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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월 13일 열린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 외면하는 노동부 규탄 기자회견'
 8월 13일 열린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 외면하는 노동부 규탄 기자회견"
ⓒ 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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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유명한 '배달의 나라'이다. 한국의 택배 시장은 이미 2018년 5조 6600억 원, 2019년 6조 1400억 원 규모였다. 게다가 코로나19 이후, 외출이 줄어들고 비대면, 비접촉 판매가 선호되면서, 온라인 플랫폼 기반의 음식 배달 서비스나 전통적인 '택배' 시장 모두 급격한 성장세를 보인다.

CJ 대한통운과 롯데택배, 한진택배 등 한국의 대표적인 재벌 택배 회사들의 2020년 1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은 모두 크게 증가했다. 택배 회사 호황의 그늘에는 택배노동자들의 과로가 있다. 택배노동자들은 2020년 상반기 동안 최소 12명이 과로사한 것으로 추정된다. 근로복지공단의 '택배업 산업재해 현황'에 따르면, 올해 1~6월 업무상 사망한 택배노동자 9명 중 7명이 과로에 따른 뇌심혈관계 질환으로 숨졌다.

그런데 정부 공식 통계는 택배노동자의 과로사를 정확히 반영하지 못한다. 올해 5월 기준 택배업 등록종사자 1만 8792명 중 1만 1348명은 산업재해보상보험에 가입돼 있지 않다. 택배노동자는 근로기준법상의 노동자가 아니라서 산재보험에 당연 가입 대상이 아니다. 특수형태근로종사자에 대한 특례에 따라 산재보험에 가입할 수 있지만, 비용을 사용자와 노동자가 절반씩 부담하고, 가입을 거부할 수도 있어, 실제로 산재보험 가입률이 이렇게 낮다. 

8월 11일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가 밝힌 과로사 사례 5건은 모두 공단 통계에 포함되지 않았다. 그래서 공식 자료와 대책위가 파악한 내용을 합쳐, 올해 상반기에만 최소 12명의 택배노동자가 과로로 사망한 것으로 보인다.

근로기준법상 노동자가 아니기 때문에 택배노동자들은 근로기준법의 노동시간 제한(주 40시간, 연장을 포함하여 52시간)을 적용받지 못한다. 1주 평균 1회 이상의 유급휴일도 보장받지 못한다. 배달한 물량만큼 받는 수수료는 십수 년째 동결이어서 '자발적으로' 장시간 노동을 선택하게 된다. 2018년 한 연구에서는 택배노동자들이 하루평균 12.7시간, 월평균 25.6일을 일하는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택배 없는 날'의 함정
 
 택배노동자들의 요구로 8월 14일이 택배없는 날로 지정되었다.
 택배노동자들의 요구로 8월 14일이 택배없는 날로 지정되었다.
ⓒ 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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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과로에 시달리던 택배노동자들은 노동조합을 결성한 이후, 계속해서 모두 함께 쉬는 날을 요구해 왔다. 택배노동자들의 계속된 투쟁과 최근 과로사에 대한 사회적 관심 증가, 코로나19 유행으로 더욱 격화된 택배노동자 과로 등이 배경이 되어, 한국에서 택배산업이 시작된 지 28년 만에 처음으로 지난 8월 14일이 '택배 없는 날'이 되었다. 이어진 주말과 연휴로, 많은 택배노동자가 사흘간 휴가를 보낼 수 있었다. 

8월 14일 노동조합은 성명을 통해 이번 '휴가' 덕에 8년 만에 처음으로 가족여행을 간다, 이번 기회에 아픈 곳을 치료하기 위해 병원을 다녀오겠다, 아이가 아파도 병원을 데려가지 못했는데 아이와 함께 병원을 다녀오겠다는 등 다양한 택배노동자들의 소식을 전했다. 평소 택배노동자들이 얼마나 제대로 쉬지 못하고 일하고 있는지 드러나는 장면이다. '택배 없는 날'과 같은 이벤트만으로 택배노동자의 과로 문제에 접근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이에 정부도 나서는 듯했다. 고용노동부는 한국통합물류협회, 주요 택배사와 함께 '택배 종사자의 휴식 보장을 위한 공동의 노력 사항'을 발표했다. 이 선언에는, 매년 8월 14일을 "택배 쉬는 날"로 정하고, 택배노동자의 충분한 휴식 시간을 보장하기 위해 심야까지 배송을 하지 않도록 노력한다는 내용이 있다. 또 택배노동자가 질병, 경조사 등의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쉴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고, 앞으로 택배노동자들의 건강을 보호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하지만 이 선언에 대해 택배노동자들은 답답함과 분노를 표했다. 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은 8월 13일 기자회견을 열고, 이를 강력하게 비판했다. 사실상 이 합의문에는 재벌택배사들이 부담을 느끼거나, 재정을 투입해야 할 조항이 단 하나도 없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택배노동자들은 과로를 줄이기 위해 '분류 작업 인력 투입'을 주장해왔다. 현재 택배노동자 대부분은 아침 일찍 출근해 3~4시간 동안 당일 배달할 물건을 직접 분류한 뒤, 배송 업무를 시작한다. 이 분류 작업은 사실상 무료 노동이다. 이를 전담할 분류 담당 노동자가 있으면, 택배노동자의 노동시간을 매일 2~3시간은 줄일 수 있다. 이런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내용은 선언에 전혀 담기지 않았다. 노동조합은 단기적으로 코로나19 확산이 끝날 때까지만이라도 분류작업을 담당할 인력을 투입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노동조합은 택배노동자의 쉴 권리 보장 역시 공허한 선언에 불과하다고 지적한다. 택배노동자가 필요할 때 쉬기 위해서는 직영 기사를 확충하거나, 대리점 간 연합형태로 상시로 대체 기사를 운용하는 등 실질적인 대체 인력이 필요하다. 그러나 이번 선언에서 택배사들은 이런 구체적인 쉴 권리 보장 방안에 대해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택배노동자들이 과도한 물량을 소화하도록 만드는 낮은 수수료 역시 마찬가지다. 택배 박스당 평균 단가는 2000년 3500원에서 2018년 2229원까지 꾸준히 낮아졌다. 택배업체 간 경쟁 심화 때문에 운송 단가가 낮아지면서, 택배노동자의 수수료도 낮아졌다. 급여 대신 수수료로 수입을 얻는 대다수 택배노동자는 소득을 보전하기 위해, 점점 더 많은 물량을 배송해야 하고, 장시간 노동을 할 수밖에 없다. 적정 수수료 보장이 과로를 방지하기 위해 꼭 필요한 이유다. 

정부나 택배업계의 생색내기식 선언만으로 택배노동자들의 연이은 죽음을 막을 수 없다. 지난 8월 16일에도 혼자 물류 터미널에서 청소하던 택배노동자가 사망했다. 택배 산업이 더는 택배노동자의 희생을 거름 삼아 성장하지 않도록,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조치들이 이어져야 한다. 답은 이미 나와 있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활동가 최민님이 작성하셨습니다. 또한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에서 발행하는 잡지 <일터> 9월호에도 연재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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