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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상해발 입국자들이 1월 28일 인천국제공항에서 건강상태 질문서를 작성한 뒤 이동하고 있다. 보건당국은 이날부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을 막고자 중국에서 들어오는 모든 입국자의 '건강상태 질문서' 제출을 의무화했다.
 중국 상해발 입국자들이 1월 28일 인천국제공항에서 건강상태 질문서를 작성한 뒤 이동하고 있다. 보건당국은 이날부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을 막고자 중국에서 들어오는 모든 입국자의 "건강상태 질문서" 제출을 의무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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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서 코로나19가 처음 발생한 지 어느새 10개월이 훌쩍 지났다. 세계보건기구에 의하면 10월 마지막 주 기준으로 그동안 4천만 명 이상이 감염되었으며, 백만 명 이상이 사망했다. 이뿐 아니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세계 경제가 크게 침체하였으며 방역을 위한 규제로 각종 사회생활이 많이 위축되었다. 대량 실업과 휴업으로 많은 사람이 생계의 어려움을 심하게 겪고 있으며 불안감, 우울감, 경계심, 혐오감, 분노 등 부정적인 심리가 널리 확산하고 있다.

사회학자 울리히 벡은 대유행병 같은 글로벌 위험이 불안감을 공유하는 사람을 결합시킨다고 보았다. 실제로 불안감은 사람을 결합시키고 위험 관리를 책임 맡은 정부 당국에 힘을 실어준다. 그래서 벡은 이런 위기 상황에서는 정부가 더욱 권위적으로 변할 위험성이 있다고 보았다. 하지만 대유행병 같은 글로벌 위험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국제적·세계적 협력이 필수적으로 요구된다. 그래서 벡은 글로벌 위험 상황에서는 세계주의적 접근이 강화된다고 보았다.

실제로 올해 초 코로나19 대확산이 이뤄지자 세계 곳곳에서 연대와 협력의 필요성을 외치는 목소리가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우리 정부와 특히 문 대통령도 이를 매우 강조했다. 연대와 협력이야말로 인류 문명을 위협하는 코로나19에 맞서는 가장 소중한 수단이라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지난 10개월이 지나는 동안 코로나19와의 싸움에서 과연 연대와 협력이 소중한 수단으로 사용되어 왔는가?

이 싸움 과정에서 인류는 연대와 협력의 문명을 더욱 발전 시켜 왔는가? 이 싸움이 아직 한참 진행 중이므로 아직 결론을 내릴 시기는 아니지만 남아 있는 싸움을 위해서 중간평가를 내려보는 것은 의미가 있다. 왜냐하면 코로나19와의 싸움이 내년까지도 이어질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코로나19 종식 후에도 다른 변종 코로나19 혹은 다른 종류의 바이러스로 인한 글로벌 팬데믹이 이어질 것임을 21세기의 지난 20년 경험이 보여주기 때문이다. 인류의 코로나19 극복방식은 21세기의 글로벌 팬데믹에 대처하는 중요한 모델이 될 것이며 더 나아가 인류에 대한 가장 큰 도전인 기후변화 위기의 극복과 지속가능한 발전을 향한 매우 소중한 걸음이 될 것이다.

지난 10개월을 돌아보면 신자유주의로 배척되었던 연대와 협력의 소중한 가치를 되살리는 소중한 계기가 되고 있음이 분명하다. 그리고 비록 강대국의 국수주의적인 행태가 여전히 눈살을 찌푸리게 하지만 실제로 세계보건기구, G20, EU 등을 중심으로 국제협력과 민간인이 함께 참여하는 세계적 연대가 전례 없이 다양한 형태로 이뤄지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시민적 연대감은 어떻게 변했나

우리 정부도 문 대통령이 적극 나서서 국제적 연대와 협력에 큰 힘을 보태고 있다. 코로나19의 대유행은 또한 국민국가 내에서도 경제적·사회적 어려움에 처한 시민들을 정부가 적극 나서서 지원할 책임을 강력히 제기한다. 그래서 신자유주의에 의해 약화하였던 정부의 정책적·제도적 지원이 강화되는 계기가 되고 있다.

