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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를 통해 12개 시군 모두 충남 천안에 소재한 ㄱ'업체를 선정, 한 업체가 납품을 독점하고 있다. 해당 제품 포장지에는 섭취 시 주의사항으로 '특정 성분에 민감한 체질이거나 알레르기가 있으신 분은 원재료를 확인하시고 섭취 전 전문가와 상담하라'고 안내하고 있다.
 공모를 통해 12개 시군 모두 충남 천안에 소재한 ㄱ"업체를 선정, 한 업체가 납품을 독점하고 있다. 해당 제품 포장지에는 섭취 시 주의사항으로 "특정 성분에 민감한 체질이거나 알레르기가 있으신 분은 원재료를 확인하시고 섭취 전 전문가와 상담하라"고 안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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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남도(도지사 양승조)가 올 하반기에 6억 원을 들여 도입한 '식품 알레르기 억제 등을 위한 건강식품 학교급식 지원 사업'이 졸속 추진으로 잠정 중단된 가운데, 사업 시행 전 한 도의원이 문제점을 짚고 재검토를 요구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관련 상임위에서 추경 미반영 등의 제동을 걸었는데도 지자체의 강행으로 예산이 전액 부활한 사실도 드러났다. 충남도가 문제점을 알고도 시정하지 않은 채 사업을 밀어붙인 배경을 두고 의혹이 커지는 모양새다.

충남도의회 회의록을 보면, 지난 5월 14일 김명숙 충남도의원(청양, 더불어민주당)은 농업경제환경위원회 회의에서 이 사업과 관련해 충남도 농림축산국장에게 "학교급식에 알레르기 억제용으로 지원하려는 제품이 건강식품, 의약품, 농산물 가공식품 중 어디에 해당하냐"고 물었다. 농림축산국이 애초 시·군 비 포함 2억 원으로 잡은 예산을 갑자기 6억 원으로 증액해 달라고 하자 그 이유를 추궁한 것이다.

이에 추욱 충남도 농림축산국장은 "버섯이라든지 인삼과 같은 건강식품"이라고 답했다. 그러자 김 의원은 "임상시험이 완료되고 부작용 없는 제품을 납품 계약한다고 했는데 충남도에는 우리 농산물을 가공했거나 그런 걸로 알레르기가 치유될 수 있다는 임상시험을 마쳐서 보건복지부 승인을 받은 제품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지적했다.

식품 알레르기 억제 효과를 공식적으로 승인받은 제품이 없다고 꼬집은 것이다. 게다가 관련법 역시 일반적인 건강식품을 공모하면서 의약적 효과가 있는 것처럼 말하는 것은 부당광고로 보고 제재하고 있다.

김 의원은 또 "이게 교육청, 학교와 협의가 이뤄진 거냐, 교육 현장에서 필요하다고 요청한 거냐"고 따져물은 뒤 "(확인해보니) 학교 당국과 교육청에서는 협의된 게 없다고 한다. 이런 식으로 예산을 함부로 세우지 말라"고 제지했다. 그러면서 "사업을 정말 하려고 하면 학생들의 알레르기는 건강과 관련된 것인 만큼 농림축산국이 아닌 저출산보건복지실에서 해야 한다"고 사업추진 주체까지 지정했다. 

사업이 본격 추진되기 전인 올 상반기에 학교현장뿐만 아니라 충남도의원까지 나서 회의 중 문제점을 지적하고 재검토를 요구한 것이다.

상임위에서 미반영한 예산, 예결위에서 부활
 
해당 업체가 공모 과정에서 제출한 자료
 해당 업체가 공모 과정에서 제출한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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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의원이 졸속 추진을 지적하며 사업 중단을 촉구하자 이번엔 이재우 당시 농식품유통과장이 나서 "(어느) 의원님이 현안사업(도의원 재량사업비)으로 요청해서"라고 답했다. 김 의원의 지적에 공감하지만, 도의원 재량사업으로 추진돼 어쩔 수 없다는 취지로 읽힌다. 도의원 재량사업은 충남도 예산으로 지역구 사업을 챙기는 것을 의미한다.

김 의원이 다시 "의원님 현안 사업이면 사전설명 없이 제대로 조사도 안 해 보고 예산을 세우냐"며 "코로나 정국에 가장 어려운 건 농민들이고, 코로나19로 급식이 중단돼 도내농가에서 100억이 넘는 농산물을 팔지 못하고 있는데 대책 없는 이 사업이 농민들과 소상공인 (문제)보다 그렇게 급해 추경을 세우냐"고 질책했다. 결국 농림축산국장은 "잘 못 챙긴 부분도 있는 것 같다"고 시인했다.

김 의원의 지적으로 농업경제환경위원회는 해당 예산을 추경에서 증액하지 않기로 의결했다.

