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20 18:14최종 업데이트 20.11.20 18:30
  • 본문듣기
 
- 秋의 노골적 모욕주기... 윤석열 감찰한다며 평검사 둘 보냈다(조선일보)
- "尹 감찰" 대검 들이닥친 법무부 평검사들… "노골적 망신주기"(중앙일보)
- 법무부, 느닷없이 평검사 2명 보내 "윤석열 보자"… 대검 반발로 무산(동아일보)

지난 18일, 법무부가 전날 검찰총장 감찰을 위해 대검찰청에 검사 두 명을 보낸 일이 '단독' '속보' 기사로 언론에 대서특필됐다. 대부분의 언론은 '들이닥친 평검사' '노골적인 모욕주기'라는 자극적인 제목을 달고, 사전 통보도 없이 평검사를 보내 검찰총장의 대면감찰을 시도한 건 유례를 찾기 힘든 정치 폭거라고 성토했다.

자극적인 기사에 여론도 달아올랐다. 아무리 법무부와 대검이 갈등 중이라지만 너무 심한 것 아니냐는 점잖은 지적부터, 총장 쫒아내기가 막장으로 가고 있다며 문재인 정부에 날을 세우는 댓글도 온라인에 넘쳐났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1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본청으로 들어서고 있다. 이날 법무부는 윤석열 검찰총장 감찰 관련 대면조사를 강행할 방침이여서 대검과의 정면충돌이 예상된다. ⓒ 공동취재사진

 
전두환까지 끌어온 <조선>의 제목

같은 날 조선일보는 순천지청장 출신 김종민 변호사의 발언을 실었다. '12.12 쿠데타 당시에도 정승화 육군참모총장을 체포하려 허삼수 대령을 보냈다. 검찰총장을 상대로 직접 감찰조사를 하겠다면서 쪽팔리게 평검사 2명 보내는 게 뭘 하겠다는 것인지 모르겠다. 자유민주주의 전복 반란군의 작전치고는 너무 어설프다'는 게 발언의 요지였다. 이를 인용한 조선일보는 기사 제목을 <추미애의 '윤석열 감찰'에 "차라리 전두환 찾아 한수 배워라">라고 달았다.

막나가는 주장이다. 법무부의 검찰총장 감찰을 자유민주주의 전복 반란군의 작전으로 생각한다는 건가. 감찰의 이유나 적법성에 대한 아무런 고려도 없이, 군대로 치면 대위나 소령 정도인 평검사를 보낸 것이, 쿠데타 세력이 육군참모총장을 납치 구금할 때 허삼수 대령이 직접 찾아 간 예우만도 못하다는 억측은 변호사의 생각인지 조선일보의 논조인지 분간하기 어렵다. 아무리 추미애 법무부장관 하는 일이 밉다고 해도, 법부부의 대검 감찰이 쿠데타와 5.18 학살의 시발점이 된 12.12 군사반란 세력의 예의(?)보다 못하다니, 그래서 전두환에게 한 수 배우라니, 언론사의 숨겨진 저의가 의심스럽다.
 
법무부 감찰관실은 지난 월요일 검찰총장 비서관에게 법무부 진상확인 사건에 대하여 검찰총장 조사가 필요하니 원하는 일정을 알려주면 언제든 방문하겠다고 의사를 전달하였으나 대검 측은 일정에 대한 답변을 거부하였음. 이에 어제(화요일) 오전에 대검 측에 검찰총장에 대한 방문조사예정서 전달을 위한 방문의사를 알리고 오후에 법무부 감찰관실 파견 검사 2명이 감찰조사가 아니라 위 예정서를 전달하러 대검에 갔으나 접수를 거부하여 돌아오게 된 것임.

대검 감찰에 대한 논란이 일자, 법무부에서 18일 입장을 냈다. 내용은 위 언론들을 통해 알려진 사실과는 차이가 있었다. 검찰총장의 조사 일정을 타진했지만 대검에서 답변이 없었고, 그래서 17일 법무부 감찰관실 파견 검사 2명이 감찰조사가 아니라 방문조사 예정서를 전달하기 위해 대검을 방문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검찰총장에 대한 예우차원에서 최대한 예의를 갖춰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는 설명도 입장문에 담겼다.

물론 이는 법무부가 낸 입장이고, 대검 주장과 상반되는 부분도 있다. 그러나 양측 주장에 대한 아무런 검증도 없이, 한쪽의 주장만을 수용해 '평검사를 시켜 감찰을 시도, 검찰총장에게 노골적 망신 줬다'는 기사를 쏟아내는 것은 의도가 개입된 왜곡이라 볼 수밖에 없다.


