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17 11:45최종 업데이트 20.11.17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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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지 경사면에 설치한 태양광, 위태롭다. ⓒ 최병성

 
태양광 패널들이 무너져 내리고 있다. 경사진 산에 무리하게 태양광을 설치했기 때문이다. 위태롭고 미관에도 좋지 않은 산지 태양광 패널을 요즘 쉽게 볼 수 있다. 그만큼 산지 태양광 시설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수십 년 자란 나무들을 베고 급경사지에 설치한 태양광 패널은 종종 산사태의 주범이 된다. 기후 위기 시대에 산림을 보호하려고 전 세계가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 산림을 파괴하는 태양광 패널을 친환경 에너지라고 할 수 없다. 
 

급경사 산지에 태양광이 설치되고 있다. 친환경에너지가 아니라 산사태를 초래하는 재난에 불과하다. ⓒ 최병성

 
산림을 파괴하지 않고도 태양광을 설치할 수 있는 곳이 많다. 우리 주변의 도로와 고속도로변에 세워진 방음벽을 태양광으로 대체하면 된다.
 

산을 파괴하지 않고도 고속도로변 방음벽에 태양광을 설치할 수 있다. ⓒ 최병성

 
대한민국은 도로가 많은 나라다. 환경부의 '통계로 본 국토, 자연 환경'에 따르면 2013년 전국의 도로 총 길이는 10만 6232km로 1970년 4만 244km보다 무려 164%나 증가했다. 도로는 고속국도, 일반국도, 특별·광역시도, 지방도, 시·군도 등으로 구분되는데 고속국도는 1970년 대비 약 634%나 증가했다. 2020년 현재도 전국 곳곳에 건설 중인 고속국도가 많다.

고속국도를 달리다 보면 곳곳에 방음벽이 설치되어 있다. 방음벽은 주변 주민들에게 차량 소음과 먼지를 막아주는 역할을 한다. 이 방음벽을 태양광으로 이용하면 방음 효과뿐 아니라 전기도 생산하는 일거양득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
 

고속도로변에 늘어선 방음벽. 태양광 시설로 바꾸기 딱 알맞다. ⓒ 최병성

 
고속도로변엔 태양 빛을 받기에 좋은 기울기로 만들어진 사면들도 넘쳐난다. 도로의 직선화를 위해 산지를 깎아 고속도로를 건설했기 때문이다. 햇빛이 잘 드는 도로변 경사면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자.
 

태양광 설치하기 딱좋은 기울기인 도로변 사면을 그냥 놀리고 있다. ⓒ 최병성

 
환경부의 '통계로 본 국토, 자연 환경'에 따르면 2011년 기준 우리나라 고속국도 길이는 3778km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 회원국 중 9번째로 길다. 고속국도 길이가 가장 긴 국가는 미국(7만 5479km)으로 우리나라의 20배에 불과하다. 국토면적 1만km²당 고속국도 길이를 고속국도 밀도(density)라 하는데, 한국의 고속국도 밀도는 378km/10,000km²로 OECD 평균(55km/10,000km²)의 무려 7배에 이른다. 특히 대한민국은 일본 국토 면적의 1/3에 불과하면서 일본 고속국도 밀도보다 2배나 더 높다. 국토가 작은 대한민국에 고속국도가 얼마나 많은지 보여준다.

고속국도, 일반국도, 특별·광역시도, 지방도, 시·군도 등 전체 도로 길이 대비 비율이 가장 높은 것이 시·군도다. 전체 도로 길이의 약 47%를 차지한다. 이는 도로가 바로 우리 곁에 있음을 의미한다. 도로변 아파트 건설이 늘어나며 방음벽 설치도 증가하고 있다. 그런데도 태양광으로 이용할 수 있는 많은 방음벽을 제대로 활용하지 않고 있다.
 

