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개국 47개 도시 투어 공연! 영국 웨스트엔드 무대 최초 공연, 스코틀랜드 에든버러 프린지페스티벌 최고 평점 5점 기록!

요즘 대세라는 K팝 아이돌을 설명하는 문구로 착각하기 십상이지만 어마어마한 팬덤을 보유한 젊은 아이돌 그룹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다. 멤버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데뷔한 지 10년이 넘은 30대, 40대 코미디언의 이야기다. 말 그대로 몸짓과 옹알거림만으로 웃음을 선사하는 '옹알스' 팀의 이야기다.
 
오직 소리와 몸짓으로 세계적인 무대 누벼
 
옹알스는 조수원, 조준우, 채경선, 최진영 등의 멤버로 이루어진 넌버벌 퍼포먼스 팀이다. 2007년 KBS 개그콘서트의 꼭지 '옹알스'에서부터 시작됐다. 몇 회 공연을 끝으로 개그콘서트 꼭지는 없어졌지만 2009년부터 국제무대로 눈을 돌려 본격 해외 활동을 시작하게 됐다.

말이 좋아 해외 진출이지 사실상 초대받지도 않은 프린지페스티벌에 가서 무작정 길거리 공연을 했던 것. 그랬던 이들이 이듬해에는 한국인 최초로 프린지페스티벌에 초청을 받아 공연을 하게 됐다. 뿐만 아니라 스위스 몽트뢰 코미디 페스티벌, 호주 멜버른 코미디 페스티벌 등에 초청되었고, 호주 시드니 오페라하우스에서도 한국인 코미디언으로는 최초로 공연을 무대에 올렸다.

데뷔 10주년인 2017년에는 한국 코미디 공연으로는 최초로 영국 웨스트엔드에서 5주간 장기 공연을 무대에 올려 가디언으로부터 "가족과 함께 관람해야 할 최고의 공연"이라는 평을 얻기도 했다. 이들이 어려움 속에서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 진출하기 위해 분투한 이야기를 담은 영화 <옹알스>는 배우 차인표가 제작해 2019년 개봉하기도 했다.
 
이들이 설자리가 없는 국내보다 해외활동을 해야겠다고 생각하게 된 데는 개그콘서트 당시 장애아를 대상으로 한 봉사활동에 갔던 경험 때문이었다. 소리로 소통할 수 없는 이들에게는 보이는 퍼포먼스로, 보이지 않는 이들에게는 비트박스 등을 통한 소리를 소재로 한 개그로 웃음을 줄 수 있으니 언어가 아예 통하지 않는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해도 가능성이 있을 거라 생각하게 된 것.

"에든버러에서 안 되면 각자 흩어지자"고 이야기했던 그들이 맨땅에 헤딩하듯 도전해 좋은 성과를 거둘 수 있었던 것은 끊임없는 연습과 타고난 재능이 빛을 발한 결과이기도 하지만 옹알스가 갖고 있는 팀의 콘셉트도 한몫 했다. 소리와 몸짓만으로 웃음을 선사하는 이들의 공연은 나이와 성별, 심지어 국적을 불문하고 통하는 '만국공통의 언어'와 같았기 때문이었다.
 
 넌버벌 퍼포먼스 팀 ‘옹알스’의 조수원, 조준우, 채경선, 최진영 씨가 제11회 헌혈톡톡콘서트 무대에서 공연을 하고 있다. 이날 이들의 공연은 유튜브 ‘백혈병환우회TV’를 통해 생중계됐다.

넌버벌 퍼포먼스 팀 ‘옹알스’의 조수원, 조준우, 채경선, 최진영 씨가 제11회 헌혈톡톡콘서트 무대에서 공연을 하고 있다. 이날 이들의 공연은 유튜브 ‘백혈병환우회TV’를 통해 생중계됐다. ⓒ 한국백혈병환우회

 

'엔돌핀' 선사하러 제11회 헌혈톡톡콘서트 무대에 서
 
이들의 여정이 늘 순탄했던 것만은 아니다. 2016년 6월, 리더인 조수원의 암 판정으로 커다란 위기가 찾아왔다. 그는 악성림프종이라는 혈액암을 앓으면서도 무대에 서겠다는 의지를 불태웠고, 멤버들의 공연을 매회 관람하며 투병의 의지를 다지기도 했다고.

암의 재발과 더불어 제6회 부산국제코미디페스티벌을 준비하다 쓰러진 그에게 또다시 위기가 찾아왔지만 이듬해 7회 부산국제코미디페스티벌에서는 준비한 대로 공연을 마칠 수 있었다. 조수원씨는 현재 추적검사를 하면서 관리하고 있을 정도로 건강이 좋은 상태다. 얼마 전 예술의전당 공연을 마치고 연말을 맞아 공연 준비에 한창인 '옹알스'가 한국백혈병환우회의 제11회 헌혈톡톡콘서트 무대를 찾았다.
 
11월 27일, 용인 김미화마을 카페 루켈에서 열린 제11회 헌혈톡톡콘서트 사회를 맡은 방송인 김미화씨는 "거리극이 우리나라에서 인정받지 못할 때 영국이나 호주 등지에 가서 도전해 성취를 이룬 팀"이라며 이들이 "헌혈톡톡콘서트를 축하하기 위해 잠옷을 입고 달려왔다"고 소개했다.

20분 남짓한 공연 시간 동안 풍선을 이용한 묘기, 저글링, 비트박스 등을 펼친 이들은 헌혈자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하면서 "드릴 수 있는 건 웃음밖에 없다. 웃으면 복이 오고 건강해지실 것"이라고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특히 이날 콘서트에서는 옹알스 팀에 한국백혈병환우회 홍보대사 위촉장이 수여되기도 했다. 옹알스의 조수원씨는 "헌혈의 힘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면서 2년 전에 응급실에 간 경험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는 당시 "수혈을 16번이나 받았다. 헌혈에 대해 생명의 씨앗을 나눔 해 주신 거라고 생각한다"면서 "코로나19 여파로 혈액이 부족해 환자와 환자 보호자들이 목말라 할 때 내 몸의 작은 씨앗을 환자의 몸에 전달해 큰 나무로 만들어 주는 기회라고 여겨주시면 좋겠다"고 표현하기도 했다.

"의사들에게도 없는 '엔돌핀'이라는 치료제를 갖고 있다"는 옹알스 멤버 조준우씨의 말처럼 이들의 무대를 보면서 즐거움뿐만 아니라 건강까지 덤으로 얻을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제11회 헌혈톡톡콘서트에서 축하공연 무대를 선보인 ‘옹알스’는 한국백혈병환우회의 홍보대사로 위촉되기도 했다.

제11회 헌혈톡톡콘서트에서 축하공연 무대를 선보인 ‘옹알스’는 한국백혈병환우회의 홍보대사로 위촉되기도 했다. ⓒ 한국백혈병환우회

 
 
옹알스 헌혈톡톡콘서트 한국백혈병환우회 헌혈자 수혈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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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 노동자. 주로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글로 풀어내는 작업을 해왔으나 암 진단을 받은 후 2022년 <아프지만, 살아야겠어>, 2023년 <나의 낯선 친구들>(공저)을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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