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상고등학교 선수들이 29일 열린 봉황대기 8강전에서 전주고를 상대로 승리를 거두고 창단 첫 4강에 진출한 후 한 데 모여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인상고등학교 선수들이 29일 열린 봉황대기 8강전에서 전주고를 상대로 승리를 거두고 창단 첫 4강에 진출한 후 한 데 모여 구호를 외치고 있다. ⓒ 박장식

 
29일 서울 목동야구장에서 열린 봉황대기 고교야구 전국대회 8강전 1일차 게임에서 인천고등학교가 충암고등학교를 13-5의 스코어로 꺾으며 오래간만의 전국대회 4강에 안착했다. 프로에 지명된 야수들이 홈런과 3루타를 때려내는 등 활약을 펼쳤는데, 올해 인천 야구 전체를 통틀어 최고의 성적을 거두었다.

이어 열린 인상고등학교와 전주고등학교 경기에서는 시골 학교 인상고등학교가 기적에 가까운 역사를 써내려갔다. 인상고등학교는 전주고를 11-4의 스코어로 7회 콜드승리를 거두며 창단한 지 8년만에 전국대회 첫 4강에 올랐다. SK에 지명된 포수 박제범의 뛰어난 리드, 선수들의 투지가 버무려져 이뤄낸 기적이었다.

충암고 상대 압도... 3학년이 이끈 인고의 4강

인고(忍苦) 끝에 얻은 인고(仁高)의 4강이었다. 인천고등학교는 오전 11시 열린 1차전에서 충암고등학교를 상대로 경기를 치러 승리했다. 3학년 선배들이 타선에서 맹활약을 펼치면 후배들이 마운드 위에서 상대를 막아내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선수들 모두 처음 겪는 전국대회 4강에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경기 초반은 서로 호각세를 보였다. 1회 초 인천고가 1점을 먼저 달아난 데 이어, 2회에는 선두타자 유혁의 3루타와 강현구의 홈런포에 힘입어 석 점을 달아났다. 하지만 바로 3회 말 충암고가 넉 점을 따라붙으며 경기는 혼전의 양상을 띠는 가 싶었다.
 
 29일 열린 봉황대기 8강전에서 인천고 선수들이 4강 진출을 확정지은 뒤 기뻐하고 있다.

29일 열린 봉황대기 8강전에서 인천고 선수들이 4강 진출을 확정지은 뒤 기뻐하고 있다. ⓒ 박장식

 
하지만 인천고가 4회부터 본격적으로 달아나기 시작했다. 강현구와 장규현의 2루타와 안타, 그리고 노명현 타석에서의 상대 실책으로 두 점을 달아난 데 이어, 6회와 7회에도 연속 안타와 상대 보크, 송구 실책 등을 발판으로 한 점씩의 추가 점수를 기록하며 상대를 따돌렸다.

충암고도 이에 질세라 6회 말 양서준과 김선웅, 송승엽의 연속 3안타로 1점을 추격했지만, 인천고도 8회 2점을 더 추가한 데 이어 9회에는 이사 만루 상황 강현구의 싹쓸이 3루타로 석 점을 더 기록해 상대의 추격 의지를 꺾었다. 결국 스코어 13-5로 인천고가 4강에 진출했다. 

인천고의 마운드는 영건들이 책임졌다. 2학년 한지웅이 맨 처음 2.1이닝을 4실점이라는 조금은 아쉬운 성적으로 막아낸 데 이어, 역시 2학년인 윤태현이 5.2이닝 1실점 7피안타로 경기의 허리를 책임졌다. 맨 마지막 이닝에는 1학년 선수 이호성이 마운드에 올라 두 번의 삼진과 한 번의 낫아웃 삼진을 기록하는 등 어린 투수들의 분전이 돋보였다.

인천고 계기범 감독은 "마지막 대회라서, 아이들이 해보자는 의욕을 갖고 해준 덕분에 좋은 결과가 나왔다. 올해에는 앞선 전국대회에서 아쉽게 탈락했던지라, 3학년 선수들이 자원해서 나서줬는데 그래서인지 더욱 집중해서 잘 해주었다"며 4강에 진출한 소감을 밝혔다. 

계기범 감독은 "이미 프로에 지명된 조성현 선수도 지명 이후에 계속 투수로 출전해 고맙고, 한재승 선수도 어깨가 좋지 않아 경기에 오르지는 못하지만 덕아웃에서 같이 응원하고 조언해주고 있다"며 고마움을 표했다. 계 감독은 "차근차근 잘 준비하겠다"며 각오를 다졌다.

