능할 수 있다.

특히 인구 감소와 지방 소멸의 위기를 겪고 있는 곳에서 지자체가 교육의 핵심 주체로 참여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제 지역은 "더이상 소외되고, 부정적이며, 극복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도전과 변화, 희망과 창조의 상징으로 새롭게 부각되어야"(77쪽) 한다. 

'지역교육력'은 지역사회가 학생들과 주민들의 인격 형성과 사회화 과정에 미치는 영향력이라고 할 수 있다. 마을 안에서 이루어지는 다양한 체험과 상호작용을 통해 배움을 확장하고 공동체적 관계를 형성 강화해나가는 것이다. 이렇게 지역을 살리는 교육을 하려면 지역이 교육의 중심에 서야 한다. 지역주민들이 교육의 주체로 각성하고 지역 교육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지역사회내 공공, 민간 기관들도 지역 교육력 강화에 협력해 나서야 한다. 

지역단위의 교육목표 수립과 이행을 위해서는 민관학의 상설적인 연계와 협력을 위한 거버넌스가 필요하다. 특히 일반자치와 교육자치가 분리되어 있는 한국적 현황에서 거버넌스 구축은 읍면동 단위의 학교-마을, 시군구 단위의 교육청-지자체 협력을 촉진하기 위한 필수 조건이다. 학교와 마을의 분리, 학교와 지역의 분리, 교육청과 지자체의 분리 구조를 넘어 이를 연결하고 통합함으로써 학교 혁신과 지역 혁신을 융복합적으로 추진해나가야 한다. 

2017년 완주에서는 완주교육지원청과 완주군청이 관내 12개 읍, 면 지역에 함께 찾아가 2천여명의 학부모와 지역주민들을 만났다. 이를 기반으로 양대 기관이 끈질긴 논의 끝에 혁신교육특구 협약을 만들어내고 완주교육 발전의 새로운 전기를 마련했다. 교육청과 지자체의 실질적인 협업이 지속가능한 구조를 만들어야 하고, 지역 교육 현황의 분석에 기초해 지역의 교육 예산을 조정, 통합, 지원할 수 있어야 한다. 

길은 '지역'으로 통한다  

'마을이 세계를 구한다'고 했던 반세기 전 간디의 외침은 21세기에 맞닥뜨린 위기를 극복할 '패러다임 대전환'의 선언이 되었다. 마을은 자본주의 세계화 전략에 맞선 지역화 전략의 거점이자 상호연대와 호혜 협동의 원리로 삶을 재구성하는 새로운 터전이다.

지금 '마을'이라는 이름을 달고 벌어지는 모든 활동들은 자율, 연대, 생태, 자립, 자치와 같은 삶의 방식으로 사회를 재구성하려는 집합적인 움직임이다. 자본주의 경쟁 논리와의 싸움을 동반하는 마을의 부활은 화려한 귀환이 아닌 '오래된 미래'로 돌아가기 위한 쉽지 않은 여정일지 모른다.

교육도 같은 맥락이다. 입시위주 경쟁과 서열화 구조속에서 교육이 소비상품으로 전락해버린 현실은 '배움의 실종'이라는 극단적인 상황을 낳았다. 이제 본질을 회복해야 할 때다. 로컬 지향의 시대, 길은 '지역'으로 통한다. 고르게 존중받고 고르게 행복한 세상을 위해, 지금 당장 '지역에서' 변화를 시도해야 한다. 

어제와 다르고, 오늘보다 나은, 교육을 고민하는 모든 이들에게 이 책의 일독을 권한다.

로컬이 미래다 - 지역의 시민을 키우는 풀뿌리 지역교육

추창훈 (지은이), 에듀니티(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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