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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5년 사이 옥천군 65세 이상 인구 중 치매 환자 수 및 그 비율
 최근 5년 사이 옥천군 65세 이상 인구 중 치매 환자 수 및 그 비율
ⓒ 월간 옥이네
 
# 충북 옥천군 옥천읍 외곽에 사는 80대 A씨는 매일이 불안하다. 혼자 지내는 집에 자꾸 도둑이 들기 때문. 건넛방에 누군가 오가는 것 같기도 하고, 마당에 찍힌 낯선 발자국을 발견하기도 한다. "도둑이 들었다"고 경찰에 신고하기를 여러 번. 하지만 도둑을 잡을 순 없었다. 처음부터 도둑은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 치매를 앓는 A씨가 도둑이 든 것으로 착각했던 것이다. 그의 이상행동을 감지한 이웃들과 보건소 측의 협조로 A씨는 치매 검사와 진단을 받을 수 있었다.

# 면에 사는 80대 B씨는 온 집안과 마당 가득 물건을 쌓아둔다. 가만히 살펴보면 '도대체 저걸 어디에 쓸 수 있을지 모를' 잡동사니가 가득하다. 치매와 함께 저장강박증세를 보이는 B씨의 사연을 듣고, 지역 봉사단체가 나서 한바탕 대청소를 했지만 오래가지 않았다. B씨의 마당은 마을 구석구석에서 주워온 고물로 다시 메워졌다.

농촌 지역 고령화가 심해지면서 치매 환자 수도 증가하고 있다. 국내 치매환자가 75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되는 가운데 초고령화 사회로 돌입한 충북 옥천 역시 매년 치매 환자가 늘고 있다. 옥천의 65세 이상 노인 인구 중 치매 환자는 2015년 11.03%에서 2019년 12.06%까지 1%가량 더 늘었다(중앙치매센터, 전국 및 시도별 치매유병현황).
     
치매 진단을 받은 주민 중 중등도‧중증 환자 비중도 그만큼 높아지고 있다. 2015년 기준 최경도 환자 243명, 경도 577명, 중등도 358명, 중증 216명이던 것에서 2019년에는 최경도 299명, 경도 711명, 중등도 441명, 중증 266명으로 상승세에 있다. 고령화가 심해지다 보니 치매 환자 수가 높아지는 것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현상. 하지만 그만큼 지역사회 안의 대책을 마련하는 데도 고민이 깊어진다.

지난해 옥천읍 가화리에 문을 연 옥천군치매안심센터는 ▲ 치매 조기검진 ▲ 상담 ▲ 사례 관리 ▲ 예방 교육 및 홍보 ▲ 치매 가족지원 등의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치매 검진의 경우 60세 이상 주민을 대상으로 보통 2년 주기로 실시하지만 옥천은 1년 단위로 검진을 시행한다. 지역 고령화가 심한 만큼 치매 환자의 조기 발견을 위한 것. 현재 센터가 가장 중점을 두고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이와 함께 사례 관리 역시 빠질 수 없다. 사례 관리는 보호자나 가족이 없어 돌봄을 받기 어려운 치매 환자를 대상으로 대상자별로 필요한 지원서비스, 지역사회 의료 및 복지제도를 연계해 주는 역할을 한다. 앞의 두 치매 환자 역시 이런 사례 관리를 통해 발굴된 것.

옥천군보건소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옥천군 내 홀몸노인은 4193명으로 이 중 친인척이 거의 없어 외부의 돌봄을 기대하기 어려운 경우가 2839명에 달한다. 홀몸노인의 비중이 높은 만큼, 치매 환자 사례 관리 역시 지역에서는 더욱 중요한 서비스일 수밖에 없다. 현재 옥천치매안심센터에 등록된 사례 관리 대상자는 약 290명. 이 가운데 절반이 홀몸노인에 해당한다.