방음벽은 멀리 고속도로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 일상 가까이 넘치게 많다. 아파트가 있는 곳이면 방음벽이 빠지지 않는다. ⓒ 최병성

 
오늘도 전국 곳곳에서 도로가 건설 중이다. 꼭 필요해서가 아니라 토건업자의 돈벌이를 위해서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차량 없는 텅 빈 도로도 쉽게 만날 수 있다. 그만큼 대한민국에 도로가 넘친다.

한국은 이 많은 도로변 방음벽을 그냥 놀리며 기후 위기와 산사태를 부르는 산지 태양광을 설치하는 행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기술이 부족한 게 아니다

산지를 훼손하지 않고도 태양광을 설치할 수 있는 곳이 가까이에 많은데도 왜 방음벽을 태양광 시설로 이용하지 않는 것일까? 아직 기술이 부족하기 때문일까? 아니다. 방음벽에 태양광 시설을 설치하는 기술은 이미 개발되어 있다. 설치만 하면 된다. 이는 기술 부족이 아니라 정부의 의지 부족 문제다. 태양광 개발업자들의 돈벌이를 위해 국토가 망가지도록 방치해 온 정부의 변질된 태양광 정책이 문제다.

외국은 이미 고속도로변 방음벽에 태양광을 설치하는 곳이 많다. 프랑스와 중국에선 방음벽뿐만 아니라 고속도로 바닥 태양광도 개발해 설치 중이다. 아래 사진은 이탈리아 이세라(Isera)의 브레너 고속도로(Brenner motorway)다. 햇살 바른 도로변에 태양광 패널로 방음벽을 설치해 전기를 생산하고 있다.
 

이탈리아 고속도로 방음벽에 설치된 태양광 패널 ⓒ www.autobrennero.it

 
네덜란드 역시 다양한 종류의 도로변 태양광 패널을 설치해 자연 환경을 훼손하지 않고도 태양광 에너지를 생산하며 효율적인 국토 운영을 하고 있다. 건물 일체형 태양광 발전시스템 전문 기업 김철호 BiPVKorea 대표는 고속도로 방음벽을 이용한 태양광 발전은 어려운 기술이 아니라면서 이미 많은 나라에서 설치중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대표는 네덜란드의 태양광 방음벽 시공 사진을 제시했다.
 

네덜란드 고속도로변에 방음벽을 대신한 태양광 발전 시설. 우리나라도 정부 의지만 있으면 얼마든지 가능하다. ⓒ BiPVKorea

  
물론 우리에게도 이런 시설이 있기는 하다. 서울의 올림픽대로 성산대교 남단 방음벽에 태양광이 설치되어 있다. 벌써 4년 전인 지난 2016년 높이 4m 방음벽 상단에 태양광 패널 54장을 설치했다. 그것도 양면형 태양광 패널이다. 이렇게 할 수 있는데도 일부를 제외하고는 여전히 산림을 파괴하면서 태양광 패널을 짓고 있는 것이다.
 

서울시가 2016년 올림픽대로 성산대교 남단 방음벽 상단에 양면형 태양광을 설치했다. 이미 우리에게는 방음벽 태양광 기술이 있다. ⓒ 미디어어 다음 캡쳐

   
태양광 설치하기 딱 좋은 곳 방음터널

방음벽보다 태양광을 설치하기에 더 좋은 곳이 있다. 방음 터널이다. 도로변 아파트 단지의 소음 방지를 위해 설치된 방음 터널이 있다. 수직 벽으로 세워진 방음벽에 비해 지붕 형태로 만들어진 방음터널은 종일 태양 빛을 받는다. 전기 생산 효율도, 설치 면적도 방음벽보다 더 좋다.
 

방음터널 지붕에 태양광을 설치할 수 있는데도 산과 바다를 훼손하는 환경 파괴적인 태양광만 설치하고 있다. ⓒ 최병성

   
태양 빛도 더 받고, 태양광 설치도 쉬운 방음터널이 우리 주변에 많다. 방음터널 역시 방음벽과 함께 그냥 놀리고 있다. 방음터널 태양광 기술 역시 이미 우리에게 있다. 영동고속도로 방음터널 지붕 위에 태양광 패널이 설치되어 있다. 이 얼마나 멋진 풍경인가!
 

