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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사랑의 불시착>에서 북한군 리정혁씨는 남한으로 돌아가는 윤세리를 위해 처음으로 군사분계선을 넘으며 "한 걸음 정도는 괜찮겠지"라는 명대사를 남기며 윤세리에게 키스한다.

그리고 윤세리를 위해 남한으로 몰래 내려온 리정혁이 다시 군사분계선을 넘어 북한으로 돌아가려다 울고 있는 윤세리를 위해 다시 뛰어 군사분계선을 넘어올 때 내 눈에서는 그렇게 눈에서 눈물이 났다. 부끄럽게도 분단된 한반도의 현실에 대한 감각이 이 드라마를 통해 오랜만에 깨어났다. 맞다. 우린 분단된 국가였지.

70년이 넘은 분단의 역사 속에서 남과 북의 분단체제, 북한 그리고 통일에 대한 연구는 숱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반복되고 공통되는 이론적인 연구들 속에서 분단된 국가에서 살아가고 있는 '사람'은 어느 위치에 있을까?
 
책 표지
▲ 갈라진 마음들 책 표지
ⓒ 천주교인권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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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갈라진 마음들>의 저자 김성경은 이 '사람'들의 '마음'에 주목한다. 분단이라는 한반도적 경험과 사회구조가 이 공간에서 살아가는 구성원들이 특정한 마음을 공유하게 하였는데, 이게 바로 '분단적 마음'이라 정의한다.(p33)

이 '분단적 마음'은 정치적 차원에만 머무르지 않고, 세대를 넘어 전수되면서 미래의 향방을 결정짓고, 분단에 대한 면역은 분단에 대한 무감각으로, 분단 감정의 과잉은 적대감과 혐오로 이어진다고 분석한다. 여기에 북에 대한 우월감은 북조선을 향한 무시로 이어져 북조선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강화 시킨다고 꼬집는다.

특히 저자는 '인민'에서 '국민'이 된 '북조선 출신자'들을 향한 '적'이면서 '민족'이라는 이중적 시선을 비판하는데(p189), 삶을 일궜던 장소를 잃어버린 북조선 출신자들에 이중적인 시선까지 더해져 이들은 사실상 '난민'에 가깝다고 본다. 저자가 던진 '난민'이 다시금 '인간'이 되기 위한 조건에 대한 질문의 무게는 북조선 출신자들과 더불어 살아가야 하는 우리들에게 꽤나 묵직하다.

더 나아가 북조선 출신자들이 북조선을 더욱 과격하게 부정하고 혐오해야지만 한국사회에서 안정된 사회적 위치를 얻어낼 수 있는 현실, 그리고 이들을 이용하고 다시 폐기하는 것을 반복하는 세력들의 불순한 의도를 짚어내며(p204-205) 북조선 출신자들이 한국 사회에서 어떤 위치에서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를 상상케 만든다.

한편 요즘 여러 채널들에서 북조선 출신자들이 나와 자신들의 탈북 과정이나 북한 정권에 대한 극악무도함을 말하는 것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는데, 여기에서 저자는 북조선 여성을 향한 성애화된 시선을 비판한다.

특히 북조선 여성들의 인신매매 경험과 성폭력에 대한 관심과 문제제기는 '인권'의 이름으로 서사화되지만 실은 이들을 향한 관음증적 시선만 증폭시키는 수준에 머무른다는 것이다. 폭력적인 경험을 선정적으로 보도하는 한국 미디어의 행태는 '인권'과는 거리가 멀다고 일침을 가한다.

비록 다양한 이론들이 등장하며 집중력을 잃게 만들기도 하지만 정치외교적·민주주의적 관점에서 주로 논의되어 왔던 분단문제를 사람 '마음'의 관점과 문화, 젠더의 관점으로 분석하는 것은 굉장히 흥미롭고,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된다.

"분단이 만들어낸 마음이 있다면, 그것을 바꿀 자원 또한 우리 안에 있을 것"이라는 저자의 말처럼 갈라지고 분단된 마음에 균열을 내야 평화라는 가치에 한 걸음 더 다가갈 수 있고, 마음의 분계선들을 넘어볼 수 있지 않을까.

그 균열을 어떻게 내야 할지는 이 책이 남기는 숙제이다. 늘 그렇듯, 해야 할 숙제는 미루지 말자.

덧붙이는 글 | - 배여진 천주교인권위원회 이사의 글입니다.
- 천주교인권위원회 소식지 <교회와 인권> 278호에도 실린 글입니다.


갈라진 마음들 - 분단의 사회심리학

김성경 (지은이), 창비(2020)


태그:#갈라진마음들, #북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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