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성체로 보이는 천연기념물 제201-2호인 큰고니들이 먹이 활동에 나서기 전에 주변을 탐색하고 있다.
 성체로 보이는 천연기념물 제201-2호인 큰고니들이 먹이 활동에 나서기 전에 주변을 탐색하고 있다.
ⓒ 김종술

관련사진보기

 
콘크리트 아파트 사이로 넘나들며 비행하던 큰고니 무리가 금강에서 발견됐다. 가족 단위로 보이는 무리는 금강 세종보 아래쪽에 앉아 자맥질하면서 먹이 활동에 나서고 있다. 인근을 지나는 시민들이 커다란 몸집의 큰고니를 사진에 담는 진풍경이 펼쳐지기도 했다.

금강은 4대강 사업 이후 콘크리트 보에 강물이 갇혀 유속이 느려지면서 녹조가 발생하고 죽은 물고기가 떠오르는 등 썩은 악취가 풍기는 죽음의 강으로 바뀌어 사람들의 발길이 사라졌다. 물떼새와 왜가리, 백로 등 낮은 여울과 물가에서 살아가는 새들이 사라지고 깊은 물 속에서 물고기를 잡아먹는 민물가마우지가 급증하다 수문이 개방된 이후에 강의 생태계가 조금씩 회복하고 상태다.
 
 
공주보 하류 모래톱에서는 왜가리와 백로들이 낮은 물가를 뛰어다니며 먹이활동을 하느라 분주하다.
 공주보 하류 모래톱에서는 왜가리와 백로들이 낮은 물가를 뛰어다니며 먹이활동을 하느라 분주하다.
ⓒ 김종술

관련사진보기

 
2일 평상시처럼 금강 모니터링에 나섰다. 첫 번째로 찾아간 곳은 충남 공주시에 있는 공주보이다. 공주보는 2018년 3월 수문이 개방된 이후 상·하류에 크고 작은 모래톱이 만들어지고 있다. 특히 지난 여름 54일간의 장마를 겪으면서 많은 양의 모래가 유입되어 4대강 사업 전과 비슷한 모습으로 변모한 상태다.

보 아래쪽 수문 위로 노출된 콘크리트 물받이공에는 청둥오리와 흰뺨검둥오리가 다닥다닥 붙은 상태로 앉아 휴식을 취하고 있다. 아래쪽 널따란 모래톱에는 왜가리, 백로 등이 낮은 여울을 뛰어다니며 먹이 활동을 하느라 소란하다. 살금살금 걸어가던 백로는 빠르게 뛰면서 커다란 날개를 펼치고 머리를 물속에 처박으며 손가락 크기의 물고기를 잡아 한입에 꿀꺽 삼킨다.

깊은 물살이 흐르는 곳에서도 물고기가 뛰어올라 존재감을 알린다. 공주보 보행교를 따라 걷다 보니 한층 맑아진 물속에서 노니는 물고기까지 한눈에 들어왔다. 콘크리트 아래를 좌우로 오가며 방황하는 물고기부터 빠른 물살을 타고 오르는 물고기까지 육안으로 확인할 정도다. 강변 좌안 모래톱에도 수많은 생명이 오간 발자국이 찍혀 있다.

삭막한 도시에 찾아든 천연기념물
 
천연기념물 제243-4호인 흰꼬리수리가 모래톱에 앉아 깃털을 다듬으며 휴식을 취하고 있다.
 천연기념물 제243-4호인 흰꼬리수리가 모래톱에 앉아 깃털을 다듬으며 휴식을 취하고 있다.
ⓒ 김종술

관련사진보기

   
천연기념물 제201-2호인 큰고니가 모여든 곳에 백로가 가까이 다가가지 못하고 있다.
 천연기념물 제201-2호인 큰고니가 모여든 곳에 백로가 가까이 다가가지 못하고 있다.
ⓒ 김종술

관련사진보기

 
상류 세종보 쪽으로 이동했다. 세종보 아래쪽 넓은 모래톱에는 천연기념물 제243-4호인 흰꼬리수리가 모래톱에 앉아 깃털을 다듬고 있다. 겁도 없이 까치 서너 마리가 슬금슬금 다가가 낮은 비행을 하자, 귀찮은 듯 커다란 날개를 펼치며 날아올랐다. 날갯짓 몇 번 만에 건너편 나뭇가지로 옮겨 앉는다.

