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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수정 : 12월 4일 오전 9시 35분]

"사실 이 일을 시작 하려고 했을 때 많은 분들이 '안 될 거다. 해 온 게 너무 아깝다. 안정적이고 평범하게 사는 게 제일이다'라고 말씀해주셨어요. 그런데 저는 포기를 못 했어요. 계속 생각날 거 한번 해보자. 책상에 앉아 거의 매일 밤을 샜어요. ​그런데 행복 하더라구요."

취업난은 이미 오래 전부터 하나의 사회 문제로 대두되어 왔다. 최근 코로나19 여파로 취업난은 점차 심화되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10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 달 취업자 수는 작년대비 42만천명 감소했다. 고용률이 8개월 연속 내리막을 걷고 있는 가운데 청년층(15~29세) 취업자는 25만명 감소했다.

고용이 불안정한 상황 속 '취업'이 아닌 '창업'이라는 새로운 도전을 선택한 청년이 있다. 자신이 하고 싶고 좋아하는 것을 만들며 판매하는 길을 찾은 것이다. 이 새로운 도전을 시작한 청년에게 궁금증을 가지게 되었다.

지난 11월 12일, 서울시 노원구에서 청년사업가이자 유튜버 이지윤씨와의 인터뷰를 진행하였다.

-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레미니스첸스를 운영하고 있는 이지윤입니다. 올해 6월 창업을 했고, 준비기간까지 합쳐서 1년 정도 되었습니다. 또 '레첸'이라는 유튜브를 운영 하고 있어요. 창업하기 전에는 학교, 회사, 프리랜서 등 일을 했습니다."
 
청년 사업가 이지윤씨가 운영중인 유튜버 채널 '레첸'
 청년 사업가 이지윤씨가 운영중인 유튜버 채널 "레첸"
ⓒ 유튜브 레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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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운영하고 계신 레미니스첸스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레미니스첸스는 독일어로 추억(생각나는 것, 기억)이라는 뜻이에요. 하나의 기억이 만들어지기까지 많은 성공과 실패의 과정이 있었을 거예요. 저는 그 과정들이 지금의 자신을 만들었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결과를 중시하는 사회 속에서 사람들이 그 과정들을 잊은 채, 살아가는 현실이 안타까웠어요.

제가 만든 스티커 중 '그때 참 더웠지'라는 여름과 관련된 스티커가 있어요. 사람들이 이 스티커를 받았을 때 지난여름에 대한 자신의 기억을 떠올려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만든 거예요. 이렇게라도 사람들이 잠시나마 지난날의 과정들을 기억하고 추억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재고가 쌓여있다."라는 말을 마치자마자 기자에게 건넨 레첸이 떡메
 "재고가 쌓여있다."라는 말을 마치자마자 기자에게 건넨 레첸이 떡메
ⓒ 레미니스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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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업이라는 새로운 도전을 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계기는 단순했어요. 이 일이 항상 마음속에 남아있었던 것 같아요. 또 제가 결혼을 준비하고 있는데 결혼하기 전에 망하더라도 더 늦기 전에 한번 해보자라는 생각도 있었어요.(웃음)

저는 20살에 대학에 합격했지만 진학을 포기했어요. 어렸을 때부터 의문을 가졌던 것 같아요. 대학은 왜 가야 할까?와 같은 의문이요. 한국 교육과정은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많다고 생각했거든요. 이런 부분에 대해서 학생들을 상담하면서 더 느꼈어요.

학생들을 상담할 때 학생들에게 "무엇을 하고 싶냐"라고 물으면 "대기업에 다니고 싶다"라고 많이 대답해요. 정작 어느 대기업에 가고 싶은지, 그 곳에서 무엇을 하고 싶은지 구체적으로 물으면 답을 못 하더라구요. "그냥 500만 원 이상 벌고 싶기 때문이다"라고 대답한 친구도 있었어요. 생각해보면 공장에서 일 하거나 카페 같은 것을 창업해서 일을 해도 500만 원을 벌수 있잖아요. 왜 대기업일까요?

​우리나라의 교육과정은 학생들이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도록 돕기보다 몇 개의 정해진 선택지를 주고 학생에게 선택하라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예를 들면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대학갈래? 아니면 취업할래?", 대학교를 졸업하면 "공기업 갈래? 아니면 공무원 시험 준비? 아니면 대기업?" 이런 식으로요.

물론 가끔씩 대학 진학을 포기한 순간이 떠오를 때면 '그때 대학 입학해서 졸업은 할 걸' 하고 후회하기도 해요. 그 후 조금이나마 맛 본 사회는 정말 냉정했거든요. 하지만 그 선택으로 다양한 경험을 하게 됐어요. 미술을 하고 싶어서 미대편입을 준비했지만 냉혹한 현실에 실패도 경험하고, 늦게라도 대학에 다시 진학해서도 끊임없이 '직업이란 무엇일까?, 나는 무엇을 좋아할까?'로 시작된 생각 끝에 심리학을 공부하게 된 계기가 됐고요. 그렇게 여러 일들을 하다가 이와 같은 과거의 저의 경험들을 발판삼아 창업을 결심하게 된 것 같아요."

