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최근 많은 사람들이 '지적 사유가 가능한 나만의 공간'으로 독립 서점을 선택하기 시작했다. 공간이 주는 특수성 때문일까. 각자의 로망을 품고 독립서점에 방문하는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실제, 2015년 97개에 머물렀던 독립서점의 수는 2019년 551개로 4배 이상 늘어났다(동네 서점지도에 등록된 운영 중 독립 서점 기준).
 
도표 범례: 2015년 9월 1일~2019년 12월 말일까지, 최근 5년간 동네 서점지도에 등록된 운영 중 독립 서점 기준
 도표 범례: 2015년 9월 1일~2019년 12월 말일까지, 최근 5년간 동네 서점지도에 등록된 운영 중 독립 서점 기준
ⓒ Funnyplan

관련사진보기

  
이 수치는 마치 독립서점이 유행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유행이라하면, 늘어나는 독립서점만큼 독립서점의 수입도 늘어나야 한다. 진부책방 매니저인 이설빈 시인의 말을 빌리면, "우리나라의 독립서점은 대부분 적자에 시달리고 있지만 서점 대표들의 자본과 의무감 덕분에 지금까지 독립서점이 존재할 수 있었다"고 한다.

온전히 책을 구매하기 위해 독립서점을 방문하는 소비자는 적다. 그들은 독립 서점의 전시, 큐레이션, 북토크, 책 만들기 워크숍 등 차별화된 콘텐츠를 경험하기 위해 독립 서점을 찾는다.

이설빈 시인은 "대부분의 독립 서점은 그저 그때의 정책이나 이벤트, 지원금이라는 산소호흡기에 맞춰서 가쁜 숨을 쉬고 있을 뿐"이라고 덧붙였다. 결국 수입 구조 측면에서는 '독립서점의 유행'이라는 개념이 성립되지 않는 것이다.
 
진부책방 매니저' 이설빈' 시인
 진부책방 매니저" 이설빈" 시인
ⓒ 박세희

관련사진보기


사람들이 독립서점을 찾는 이유에는 독립 서점의 아날로그적 감성, 공간이 주는 아늑함 이라는 '낭만'적 요소를 빼놓을 수 없다. 이에 우리는 텍스트와 더불어 책과 서점이 주는 낭만을 소비하는 형태에 대해 신 도서 생태계 속 '낭만의 상품화'로 정의했다.

책은 가격이 측정된 상품이지만, 그것들이 출판유통되는 과정에서 의미를 가진다. 작가가 글을 쓰는 것부터 소비자에게 판매되기까지의 '도서 출판 과정'을 도서 생태계라고 한다면 출판 과정의 간소화로 인한, 일인 출판의 등장과 매체의 다양성에 따른 웹 상 출간의 증가 등 소비자가 텍스트를 접하는 방법이 다양해진 현 시점을 '신 도서 생태계'라 할 수 있다.

신 도서 생태계 속 출판의 간소화와 낭만의 상품화가 결합되면서 작가의 범위가 포괄화 되었다. 그리고 누구나 글을 쓸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어 도서 생태계 속 생산되는 텍스트의 양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하지만 작가가 다양해졌음에도 불구하고 소재의 다양성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베스트셀러 매대는 사회의 흐름과 현대인의 관심사를 반영한다. 독자가 원하는 소재와 관련된 텍스트만이 다양한 작가를 거쳐 탄생하고 있다.

획일화 된 소재와 내용은 독자들에게 진부함을 선사한다. 또한 출판 과정이 간소화 되며 내용부터 디자인까지 책의 품질은 떨어져간다. 일인 작업으로 완성된 책은 비교적 전문성이 떨어지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출판 과정의 간소화로 인한 출판물 증대뿐만아니라 작가의 진입장벽이 낮아졌다. 덕분에 국민들이 도서에 대해 관심도가 낮아진 시점에도 '도서'에 눈을 돌릴 수 있게 되었다. 또한 독립서점의 차별화된 부가 콘텐츠 운영은 소비자들의 발걸음까지 움직이게 만들었다.

책인감을 운영하는 이철재 대표는 "책을 씀으로써 개인의 감정을 나타낼 수 있고, 자신의 전문지식에 대해 더 깊은 이해도를 가질 수 있다"며 책 집필의 장점을 설명했다. 출판 과정의 간소화로 인해 책의 품질은 떨어질 수 있지만 책의 가치는 떨어지지 않는다. 그저 다양성이 늘어난 신 도서 생태계 속에서 자연스럽게 발현되는 것이다.
 
공릉동에 위치한 독립 서점 ‘책인감’
 공릉동에 위치한 독립 서점 ‘책인감’
ⓒ 이철재

관련사진보기


이러한 신 도서 생태계와 낭만의 상품화의 결합이 긍정적으로 재현될 수 있는 곳은 '독립서점'이다. 다양한 콘텐츠의 독립 출판물을 유통하는 독립 서점은 글의 소재 및 내용의 획일화를 방지할 수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방대한 소재 속 나의 취향을 찾을 수 있는 곳 역시 독립서점이다. 신 도서 생태계 속 독립서점은 낭만의 주 무대다. 이러한 신 도서 생태계 속에서 낭만의 상품화는 필수 요소로 작용한다.

낭만의 상품화가 존재하지 않았다면, 소비자들의 발걸음이 여전히 독립 서점으로 지속될 수 있었을까? 신 도서 생태계 속에서 낭만의 상품화는 '기회'로 작용하고 있다. 독립 서점의 경우 인테리어 분위기나 큐레이션 등 차별화된 부가 콘텐츠를 통해 대중들이 소비하는 '낭만'의 형태를 적극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곧 도서에 대한 관심 증대로도 이어질 수 있다.

독립 서점이 낭만의 상품화를 구현해내고 있는 현 시점에서도 책은 생각의 촉매제로써 자기만의 생각을 확장시키는데 큰 도움을 주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독서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는 이유이다. 신 도서 생태계 속에서 다양성이 보장된 질 좋은 도서를 접하기 위해서는 소비자의 관심이 뒷받침 되어야 한다. 소비자들이 도서에 관심을 가져야 도서 생태계의 균형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덧붙이는 글 | 프레시안, 미디어 오늘, 블로그에 게재 예정


태그:#독립서점, #이설빈시인, #진부책방, #이철재대표, #책인감
댓글
이 기사의 좋은기사 원고료 30,000
응원글보기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