한 무리의 커다란 새들이 첫 마을 아파트 사이로 비행을 하고 있다. 커다란 몸으로 유유히 내려앉은 무리는 천연기념물 제201-2호인 큰고니였다. 백옥같이 하얀 성체와 새끼로 보이는 회색빛 큰고니 가족은 13마리다. 쇠백로 한 마리가 주변으로 비행하자 성체들은 주변을 두리번거리고 날개를 퍼덕이며 경계를 한다. 안전하다고 생각했는지 두세 무리로 나뉘어 먹이 활동에 나섰다.

머리를 물속에 처박고 강바닥을 훑으며 상·하류를 오간다. 성체들은 먹이활동을 하면서도 이따금 고개를 들어 주변을 탐색한다. 40~50cm쯤 되어 보이는 물속을 헤집고 다니자 작은 부유물들이 떠오르고 이내 희석되어 사라진다. 모처럼 펼쳐진 진풍경에 산책을 나왔던 시민들이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느라 발길을 옮기지 못한다.

인근 첫 마을 아파트에 산다는 이아무개(여, 57세)씨는 기자에게 무슨 새인데 저리도 크냐고 묻기도 했다. 그는 환하게 웃으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티브이에서나 보던 큰고니를 집 앞 산책길에서 만날 수 있다니 큰 행운이다. 말로만 들었지 실제로 보기에는 처음이다. 처음 세종보 수문이 열리고 창문도 열지 못할 정도로 냄새가 심해서 화도 많이 났었다. 다행히 시간이 흐르면서 많은 새가 찾아들고 있어 참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가끔 베란다를 통해 고라니가 돌아다니는 모습도 보고 있다."

이경호 대전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큰고니는 천연기념물 멸종위기종이다. 시베리아에서 번식하고 날 수 있는 무거운 새 중 하나다. 국내에서는 강 하구나 호소에서 겨울철 무리를 지어 관찰된다. 4대강 사업 전에는 세종보 인근과 세종시청 앞에서 관찰되다가 보가 만들어지고 사라졌는데, 다시 찾아들었다. 보가 개방되고 모래톱이 생기는 등 자연이 조금씩 회복되고 있다는 증거"라고 주장했다.

세종보 상류 모래톱 가장자리에는 오리들이 다닥다닥 붙은 상태로 서로의 체온을 유지하고 있다. 이따금 왜가리, 백로가 날아다니기도 한다. 버드나무 수풀 사이로 고라니 두 마리가 먹이를 먹느라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사람들이 거니는 제방과의 거리가 멀어서인지 산책을 나온 사람들의 말소리에도 놀라지 않는 모습이다.
 
세종보 아래쪽에 천연기념물 제201-2호인 큰고니 가족이 모여들었다.
 세종보 아래쪽에 천연기념물 제201-2호인 큰고니 가족이 모여들었다.
ⓒ 김종술

관련사진보기

 
세종보는 우안 수문이 낮은 상태로 개방되면서 70~80%의 공간은 상대적으로 높아 물이 흐르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그 때문에 상류에는 많은 모래와 자갈이 쌓이고 나무와 풀들이 자라면서 육상화가 진행되고 있는 상태다. 한쪽으로 쏠린 물살은 상대적으로 빨라 수생태계의 균형이 깨진 상태다.

한편, 4대강 보 처리방안이 늦어지면서 자연성 회복도 늦어지고 있다. 4대강재자연화시민위원회와 금강유역한경회의 활동가들이 2일 종로구 국무총리공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했다. 활동가들은 국가물관리위원회 개최와 4대강 보 해체 결정 촉구 기자회견에서 손피켓을 들고 항의에 나서기도 했다.

태그:#4대강 사업, #세종보, #큰고니
댓글1
이 기사의 좋은기사 원고료 10,000
응원글보기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