시골학교 대반란 인상고... 전주고 7회에 돌려보냈다

지평선이 보인다는 전북 정읍의 벽골제에서 신태인으로 가는 길에 있는, 전교생이 여든 명 남짓에 불과한 인상고등학교가 이번 대회의 걸음마다 역사를 쓰고 있다. 인상고는 전주고를 상대로 7회 콜드게임 승리를 거두며 앞선 예선에서 올해 전국대회 우승을 거둔 김해고와 장충고를 돌려보낸 것이 결코 운이 아니었음을 증명했다.
 
 29일 열린 봉황대기 고교야구전국대회 8강전에서 인상고 선수들이 득점한 뒤 홈에서 기뻐하고 있다.

29일 열린 봉황대기 고교야구전국대회 8강전에서 인상고 선수들이 득점한 뒤 홈에서 기뻐하고 있다. ⓒ 박장식

 
인상고는 경기 시작부터 전주고를 압도했다. 1회 말 선두타자 송현우가 안타를 치고 나간 뒤, 두 번의 도루를 연거푸 성공시키며 한 번에 3루 기회를 잡았다. 이어 박제범이 희생 땅볼을 쳐내며 선취점을 올렸다. 3회에도 인상고는 선두타자 김종현의 안타를 시작으로 만루 기회를 만들었고, 전희범이 적시 3루타, 이혜민이 적시타를 쳐내며 한 방에 넉 점을 더 달아났다.

전주고도 4회 초 두 점을 따라갔지만, 인상고가 다시 4회 말 박창윤의 빠른 발과 송현우의 적시타가 합작한 점수를 만들며 스코어 2-6으로 달아났다. 5회에도 인상고는 이혜민과 윤서준의 2루타로 넉 점을 더 달아나고, 6회에도 한 점을 더 얻어내면서 콜드 게임을 얻어내며 4강에 진출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들었다.

전주고가 7회 초 인상고의 집중력이 흐트러진 틈을 타 두 점을 쫓아갔지만 그럼에도 콜드 게임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상대 마지막 타자 홍승원이 쳐낸 공을 이권영이 받아 침착하게 1루 베이스 커버에 들어간 나병훈에게 던지며 인상고의 창단 이래 첫 4강 진출로 경기가 끝났다.

마운드 위도 분전했다. 3학년 선수인 김선재와 나병훈이 각각 4와 3분의 1이닝, 2와 3분의 2이닝을 책임졌다. 두 선수의 공은 창단 이래 첫 프로 지명(SK 2차 7라운드)을 받은 포수 박제범이 받았다. 인상고가 이날 최고의 활약을 선보인 원동력에는 마지막 투혼을 불사른 3학년 선수들의 열정이 있었던 셈이다.

이번 대회 4강 진출의 일등 공신 중 한 명인 박제범 선수는 "입학 할 때부터 인상고가 약하다는 말을 듣곤 했다. 썩 기분이 좋지는 않은 말이었다"며, "이번에 8강, 4강까지 진출하게 되면서 우리가 약하지 않고, 똘똘 뭉치면 잘 할 수 있다는 기분이 든다. 이 기세로 우승까지 가고 싶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런 기회가 또 언제 찾아올 지 모른다"는 박제범 선수는 "후배들이 너무 잘 뭉쳐준 덕분에 함께 4강에 오를 수 있었다"며 웃었다. 그러면서 "학교의 이름이 인상고이다. 그 이름에 걸맞게 좋은 인상을 이번 대회에 남기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남은 4강의 자리는 30일 경기에서 결정된다. 30일 11시 열리는 첫 경기에는 부산고등학교와 유신고등학교가, 첫 경기가 끝난 후 열리는 두 번째 경기에는 북일고와 서울고가 격돌한다. 부산고와 유신고의 경기는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유튜브로, 북일고와 서울고의 경기는 SPOTV와 네이버스포츠를 통해 생중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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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교통 기사를 쓰는 '자칭 교통 칼럼니스트', 그러면서 컬링 같은 종목의 스포츠 기사도 쓰고, 내가 쓰고 싶은 이야기도 쓰는 사람. 그리고 '라디오 고정 게스트'로 나서고 싶은 시민기자. - 부동산 개발을 위해 글 쓰는 사람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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