물론 경제적인 어려움을 극복하는 데는 정부의 노력이 매우 중요하지만, 시민들의 자발적인 연대 실천도 중요한데, 우리나라에서는 그동안 어려움 가운데서도 일부 기업인, 노동자, 그리고 특히 소비자에 의한 각종 연대 실천 노력이 자발적으로 이뤄졌으며 이것이 제도의 도입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임대료 깎아주기 캠페인, 선결제 캠페인 등이 그 예다.

하지만 연대와 협력이 가장 필요하고 또한 그 힘이 가장 크게 발휘되는 곳은 일상생활의 사회문화적인 활동 분야다. 이것은 가족애, 우애, 시민적 연대 등의 형태로 표현되는데 지난 10개월 동안 코로나19와 싸우는 과정에서 과연 우리의 가족애, 우애, 시민적 연대감은 어떻게 변해 왔으며 얼마나 큰 힘을 발휘해왔을까? 결론적으로 말하면 이들 가운데 더 강해진 부분도 있고, 큰 힘을 발휘한 부분도 있었지만, 전반적으로 볼 때는 큰 어려움을 겪으면서 위축되어왔다고 볼 수 있다. 물론 일상생활에서 사적이거나 공공적인 연대와 협력이 위축되어온 정도와 양상은 각국 정부의 코로나19 대응 방식에 따라 매우 큰 차이가 있다.
  
4월 1일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강제 영업정지된 독일 베를린의 아디다스 가게 앞을 사람들이 지나가고 있다.
 4월 1일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강제 영업정지된 독일 베를린의 아디다스 가게 앞을 사람들이 지나가고 있다.
ⓒ 연합뉴스/EP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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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언론에 크게 보도된 각국의 코로나19 위기 극복 역량에 대한 근래의 평가 결과가 있었다. 지난 9월 미국 경제지 포브스는 딥 날리지 그룹(DKG)의 코로나19 100대 안전국가 명단을 보도했다. 250개국을 대상으로 코로나19에 의한 보건·경제 위기 대처능력과 경제적·사회적·보건적 안정성을 전반적으로 분석한 결과 독일 1위, 뉴질랜드 2위, 한국 3위, 중국 7위 등의 순위가 나왔다.

이 평가 결과는 방역 역량과 함께 위기관리 역량도 고려한 것이기 때문에 확진자가 한국보다 훨씬 많은 독일이 1위에 위치했다. 2위인 뉴질랜드는 6월에 코로나19 종식을 선언했다. 중국은 코로나19의 최초 발생국이자 초기 대확산국이었으나 지금은 방역의 큰 성과를 바탕으로 높은 순위에 있다.

그런데 코로나19 안전국가로 평가된 독일, 한국, 중국의 코로나19 대응 방식에는 큰 차이가 있다. 중국은 국가의 강력한 통제로 방역 성과를 이룬 경우다. 그래서 세계의 민주 국가들은 한국과 독일을 대표적인 모범국가로 간주해왔다.

하지만 한국과 독일의 대응 방식 차이 때문에 두 국가 사례가 다른 국가에 주는 교훈 역시 상이한 점이 많다. 가장 큰 차이는 방역 관점과 일상생활 관점의 조화를 얼마나 중시하며 이를 어떻게 조화시키려는가, 그리고 특히 일상생활에서 비경제적인 요소들, 예컨대 시민의 기본권, 연대, 돌봄 같은 것을 얼마나 중시하는가에 있다. 물론 이런 차이는 생명 존중 정도와는 무관하며 오히려 시민의 일상생활, 특히 비경제적 일상생활 문화와 깊은 관련이 있다.

