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연말이 되었습니다. 세상은 여전히 시끄럽기만 하고, 코로나 19는 더욱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사람들 마음의 거리는 서로 점점 더 멀어져만 가고 있습니다. 비단 '사회적 거리두기' 때문만이 아닐 것입니다.
'행복'이란 말은 멀리 사라진 듯합니다, 그렇지만
아내가 세상을 떠난 지 넉 달이 되어갑니다. 그러나 아직 믿어지지 않습니다. 지금도 "선배! 나야!"라며 아내의 반가운 목소리로 전화가 올 것만 같습니다.
아내가 내 곁을 그렇게 떠나고 난 뒤, 오늘까지 어떻게 살아왔는지 모르겠습니다. 나의 삶도 끝난 것 같은 슬픔에 자꾸만 가슴이 아파옵니다. 마지막 병원에서 아내의 웃던 모습, 아프던 기억, 말 한마디 한마디, 그 하나하나의 일들이 문득문득 자꾸 떠오릅니다. 아내가 음식을 거의 입에 대지 못하고 떠나가 나 홀로 식사할 때 특히 너무 미안합니다. 너무 안타깝습니다. 서럽습니다. 슬픕니다. 그리고 끝내 믿어지지 않습니다.
지난 주말에는 등산을 가기 위해 버스를 탔는데, 가는 길 내내 아내와 손잡고 함께 살 집을 보러 다녔던 골목골목들, 같이 맛있게 피자를 먹었던 식당, 주말 급히 들렀던 병원... 기억들이 너무도 생생하게 되살아났습니다. 눈을 감아도 선명하게 떠오릅니다. 왜 그리 마음이 아픈지요.
나에게 '행복'이라는 말은 이미 멀리 사라진 듯합니다. 지금 이렇게 아내가 떠나고 나니 이 세상 그 무엇이 의미가 있을지 그런 생각만 듭니다. 그렇지만 늘 내 품에 아내의 마음을 안고 함께 살아가려 합니다. 흔들리지 말고 굳굳하게 살아가는 것이 아내의 한결같은 마음일 것이니까요. 어제는 아내의 외투와 바지를 수선해서 입고 나갔습니다. 이렇게 나는 아내와 함께 있습니다. 언제나 늘 함께하려 합니다.
제가 사람들에게 꼭 전해주고 싶은 말씀이 있습니다. 바로 오늘날처럼 이렇게 어렵고 힘들 때일수록 지금 옆에 있는 사람이 당신에게 가장 소중하다고 말입니다. 그 사람이 당신 옆에 있는 지금이 가장 행복할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