'기억지키미' '실버건강지도사' 양성해 인력난 해소
       
치매안심센터 유리문 너머로 보이는 상담 중인 모습
 치매안심센터 유리문 너머로 보이는 상담 중인 모습
ⓒ 월간 옥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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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옥천군 치매안심센터
 충북 옥천군 치매안심센터
ⓒ 월간 옥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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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들을 관리하는 인력은 4명에 불과하다. 담당자 1명이 70명 이상의 대상자를 관리해야 하는 셈. 대상자의 집을 찾아 환경과 건강 상태를 확인하고 위험한 상황은 아닌지, 별도의 지원 서비스가 필요하지 않은지 등을 확인한다. 치매 정도에 따라 방문 횟수는 달라지지만 양호한 경우 두 달에 한 번 꼴로 방문하는 일정이다. 그러나 그마저도 코로나19로 현장 방문이 어려워졌다. 현재는 전화나 마을 이장, 부녀회장 등을 통한 확인으로 대체하고 있는 상황이다.

사례 관리 업무를 담당하는 옥천군보건소 건강관리과 치매관리팀 노승원 주무관은 "치매환자가 증가하면서 사례 관리 대상자가 많아지는 것이 자연스러운 결과이지만, 그만큼 담당자 1명이 맡아야 하는 대상자 수가 늘어나는 부담이 있다"며 "치매 특성상 담당자가 오랫동안 속속들이 잘 알아야 효과적인 관리나 지원이 가능한데 인력 부분에 있어 어려움이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치매관리팀 강은주 팀장 역시 "담당자 4명이 관리하기엔 역부족인 게 사실"이라며 "특히 면 지역에 대상자가 많아 거리상으로도 어려움이 있다. 그나마 지역사회 자원봉사자들의 도움이 있어 어려움을 덜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사례 관리라는 게 단순히 잘 계시는지 확인하는 수준이 아닌, 직접 냉장고도 열어보고 집안이나 주변 환경은 어떤지, 약을 제대로 챙겨먹고 있는지, 식생활의 질 등 현장에서 꼼꼼히 확인하는 것이 중요한데 현실적으로 어려운 부분이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치매안심센터는 이 같은 인력의 어려움을 지역 주민 연계 활동을 통해 풀고 있다. 기존 지역봉사단체 외에 '기억지키미'나 '실버건강지도사' 등을 양성해 치매 환자에 대한 인식이 높은 봉사자를 키워내고 있는 것.

기억지키미는 관련 교육을 이수 받은 봉사자가 주 1회 대상자를 만나 인지변화 관찰, 치매예방체조, 간단한 학습지 풀이 등을 진행하는 활동이다. 실버건강지도사의 경우 지난해 기본교육과정과 올해 심화교육과정을 이수한 주민이 대상자와 함께 교구 수업, 인지능력 확인 및 인지 강화 수업을 진행한다는 게 기본 계획.

강은주 팀장은 "혼자 사시거나 부부 모두 치매인 경우, 부부 중 한 명이 치매인 노인 부부 세대 등에 대한 실제적인 보호와 돌봄 지원을 위해 지난해와 올해 준비 중인 게 실버건강지도사"라며 "11월에 2기 기본과정과 함께 심화 과정을 추가로 실시하고 우선적으로 돌봄이 필요한 가구를 지원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외에 치매 조기 검진을 비롯해 경도인지장애를 겪고 있는 주민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구상 중"이라며 "이 시기에 확실한 예방과 관리가 중요한 만큼 센터 차원에서도 관련 활동을 강화할 수 있도록 하겠다. 치매에 대해 아직 사회적 인식이 높지 않지만, 주민들께서도 센터를 부담 없이 찾아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주 1회 어르신들 만나며 돌봄 문제 돌아보게 됐어요" http://omn.kr/1qrlw

월간 옥이네 2020년 11월호(통권 41호)
글·사진 박누리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월간 옥이네> 11월호에도 실립니다.


월간 옥이네 2020.10

월간 옥이네 편집부 (지은이), 월간옥이네(잡지)(2020)


태그:#옥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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