- 창업 과정에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무엇이었나요?
"다 어려웠어요. 음...하나를 꼽는다면 자료수집이요. 가장 어렵기도하면서 중요한 부분이죠. 첫 상품을 만들기까지 2~3달 정도 걸렸어요. 제작과정을 알기가 너무 어려운 환경이기도 하고, 저 같은 경우 정말 아무것도 모른 상태에서 시작했거든요. 초기 자본을 500만 원으로 시작했지만 샘플비로만 100만 원을 날렸어요. 문구시장 안에서도 유행이 존재한다는 것과 똑같은 캐릭터라도 업체마다 결과물의 차이가 크다는 사실을 직접 하나하나 부딪혀 경험해보고 나서야 '아, 이 일은 돈도 들지만 마인드 컨트롤도 정말 중요하구나'를 깨달았어요."

- 현재 코로나19로 어려운 점은 없으신지요?
"정말 많아요. 문구 일을 같이 시작한 작가님 10명 중 7명이 그만두셨어요. 가장 큰 이유는 코로나로 인한 재정 문제 때문이에요. 자신이 만든 문구를 홍보하기 좋은 문구축제가 보통 6월부터 시작돼요. 올해도 4개 정도 축제가 예정돼 있었는데 코로나로 인해 전부 취소가 됐어요.

저 역시 야간 알바를 하면서 이 축제에 다 참여하려고 했어요. 축제에 나갈 문구를 다 제작했지만 축제가 모두 취소가 되는 바람에 집에 재고가 이만큼(손짓) 쌓여있어요. 다른 작가님들도 마찬가지일 거예요. 대부분 한 달은 버티다가 코로나 상황이 진정되면 다시 돌아온다고 하신 후 현재 그림만 그리고 계신 분이 많은 것 같아요.

불안하지만 꾸준히 생각해요. '현재 통장에 돈이 없고 마이너스라 할지라도 내 사지가 멀쩡한 한, 알바를 해서라도 이 일을 할 수 있다면 해야겠다', '하고 싶은 이 일이 잠시 뒤로 밀려날지라도 언젠가 다시 우선순위로 올리겠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살자' 다짐 하면서요."  

- 이지윤씨가 생각하는 기업가 정신은 무엇인가요?
"'잡초 근성'이요. 주변을 보면 모두가 나빼고 잘 사는 것 같고, 나 빼고 모두 행복한 것 같았어요. 이런 감정을 어렸을 때부터 느낀 것 같아요. 다만, 저 같은 경우에는 질투가 나긴해도 '내 것이 될 수 없으니 포기하자.' 그 대신 '하고 싶은 거라도 해보자'라고 생각했어요. 돈도 없는데...(웃음). 저도 모르는 계기가 있었던 건지, 숨어있던 기질이었던 건지 지나가던 사춘기였는지 언제부턴가 하고 싶은 게 생길 때마다 일을 하면서 제가 하고 싶은 것들을 해나가기 시작했어요. 지금도 마찬가지에요. '내가 좋아하는 거 한번 적어볼까' 노트에 적어보고 알바해서 실제로 해보고, 망하고, 다시 하고 싶은 거 하고...이렇게 반복해요."

- 새로운 도전을 주저하고 있거나 창업을 꿈꾸는 청년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음... 현실적인 조언을 원하시나요? 아니면 꿈과 희망이 가득 찬 이야기를 해야 할까요?(비장) '준비된 사람에게 기회가 온다'라는 말이 있잖아요. 하지만 저는 모든 준비가 완벽하게 되지 않았더라도 그 일을 하면서 준비할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내가 좋아하는 일이고 내가 하겠다고 결심했다면 '실패하더라도 해라' 다만, '후회하지는 말라'라고 이야기 하고 싶어요.

힘들 수 있어요. 그럴수록 자신을 챙겨야 해요. 저 같은 경우 한 달에 한번 저에게 보상을 줘요. 친구랑 노는 것도 좋지만 사업하다보면 혼자 해나가야 하는 일들이 많아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지는 것 같아요. 혼자도 괜찮으니 혼자 있는 시간을 지혜롭게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저는 요즘 혼술을 합니다(웃음)."

청년사업가 이지윤씨의 도전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2분기 청년 일자리 16만개 증발', '취업 n종 갖춰도 취업은 별따기' 등 무거운 이야기가 매일 쏟아지고 있다. 그리고 불안정한 사회 속 안정적인 직업을 희망하는 청년들이 증가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5월 기준 공영 기업체와 언론사에 취업하기를 희망하는 청년은 약 11만 2000명으로, 2017년 대비 두 배 가량 증가한 수치이다.

취업 불황 속 새로운 도전보다 안정적인 삶의 길을 모색하는 청년들이 많아지고 있는 요즘이 바로 '기업가 정신'이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해볼 적기가 아닐까. 새로움을 창조하고 경제를 이끌어나가는 청년 기업가들이 현 사회에 절실하게 필요한 순간이기도 하다. 

​더불어 청년들은 자신에게 "왜?"라는 질문을 던질 시기이다. '그냥 500만 원 이상 벌고 싶어서 대기업에 가고 싶다'가 아니라 내가 정말 좋아하고,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스스로 답을 찾아야 한다.

태그:#코로나19 속 청년사업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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