이미 영동고속도로 방음터널에 태양광이 설치돼있다. 이곳은 대한민국 고속도로다. ⓒ 최병성

   
산을 깎아 설치하는 태양광은 결코 친환경 에너지가 아니다. 가짜 친환경 에너지다. 아니 더 정확히 말해 환경을 파괴하는 반환경 에너지다. 산과 바다를 훼손하지 않고 우리 곁에 가까이 있는 도로 방음벽과 방음터널에 설치한 태양광. 바로 이것이 진짜 친환경 에너지다.

설치할 장소가 없어서도 아니다. 기술이 부족해서도 아니다. 정부의 정책 결여와 의지 부족의 문제다. 지금처럼 산을 깎고 설치하는 산지 태양광은 자연을 훼손하는 범죄다. 산림을 보존해야 하는 기후위기 시대에 산지 태양광은 더더욱 큰 범죄다. 

문재인 정부 그린뉴딜, 사고 전환이 필요하다

태양광 시설로 인한 산사태 등의 문제가 심각해지자 지난 2018년 문재인 정부는 태양광 설치 허가 기준을 박근혜 정부의 경사도 25도에서 15도로 강화했다. 그렇다고 산지 태양광으로 인한 산림 훼손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이 추세대로 가면 그린 뉴딜을 외치며 태양광 친환경 에너지의 비중을 늘린다며 산지 파괴를 부추긴 문재인 정부 역시 자연을 파괴했다는 비판에서 벗어날 수 없다. 
 

소중한 산림을 훼손하는 산지 태양광은 기후위기를 부추기는 가짜 친환경에너지다. ⓒ 최병성

  
산림을 파괴하며 설치되는 태양광 에너지는 결코 그린 뉴딜이 될 수 없다. 후손들에게 물려줄 생명의 숲을 파괴하며 기후 위기를 부채질하는 범죄일 뿐이다.

문재인 정부는 2022년까지 총사업비 32조 5000억 원(국비 19조 6000억 원), 2025년까지 총사업비 73조 4000억 원(국비 42조 7000억 원)가 투자되는 그린뉴딜 추진을 계획했다. 이 중 그린 에너지 관련 국비는 2022년까지 3조 6000억 원, 2025년까지 9조 2000억 원으로 전체 그린뉴딜 국비 중 약 20%에 이른다.


문재인 정부의 그린뉴딜 정책 덕에 태양광은 2020년 현재 누적 설치량 12.7GW에서 2022년엔 26GW, 2025년 42GW로 연평균 6GW 가량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이다. 태양광 시설로 누더기가 될 국토는 어찌할 것인가?

산림을 파괴하고, 지역 문화와 공동체를 파괴하는 반환경적인 태양광에 대한 사고전환이 없으면 문재인 정부의 그린뉴딜로 인한 태양광 발전의 증가는 결국 4대강사업처럼 국토 파괴 범죄로 전락할 것이다. 태양광이라고 무조건 친환경 에너지가 아니기 때문이다.

코로나19는 우리에게 사고 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작은 국토에 도로가 넘치는 대한민국이다. 이제 정부와 국민과 사업자가 함께 효율적인 국토 이용 방법을 찾아야 한다.

도로변과 철도와 건축물에 태양광을 설치하고도 에너지가 부족하다면 그때 산지 태양광을 고민하자. 도로를 이용한 태양광이 미래를 위한 진짜 그린뉴딜이다.

문재인 정부 그린뉴딜의 사고 전환을 촉구한다.
 
덧붙이는 글 진짜 환경을 살리는 친환경 에너지인 도로변 태양광에 이어 다음 기사에서는 건축물 태양광을 다룹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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