하지만 나흘 뒤인 5월 18일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김은나 도의원(천안, 교육위원회, 더불어민주당)이 이번에는 '왜 예산을 증액하지 않았냐'고 역지적했다.

김 의원은 "본 위원이 식품 알레르기 억제 및 면역 강화 제품 지원에 2년째 관심을 많이 갖고 있다"며 "(농업경제환경상임위에서) 예산이 증액되지 않은 건 행정부의 답변이 좀 부실했기 때문이지 않나 생각이 든다"고 질의했다.

그러자 충남도 농림축산국장은 "앞으로 의원님들을 충분히 이해, 설득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김명숙 도의원은 다음 날인 19일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이 사업이 문제점을 다시 지적했다. 김 의원은 "충청남도와 도 교육청이 언제 이런 부분들을 협의했는지, 현장에 있는 영양교사 선생님들과 협의가 됐는지" 재확인을 요청했다. 이어 "학교급식을 하기 위해서는 현장 의견을 듣고 해야 하는 체계가 이미 다 되어 있다"며 "알레르기 억제식품과 같은 제품을 이렇게 공모방식으로 한 사례가 있으면 자료로 제출해 달라"며 거듭 제동을 걸었다.

하지만 충남도는 거듭 사업 강행 의지를 밝혔고, 상임위에서 반영하지 않은 추경예산이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전액 부활했다.

예산 증액됐지만 문제는 그대로... 충남교육연대 "추진 배경 밝혀야"
 
2020년 5월 충청남도가 작성한 '식품 알레르기 억제 및 면역강화제 지원' 문건. 이 문건 내에 적시된 사업 공모조건(문서 왼쪽)에는 "조리 중 밥이나 국 등에 첨가하여 학생들에게 공급" 등 섭취 방법까지 구체적으로 명시돼 있다.
 2020년 5월 충청남도가 작성한 "식품 알레르기 억제 및 면역강화제 지원" 문건. 이 문건 내에 적시된 사업 공모조건(문서 왼쪽)에는 "조리 중 밥이나 국 등에 첨가하여 학생들에게 공급" 등 섭취 방법까지 구체적으로 명시돼 있다.
ⓒ 충청남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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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예산이 증액됐지만 사업 추진 과정에서 학교 현장과 교육 당국의 의견은 여전히 반영되지 않았다. 게다가 공모를 거쳐 선정된 건강식품은 충남도 농림축산국장의 약속과는 달리 임상시험을 거치지 않은 제품을 납품 계약했다. 이 때문에 충남도가 일반적인 건강식품을 공모하면서 의약품에 해당하는 조건을 제시해 사실상 위법한 부당광고를 부추겼다는 비난을 사고 있다.

게다가 도내 모든 시군이 약속이나 한 듯 특정 회사 제품을 단독 선정해 맞춤형 공모조건으로 특혜를 줬다는 의혹까지 일고 있다. 지난 7월에는 주무부서인 농식품유통과 과장과 주무관까지 다른 곳으로 자리를 옮겼다. 후임자들은 전임자들이 짜 놓은 사업계획을 집행하다 된서리를 맞았다.

충남도는 비판과 의혹이 일자 지난 달 30일 "미흡한 사업 준비로 인해 현장의 우려와 혼란을 야기했다"며 사과했다. 이어 "사업추진을 잠정 중단하고, 학부모, 전문가, 영양교사, 시·군 등 관계자 논의를 통해 사업 지속 여부 등에 대해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김은나 충남도의원은 1일 충남도의회 교육위원회 회의에서 "이번 사태는 학교 일선 현장과 학교 중간, 학교 위의 소리에 온도 차가 많아서 생긴 일로 보인다. 교육 당국에서 현장의 목소리를 많이 담아 달라"는 말로 문제의 원인을 도 교육청으로 떠넘겼다. 김 의원은 또 사업 잠정 중단에도 "아이들을 위해 세워진 예산은 단 십원도 불용되는 일이 없도록 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충남교육연대 관계자는 "도의회 회의록을 보면 충남도가 이 사업의 문제점을 알고도 이를 무시하고 강행한 사실이 확인된다"며 "무리하게 사업을 추진한 배경을 밝힐 것"을 요구했다. 이어 "밝히지 않을 경우 감사원 감사를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김은나 의원에 대해서도 "동료인 김명숙 의원의 얘기에 제발 귀 기울였으면 한다"고 촌평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관할 자치단체를 통해 학교급식에 가공식품을 납품한 업체를 상대로 식품 표시광고법 위반 여부를 조사 중이다.

태그:#충남도, #학교급식 , #알레르기, #농림축산국, #김명숙도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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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천리 (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듯 천천히, 우직하게 가려고 합니다. 말은 느리지만 취재는 빠른 충청도가 생활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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