쟁점에서 주장이 엇갈린다면, 양측의 주장을 모두 들어야 하는 것은 중립적이어야 할 언론의 기본 자세다. 대검의 일방적인 주장을 받아쓰고, 거기에다 '군사반란 세력보다 예의가 없다, 차라리 전두환에게 한 수 배우라'는 주장을 보태는 건 검찰총장 모욕주기가 아니라 문재인 정권 모욕주기다. 대검과 상반된 주장의 법무부 입장을 제대로 살피지 않았다면 무능한 언론이고, 알고도 대검 주장만 키웠다면 편파 왜곡 언론이라는 비난을 면키 어려운 것이다.

검찰총장에 대한 법무부의 감찰은 법의 테두리 안의 일이다. 언론들은 검찰과 법조계 일각의 주장을 들어 있을 수 없는 일이라 주장하지만 법무부 감찰규정에 따른 적법 행위다. 라임자산운용 펀드사기 사건 관련 검사·야권 정치인 로비 은폐 및 보고 누락 의혹과 중앙지검장 시절 유력 언론사 사주와의 만남 의혹 등 모두 5건에 이르는 총장 관련 의혹 사건은 검찰총장을 지휘 감독할 법무부장관의 당연한 의무이며 법이 보장한 장관의 권한이다. 언론이 이번 사태를 총장 모욕주기를 넘어 쫒아내기로 규정하려 한다면, 검찰총장에 대한 예의로 시비할 게 아니라 감찰이 법에 정한 권한을 넘어섬을 증명해야 하는 것이다.

19일 법무부 감찰관실의 검찰총장 감찰을 위한 방문 조사가 또다시 무산됐다. 17일 방문조사 예정서 전달을 평검사를 통한 총장 모욕주기로 규정해 서한을 돌려보냈던 대검이, 18일 우편 송부 반송에 이어 19일까지 세 차례 법무무의 감찰 일정 모두를 거부한 것이다. 대검측은 어떤 혐의인지 명확한 설명이 없는 감찰 조사는 동의할 수 없고 궁금한 것은 서면으로 설명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대면조사로 할지 서면조사로 할지는 대검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 것이 아니라 감찰 주체인 법무부가 결정할 일이다. 또 검찰총장의 혐의를 특정하지 않았다는 주장 또한 방문조사예정서 봉투를 뜯지도 않고 돌려보낸 대검이 할 소리는 아니다. 그러나 어떤 언론도 대검의 초법적인 주장을 법에서 정한 잣대로 검증하려고 하지 않는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의 대검찰청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추미애 가해자 - 윤석열 피해자 도식

검찰총장 감찰 논란의 한 주, 언론은 과연 공정한가. 법의 규정보다 예의를 내세워 검찰 권력 지키기에 편승했고, 대면조사 무산의 원인도 법무부장관의 권력 지키기 집착으로 떠넘겼다. 12.12 군사반란까지 끌어들여 법무부가 갖춰야 할 예의(?)를 법이 정한 장관의 검찰 지휘권보다 높여 놓은 건 언론의 흑역사로 기록될 만한 또 하나의 해괴한 주장이다.

'추미애 법무부장관 가해자 - 윤석열 검찰총장 피해자'라는 언론들의 프레임은 충분히 틀릴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언론들은 검찰개혁으로 파생한 모든 문제들을 '문재인 정부 가해자, 윤석열 검찰총장 피해자'라는 도식에 맞추려 한다. 조국 전 장관, 윤미향 의원, 추미애 장관의 자녀 의혹까지도 살아있는 권력과 정의로운 검찰의 대결로만 본다.

하지만 검찰이 살아있는 권력(?)을 희생양 삼아, 범접할 수 없는 검찰 권력 다지기를 하고 있다는 지적도 검찰개혁을 둘러싼 또 다른 목소리다. 언론이 법무부의 검찰총장 감찰을 얼토당토 않는 논리를 끌어와 모욕주기로 몰아가는 건 의도를 의심케한다.

그러나 언론사 사주를 두고 밤의 대통령이라고 농담하던 시대는 지났다. 변하지 않는 검찰에 개혁이 필요하듯, 언론도 변하지 않으면 국민들에게 외면 받고 도태의 길을 갈 수밖에 없다. 진짜 세상물정 모르는 언론이다.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취재후원

독자의견


다시 보지 않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