정부의 리더십과 시민의 자발적인 참여·협력

코로나19의 위기는 보건의 위기이기도 하지만 일상생활의 위기이기도 하다. 현시점에서 방역의 성공은 지상과제여서 이를 끝까지 지키기 위해 모두가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하지만, 방역의 성공이 곧 코로나19 위기의 극복을 의미하거나 자동으로 코로나19 위기 극복으로 이어진다는 생각은 잘못이다. 게다가 정부의 리더십과 시민의 자발적인 참여·협력은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핵심적인 두 바퀴에 해당한다.

그런데 지나치게 엄격한 기준과 규제를 중심으로 하는 방역 대책은 시민의 자발성을 크게 위축 시켜 두 바퀴가 원활히 굴러가는데 장애가 된다. 코로나19 제1차 대확산기인 지난봄에 우리나라에서 사회적 거리두기 정책이 처음 시행되었을 때는 두 바퀴가 비교적 잘 작동하여 다른 나라들처럼 강력한 봉쇄와 이동 제한 조치 없이도 위기를 잘 넘겼다.

그래서 현재의 3단계 방안을 마련하고 제1단계로 전환하여 생활 속 거리두기 정책을 시행해왔다. 그러다가 8월 중순부터 10월 11일까지 제2단계 혹은 부분적으로는 제2.5단계라는 강력한 규제 정책을 다시 실시했다. 그런데 이 시기에는 두 바퀴 가운데 한 바퀴가 상당히 삐걱거렸다. 강화된 규제가 자발적인 참여와 협력을 억제했기 때문이다.
  
서울 강남구 진선여자중학교 교사 중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8월 28일 오후 서울 강남구 보건소에서 의료진이 분주하게 업무를 보고 있다.
 서울 강남구 진선여자중학교 교사 중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8월 28일 오후 서울 강남구 보건소에서 의료진이 분주하게 업무를 보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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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와의 싸움은 한두 달 안에 끝날 일이 아니므로 장기전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 불가피하면 당연히 강력한 규제가 필요하겠지만 현재의 제2단계 조치만 하더라도 단기처방용이다. 그래서 지속가능한 위기극복 대책이 필요하다. 그것은 제1단계의 생활방역을 보다 효과적으로 시행하여 가능한 한 제2단계로 전환되지 않게 하는 것이다.

제3단계는 현실적으로 생각할 수 없다. 그러므로 제2단계를 최종 단계로 삼고 최대한 생활방역 체제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현재 매일 접하는 신규 확진자 수의 변동은 많은 국민의 마음을 졸이게 한다. 그것은 조만간 또다시 제2단계로 상향조정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 때문이다. 현재의 제1단계 상황을 보면 시민들이 그동안 억눌렸던 긴장을 푸는 단계의 역할을 하고 있어서 실제로는 도처에서 거리두기의 기본 방역수칙이 지켜지지 않고 있다.

이제 당국은 시민들을 좀 더 안심시키되 제1단계의 지속가능한 생활방역이 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협력 위에서 더욱 철저히 이뤄질 방안을 찾아 시행하면 좋겠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강수택은 경상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로 독일 빌레펠트대에서 사회학 박사학위를 취득했으며 경상대학교에서는 사회학이론, 사회사상사 등을 가르치고 있다. 학술지 <사회와 이론>의 편집위원장을 역임했으며 <연대주의>, <씨알과 연대>, <연대하는 인간, 호모 솔리다리우스> 등의 저자이다.


태그:#코로나19, #연대, #위기극복, #지속가능, #생활방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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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국립대학교 사회학과 명예교수. 『연대주의』, 『환경과 연대』, 『다시 지식인을 묻는다』 등의 저자. 다원화된 한국사회가 분열형 사회 대신에 북유럽국가들 같은 연대형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대통령제 극복이 필수적이라는 관점에서 의원내각제 도입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글을 계속 발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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